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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경찰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체포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영국 경찰의 위키리크스 설립자 줄리언 어산지 체포를 보도하는 BBC 뉴스 갈무리.
ⓒ B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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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외교안보 기밀을 폭로한 위키리크스(Wikileaks) 창립자 줄리언 어산지가 체포됐다.

AP,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11일(현지시각) 사지드 자비드 영국 내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영국 주재 에콰도르대사관에 은신하고 있던 어산지를 체포해 경찰이 구금하고 있다"라며 "그는 곧 정의와 마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7년간 어산지의 은신을 도왔던 에콰도르대사관은 영국 경찰의 대사관 진입을 허용하며 어산지의 체포를 도왔다.

어산지가 체포된 직후 미국 법무부는 그를 군사 기밀 해킹과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며 영국 정부에 송환을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어산지의 혐의가 유죄로 인정될 경우 최고 징역 5년 형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어산지는 2010년 미군 정보 분석관이던 브래들리 매닝 일병과 공모해 70만 건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전쟁 관련 보고서, 국무부 기밀 자료 등을 빼내 자신이 만든 폭로 전문 사이트 위키리크스에 올렸다.

또한 25만 건의 미국 외교 전문을 입수해 위키리크스에 폭로하면서 미국 정부로부터 1급 수배 대상에 올랐다.

호주의 기자 출신인 어산지는 2011년 영국에 체류하다가 과거 스웨덴에서 저질렀던 성범죄 2건으로 조사를 받았다. 영국 법원이 그를 스웨덴으로 송환하기로 하자 어산지는 자신을 미국으로 보내려는 음모라고 주장하며 2012년 6월 영국의 에콰도르대사관으로 도피했다.

어산지는 에콰도르로 망명을 신청했고, 당시 남미의 대표적인 반미주의자였던 라파엘 코레어 전 에콰도르 대통령의 지지를 받으며 은신 생활을 했다. 그러나 2017년 친미주의 성향의 레닌 모레노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갈등이 시작됐다.

어산지가 러시아 이중스파이 암살시도 사건, 카탈루냐 분리독립 등 민감한 국제 현안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소셜미디어에 올리자 에콰도르 정부는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간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모레노 대통령의 개인 정보와 부정부패 의혹이 유출되자 에콰도르 정부는 어산지를 범인으로 지목하며 더 이상 보호하지 않기로 했다.

모레노 대통령은 이날 성명에서 "어산지가 다른 국가의 내정에 개입하면서 에콰도르 정부는 한계점에 도달했다"라며, 그가 망명과 관련한 국제규정을 반복적으로 위반하면서 외교적 보호조치를 철회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 정부로부터 어산지가 고문을 당하거나 사형을 선고받을 수 있는 나라로 송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라고 강조했다.

영국 법원은 어산지에 대한 미국의 범죄인 송환 요청을 5월 2일 심리하기로 했다. 어산지의 법률 대리를 맡은 제니퍼 로빈슨 변호사는 기자회견에서 "어산지가 미국 정부의 송환 요구에 맞서 싸우겠다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의 전방위 도청 의혹을 폭로하고 러시아로 망명한 에드워드 스노든은 트위터에 "에콰도르대사관이 어산지를 몰아내기 위해 영국 경찰을 불러들인 것은 역사 교과서에 실릴 것"이라며 "들은 기쁘겠지만 이는 언론자유의 어두운 순간"이라고 비판했다.

반면 제러미 헌트 영국 외무장관은 "어산지는 영웅이 아니라 수년간 진실로부터 도피해왔다"라며 "그는 에콰도르대사관 안에 갇혀 있던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에콰도르대사관을 인질로 잡고 있었다"라고 주장했다.

태그:#줄리언 어산지, #위키리크스, #에콰도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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