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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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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학생자치, 참여권 제한'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학생자치, 참여권 제한"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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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자치와 참여를 막는 벽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을 향한 무시를, 학생은 미성숙하다는 편견을 없애기 위해, 학생들이 만들어가는 학교를 위해, 우리에게는 경남학생인권조례가 필요하다."

13일 오후 경남 창원 정우상가 앞에 모인 학생, 학부모, 교사, 교장뿐만 아니라 시민들이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바라며 외쳤다. 이날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경남도교육청은 4월 말에 '경남학생인권조례안'을 경남도의회에 제출할 예정으로 지금은 '법제심의'를 받고 있다. 박종훈 교육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 때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공약으로 내걸었고, 이후 공청회를 비롯한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왔다.

이 가운데 일부 종교·보수단체들은 학생인권조례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경남 지역은 최근 몇 년 사이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려고 했지만 무산됐다. '학생인권조례안'이 제출되면 경남도의회가 통과시켜야 제정된다.

이미 서울, 광주, 경기, 전북에서는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되어 있고, 경남에서 하게 되면 전국 다섯 번째다.

이날 도민대회에는 500여명이 참석했다. 박종훈 경남도교육감도 참석해 "학생인권조례 제정하라", "경남도의회는 응답하라"고 쓴 손팻말을 들었다.

집회는 문화공연과 발언으로 진행되었다. 이경희 촛불시민연대 공동대표는 "학생들한테 인권 침해가 있는 한 학교 민주주의는 오지 않는다"며 "법이나 조례는 최소한 이것만이라도 지켜야 하기에 만드는 것이고, 적어도 이것만은 되어야 하기에 만드는 것이다. 경남에서 학생인권조례가 되지 않으면 민주주의가 지체되는 것"이라고 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체벌과 언어폭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체벌과 언어폭력"이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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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발언 "학교 안에서 많은 체벌을 목격해야만 했다"

학생 발언이 이어졌다. 학교에서 겪은 두발·복장 규제를 발언한 지혜 학생은 "처음 중학교에 들어갔을 때 담임 선생님께서는 치마가 짧다는 이유로 학생의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힘차게 때렸다"며 "선생님이 기분이 좋지 않거나 교장 선생님에게 혼이 나고 온 날에는 모두 책상 위로 가방을 올리고 '학생답지 않은' 물건을 소지하고 있지는 않은지 검사를 받아야 했다. 머리가 긴 학생들에게 당장 머리를 묶지 않으면 잘라 버리겠다며 장난스럽게 가위를 들이밀기도 했다"고 말했다.

지혜 학생은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자 등굣길에서 선도부원들에게 귀를 걷어서 피어싱을 하지 않았음을, 손톱을 보여주며 손톱이 단정함을 증명해야 했다"며 "급식실에 갈 때 복장이 바르지 않으면 밥을 먹지 못했다. 저는 몇 년간 이런 억압들을 경험해 오며 끊임없이 질문이 생겼다. 내가 학교에 다닌다고 내 몸이 학교의 것이 되는 게 아닌데, 왜 학생은 교사에게 삶을 감시당하며 살아야 할까?라는 질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학교가 아닌 공간에서 모든 사람이 똑같은 머리, 똑같은 복장으로, 번호와 이름표를 달고 살아가야 하는 곳이 또 존재할까? 바로 감옥이다. 각자 자신의 개성을 부정하고 오직 번호로만 존재해야 수많은 수용자들을 쉽게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관리와 통제를 원하지 않습니다. 몸의 통제는 곧 생각의 통제로 이어진다. 학교가 평등한 공간으로 변하고 학생이 인간답게 살기 위한 시작은 용모의 규제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했다.

또 학생자치에 대해 하지현 학생은 "학교에서 학생회로 일하며 학생자치가 활발히 이루어지도록 노력하고 있다. 여러분들은 학생자치가 무어라고 생각하시나요? 사람마다 생각하는 의미는 다르겠지만, '학생자치중점학교'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저희 학교에서 각 구성원들이 생각하는 의미는 각각 이런 것 같다"고 했다.

그는 "학교장은 '이 시대의 민주시민 양성을 위해', 교사들은 '솔선수범하여 '착한 일'들을 하고, 학생들은 '좀더 다니기 편한 학교를 위해, 자신이 만들어가는 학교를 위해' 학생자치를 꿈꾸거나 혹은 자신의 의미와 다른 방향으로 갈 때 비꼬거나 하는 것 같다"고 했다..

하 학생은 "최근 학교 안 '어른' 중 누군가가 학생자치를 비꼬는 일이 있었다. '너네 학생자치? 이런 거 한다며, 그래서 이렇게 일을 귀찮게 만들었냐. 학교 일은 위에서 차례차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디 한낱 학생이 와서 너네가 뭘 안다고 자치를 하겠다는 거냐?'라고, 그 '어른'뿐 아니라 학교 안 많은 사람들이 학생자치를 아니꼽게 보는 게 느껴졌다"고 했다.

하지현 학생은 "무엇보다도 학생들을 배재한 학교 행정은 학교에 정말로 필요한 일인지 판단할 수 없고, 기존의 쓸데없는 절차들은 학생들의 불편함을 수도 없이 누락시켜 왔다"며 "학생들만큼 학교의 불편한 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고, 학교는 학생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학생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하고 그 목소리를 키워줄 학생 자치는 당연히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다.

권리모 학생은 "어린이집부터 고등학교까지, 저는 많은 체벌을 목격해야만 했다. 초등학교 때 옆 반 선생님은 제 빗자루로 제 친구를 때렸다. 앞으로도 매일매일 볼 선생님이라 생각했기에 친구는 그 고통을 참았다"고 했다.

이어 "중학교 때 음악 선생님은 수업시간에 교과서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들을 줄을 세워 장구채로 머리를 때렸다. 음악 선생님 개인의 판단으로 누군가에게 폭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건 권력이었고 부당한 일이었지만 그때의 저와 다른 학생들은 너무나 익숙한 풍경에 가만히 있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는 "중학교가 끝나갈 시점 어느 수학시간에, 복도에서 큰 소리가 들렸다. 누가 들어도 그 소리는 누군가가 맞는 소리였다. 다들 무슨 일인지 궁금했으나 수업시간이었기에 무슨 일인지 알 수 없었고, 그 일은 그렇게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렸다"고 했다.

또 그는 "고등학교에 올라와서, 수업시간에 저와 같은 반인 한 친구는 화장을 하고 있다는 이유만으로 뒤통수를 맞았다. 저는 직접적으로 맞은 적은 없으나 앉았다 일어서기를 하거나, 수업시간에 존다고 수업시간 내내 뒤로 나가 서 있거나, 단체기합을 받은 적이 있다"고 했다.

권리모 학생은 "많은 학교에서는 아직도 체벌이 일어나고 있다. 학생들이 당하는 체벌이 당연히 여겨질 수 있는 이유는 학생들이 맞을 만한 잘못을 했기 때문이 아니라 청소년의 인권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해서, 침해되어도 되는 권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저는 이 조례가 선생님들이 학생들을 존중하고 체벌이 사라지는 학교를 만드는 튼튼한 기반이 되어줄 것이라 생각한다"고 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 박종훈 경남도교육감이 참석해 손팻말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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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 안에서 학생인권조례 찬성 분위기가 압도적"

정치 발언이 이어졌다. 강선영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경남지부장은 "학생이 인권으로 존중을 받고 행복한 학교가 좋은 학교다"며 "그런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존중을 받지 못한다. 학생으로서 권리를 당연하게 가지도록 해야 하고, 학생인권조례는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고 했다.

어린이책시민연대 소속 한 학부모는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1인시위를 벌였다. 학생은 집이든 학교든 주체적으로 살 수 있어야 한다. 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학부모들도 적극 나설 것"이라고 했다.

정경우 고성음악학교 교장은 "저는 34년간 교단에 섰다. 이전에 즐겨 썼던 말이 '야, 조용히 해라. XXX들아'였다. 몇 해 전 진주인권회의에서 인권선언을 하면서 선생이 그런 말을 하면 안 되겠구나 하고 크게 깨달았다"며 "인권의 중요성과 인권 감수성이 우리 피부로 절실하게 와닿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저는 인권강좌를 듣고 인권교육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인권조례에 반대하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면, 비정상적이다. 사실을 왜곡하고 과장해서, 인권조례가 제정되면 마치 교육이 엉망이 될 것처럼 이야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교장과 교사들이 반대하는 학생인권조례를 왜 제정하려고 하느냐고 한다"며 "얼마 전 교장 13명이 모여서 토론을 했는데, 2명이 반대하고 나머지는 모두 찬성했다"고 했다.

이어 "교사들과 토론을 해보면, 일부 반대하는 의견이 있다. 그렇다고 전체 교사가 반대하는 것으로 왜곡한다. 교단 안에서 학생인권조례를 찬성하는 분위기가 압도적이다"며 "찬반 논쟁이 벌어지는 것은 바람직하다. 찬반 논쟁 끝에 조례가 제정되어 인권 교육이 본격적으로 되었으면 한다. 조례 제정은 기본이다"고 덧붙였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소지품, 두발복장 통제'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한 학생이 발언한 뒤 "소지품, 두발복장 통제"라고 적힌 손팻말을 격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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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의회는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즉시 제정하라"

도민대회 참가자들은 "경남도의회는 경남학생인권조례를 즉시 제정하라"는 제목의 결의문을 발표했다.

참가자들은 "학교라는 틀 안에서 '학생다움'이라는 이름으로 외면해 왔던 인권을, 이제는 자유롭게 해방할 때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던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아픔을 참아야 했던가. 그동안 얼마나 많은 분노를 쏟아내었던가"라고 했다.

이어 "인간이기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 사람이라면 누구도 짓밟거나 짓밟혀서는 안 되는 권리, 그래서 사람이 아닌 하늘로부터 받은 권리, 천부인권이라 하지 않는가. 학생인권조례는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교육이라는 권력 때문에, 침해받은 인권의 제자리 찾기를 위한 첫 걸음이다"고 덧붙였다.

참가자들은 "경남은 현재, 민주주의의 역사보다 더 험난한 인권의 역사 속으로 달려가고 있다. 경남의 교육 주체와 시민사회는 학생인권조례를 제정하기 위해 지난 2008년부터 10년이 넘도록 하나의 목소리를 내어 왔다. 드디어 경남도교육청이 이에 화답하여 경남학생인권조례제정안을 발의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는 시민사회와 교육주체들의 지혜와 용기에 이어 경남도의회가 응답할 차례다. 현재 경남도의회는 경남 학생들의 인권을 옹호하고 제정할 수 있는 충분한 위치에 있다. 경남도의회는 인권의 정의가 강물처럼 흐르는 경남을 만들기 위해 큰 걸음을 내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참가자들은 "학생과 교사를 포함한 학교의 구성원이 모두 인권주체임을 인식하고 이를 지지한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다짐한다", "경남도의회가 경남학생인권조례를 하루 빨리 제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했다.

경남도의회는 더불어민주당 34명, 자유한국당 21명, 정의당 1명이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가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연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에서 전교조 교사들이 노래를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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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촛불시민연대"는 4월 13일 오후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을 위한 범도민대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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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시민들이 창원 정우상가 앞에서 경남학생인권조례 제정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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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경남학생인권조례, #경남도교육청, #박종훈, #경상남도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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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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