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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 이후 첫 지필고사를 며칠 앞둔 아이들이지만 416 기억의 날 수업 중 음악 영상 감상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 "416 기억의 날" 수업에 참여하여 음악을 감상하는 아이들 고입 이후 첫 지필고사를 며칠 앞둔 아이들이지만 416 기억의 날 수업 중 음악 영상 감상에 진지하게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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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필고사를 일주일 남긴 4월 16일, 오늘은 영어 듣기평가가 있는 날이다. 이런 시기엔 일부 아이들이 몰래 수학 문제집 같은 걸 가져와서 책 밑에 놓고 풀기도 한다. 

'416 기억의 날'이라는 수업 제목을 칠판에 쓰고 시작하는 시점까지 몰래 문제지를 푸는 학생들이 몇 있었다. 제재하지 않았지만 이내 분위기에 압도된 탓인지 스스로 마음을 담아 수업에 참여하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직접 힘을 보태는 일은 아이들을 스스로 움직이게 한다.
 
발달장애가 있는 한 아이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담긴 메시지가 수업 참여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 발달장애가 있는 한 아이의 진솔한 마음이 담긴 메시지 발달장애가 있는 한 아이의 진솔한 마음이 그대로 담긴 메시지가 수업 참여자들의 마음을 울컥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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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수업 중 한 아이가 모둠 친구에게 짜증을 냈다.

나: 뭔가 화나는 일이 있니? 
아이: 이게 벌써 몇 년째에요? 왜 이렇게 오래 기억해야 해요? 
나: 416을 기억하는 게 무의미하게만 느껴지니?
아이: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사람도 많은데 사고로 죽은 사람들을 왜 이렇게 오래 기억해야 해요? 
나: 3.1절, 광복절 등 이런 날은 왜 기억하는 걸까? 이미 오래전 일인데 말이야. 
아이: 그건 이것과 다르잖아요.
나: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생각해? 
아이: 나라를 빼앗겼던 슬픔을 되풀이하지 말자는 거잖아요. 
나: 세월호 참사는 나라의 슬픔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아이: 나라의 슬픔이지만 이렇게 오래 기억하고 행사하느라 돈도 많이 드는 것 같아요. 그게 다 세금인데... 
나: 그런 생각이 들었구나? 그럼 이렇게 상상해볼래? 만일 네가 불이 난 곳에 있어. 10분 안에 구출되지 않으면 목숨이 위험한 상황이야. 헬기로 접근하면 5분이 걸리고 구급차가 접근하려면 30분이 걸려. 그때 그 일의 지휘 책임자가 단 한 명을 위해 비용이 많이 드는 헬기를 동원할 순 없다며 실패율이 높을지라도 구급차로 접근하자고 결정한다면 그 순간 네 마음은 어떨까? 한 존재의 값이 과연 물질로 매겨질 수 있을까? 다른 나라의 강점에서 벗어나고자 항거한 3.1운동처럼 물질이 인권을 지배하는 세상에 항거하는 세월호 참사도 기억해야 하지 않을까? 
 

순간 아이 눈빛에 노여움이 사라졌다. 

나: 이제 활동에 참여할 마음이 드니? 
아이: 네.

 
416 기억의 의미를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한 아이들의 문구이다.
▲ 416 기억의 의미를 표현한 한 모둠의 문구 416 기억의 의미를 자신들의 언어로 표현한 아이들의 문구이다.
ⓒ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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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불편한 마음을 드러내 준 덕에 생각 차이를 좁히며 마음을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순간 고마웠다. 아이들의 마음으로 가는 길은 그리 복잡하지가 않다. 어쩌면 더 정확하고 빠르다. 

적폐의 무리는 너무도 잘 안다. 이 시대의 불편부당한 시스템을 지속하기 위해서 이런 아이들의 정확함이 몹시 두려울 것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의 정치참여를 그토록 반대하는 걸지도 모른다. 개발 호재, 부동산 호재 등과 같은 물질적 미끼로 이리저리 휘두를 수도 없을 테니 말이다.

진흙 속에서도 피어날 꽃 한 송이를 바라볼 수 있는 것은 길고 지루한 겨울의 끝에 서 봄이 반드시 찾아오리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는 일의 가슴 설렘, 우리가 살아갈 세상 온도가 한층 더 올라가는 걸 느꼈다.
 
아이들의 손길이 남은 빈교실을 정리하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온도가 좀금 더 올라감을 느낀다.
▲ 아이들의 손길이 남아있는 빈교실 아이들의 손길이 남은 빈교실을 정리하며 우리가 살아갈 세상의 온도가 좀금 더 올라감을 느낀다.
ⓒ 김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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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본인 페이스북 포스팅 글의 일부를 수정한 글임.


태그:#416, #세월호, #기억의 날, #사회참여수업, #청소년 정치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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