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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 배려석  광고판을 없애면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안내가 더 잘 들어올 것이다.
▲ 임산부 배려석  광고판을 없애면 임산부 배려석에 대한 안내가 더 잘 들어올 것이다.
ⓒ 이명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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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을 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는 나는 여성으로 수시로 불쾌한 경험을 한다. 빈자리가 있음에도 임산부 배려석에 앉아 발을 까딱이며 휴대폰에 열중하는 남성과 가임기를 넘어선 중년 여성들을 볼 때 그렇다. 그들에게 '임산부 배려석을 양보하라'는 방송 멘트는 '소귀에 경 읽기'인 듯하다. 방송을 들었음에도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자리를 고수한다. 

임산부 배려석 양보마저 몸에 배지 않은 사회다. 지하철의 임산부 배려석의 표지를 누구나 알아볼 수 있도록 디자인할 것을 제안한다. 임산부 배려석 위에는 광고 표지판을 없애면 좋겠다. 광고 표지판 높이에 임산부 배려석이라는 안내를 붙이면 가시적 효과가 높아질 것이다. 

이런 우리 사회가 과연 출산율 저하나 낙태죄 폐지로 생명 경시 풍조가 퍼질 것이 우려스럽다고 말할 자격이 있을까? 4월 11일 헌법재판소는 형법상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려 낙태죄 폐지의 문을 열었다. 

낙태죄 폐지가 '생명 말살과 사회적 생명 경시 풍조를 확산할 것'이라는 주장은 기우에 불과하다. 이미 낙태죄를 폐지한 나라의 사례로 증명이 되었기 때문이다. 1975년 당시 프랑스의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임신 중단 합법화 법을 통과시킨 시몬 베유는 이렇게 말했다.
"제가 옳았습니다. 이미 말했지만 프랑스의 출생률은 그 뒤로 낮아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세대를 이어내는 데 성공했고 이탈리아, 스페인, 캐나다의 퀘벡 주와 같이 이전에는 훨씬 더 많은 인구를 자랑했던 나라보다도 높은 출생률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 시몬 베유의 <국가가 아닌 여성이 결정해야 합니다> 중에서
헌법재판소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낙태 권고 시기는 임신 14주까지다. 대부분 여성이 임신 초기인 3개월 이내에 임신 중지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의료상 여성의 건강에도 안전한 기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정의당에서는 특별한 경우 최대 22주 이내에 임신 중지가 가능하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했다고 한다. 

낙태죄 불합치 판결로 여성들은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존중받게 됐지만, 아직 우리 사회가 가야 할 길은 멀어 보인다. 

헌법재판소는 형법 제270조 제1항의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종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중 '의사'에 관한 부분이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고 판결을 내렸다.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는 내용의 형법 제269조는 법무부와 복지부가 협력해 개정하기로 했다. 형법 제270조의 개정은 법무부가 주도적으로 개정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헌법 개정 기간이 2020년 12월까지니 실질적인 법 실행은 2020년 이후가 될 전망이다. 

생명을 자신의 자궁 안에서 자신의 피와 영양으로 열 달간 키워내는 이가 임산부다. 누구보다 생명에 대한 존중과 사랑과 이해가 더 클 수밖에 없다. 임신 중지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이 존중받는다고 함부로 생명을 경시하거나 생명을 파괴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란 이야기다. 임신 지속 여부에 대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은 자신의 몸에 대해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것, 어쩔 수 없는 이유로 임신을 중지해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임신 중절을 하는 여성과 조력자 모두 범죄자가 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도록 합리적인 법 개정을 하는 것이니 말이다. 

임신 중절 합법화는 오히려 생명을 보호하고 임산부의 건강 보호를 강화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원치 않는 임신이 아닌 몸도 마음도 건강한 상태로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비합법적인 방법을 통해 임신중절을 해 건강을 해치거나 죄책감을 느끼고 살아가는 일이 없을 테니 말이다. 

생명 존중과 안전 의식은 임신의 지속이나 중지 여부만이 아니다. 사회 전반에 거쳐 태아가 건강하게 태어나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국가와 사회 전체가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야만 한다.

일상의 모든 폭력과 생명 경시로부터 사회가 안전한 울타리가 되어줘야만 한다. 아동의 권리를 보호받는 사회, 여성들이 폭력과 경제적 빈곤과 차별로부터 보호받는 사회, 보육과 교육을 국가가 책임지는 사회, 세월호와 같은 재난과 위험으로부터 생명을 보호받는 사회가 만들어진다면 여성들은 안심하고 임신을 하고 아이를 낳고 키울 것이다. 생명을 진심으로 존중한다면 낙태죄를 물어 벌할 것이 아니라 일상에서부터 사회적 약자에 대한 최소한의 배려를 몸에 익히고 실천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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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살면 무슨 재민교’ 비정규직 없고 차별없는 세상을 꿈꾸는 장애인 노동자입니다. <인생학교> 를 통해 전환기 인생에 희망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옮긴 책<오프의 마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