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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16일부터 중앙아시아 3국을 방문한다. 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스흐탄을 7일간 국빈 방문하고 이 지역과의 경제협력을 강화한다. 신북방정책의 토대를 견고히 하기 위한 순방인 것이다.

신북방 정책은 남북한과 러시아의 3각 경제협력을 구축하고, 현대판 육·해상 비단길인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를 활용하는 한편, 유라시아경제연합(EAEU)과의 자유무역협정(FTA)를 체결하는 방향으로 추진되고 있다. 문 대통령의 마지막 방문지인 카자흐스탄은 러시아·벨라루스·아르메니아·키르키스스탄과 함께 EAEU 회원국이다.

신북방정책은 이념과 정견을 초월해 한민족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갖아야 하는 사안이다. 무엇보다 우리 경제의 미래가 거기 달려 있다. 우리 경제가 새로운 세계사 흐름에 적응하는 중차대한 과제가 관련돼 있다. 

그 나라들은 어떻게 '1류'가 됐나
 
 본문에 인용된 무역로들.
 본문에 인용된 무역로들.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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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0년대까지만 해도 서유럽은 유라시아대륙의 한쪽 구석에 박혀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그때까지 유럽 역사를 주도한 것은 동유럽과 남유럽이다. 동유럽과 남유럽에 밀렸던 서유럽이 1840년 아편전쟁 이후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를 수 있었던 것은, 이미 1400년대부터 바닷길 탐험에 국비를 투자하고 1500년대부터 그 길을 활용해 꾸준히 국력을 증강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축적된 경제력을 바탕으로 서유럽은 과학혁명·산업혁명·시민혁명을 이루었다. 1800년대에 서유럽이 유럽뿐 아니라 전 세계를 주도하게 된 데는 그런 배경이 있었다. 새로운 흐름을 일찍부터 포착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은 결과였던 것이다. 미국 역시 서유럽과 보조를 맞춘 결과로 1900년대에 세계 강국이 될 수 있었다.

2류 국가나 2류 지역이 새로운 흐름을 활용해 세계 1류가 된 사례는 세계사에서 심심찮게 발견된다. 한나라 제7대 황제인 한무제(재위 기원전 141~87년) 때만 해도 신장·위구르 사람들은 중국 사정을 잘 몰랐다. 지금은 중화인민공화국의 서부를 차지하는 신장·위구르 지역이 그때만 해도 중국을 제대로 몰랐을 뿐 아니라 중국과 상대하기를 꺼려하기까지 했다.

한무제의 사신인 장건이 그 지역을 방문해 몽골초원 쪽의 흉노족에 대한 공동 방어를 제의했을 때 그들이 거부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한나라와 손잡고 최강 흉노족에 맞섰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는 이때만 해도 중국이 아시아에서 차지하는 위상이 낮았음을 보여준다.

그랬던 중국이 서기 100년대에는 동서양 무역으로 큰돈을 버는 나라가 됐다. 신장·위구르는 물론이고 저 멀리 유럽에까지 알려진 나라가 됐다. 영국 역사 저술가인 레이 테너힐(Ray Tannahill)이 집필하고 손경희 연세대 명예교수가 번역한 <음식의 역사>에 이런 대목이 있다.
 
"무역 조건들이 안정됨에 따라 중국의 사치품들에 대한 로마의 갈망은 지칠 줄을 몰랐다. 서기 2세기경에 사막의 대상(隊商)들은 정기적으로 중국의 뤄양에서 비단·생강·계피잎을 싣고 출발하여 둔황, 뤄부포 호수, 카슈가르를 경유하는 수백 마일의 꾸불꾸불한 여정을 돌아서 파미르고원 북쪽에 위치한 큰 교역 장소까지 왔다. 그곳 중앙아시아의 황야에서 지극히 아름다운 중국의 비단들과 색다른 향신료들이 로마가 그 대신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들과 물물교환되었다."
 
중국이 무역대국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새로운 흐름을 선제적으로 개척했기 때문이다. 한무제 이전만 해도 세계 최대 무역로는 유목민들이 장악한 초원길이었다. 이 길은 농경민인 중국 한족이 이용할 수 없었다. 그래서 초원길 시대에는 중국인들의 대외 교류가 활성화되기 힘들었다. 한무제 때의 신장위구르 사람들이 그런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그런데 한나라는 장건이 신장·위구르를 방문할 때 밟았던 사막 길을 개척하고 이를 중동까지 연결하는 일에 역량을 투입했다. 중국 비단이 대거 수출된 길이라 하여 훗날 비단길로 불리게 될 이 길을 개척함으로써 중국인들은 유목민들의 간섭을 받지 않고 서역(서쪽 세계)와 교류할 수 있게 됐다. 이것이 중국을 부강하게 만든 원동력이다. 새로운 흐름을 포착하고 활용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는 사례다.

세상이 새로운 흐름으로 재편될 때 흐름을 개척하거나 적어도 거기에 편승한다면, 다음 시대에는 좀더 나은 삶을 살거나 적어도 현상유지는 꾀할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흐름과 동떨어지게 된다면, 다음 시대에는 한층 더 열악한 삶을 살 수밖에 없다. 

1800년대에 최전성기에 달했던 서유럽의 역량은 두 차례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현저히 약해졌다. 1900년대에 절정에 달했던 미국 역시 계속해서 쇠락하고 있다. 바닷길 시대의 '큰손'들이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약해지고 있다는 점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들을 위협하면서 '돈 내라'고 손을 벌리는 사실에서도 상징적으로 드러난다. 합리적 방법으로는 패권을 유지하기 힘들 정도로 미국의 처지가 말이 아님을 보여주는 징표라고 읽을 수도 있다.

서유럽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서유럽 전체가 뭉친다 해도 중국 하나를 상대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고 보는 관점도 있다. 미국의 몰락을 점치는 소리 못지않게 유럽의 몰락을 예고하는 소리 역시 암울하기만 하다.

일례로, 미래학자 박영숙과 제롬 글렌의 <세계미래보고서 2030-2050>는 "(2030년에) GDP, 인구, 군사력, 첨단기술 투자 등으로 강화된 아시아의 권력이 북미와 유럽을 능가한다"고 예측한다. 10년 후면 서유럽이 아시아에 역전된다는 것이다. 또 "(2037년에) 유럽에 수몰되는 지역이 많아져서 남유럽과 북유럽이 분할되고, 최종적으로 유럽연합이 붕괴하기에 이른다"고도 예언한다.

미국과 서유럽이 동반 쇠락하고 있다는 점은, 1500년대 이래 서양인들이 관리해온 바닷길에서 최근 들어 툭하면 해적들이 출몰하는 사실에서도 잘 표출된다. 서유럽에서 아프리카를 돌거나 혹은 서유럽에서 지중해를 통과해 인도양으로 들어선 뒤 말라카해협을 지나 중국에 도달하는 전통적인 바닷길에서 해적들이 자주 출현하는 것은, 이 루트에 대한 미국과 서유럽의 관리 능력이 떨어졌음을 반영하는 징후다.

뒤집어 생각하면, 미국과 서유럽이 바닷길 관리에 좀더 많은 역량을 투입하지 않는 것은 바닷길을 통한 이익 창출이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추가적인 이익 창출에 한계를 느끼다 보니 바닷길 관리를 소홀히 하게 되고, 이로 인해 해적들을 제대로 제어하지 못하게 됐으리라고도 해석할 수 있다.

유라시아에서 감지되는 새로운 에너지

세계 바닷길이 한계점에 도달함에 따라 이 길을 통해 부를 축적했던 미국과 서유럽이 쇠퇴하는 이 시기에, 유라시아대륙의 중부와 동부에서는 새로운 기운이 일어나고 있다. 이곳에서 세계사의 신조류가 조성되고 있다. 지금 빨리 신북방정책에 속도를 내지 않으면 안 되는 이유다.

새로운 흐름을 주도하는 큰손은 러시아와 중국이다. 러시아는 신동방정책을 통해, 중국은 일대일로 정책을 통해 과거의 초원길과 비단길을 현대적으로 되살려내는 한편, 북극항로라는 새로운 바닷길을 활성화시키는 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몽골 역시 적극적이다. 유라시아 육로를 통한 동서 교류를 인류 역사상 가장 잘 활용했던 민족이 칭기즈칸 시대의 몽골민족이다. 그 후예인 오늘날의 몽골도 현대판 초원길 개척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서유럽과 미국이 쇠퇴 징후를 보이는 반면 러시아·중국·몽골 등이 새로운 기운에 휩싸여 있다는 것은, 유라시아 중부와 동부에서 에너지가 새로이 분출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러시아·중국·몽골과 인접한 한국이 이런 흐름을 활용해 역량을 배가하는 데 필수적인 것이 바로 신북방정책이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은 물론이고 문재인 정부의 신북방정책은 한국을 유라시아와 연결하는 시도라는 점에서 한국의 미래를 밝게 하는 것이다. 1945년 이후로 본의 아니게 섬나라가 된 한국이 유라시아 국가들과의 협력을 토대로 대륙국가로 편입되고, 바닷길과 더불어 유라시아 육로를 통해서도 먹거리를 생산해낼 가능성을 갖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한국이 독자적으로 유라시아에 새로운 흐름을 불어넣어 줄 수 없다면, 큰손들의 흐름을 활용해 국익을 챙기는 쪽으로라도 눈길을 돌리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흐름을 개척하는 게 힘들다면, 거기에 편승해서라도 내일을 기약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신북방정책은 한국이 가야 할 필수적인 길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런데 노태우 정권 때의 북방정책은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말았다. 중국·소련 및 동구권과의 수교를 성사시킴으로써 한국의 활동 무대를 넓혔다는 점에서는 의의가 크지만, 한국을 대륙국가로 복원시키는 데는 실패했다.

노태우 정권의 북방정책 이후로도 한국은 여전히 섬나라다. 정치적 의미에서 볼 때, 그 후로도 한국은 유라시아대륙에 붙어 있는 나라가 아니다. 실질적으로는 섬이나 다름없으니, 대륙의 기운을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생길 수밖에 없다. 노태우 정권이 한국을 대륙국가로 만들지 못한 것은 북방정책의 기본 조건인 남북한 교류·협력을 실현시키지 못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세 차례 남북정상회담과 9·19 군사합의 등으로 한반도 냉전을 상당부분 해체시켰다. 그렇지만, 한국은 여전히 섬나라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차로도 하노이에 갈 수 있지만, 한국 대통령은 비행기나 배를 타지 않고는 갈 수 없다. 대륙국가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국이 북한 땅을 마음대로 밟을 수 없는 것은 한국 정부가 대미관계에서 한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이 한민족의 내부문제인 남북경협에까지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는데도, 한국 정부는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다 보면 언젠가는 한계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신북방정책의 초보적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들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도 마음대로 진출할 수 없다면, 현대판 초원길이나 비단길로도 마음대로 뻗어나갈 수 없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한국 기업들이 가까운 금강산이나 개성공단에서도 돈을 벌어들일 수 없다면, 저 멀리 중앙아시아나 러시아에서도 쉽게 돈을 벌어들일 수 없음은 당연하다. 신북방정책을 통해 한국 기업들이 대륙으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하려면, 당장의 현안인 남북경협 문제부터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단계에서 남북경협과 신북방정책에 박차를 가할 원동력이 한국 정부에는 있지 않다. 지금 구조 하에서는 그 어떤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미국의 간섭을 막아낼 길이 없다. 이 상태에서 남북경협과 신북방정책을 추진하는 최선의 방법은 국민들이 이 정책들에 힘을 실어주는 길뿐이다. 우리 정부가 미국의 눈치가 아닌 국민들의 눈치를 보도록 만드는 길밖에 없는 것이다.

진리는 먼 데 있지 않고 가까이 있다고들 한다. 신북방정책의 길도 먼 데 있지 않다. 가까운 남북경협을 활성화시키는 것이 한국 기업들을 저 멀리 유라시아 북방으로 진출시키는 첩경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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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M101.9 (목)11시25분경. (저서) 역사 추리 조선사, 당쟁의 한국사,왜 미국은 북한을 이기지 못하나,발해고(4권본,역서),패권 쟁탈의 한국사,신라 왕실의 비밀,한국 중국 일본 그들의 교과서가 가르치지 않는 역사,조선상고사(역서),조선노비들,왕의 여자,철의제국 가야,최숙빈,한국사 인물통찰,동아시아 패권전쟁 등. www.kimjongs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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