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019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시즌 막판 순위 경쟁이 치열하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 핫스퍼가 지난 주말 최하위 하더즈필드 타운FC를 4-0으로 꺾으면서 3위 자리를 탈환했다. 리버풀 FC에 0-2로 패하며 5위로 떨어진 첼시 FC는 4경기를 남겨둔 가운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같은 난적과의 일전이 남아있다. 아스널FC와 맨유 역시 시즌 마지막까지 챔피언스리그 진출 티켓을 따내겠다는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다.

리그 3~4위 경쟁도 치열하지만 많은 축구팬들의 시선은 역시 리버풀과 맨체스터 시티 FC의 우승 경쟁에 쏠려 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후 첫 우승에 도전하는 리버풀은 지난 주말 첼시와의 홈경기에서 2-0 승리를 거두며 선두 자리를 지켰다. 크리스탈 팰리스를 3-1로 꺾고 추격을 이어가고 있는 2위 맨시티 역시 리버풀보다 한 경기를 더 남겨둔 만큼 역전 우승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팀 순위 만큼 개인기록 경쟁도 한 치 앞을 예측하기 힘들다. 물론 예년처럼 한 시즌에 30골 이상 폭발시키는 다득점 선수는 나오기 힘들지만 이미 득점왕 경험이 있는 기존 강자들과 생애 첫 득점왕을 노리는 신성들이 한두 골 차이로 치열한 다툼을 벌이고 있다. 특히 상위권 구단 스트라이커들의 득점왕 등극 여부는 팀 성적과도 직결될 수 있기 때문에 시즌 막판 득점왕 경쟁은 더욱 흥미롭게 전개될 전망이다. 

폭발적인 '이집트의 태양' 살라와 꾸준한 스트라이커 아구에로

2017년 여름 이탈리아 세리에A의 AS로마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이집트의 태양' 모하메드 살라는 이적 첫 시즌 36경기에서 32득점10도움을 기록하며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에서 다른 리그에서 이적한 선수가 첫 시즌에 득점왕 타이틀을 차지한 것은 살라가 최초였다. 그만큼 살라의 등장은 세계 축구팬들에게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왔다.
 
 6일 오전 4시(한국시간) 영국 사우샘프턴의 세인트 메리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사우샘프턴과의 경기에서 모하메드 살라가 득점한 뒤 골 세리머니를 펼치고 있다.

리버풀의 모하메드 살라(자료사진) ⓒ AP/연합뉴스

 
지난해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어깨 부상을 당한 살라는 초반 부진을 씻고 본격적으로 득점왕 경쟁에 뛰어 들다가 2월 9일 AFC 본머스전을 끝으로 8경기 동안 골 침묵에 빠졌다. 살라의 슬럼프가 길어지자 비난의 목소리가 커졌지만 살라는 위르겐 클롭 감독과 동료들의 변함 없는 신임 속에 점점 경기력을 회복했다. 그리고 33라운드 사우샘프턴전에서 오랜 침묵을 깨는 골을 터트리며 그 동안의 마음 고생을 날렸다.

15일 34라운드 첼시전에서 터진 살라의 리그 19번째 골은 더욱 극적이었다. 살라는 팀이 1-0으로 앞서던 후반 7분 오른쪽 코너에서 중앙으로 파고 들다가 강력한 왼발 중거리 슈팅으로 첼시의 골망을 갈랐다. '세계에서 가장 비싼 골키퍼' 케파 아리사발라가도 전혀 손 쓸 수 없었던 '원더골'이었다. 사우샘프턴전에서 상의를 벗으며 골의 기쁨을 만끽했던 살라는 첼시전에서는 명상을 취하는 자세의 '요가 세리머니'로 안필드의 관중들을 열광시켰다.

살라가 폭발적인 몰아넣기가 돋보이는 골잡이라면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는 2013-2014 시즌부터 5시즌 연속 득점 순위 5위 안에 포함됐을 정도로 꾸준함이 돋보이는 공격수다. 이번 시즌에도 아구에로는 큰 부상이나 기복 없이 묵묵히 골을 적립하며 살라와 득점 부문 공동선두를 달리고 있다. 같은 팀에 가브리엘 제주스라는 만만치 않은 경쟁자가 있음에도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중요한 경기에서 언제나 아구에로를 선발 명단에 포함시킨다.
 
 2019년 1월 4일 오전 5시(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21라운드 경기에서 리버풀을 상대로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선제골을 넣은 후 환호하고 있다.

맨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자료 사진) ⓒ AP/연합뉴스

 
사실 아구에로는 현란한 개인기나 돌파로 혼자 골을 만드는 천재형 스트라이커는 아니다. 하지만 아구에로는 함께 뛰는 케빈 더 브라위너, 다비드 실바, 베르나르도 실바, 릐로이 자네 같은 쟁쟁한 미드필더들과의 연계 플레이가 뛰어나고 탁월한 위치 정을 통해 골 냄새를 맡는 능력도 단연 발군이다. 살라에 비해 한 경기가 더 남아 있는 점도 아구에로가 2014-2015 시즌에 이어 생애 두 번째 득점왕에 도전하기에 유리한 조건이다.

득점에 눈 뜬 마네-스털링 복병, '부상' 케인은 3번째 득점왕 좌절
 
 리버풀 FC의 사디오 마네.

리버풀 FC의 사디오 마네. ⓒ AP/연합뉴스

 
지난 2~3월 살라가 최악의 슬럼프에 빠졌음에도 리버풀은 맨시티와의 선두 경쟁에서 밀려나지 않았다. 살라의 부진을 만회해 준 또 한 명의 '아프리카 특급' 사디오 마네가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엄청난 스피드와 돌파력을 활용한 준수한 윙포워드 자원이었던 마네는 이번 시즌 정확한 판단력과 강한 킥, 그리고 뛰어난 결정력을 선보이며 많은 골을 만들고 있다.

마네는 지난 시즌 7개였던 어시스트가 1개로 줄었지만 대신 리그에서만 18골을 성공시키며 살라와 아구에로에게 단 한 골 뒤진 득점 부문 3위를 달리고 있다. 리버풀에서 페널티킥을 전담하는 선수가 아니라 득점 적립에 다소 불리한 점이 있지만 빠른 움직임과 강한 체력으로 많은 기회를 창출하는 유형이라 득점왕 경쟁에 충분히 변수가 될 수 있다.

2014년 FIFA 골든보이상 수상자 라힘 스털링은 리버풀 시절부터 잉글랜드의 특급 유망주로 주목 받던 선수다. 2015년 맨시티 이적 후 공격형 미드필더를 벗어나 윙 포워드로 활약하기 시작한 스털링은 2016-2017 시즌까지 골 결정력과 문전 앞 판단력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하지만 2017-2018 시즌 18골11어시스트로 29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며 잠재력이 폭발한 스털링은 이번 시즌에도 맨시티의 확실한 주전 윙포워드로 활약하고 있다.
 
 EPL 맨시티에서 뛰는 잉글랜드 선수 라힘 스털링(자료사진)

맨시티의 라힘 스털링(자료 사진) ⓒ EPA/연합뉴스

 
14일 크리스탈 팰리스전에서 멀티골을 넣으며 리그 17호골을 기록한 스털링은 득점 공동 4위로 뛰어 올랐다. 스털링은 도움 부문에서도 공동 5위(9개)를 달리고 있어 도움 한 개만 추가하면 두 시즌 연속으로 더블-더블을 기록하게 된다. 무엇보다 68개의 슈팅 시도로 17골을 만들어 냈을 만큼 골 결정력과 효율이 대단히 뛰어나다. 득점왕에 오르기 위해선 몰아치기가 필요하지만 최근의 상승세를 고려하면 결코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다.

리버풀과 맨시티 소속은 아니지만 아스널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도 34라운드까지 18골을 터트리며 득점 선두 살라와 아구에로를 바짝 추격하고 있다. 지난해 겨울 이적시장에서 아스널로 팀을 옮긴 오바메양은 첫 시즌 13경기에서 10골4어시스트에 이어 이번 시즌 곧바로 프리미어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떠올랐다. 반면에 토트넘의 해리 케인(17골)은 발목 부상으로 잔여경기 출전이 힘들어 생애 3번째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도전이 좌절됐다.
 
 11일 오전 1시 30분(한국시간), 영국 런던에 있는 에미레이츠 스타디움에서 열린 EPL 30라운드 아스널과 맨유의 경기. 아스널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 선수가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아스널의 피에르 에메릭 오바메양(자료 사진)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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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 2018-2019 프리미어리그 모하메드 살라 세르히오 아구에로 사디오 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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