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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3 재보궐 선거는 경남 통영·고성과 창원·성산 등 국회 의석만 보자면 2석에 불과했다. 하지만 2020년 21대 총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며 여야가 사활을 걸었다.

결과적으로 통영·고성에서는 정점식 자유한국당 후보가 당선되고 창원·성산에서는 여영국 정의당 후보가 뽑혔다. 즉, 당선된 후보의 정당만 보면 재보선을 하기 전으로 돌아간 셈이다.

재보선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정치권에 미칠 영향과 21대 총선을 전망해 보고자 지난 11일 서울 상암동에서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을 만났다. 다음은 박 전 정의당 의원과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여당에 '이기면 좋은' 정도인 재보선, '정권심판'은 아전인수 해석"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박원석 전 정의당 의원
ⓒ 박원석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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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3재보선에서 통영·고성은 자유한국당이 승리하고 창원·성산은 정의당이 승리했어요. 총평 부탁드려요.
"총평하자면, 외형상 선거 결과는 재보궐 사유 발생 전으로 돌아갔다고 봅니다. 따라서 재보궐 선거 결과가 정국에 미칠 영향도 그다지 크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여당이 기초의원 세 곳까지 포함해서 의석을 한 석도 얻지 못했기 때문에 표면적으로 성과가 없는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이 결과를 두고 자유한국당에서 주장하듯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심판'이 민심이라고 하는 것은 아전인수격 해석입니다. 여당 입장에서는 애초부터 '이기면 좋은' 정도의 선거 지형이었기 때문에 크게 정치적 의미를 부여할 정도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PK 지역의 민심이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때와는 많이 달라진 것은 분명합니다. 특히 이번 재보궐 선거 지역인 창원이나 통영·고성은 물론이고 PK 지역이 제조업 구조조정의 영향을 직접 받는 지역이다 보니, 경제와 일자리 문제에 민감합니다. 그런데 체감 경기는 어렵고, 이렇다 할 경제 정책의 성과가 없다 보니 바닥 민심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다고 자유한국당이 반사 이익 추구하며 낙관할 상황도 아니라고 봅니다. 보수 우세 지역에서 치른 선거임에도 황교안 대표의 확장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고, 자유한국당의 '무한 발목잡기'나 '반대를 위한 반대'가 정치가 아니라는 것은 정치 관여도가 높지 않은 유권자들도 다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PK 민심도 여당에게 책임과 성과를, 보수야당에게는 단절과 혁신을 요구하고 있다고 봅니다."

- 창원·성산에서 민주당과 정의당이 단일화를 했어요. 여론 조사로는 단일화를 했을 때도 오차범위 접전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504표차로 간신히 이겼습니다.
"물론 후보 단일화가 상대를 결집시킨 면도 있겠죠. 하지만, 창원·성산의 역대 선거결과로 보더라도 이번 재보궐 선거의 단일화는 불가피했습니다. 아쉬운 점은 민중당과의 단일화를 추진했지만 이루어지지 못한 것입니다. 정의당으로서는 민중당 손석형 후보 측이 주장한 민주노총 조합원 총투표라는 단일화 방식을 절반 수용했지만, 그 이상의 무리한 요구를 수용할 순 없었어요. 다행인 점은 민주당 권민호 후보와의 단일화가 큰 논란과 진통 없이 이루어져 민주당 지지자들의 표가 비교적 온전하게 여영국 후보 지지로 돌아선 점입니다.

선거가 막판에 위태로웠던 것은 보수표가 무섭게 결집한 것도 있지만, 다소간의 악재도 있었기 때문인 듯해요. 특히 인사청문회 정국에서 장관 후보자들의 도덕성 논란이 커지고 결과적으로 두 명의 후보자가 낙마했잖아요. 게다가 청와대 대변인의 부동산 투기 논란도 불거져 결국 사퇴한 게 중간층 표심에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싶어요. 물론 황교안 대표의 축구장 난입 불법 선거운동, 오세훈씨의 망언 등 상대 후보 측의 돌발 행동도 동시에 나타나 그나마 상쇄할 수 있었던 듯해요."

- 자유한국당에서 창원·성산 선거를 진 것에 대한 황 대표 책임론이 나올 법한데, 안 나와요.
"일방적으로 졌다면 책임론이나 회의론이 나왔겠죠. 지금은 오히려 황 대표가 선거를 지휘해서 그나마 창원에서 박빙의 승부까지 갔다고 평가하고 있는 거 아닌가요? 한국당이 애초부터 이기기 어렵다고 생각한 선거였기 때문에 책임론이 나오기 보다는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요. "

- 개표율 99% 정도에 역전한 거잖아요. 그전까지 초조했을 것 같은데.
"정의당으로서는 그냥 보궐선거가 아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죠. 개표 내내 시종일관 뒤지다가 개표율 99%가 넘어서 역전한 선거는 근래 없었고 앞으로도 상당 기간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정의당으로서는 특별한 한 석이고 여영국 의원이 단단한 사람이기 때문에 그 한 석의 값어치와 무게 충분히 해낼 것으로 믿고, 내년에 다시 한 번 수성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 통영·고성에서는 양문석 민주당 후보가 36% 정도의 지지율을 받았잖아요. 그곳은 자유한국당 텃밭이고 지난번에는 민주당이 후보도 못 낸 곳이에요. 그래서 이번 36%가 의미 있을 거 같은데.
"통영·고성은 지난 총선에서 후보를 못 낸 것은 물론, 민주화 이후 총선에서 단 한 번도 민주당 계열이나 진보 계열 후보가 당선된 적이 없는 보수의 철옹성 중의 철옹성 같은 지역이에요. 그런 점에서 보면 비록 당선은 안 됐지만, 양문석 후보가 상당히 의미 있는 득표를 했다고 볼 수 있지요.

물론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 통영시장, 고성군수 모두 민주당이 당선됐기 때문에 이번 선거에 기대가 높았던 듯한데, 당시는 적폐청산 여론이 워낙에 컸던 데다 한국당 경선의 후유증도 있었다고 해요. 그때와는 민심이 달라진 거죠."

"패스트트랙 실패? 두 당은 총선 전에 사라질 수도"

- 재보선 결과가 정치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선거 결과가 당장에 정국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거예요. 어쨌듯 1:1로 비겼고 원위치 된 거잖아요. 그보다는 총선이 1년 남았기 때문에 이제부터 모든 정치권은 총선 체제에 돌입했다고 봐야겠죠. 총선 구도를 만들기 위해 각 당이 총력전을 펴는 한편, 내부적으로는 공천 경쟁에 돌입하겠죠.

일단 국회가 표류할 가능성이 높아요. 지금 자유한국당은 '뭐든 안 되게 하자'는 것이 기본 전략이잖아요. 선거제도, 검찰개혁, 민생입법 등 정부나 여당에게 성과가 될 만한 것들은 전부 반대하고 나올 가능성이 커요. 때문에 '패스트트랙'이라는 국회법상의 비상수단을 통해서 선거제도나 개혁입법 추진하는 것이 유일한 출구인데, 각 당이 작은 쟁점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는 듯해 안타까워요. 이번에 패스트트랙 실패하면 19대 국회 마칠 때까지 의미 있는 입법은 무엇도 안 될 거예요.

각 당 내부의 공천 경쟁이 아직은 물밑에 잠복 중이지만, 아마도 거세게 일 겁니다. 여당은 여당대로 물갈이 공천, 인물 영입을 통해 성과 부진으로 인한 민심의 이반을 돌파할 가능성이 있고, 자유한국당은 친박과 비박 간 이전투구가 끝난 게 아니잖아요. 거기다 보수통합을 한다고 하면 여러 지분 고려도 있을 수밖에 없고, 황교안씨도 확고하게 본인의 당을 만들려면 기득권을 쳐내려 하지 않겠어요? 그 과정에서 누가 더 민심에 부합하는 개혁공천을 하는지도 선거 구도의 변수가 되겠죠.

선거제도 바꾸자는 것은 양당제가 비효율적이고 국민에게 정치 효능감을 주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국민의 의견이 국회에 반영될 수 있도록 선거제도를 개선하자는 겁니다. 지금 패스트트랙에 올리는 논의까지 와 있는데, 이번에 실패하면 단언컨대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은 총선 전에 사라질 수 있고, 남더라도 총선에서 존재감을 전혀 만들지 못할 거예요. 또다시 양당과 정의당만 원내에 남는 구도가 되겠죠."
 
목 축이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마친 후 목을 축이고 있다.
▲ 목 축이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2일 오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마친 후 목을 축이고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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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른미래당의 내홍이 가장 극심한 것 같은데.
"내홍을 만들고 있는 것 아닌가요? 바른미래당은 과거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의 일부가 통합할 때부터 좋았던 적이 없잖아요. 사실 정책 노선이나 정치 배경도 많이 다른 두 세력이 통합한 것은 안철수, 유승민 두 사람의 이해관계나 셈법 때문이잖아요. 그 둘이 별 돌파구가 안 보이고 어려우니 손을 떼고 손학규 대표가 잠시 당을 맡은 것이나 다름 없는데, 총선 가까워지고 이대로는 안될 것 같으니 '임시 사장은 그만 나가라'는 거죠.

그렇다고 당을 흔드는 측이 딱히 명징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에요. 일단 바른정당 출신들은 이대로는 아닌 듯하니 상황을 흔들어서 변화 가능성을 보자는 거고, 국민의당 출신들은 안철수 복귀파와 호남정당 회귀파로 나뉘어 있는 듯하고. 사실 심리적 분당 상태죠. 손 대표 입장에서 정치 말년에 봉변을 당하고 있는 건데, 냉정하게 보면 수습 어려워 보입니다. 한 번의 선거 결과 가지고 흔드는 하태경, 이준석 등도 문제지만 손 대표로 내년 총선에 뭘 기대해 보기 어려운 것도 냉정한 현실이니까요.

바른미래당이나 민주평화당이나, 사실 제3당이라기보다는 파생정당인데 여전히 대한민국의 양극화된 정당 체제에서 제3당을 할 준비가 안 돼 있어요. 때로는 풍찬노숙하고 맨주먹 붉은 피로 일어서 자기 정치의 경계를 만들고 대중을 쌓아가는 겁니다. 그럴 준비가 안 돼 있으니 끊임없이 정치 공학만으로 정치를 하려는 거죠."

"선거 제도 개혁 막히면 다 막혀... 민주당, 소탐대실 말아야"

- 선거 제도 개혁 문제도 아직 해결 못 했어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이 선거제도 개혁안에 합의해서 패스트트랙을 처리하는 것 같았는데 공수처 문제로 진전이 없습니다.
"앞서도 잠시 말씀드렸지만, 지금 8부 능선 와있는 패스트트랙을 내려놓는 건 어떤 개혁도 입법도 포기한다는 것과 같은 말입니다. 자유한국당은 그 어떤 것도 안 되게 하는 것이 목표고, 막말로 '정치혐오가 높아지면 나쁠 거 없다'는 계산이에요. 그런 수작에 말리지 않으려면 냉정해야 합니다. 그건 패스트트랙 가는 거예요.

공수처 기소권과 관련해서는 기소권이 있어야 제대로 된 공수처라는 것이 정의당 입장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반발짝이라도 나갈 때예요. 그런 점에서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이 반발씩 물러나 합의할 수 있는 점이 있을 겁니다. 제한적으로 기소권을 준다든지, 아니면 기소권을 온전히 주되 시행을 좀 유예한다든지 여러 길이 있을 거예요. 무엇보다 시간이 없습니다. 이대로 자유한국당이 득의만면 하도록 둘 것인지 반 발짝이라도 나갈 것인지 결단해야 합니다."

-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지금 기소권 없는 공수처 도입을 민주당이 받고 내년 총선에서 기소권 있는 공수처를 공약으로 내놓는 게 낫지 않냐'는 주장을 합니다.
"유시민 이사장은 아마도 선거 제도 개혁을 이번에 반드시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계셔서 그렇게 말씀하신 게 아닌가 싶어요. 저는 (그 방안이) 현실적인 차선책이라고 봅니다. 민주당으로서는 기소권 없는 공수처가 불완전하고 마음에 안 들 거고, 그 점은 정의당도 비슷해요. 하지만 그것 때문에 과연 패스트트랙을 부결시켜야 하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그것 때문에 패스트트랙 부결되면 어쩔 수 없다. 선거제도 개혁은 별반 절실하지 않다'라고 생각하는 의견 있을 겁니다. 하지만 단견이에요. (패스스트랙이 부결되면) 선거제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모든 개혁이 20대 국회가 끝날 때까지 안 되는 겁니다. 또, 지금과 같은 불모의 양당정치 계속하게 되는 겁니다. 소탐대실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 정의당과 민주평화당의 교섭단체 복원 가능성은 물 건너간 거 아닌가요?
"현재로서는 그렇죠. 실망스럽지만 민주평화당 내 의견을 저희가 강요할 순 없죠. 다만 정의당과 정체성이 달라 교섭단체를 못 하겠다는 것은 좀 납득이 안 돼요. 교섭단체는 정당이 아니에요. 우리가 합당하자는 게 아니잖아요. 교섭단체 만들어서 선거제 패스트트랙 협상에 개입하고, 패스트트랙 태우면 다음 날 교섭단체를 깨면 됩니다. 간단한 문제를 두고 민평당 내에서 너무 이런저런 복잡한 의견들이 많은 게 아닌가 싶어요. 바른미래당 내 호남의원들을 포함해 제 3지대 얘기도 나오는데, 그 또한 선거제도를 패스트트랙에 올려놓고 얼마든 하시라는 겁니다."

- 선거 제도 개혁 가능성 아직 남아 있다고 보세요?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아직은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남은 이견이 좁힐 수 없을 만큼 그리 크지 않아요. 패스트트랙을 성사 시키지 못하면 한국당이 득의양양해서 더 기승을 부릴 거고, 20대 국회는 그야말로 종치는 거예요. 나머지 당들도 전부 국민들 입장에서는 무능한 공범이 되는 겁니다. 지금은 패스트트랙 올려서 자유한국당의 발목 잡기와 반대를 위한 반대를 고립시켜야 할 때입니다. 각 당이 전향적인 결단을 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 21대 총선이 1년 남았잖아요. 총선 앞두고 정계 개편이 있을 거 같은데 어떻게 전망하세요?
"어떤 식으로든 변화가 있겠죠. 그러나 선거 앞두고 나타나는 이합집산에는 이제 별 감흥이 없습니다. 지난 촛불혁명과 박근혜 탄핵의 중요한 의미 중의 하나는 국민들이 정치를 매우 냉정하게 보게 됐다는 점이에요. 지난 지방선거에서 반성 없는 자유한국당이 전멸에 가까운 참패를 당한 것이 바로 그 증거예요.

이번 총선에서 민심은 정부·여당에도 굉장히 냉정할 겁니다. 자기 생존을 위한 정계개편이나 이합집산은 큰 의미도 없고 성과 거두기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정의당은 그런 것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정치 바깥에 주변화되고 버려진 사람들을 어떻게 정치로 불러올 것인가', 그것을 위해 당의 문을 열고 폭을 확장하는 것에 관심이 있습니다."

- 마지막으로 한마디 부탁드려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요즘 이런 고민을 많이 합니다. 저도 386 막차세대인데요. 과거에 저희는 아버지들이 만든 세상, 산업화 세대가 만든 가치를 바꾸기 위해 학생운동을 하고 정치를 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이 사회는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들이 만든 세상일뿐 아니라 바로 저와 같은 386세대가 만든 세상이고, 민주화 세대가 만들어 놓은 체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산업화 세대의 아버지들에게 도전했던 과거 386 청년들이 어느덧 이 체제의 기득권이 돼 있어요.

기득권은 스스로 잘 안 변합니다. 이 정부에서 나타나는 기시감도 결국 그런 겁니다. 기득권은 기득권 밖으로부터의 거센 저항과 도전으로 바뀌는 거죠. 그런 점에서 저는 내년 총선이 우리 사회의 모든 기득권에 대한 반기득권들의 도전, 특히 세대로 보면 2030들의 반란이 돼야 한다고 봐요. 정치 밖에 주변화돼 있거나 혹은 버려진 사람들인 거죠. 그들을 정치 안으로 불러들이고 세우는 것이 정의당의 역할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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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