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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월 6일 제주 삼달다방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상우가 주인장에게 청첩장을 건네고 있다. 상엽형부는 "멋진 친구들"의 결혼식에 함께 하고 싶다며 식사 200인분 후원을 연결시켜줬고, <이음동> 손님으로 맞이할 계획이다
 5월 6일 제주 삼달다방으로 신혼여행을 떠날 상우가 주인장에게 청첩장을 건네고 있다. 상엽형부는 "멋진 친구들"의 결혼식에 함께 하고 싶다며 식사 200인분 후원을 연결시켜줬고, <이음동> 손님으로 맞이할 계획이다
ⓒ 여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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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꽃동네(장애인거주시설)에서 20년~30년 살다가 나온 지 5년쯤 되는 친구들이 서로 눈이 맞아 결혼하게 됐어. 그래서 '발바닥 행동'이랑 '노들 장애인 야학'이랑 '노들 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모여 결혼 추진위원회를 만들었는데, 가만히 보니 돈이 제일 많이 들어가는 게 밥값이잖아? 서울여성플라자에서 할 건데 밥값 후원이 될 만한 곳이 있는지, 형이 좀 알아봐 줘."

[관련기사] 아주 특별한 결혼식... 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방식

우린(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늘 이런 식이다. 필요하면 말부터 던진다. '손 내밀면 잡겠지'하는 '근거 없는 자신감'은 '믿을만한 구석'이라는 자기 암시가 되어 버렸다. 이런 습관은 어느새 일상이 되었다. 그렇게 성사시킨 일들이 참으로 많다. 하고 싶은 일을 '돈이 없어' 못한 적은 기억나지 않을 정도다. 이는 삼달다방 주인장, 우리에게 '형부'로 통하는 '이상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 친구들 연애 스토리랑 결혼식 일정을 줘봐."

딱 한 마디다. 그 뿐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여기로 전화하고 이야기 해. 아마 공문 넣어야 할 거야."
"알았어요. 근데 형, 삼달다방으로 신혼여행 가고 싶대. 어떻게 하지?"


이에 대한 대답도 간단명료하다.

"그래? 연락하라고 해."

휠체어 탄 두 사람이 각각 활동지원사와 함께 3박 4일의 여행을 가겠다고 하는데, 그의 반응은 '무심'하다. 누군가 그랬다.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관계 맺음에서 최고는 '무심한 배려'라고. 딱히 '배려'라고 표현하는 것 또한 비장애인 중심의, 혹은 사회가 가져야 할 태도를 강조하느라 에둘러 쓴 불필요한 표현 아닐까. 

'입장의 동일함이 최고의 관계 형태'라 하셨던 고 신영복 선생님의 말씀을, 나는 삼달다방의 주인장, 이상엽의 '무심'으로 읽고 싶다. 그를 보면, 사람과 사람과의 관계의 힘은 '무심함'에서 나오는 은근한 애정 아닌가 싶을 때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삼달다방 근처의 작은언덕. 조금만 올라도 제주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은 축복이다
 삼달다방 근처의 작은언덕. 조금만 올라도 제주와 바다가 한 눈에 들어온다. 바람은 축복이다
ⓒ 여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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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장애와 인권 발바닥 행동의 설립멤버이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에서 활동하고 있는 장애인 인권운동가 박옥순의 남편인 이상엽의 별칭은 '무심'이다. 하이텔, 천리안 등 온라인 커뮤니티가 처음 생겼던 1990년대 초반부터 그는 인터넷상에서 '무심'으로 읽혔다.  

사람은 이름값을 하며 살아야 한다는데, 그는 별칭대로 늘 사람과 상황을 '무심' 하게 대했다. 많은 사람은 기쁜 일, 슬픈 일에 일희일비한다. 가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호들갑 떨거나 생색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부류들과는 달랐다. 좋든 싫든, 언짢든 행복하든, 늘 상황과 사람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그와 함께 있으면 다름이 존중받는 느낌을 받는다. 다름이 어려움이나 불편이 아니라 그냥 인정받는다는 느낌 말이다.

휠체어를 탄 예비부부의 신혼여행 준비와 <삼달다방>

위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꽃동네에서 20년~30년을 살다 나온 두 친구가 5월 6일 결혼을 하게 되었다. 지난해 초부터 예비 신랑인 이상우는 "누나, 나 영은이랑 결혼하고 싶은데, 도와줄 수 있어?"라고 말해왔다. 이러저러한 이유로 1년이 늦춰지기는 했으나, 시설에서 나온 후 알뜰살뜰 돈을 모아 지난해 말 그들만의 오붓한 아파트로 이사를 하기도 했다. 

예비 신부인 최영은과 함께 살기 위해 수급비를 아껴 월 60만 원씩 적금을 넣었다고 한다. 가전제품이나 혼수 등도 이미 다 마련해서 준비할 것이 많지는 않았다. 9살 연상의 예비 신랑은 자기만을 애틋하게 바라봐주는 최씨를 위해 치밀하게 '결혼 추진위원회'를 이끌었다. 

가장 부담이 되었던 200인분의 식사비를 이상엽의 도움으로 해결했으니 그 다음부터는 어려울 게 없었다. 진심으로 축복해주는 양가 가족을 모시고 상견례도 마쳤다. 야외 스튜디오 촬영도 다 끝냈다. 결혼 당일 군산에 계신 이미숙 생활한복 디자이너께서 예복으로 생활한복을 대여해주시기로 했다. 사회, 영상, 축가 등 모든 준비도 끝난 상태다. 

얼마 전 이들 부부는 생애 2/3를 살았던 음성 꽃동네 '희망의 집'을 방문해 지인들, 직원들에게 청첩장을 전해주며 '결혼식 초대'를 했다. 시설에서 나와 자립한 후 5년 만에 처음 방문한 곳이었다. 탈시설 후 맺게 된 새로운 인연이 많아졌지만, 학연·지연과는 거리가 먼 삶을 살아온 두 사람에게 꽃동네 사람들은 매우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보고 싶었다고 했다. '나처럼 나와서 살면 좋은데'하는 생각도 늘 했다고 한다. 

하지만 열흘이 지난 지금도 '초대'에 대한 희망의 집의 공식 반응은 없는 상태다. 예비 신랑인 이상우 마음이 조급해진 모양이다. 음성에서 서울까지 오려면 리프트 장착 버스와 하루 동안 활동 지원을 해줄 직원이나 자원활동가 또한 필요했기 때문이다.

"누나, 꽃동네에서 차량이랑 활동지원이 없으면 어떻게 하지?"

이 대답은 누구의 몫일까? 이상우와 최영은일까? 결혼 추진위원회일까? 꽃동네일까? 국가일까?

<삼달다방>은 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비빌 언덕

"삼달다방 어때?"

두 친구가 눈만 끔뻑거렸다.

"아, 다방이 진짜 다방이기도 하지만 게스트하우스야. 발바닥 행동의 활동가이자 서울 이음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인 이규식이 전재산을 기부해 만든 일명 '이규식 하우스', <이음동>이 생겼어. 둘이 오붓한 신혼여행을 즐기기에 딱 좋을 거야. 게다가 거기는 노랑 버스(휠체어 리프트 차량)도 있어."

순간 두 사람이 안도의 미소를 지어 보였다. 이후 다시 만난 두 사람은 인터넷을 통해 삼달다방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답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이라는 이음동의 좌우명이 마음에 든다'며 다른 신혼여행 장소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고 했다. 제주도가 처음인 두 친구는 설레는 모양이다. 이미 비행기 예매도 다 하고 여행 지도 하나하나 알아보고 있단다.

제주도는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 꿈같은 여행지다. 비행기 타는 것도 어려웠지만 저상버스, 휠체어 콜택시 타기는 '하늘의 별 따기'처럼 힘들고,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렌터카도 제주도를 전역을 통틀어 고작 2대이기 때문이다. 그마저도 수동기어라 자동기어 운전면허를 가진 사람에겐 '그림의 떡'이다. 호텔도 화장실, 샤워실이 이용 가능한지 미리 확인해야 했고, 식당도 휠체어가 들어갈 수 있는지 여러 곳을 헤매야 했다. 여행지는 경사로보다 계단이 많았고 바닷가로 내려가려 해도 계단이나 턱이 턱없이 높았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삼달다방>이 있기에 억수로 운좋게 제주로 워크숍 가다!  1년에 2번 워크숍을 할라치면, 2박 3일을 늘 여기저기 공간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삼달다방>이 생긴 후 우리 발바닥행동은 상엽형부 덕에 호강하게 됐다. 평화롭게 자연과 함께 하는 워크숍은 우리 전망을 더 밝게 해주는 거 같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삼달다방>이 있기에 억수로 운좋게 제주로 워크숍 가다!  1년에 2번 워크숍을 할라치면, 2박 3일을 늘 여기저기 공간을 빌려야 하는 형편이었다. 하지만 <삼달다방>이 생긴 후 우리 발바닥행동은 상엽형부 덕에 호강하게 됐다. 평화롭게 자연과 함께 하는 워크숍은 우리 전망을 더 밝게 해주는 거 같다
ⓒ 여준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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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발바닥 행동도 매년 워크숍을 가려면 늘 사전에 동선을 파악해야 했다. 제주도는 꿈도 못 꾸었다. 하지만 우리 발바닥 행동에 제주도는 삼달다방 이전과 이후로 확연히 달라졌다. 

지난해 말 삼달다방으로 워크숍을 간 아라 활동가는 "이렇게 자유롭고 행복한 조직 여행은 없었어"라고 했다. 함께 있으면서도 제각각 편안하게 즐기는 시간과 장소가 새삼 고마웠다고 한다. 이제 이규식 활동가는 단체여행 말고 혼자만의 제주여행을 고집한다. 자기가 마음껏 편히 머물 수 있는 삼달다방도 있겠다, 혼자서도 잘 논다고 자랑을 해서 배가 아플 정도다. 

최근 배리어-프리(누구나 장벽 없이 편히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된) 디자인이 적용돼 휠체어의 접근이 가능하다고는 하지만, 여행은 절대 쉽지 않다. 그런 점에서 삼달다방은 마음 편히 비빌 언덕임에 틀림이 없다. 물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제주 모든 곳이 삼달다방이 되는 것이지만. 

삼달다방은 주인장을 닮아 '무심'하다. 하지만 환대와 우정이 넘치는 '함께 사는 제주'를 만들고 있다고 확신한다.

[관련기사]
'키다리 아저씨'가 내민 요청... 거절할 수 없었다 ☞ http://omn.kr/1i5jp
무사히 할머니 되고픈 언니들, 휠체어 타고 제주 여행 ☞ http://omn.kr/1ief3
우리는 세상의 옥탑 탈출을 꿈꾸고 있다 ☞ http://omn.kr/1ifsg
 
모두가 머물 수 있는 삼달다방 '이음'동 건축기금 모금
삼달다방은 좋은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의 공간입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사람과 문화가 어우러지는 공간을 지향하며 삼달다방은 공간의 이야기를 하나하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세상의 건강함과 사람과 문화를 중심으로 살아가려 노력하며 인연이 된 수많은 사람, 또 앞으로 새로이 인연이 될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 공간을 꿈꾸며 삼달다방지기, 저 이상엽은 제주 서귀포의 성산읍 삼달리에 삼달다방을 만들었습니다. 
 
방 4개, 부엌 하나짜리의 아늑한 삼달다방이 만들어지고 얼마 후인 작년 가을, 제주를 좋아하는 친구 이규식이 삼달다방을 찾았습니다. 장애가 있는 그는 탈 시설한 사람이었고, 장애인의 권리와 인권향상에 몸을 던져 살아온 이였습니다. 저는 늘 진정성 있는 이규식의 삶을 좋아했습니다. 그가 대뜸 계좌번호를 불러 달라고 하더군요. 그리고 며칠 후 집 마련을 위해 귀하게 모은 청약통장을 해지했다며, 삼달다방 계좌로 송금해주었습니다. 이유는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제주에서 좀 길게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너무도 귀한 돈이란 생각과 함께, 이규식의 진한 소망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에도 이규식을 비롯해 장애를 가진 또 다른 이들의 비슷한 요청이 이어졌습니다. 
 
사실, 잠시 고민했습니다. 삼달다방은 직장생활 퇴직금과 살던 집을 팔아 이제 막 지은 공간이었습니다. 곧바로 다시 새로운 공간을 준비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버거운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내 머리를 털고 결정했습니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과 공익활동가들이 편안히 한 달여 장기 휴식할 공간이 제주에는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래! 장애인과 비장애인 공익활동가들이 긴 시간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다시 만들어 보자.' 일단 대출의 힘을 빌려 공사를 시작했습니다. 인건비를 줄여보고자 직접 노동을 하고, 자재를 실어 나르고, 같은 마을 친구들, 철수와 목수, 용기, 병선의 도움을 받고, 매일 밥을 직접 지어 따뜻한 점심을 나누며 지금까지 왔습니다. 
 
여러분! 삼달다방에 장애인과 공익적 삶을 실천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한 달살이 집을 짓고 싶습니다. 사람의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장애인, 비장애인 모두가 제주에서 긴 시간 자연을 느끼고, 문화적으로 충전할 수 있는 공간을 여러분의 참여로 만들고 싶습니다. 삼달다방의 노랑차(장애인도 이용하는 리프트 카)를 살 때 여러분께 도움을 요청한 지가 얼마 지나지 않은 것이 마음을 계속 불편합니다.  공사를 처음 시작할 지난가을, 손을 내밀고 싶었지만 주저되는 마음에 선뜻 말을 꺼낼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용기를 내어 삼달다방의 <이음동> 건축기금 모금을 청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답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인 <이음>을 만드는 데 여러분의 마음과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음'은 처음 이 고민을 시작하게 한 친구 이규식이 직접 새로이 만들어질 집에 지어준 이름입니다.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잇는다는 탈시설 운동의 좌우명이기도 합니다. '이음'은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사람답게 머물고 쉴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음'을 함께 만들어주실 것을 한 분 한 분께 부탁합니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잇는 여행자 문화공간, 제주와 육지를 잇는 소통공간, 제주의 자연과 사람이 이어지는 

삼달다방이고 싶습니다. 사람을 향한 작은 꿈이 현실이 될 수 있도록 협력을 요청합니다. 사람들의 마음이 잘 모여서, 좋은 사람들을 위한 사회적 살이 공간을 함께 만들면 좋겠습니다. 삼달다방이 사람을 만나는 사람 여행 공간이 되면 좋겠습니다. 그 길에 길동무가 되어주시길 청합니다. 

제주의 가장 아름다운 꽃이 피는 봄날 삼달리에서 
삼달다방지기 이상엽 올림

※ 주소와 연락처를 남겨주시면 작은 마음의 선물 전하겠습니다. 모금참여자 링크 잠시 시간내어주세요 ☞ https://forms.gle/DdEQjHBxh6L43HCM6

덧붙이는 글 | 여준민 기자는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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