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이 한화의 후반 추격을 따돌리고 위닝 시리즈를 확보했다.

장정석 감독이 이끄는 키움 히어로즈는 13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홈경기에서 장단 12안타를 때리며 5-3으로 승리했다. 전날 0-3 스코어를 5-3으로 뒤집으며 역전승을 따냈던 키움은 13일 초반 5점을 선취했다가 8,9회 한화에게 3점을 허용했지만 끝까지 리드를 지키며 연승에 성공했다(10승8패).

키움은 선발 최원태가 6이닝5피안타2사사구4탈삼진 무실점 호투로 시즌 2승째를 챙기며 3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향한 순항을 이어갔다. 타선에서는 장영석이 3안타, 결승타의 주인공 제리 샌즈와 이정후, 박동원이 나란히 멀티히트 경기를 펼쳤다. 그리고 9회 무사 1,2루 위기에 등판해 2개의 탈삼진을 곁들이며 아웃카운트 3개를 책임진 마무리 조상우는 어느덧 시즌 8번째 세이브를 기록하며 또 한 번 무너지던 키움 불펜을 일으켜 세웠다.

풀타임 첫 시즌에 히어로즈를 한국시리즈로 이끈 젊은 폭격기
 
 
역투하는 조상우 28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9회말 키움 마무리 투수 조상우가 역투하고 있다.

▲ 조상우 ⓒ 연합뉴스

 
인천에서 태어난 조상우는 류현진(LA 다저스)의 모교인 동산고로 진학해 강속구 유망주로 성장했다. 하지만 2학년 때 허리 부상을 당하며 한동안 마운드에 서지 못했고 동산고 역시 부진에 빠지며 팀을 이끌던 김재문 감독이 물러났다. 스승의 갑작스런 퇴단으로 실의에 빠진 조상우는 3학년 진학을 앞두고 대전고로 전학을 갔고 대전고에서 '한국인 2번째 메이저리거'로 유명한 조진호 코치를 만났다.

대전고에서 조진호 코치의 지도를 받아 구위를 끌어올린 만난 조상우는 201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NC 다이노스 특별지명 선수 제외)로 넥센에 지명됐다. 당시 넥센의 염경엽 감독(SK 와이번스)은 묵직한 강속구와 두둑한 배짱을 가진 조상우를 선발 투수로 키우고 싶어 했다. 실제로 조상우는 2013 시즌 초반 퓨처스 리그에서 선발 수업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조상우는 생애 첫 선발 등판이 예정됐던 경기가 비로 연기됐고 이는 전화위복이 됐다. 불펜으로 등판한 프로 데뷔전에서 시속 156km의 엄청난 강속구를 던지며 야구팬들을 놀라게 한 것이다. 입단 첫 해 인상적인 예고편을 보여준 조상우는 2014년 6승2패11홀드 평균자책점 2.47의 뛰어난 성적을 올리며 히어로즈 불펜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조상우가 풀타임 1군 선수로 활약한 2014년 히어로즈는 창단 후 처음으로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았다.

조상우는 2015 시즌 초반 한현희가 선발로 전환하는 바람에 불펜에서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조상우는 2015 시즌 70경기에 등판해 93.1이닝을 소화하며 8승5패5세이브19홀드3.09를 기록했다. 아무리 20대 초반의 젊은 투수라지만 혹사가 걱정되는 수준의 많은 등판이었다. 시즌 후 프리미어12 대표팀에도 선발된 조상우는 미국과의 결승전 마지막 투수로 등판해 한국의 우승을 결정하는 마지막 아웃카운트를 잡았다.

조상우는 선발 변신을 준비하던 2016년 스프링캠프 도중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조기 귀국했다. 그 해 3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조상우는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하고 시즌 아웃됐다. 2017년 부상에서 돌아온 조상우는 선발 투수로 변신했지만 13경기에서 44.1이닝을 소화하는데 그쳤다. 그리고 장정석 감독은 작년 시즌 조상우에게 김세현(KIA 타이거즈)의 자리였던 마무리를 맡기겠다고 선언했다.

마무리 복귀 후 9경기 8세이브 질주, 키움 불펜 '하드캐리'

조상우는 작년 5월20일까지 18경기에서 1승2패9세이브3.79를 기록했다. '철벽마무리'라 부르긴 부족했지만 풀타임 1년 차 마무리로는 비교적 순조로운 적응력을 보였다. 하지만 조상우는 작년 5월23일 포수 박동원과 함께 성폭력 사건에 연루되고 말았다. 물론 조사를 통해 시시비비를 가릴 문제였지만 히어로즈 입장에서는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선수를 계속 경기에 내보낼 순 없었고 조상우는 그대로 시즌 아웃됐다.

조상우 이탈 후 김상수가 마무리 자리를 맡은 히어로즈는 김상수,이보근,오주원 등 나머지 베테랑 불펜 투수들의 고른 활약으로 가을야구에 진출해 플레이오프에서 SK와 명승부를 펼쳤다. 하지만 '루키' 안우진이 6경기에서 15.2이닝을 소화한 작년 포스트시즌에서 히어로즈는 조상우의 공백이 아쉬울 수 밖에 없었다. 그리고 오랜 기간 검찰 조사를 받은 조상우는 지난 1월 증거부족으로 '혐의 없음' 처분을 받고 팀에 복귀했다.

시범경기에서 3경기에 등판하며 구위를 점검한 조상우는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며 시즌 초반부터 키움의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다. 올 시즌 9경기에 등판한 조상우는 10이닝을 던지며 1승8세이브 평균자책점 0으로 원종현(NC)과 함께 세이브 부문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 김상수(4홀드7.50),한현희(1승1패2홀드5.79),이보근(2패1홀드34.36) 등 기존 투수들이 동반 부진한 키움 불펜에서 마무리 조상우의 활약은 단연 돋보인다.

조상우는 한화와의 주말 3연전에서도 이틀 연속 등판해 2개의 세이브를 챙겼다. 12일 경기에서 연속 안타를 허용한 후 김태균을 병살타,최재훈을 외야 플라이로 처리한 조상우는 13일 경기에서도 5-2로 앞선 9회 무사 1,2루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조상우는 2사 후 정은원에게 적시타를 허용했지만 대타 정근우를 루킹 삼진, 신인 노시환을 삼구삼진으로 돌려 세우며 키움의 승리를 안겼다.

조상우는 작년 성폭행 혐의로 물의를 일으킨 것에 대한 구단의 징계로 박동원과 함께 연봉 50%를 삭감 당했다. 게다가 한국야구위원회의 징계(사회봉사80시간)를 기다리느라 2월 중순에야 스프링캠프에 합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상우의 시즌 초반 활약은 연봉을 절반이나 깎이고 스프링캠프에 지각 합류한 선수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만약 올 시즌 키움의 불펜에 조상우가 없었다면 히어로즈는 끔찍한 시즌 초반을 보내고 있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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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키움 히어로즈 조상우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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