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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5월 1일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절 기념 메시지를 통해, 노동 존중 사회를 만들기 위한 사회적 관심을 촉구하였다. 또 주 52시간 근무가 본격화 되고, 최저임금이 현실화되기 시작하면서 표면적으로 노동자의 삶의 질이 높아져 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그러나 아직도 그 범주에 오르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훨씬 많은 듯하다.

<달빛노동찾기>는 주 52시간 제도의 '그늘'에 있는 특례업종(운송, 운송관련 서비스업, 보건 등) 노동자들과 비정규직 또는 야간 노동자들을 인터뷰 한 책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야간노동으로 얻는 경제 효과와 노동자와 시민의 건강과 안전 사이를 저울질 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알게 된다.

24시간 생체리듬을 파괴하는 야간 노동
 
 달빛 노동 찾기. 오월의 봄.
 달빛 노동 찾기. 오월의 봄.
ⓒ 오월의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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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15% 이상이 교대근무 등의 야간근무를 하고 있단다. 우리나라에서는 특별히 2016년부터 모든 야간작업 종사자에 대한 특수검진이 적용 되었다. 야간작업이 산업장에서 뿜어내는 유해물질도 아닌 것 같은데, 왜 특수검진을 시행할까? 

국제 암 연구소에서는 야간근무를 발암 원인으로 지목하였다. 실제 주간 및 야간 종사자와의 비교 연구결과를 보았을 때 위궤양, 수면장애, 심혈관 질환, 유방암, 대사증후군 등이 발병할 위험이 야간 종사자가 2배 이상이었다. 아래 노동자들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그 위험성을 알 수 있다. 
 
"잠을 제대로 못자니까 몸에 무리가 많이 가죠. 한번은 잠도 잘 안오고 목소리가 거의 안나와서 병원까지 찾아갔어요. 의사 선생님이 대뜸 '어떤 근무를 하세요?' 라고 묻더라구요. 주야간 교대근무를 한다니까 그때문이라고 하더군요. 이명이 생긴지도 꽤 됬구요."
- 단체 급식 조리원 박정연씨

주야간 교대근무로 일하는 단체 급식 조리원 박정연씨의 하루 일과는 심하면 수면시간이 3시간 반 조차 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주야 교대 노동자의 경우 주말 수면시간이 주간근무자보다 평균적으로 2시간 이상 많고 수면의 질이 나쁘다. 그리고, 작업 동안 심한 졸림을 호소하는 노동자가 2배 이상으로 많다.
 
"제가 아는 분 중에 대형 견인차를 하시는 분이 있었어요. 그분도 고속도로에서 한 20년 일하셨거든요. 그런데 현장에서 일하다가 돌아가셨어요. 갓길에서 고장난 대형차를 견인하려고 준비를 다하고 딱 출발 하려고 차에서 타다가 뒤에서 오던 화물차에 치인 거죠."
- 한국도로공사 고속도로 순찰원
   
건강 문제는 둘째 치더라도, 현장에서의 아차 사고가 '죽음'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특히, 야간 보다는 교대 근무자들의 사고 가능성이 2배 이상으로 높다. 위의 고속도로 야간 순찰원 뿐만 아니라, 한국 전력공사에서 일하다 죽은 김용균, 구의역 스크린 도어를 수리하다가 사망한 김군도 그랬다.

위의 사례들을 통해 야간 노동이 호르몬을 교란하고, 자칫하면 죽음에 이르게 하는 환경 인자로 작용함을 알 수 있다. 야간 노동자들에게 특수검진이 도입된 이유가 쉽게 설명된다.
   
같은 곳에 살지만, 다른 시간을 살아가는 노동자의 설움
   
특히, 우리나라는 교대제와 야간노동이 장시간 노동과 결합되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더 편하다. 저녁약속은 언제가 마지막이었는지 기억도 안나고 만나는 사람들은 공항 직원들이 전부다. 그녀의 삶은 비행기와 집, 일과 잠이 전부였다.
-항공기 기내 청소 조업노동자 지명숙씨.

항공기 기내 청소를 담당하는 조업 노동자 지명숙씨가 일하는 곳은 근로기준법 59조에 따라, 무제한 연장근무를 허용하는 곳이다. 하루에 15시간씩 일하고 한 달에 연장근로만 90시간인 경우도 적지 않다. 과로사 산재 기준(주60시간)을 훨씬 웃도는 노동시간이다. 덕분에 타인과 연결되어 있는 사회적 연결망 또한 빈약해지고 있다.

2017년에는 항공사에서 유해화학물질의 위험성을 노동자들에게 제대로 고시하지 않은 채 기내 기화소독을 진행하여 직원 6명이 실신하였다. 소독에 포함된 살충제는 1급 발암물질이었고, 유럽연합에서는 사용 금지된 약품임에도 항공사에서는 방독마스크, 보안경, 보호장갑을 지급하지 않았다. 

집단 산재가 일어나자, 회사는 노동부에 보고도 하지 않았고, 보호 장비를 갖추어달라는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았다. 6개월 뒤 언론을 통해 사건이 알려지자, 그들은 재발방지를 약속했다. 이렇듯, 다른 시간대에 일하면서 생기는 설움이 알려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달빛 노동자들에게 주 52시간 제도는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해 지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화로 인해 낮과 밤의 경계가 희미해 지고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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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52시간 제도의 정착을 재량근무제도와 탄력 근무제도의 확대를 통해 피해보려고 하는 움직임이 보인다. 특히, 탄력근로제 도입은 사용자 입장에서 비용을 줄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필요에 따라 한 주 중 어떤 날은 노동자들에게 일을 법정 노동시간보다 더 많이 시키더라도 한 주 전체의 노동시간을 합친 게 법정 노동시간을 초과하지만 않는다면, 연장노동이 발생한 날에 대해 연장수당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특례 업종의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해야 하지만, 이는 '노사간 합의'로 없어질 수 있다. 최대 일 12시간 근무가 가능해졌지만 초과수당 지급 또한 '노사간 합의'로 마무리 될 수 있다. 법적 강제 조치가 아닌 것이다. 이는 노조 조직률이 떨어지는 비정규직 야간 노동자들에게 직격탄으로 날라 온다. 책에서도 안타까운 사례를 들여다 볼 수 있다.
 
'월급이 150만원 가까이 깎이거든요. 생활이 안 되죠. 노사가 적절한 선에서 합의 해야 할텐데 아무래도 작년만큼 월급 보전은 힘들 것 같아요.'

급식 노동자 박정연씨는, 주52시간 법제화로 야간 노동에서는 벗어날 수 있게 되었지만, 임금이 150만 원 정도 깎이게 되었다. 이렇게 되면, 저임금 노동자들은 생계를 위해 자신의 일상에 일을 하나 더 우겨넣을 수밖에 없다.
 
'조영재씨는 병원 조직도에서 최하위 직종이라고 자신을 설명한 바 있다. 하지만 지금은 그 '최하위' 아래 새로운 '최하위'가 생겼다. 외주 용역화 이후 일하게 된 이들 말이다.'
-병원 지원직 노동자 조영재씨와의 인터뷰에서
  
주 52시간제 제외 사업장에 속하는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조영재씨가 일하는 병원에서는 필수적인 의료 인력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직종을 외주 용역화 하였다. 이는 노동자 한 사람이 책임져야 할 병동의 수를 늘리고, 고용은 불안정해지고, 노동 강도를 높인다.

게다가, 일하지 않고 있지만 일을 생각해야 하는 멀티미디어 업종도 문제다. 언제 일이 떨어질지 알 수 없어 24시간 기다려야 하는 방송작가 지은씨의 경우, 업무는 언제 어디서든지 해야 하고 밤샘 노동도 감내해야 한다.

사람은 고무줄이 아니다

안타깝지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질문이 있다. 일을 꼭 꾸준히 많이 해야 사람이 죽을까? 그렇지 않다. 평균 52시간 미달하여도 과로사 또는 과로자살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불규칙, 야간 노동의 경우 주 52시간 미만이더라도 압축노동(하루 20시간 이상의 노동)이나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은 정황이 있을 경우 산재로 인정되기도 한다.
 
수많은 이들이 죽은 다음에 얻을 수 있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치들에 근거한 의사결정이 합리적인가?
- <아픔이 길이 되려면> 김승섭

책을 통해서도 알 수 있지만 아직까지는, 유해한 사업장이라고 밝혀져도 행정조치가 쉽지 않고, 오히려 노동자가 아픈 낌새가 보이면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하는 게 쉽다.

게다가, 4차 산업혁명이 더욱 조명을 밝히고 속도를 더해 가는 데 비해, 달빛 노동자들의 고통은 효율과 편의라는 수사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이렇게 앞만 보고 달려가는 사람들 속에서 야간 노동자들은 달빛보다 더 차가운 도심의 불빛 아래 스러져 간다.

이제는,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치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전주의 원칙을 세워, 사업장이 노동자에게 유해하지 않음을 사전에 증명하고, 유해하다면 미리 차단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 상식이 되는 사회가 되어야 한다. 

올해 2019년 노동절에 문재인 대통령이 어떤 메시지를 노동자들에게 보낼까. 이번에는, 홀로 쓰러져 있는 달빛 노동자를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달에 이 책을 꼭 봤으면 한다.

달빛 노동 찾기 - 당신이 매일 만나는 야간 노동자 이야기

신정임.정윤영.최규화 지음, 윤성희 사진, 김영선, 오월의봄(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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