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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발생해 강원도 5개 시‧군에 피해를 입힌 산불은 영동권에 또 다른 영향을 끼치고 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설악산과 인접한 고성군과 속초시는 물론이고 양양군까지 주요 국립공원입산통제기간임을 감안해도 주중 탐방객이 현저히 줄었다.
  
벚꽃이 만개한 오색리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는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코스가 있다. 봄철 산불방지를 위한 통제기간이라 하더라도 주전골과 오색온천, 오색약수를 찾는 탐방객이 꾸준한 마을이다.
▲ 벚꽃이 만개한 오색리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는 대청봉을 오르는 최단코스가 있다. 봄철 산불방지를 위한 통제기간이라 하더라도 주전골과 오색온천, 오색약수를 찾는 탐방객이 꾸준한 마을이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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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욕탕의 벚꽃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엔 대형버스주차장 앞에 족욕탕을 설치했다. 주전골을 탐방한 이들은 물론이고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 온 이들이 이곳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푼 뒤 관광버스를 탄다. 예년엔 이곳에서 이렇게 편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 족욕탕의 벚꽃 강원도 양양군 서면 오색리엔 대형버스주차장 앞에 족욕탕을 설치했다. 주전골을 탐방한 이들은 물론이고 설악산 대청봉을 다녀 온 이들이 이곳에서 발을 담그고 피로를 푼 뒤 관광버스를 탄다. 예년엔 이곳에서 이렇게 편하게 사진을 촬영할 수 없었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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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14일 3일간 속초와 고성을 찾은 탐방객이 산불 이전보다 오히려 늘었다는 뉴스와 기사가 쏟아졌다. 하지만 현지인들은 "산불이 난 뒤에 손님이 줄어 걱정이다"는 말들을 했다. 종종 뉴스와 현장의 모습은 다를 수 있다는 걸 감안해 확인하기 위해 산불 피해지역과 무관한 양양군 서면 오색리를 찾았다.

때마침 오색은 벚꽃이 절정을 이뤘다. 산벚꽃은 이 보다 2~3일 늦게 피기에 이번 주말이 절정이란 걸 확인했다.

평소 같은 시기 주중 점심식사를 할 시간이라면 3~40대의 차량이 식당 주변 주차장이나 식당에 주차한 상태였으나 주차장 자체가 모두 텅 비어 있었다. 오색 토속식당가 바로 앞 주차장에만 관광버스 한 대와 승용차 두 대만 주차돼 있었다.
  
오색 토속식당가 오색약수터와 주전골로 연결되는 토속식당가는 한겨울에도 산채음식을 맛보려는 이들로 점심시간에 주차장이 부족하다. 그러나 벚꽃이 절정인 마을에 관광버스 한 대만 있었다. 강원도 산불로 관광산업이 위기라는 말이 입증되는 모습이다.
▲ 오색 토속식당가 오색약수터와 주전골로 연결되는 토속식당가는 한겨울에도 산채음식을 맛보려는 이들로 점심시간에 주차장이 부족하다. 그러나 벚꽃이 절정인 마을에 관광버스 한 대만 있었다. 강원도 산불로 관광산업이 위기라는 말이 입증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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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길이 끊긴 식당가 식당 주인들의 차만 한가한 식당가 도로에 주차되어 있다. 어쩌다 두 세 명 이 길을 걷는 탐방객이 보였으나 식사를 하려는 탐방객은 만날 수 없었다.
▲ 발길이 끊긴 식당가 식당 주인들의 차만 한가한 식당가 도로에 주차되어 있다. 어쩌다 두 세 명 이 길을 걷는 탐방객이 보였으나 식사를 하려는 탐방객은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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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라면 설악산국립공원관리공단 오색분소 앞 족욕탕엔 벚꽃구경을 하는 인파로 사진촬영 자체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바로 맞은편에 대형버스를 주차할 수 있는 대형주차장이 두 곳 있는데 이곳엔 단 한 대의 관광버스도 주차되어 있지 않았다.

한계령 방면에서 들어온 승용차 한 대가 멈춰 섰다. 여기서 내린 이들이 벚꽃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는 모습이 오색리에서 처음 본 외지인이라고 할 정도다. 제법 널리 알려진 오색리의 산채음식촌에도 손님이 없었다. 동해안 횟집들이 "손님이 없어 망하게 생겼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었다. 오색에서 식당을 경영하는 몇 분에게 물어봤다.

"점심시간인데 왜 이렇게 손님이 없죠?"
"봄철엔 예전에도 좀 줄어드는데 이번에 고성에 산불이 난 뒤론 미안해서 그런지 아예 손님 구경하기 힘들어. 이러다 우리도 덩달아 손님이 뚝 끊길까 걱정 되네."

"지난 주말엔 어땠어요? 제가 지난 주말엔 거제도를 다녀와서 뉴스로만 봤는데 동해안에 손님이 밀려들어 정신이 없었다고 하던데요?"
"래은이 아빠. 뉴스를 믿어? 래은이 아빠 친구니 잘 알겠네. 저기 승국이네나 우리나 몇 집은 아무리 손님이 없다고 해도 점심 때 너덧 테이블은 손님이 있잖아. 지금 2시도 안 됐는데 차 자체가 없는데 뭔 손님이 있어."

"지금 말고요. 오늘은 아주 특별한 날일 수 있다 치고, 지난 주말 어떠셨냐고 물었던 겁니다."
"지난 주말? 엄청 바빴지. 거 뭐냐. 지난 주말에 우리 왜 바빴지?"


식당 안쪽에 그냥 앉아 있으려니 미안한지 행주로 식탁을 닦고 있던 직원에게 주인이 물었다. 이 순간 지난 주말은 정말 바쁘게 움직일 정도로 손님이 많았던가 했다.

"언니, 더덕 깠잖우. 손님도 없는데 더덕이나 까놓자고 두 자루나 가져다 둘이 그거 까느라 손이 다 시커매졌구만."

손님이 없다는 말을 차마 "여긴 손님이라곤 없었어"라 못하고, 바빠지면 손님상에 낼 더덕을 미리 껍질을 벗기는 일을 할 정도로 종일 한가했다고 돌려 말한 것이다.
  
오색식당가 오색마을엔 두 곳의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주전골과 오색약수로 연결되는 길을 끼고 형성된 곳을 토속음식촌이나 토속식당가라 한다. 그리고 대청봉과 주전골이 연결되는 숙박단지 앞을 오색식당가로 부른다. 이곳도 숙박단지와 함께 모두 손님은 없다.
▲ 오색식당가 오색마을엔 두 곳의 식당가가 형성되어 있다. 주전골과 오색약수로 연결되는 길을 끼고 형성된 곳을 토속음식촌이나 토속식당가라 한다. 그리고 대청봉과 주전골이 연결되는 숙박단지 앞을 오색식당가로 부른다. 이곳도 숙박단지와 함께 모두 손님은 없다.
ⓒ 정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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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산불피해 오색마을은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등산객보다 주전골과 오색약수, 오색온천을 찾는 탐방객들이 주요 고객이다. 봄철 통제기간이라 하더라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주전골과 약수, 온천이 있음에도 이번 고성산불로 인한 도 다른 피해 현장이 됐다.
▲ 또 다른 산불피해 오색마을은 설악산 대청봉을 오르는 등산객보다 주전골과 오색약수, 오색온천을 찾는 탐방객들이 주요 고객이다. 봄철 통제기간이라 하더라도 상시 이용할 수 있는 주전골과 약수, 온천이 있음에도 이번 고성산불로 인한 도 다른 피해 현장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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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양양군에 루사(한반도에 최대의 피해를 끼친 탓에 '누리'로 변경 됨)로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을 때다. 양양군수(당시 이진호 군수)가 서울로 달려가 방송에 출연했다. 거기서 양양군수의 입장에서 피해지역이라 놀러가기 미안하게 생각하지 말고 많이들 찾아와달라며 큰절을 올렸다.

20여 년 고향엘 돌아와 산다. 그동안 루사를 필두로 이듬해 매미와 2005년 양양산불, 2006년 집중호우까지 생생하게 경험했다. 당장 재산상의 피해가 없으니 보상이란 꿈도 못 꿨다. 하지만 관광이 주요 산업인 이곳에서 관광객의 발길이 끊어지면 또 다른 재난이 된다.

"조만간 손님 때문에 점심도 제때 못 먹게 되니 지금 미리 많이 먹어둬요. 그리고 위기는 기회라는데 머리 뒀다 뭐합니까? 몇 분이 오시던 여기 찾으신 분들이 식사를 하시면 그 액수의 5%를 이번에 산불로 고통을 겪는 이재민들에게 성금으로 낸다고 약속하시고 마을 전체에 현수막이라도 걸어보세요."
"우리 벌써 예전에 우리가 힘들 때 고성에서도 도와줬기 때문에 우리도 이미 성금도 내고 다 했는데…"

"그건 그거고. 이참에 양양군에 있는 횟집 모두, 그리고 여기 오색처럼 집단으로 식당가가 몰려있는 마을에서 7월 초까지라도 손님들이 와서 식사를 하거나 회를 드시면 계산되는 돈의 5%를 자발적으로 이재민을 위해 내겠다 하시면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거죠."
"그걸 누가?"

"생각해보세요. 이재민들이 아무리 지원을 받고 각지에서 온정이 담긴 자원봉사가 있어도 나중에 보면 몇 집이나 제대로 보상을 받았다고 인정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당장 그들 때문에 손님이 줄어 피해를 본다고 난리지만, 막상 손님이 그래도 어려움에 처한 지역을 살려야 된다고 찾아와도 누가 이득이겠어요? 이재민이 이득될 거 없고, 손님이 찾는 식당이나 숙박업소만 이득이잖아요. 그 이득을 이재민을 위해 나누겠다고 하면… 내가 식당 하는 것도 아닌데 구구절절 이런 말 하면 뭐해요. 일단 손님일 누군가에게 감동부터 줄 생각을 하시란 얘깁니다."


이 말을 끝으로 지금 한참 좋은 벚꽃을 촬영하고, 어려서 여름철이면 친구들과 감자밭 지키며 소 풀 먹이다 멱 감고 놀던 치마폭포로 향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정덕수의 블로그 ‘한사의 문화마을’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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