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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 가스, 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 모두발언하는 나경원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오른쪽은 황교안 대표.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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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실질적으로 한전이 누적 적자뿐 아니라 배전 유지보수 예산이 상당히 삭감됐다. (중략) 이번 사고의 발생 원인은 어쨌든 유지 관리에 의한 것."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말입니다. 지난 4일 발생한 강원 산불이 문재인 정부가 원전을 줄여 나가는 통에 벌어진 일이라고 주장한 것입니다. 

뿐만 아닙니다. 황교안 한국당 대표는 미세먼지가 한참 심할 때 이렇게 말하기도 했습니다.

"정부의 막무가내 탈(脫) 원전정책으로 원전 가동을 줄이니 미세먼지 증가원인 중 하나인 화력발전을 늘릴 수밖에 없게 된다."

산불도 미세먼지도 한국당이 보기엔 모두 탈원전 정책이 원인입니다. 과거엔 모든 문제의 원인이 북한 때문이라더니, 한국당에게 아이템이 하나 더 생겼나 봅니다. 이제 만악의 근원은 북한이거나 탈원전 정책입니다.

예전에 한국당이 미국을 방문했을 때 전술핵 재배치를 주장한 것에 대해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은 "유례없이 핵 구걸단이 방미한 것"이라면서 "한 핵 줍쇼"라고 비판한 적이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대한민국에서 한국당 만큼 핵을 사랑하는 집단은 없습니다. 이들이 김정은을 핵무기를 이유로 비난하는 것은 확실히 자가당착입니다.

기후변화의 심각성 
 
5일 오전 강원도 속초 장사동 일대 폐차장에 전날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옮겨와 모든 차량이 전소 되었다.
 5일 오전 강원도 속초 장사동 일대 폐차장에 전날 강원도 고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옮겨와 모든 차량이 전소 되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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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각성을 몰랐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 4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둔 데 대해 이런 취지로 해명했습니다. 미세먼지든 산불이든 원인은 탈원전 정책이라고 주장하는 제1야당의 원내대표니 충분히 할 만한 변명입니다.

제1야당의 의도된 헛다리짚기에도 불구하고, 잦은 산불의 근본적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필요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기후변화를 지목합니다.

지구온난화로 인해 전세계적으로 산불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입니다. 산불은 기후변화가 일으키는 여러 재난 중 하나에 불과하지만, 우리는 그 심각성을 이번에 분명히 확인했습니다.

게다가 산불이 나면 기후변화가 더 가속화됩니다. 단 하루이틀만 산불이 나도 배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산불과 기후변화는 서로 나쁜 상승 작용을 일으킵니다.

이번과 같은 사태가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산불 감시 체계를 잘 갖추는 일, 불이 났을 때 최대한 빠르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국가 소방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 그리고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하는 일 등이 필요합니다.

아울러 산불의 근본원인이 기후변화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를 완화시킬 전 국가적 노력이 또한 요구됩니다.

전세계적 노력 
 
지난 2015년 파리협정 당시 모습. 협정이 성사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
 지난 2015년 파리협정 당시 모습. 협정이 성사되자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각국 정상들.
ⓒ wiki commo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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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세계 각국은 과거와는 다른 비상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그 사례가 파리협정입니다. 2015년에 파리에서 세계 196개국이 모여 파리협정이란 걸 맺었습니다. 지구 기온을 산업혁명 이후로부터 2℃ 이상 올라가는 걸 막자고 약속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아무래도 그 정도로는 부족한 것 같아서 최대한 1.5℃ 상승, 그러니까 지금부터로 치면 0.5℃ 상승으로 막아보자고 결의했습니다.

한두 나라도 아니고 196개 나라가 협정에 서명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학교나 직장에서 10명만 모여도 회의하기 어렵고, 결정도 쉽지 않습니다. 그런데 배경과 조건이 모두 다른 196개 나라가 모여 파리협정에 합의했다는 것은 그 만큼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얘기입니다.

이에 따라 한국정부도 계획을 냈습니다.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줄이겠다는 내용입니다 줄이긴 줄이는데, 배출전망치 그러니까 앞으로 2030년까지 아무 조치도 취하지 않았을 때 전망되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37%를 줄이겠다는 뜻입니다.

EU는 현재 1990년을 기준으로 40%의 배출량을 줄이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이에 비해 한국 정부의 배출전망치 대비 37%는 1990년과 비교하면 오히려 80%를 늘리겠다는 목표입니다. "비만이라 문제이니 기준보다 80%만 더 찌겠다"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체중감량의 진정성은 찾아보기 힘든 법입니다.

충분치 못한 한국의 노력
 
"한국의 현재 정책 조합(policy mix)은 그 목표를 달성하는 데도 충분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PBL, 2015). 한국이 자국의 기후 목표 달성을 위해 감축 궤도를 변경하려면...(중략)...에너지세와 전기요금 개혁, 재생에너지원 개발 및 에너지 수요 관리 강화가 반드시 필요하다." - OECD, '2017 대한민국 OECD 환경성과평가', 2017, 7쪽
 
OECD는 한국의 탄소배출량 감축 정책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고 있습니다. 아직 멀었다는 얘기입니다.

사실 답은 나와 있습니다. 어느 나라에서나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주요한 방향 중 하나는 '에너지 수요를 줄이는 것'입니다. 한국도 예외일 수 없습니다. 이를 위해 에너지 수요 관리를 위한 각종 기술들이 개발‧도입되고 있습니다.

'녹색참여소득'의 진가는 여기서 발휘될 수 있습니다. 에너지 수요 감축을 위한 기술개발도 필요하겠지만, 녹색참여소득은 시민의 참여를 통해 에너지 수요 자체를 줄일 수 있습니다.

자동차가 줄어들면 어떤 일이 생길까요. 우선 자동차에 들어가는 휘발유나 경유 등의 사용이 감소하게 됩니다. 석유에서 나오는 온실가스가 감축되겠죠. 또, 휘발유‧경유 등의 사용이 줄면, 정유 공장이 덜 가동되게 될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정유공장의 가동에 들어가는 연료 사용이 줄고, 온실가스가 감축됩니다.

자동차 제조 과정에서도 온실가스는 줄어듭니다. 공장 가동을 위해 전기를 사용하는데, 여기서 나오는 온실가스 소모가 적어집니다. 금속, 유리, 시트, 각종 플라스틱 제품, 타이어 등을 생산하고 그 각각을 조립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온실가스도 줄어듭니다.

녹색참여소득으로 온실가스 감축 
 
걷는 시민의 증가는 마을을, 도시를, 나라를, 세계를 바꿀 수 있다.
 걷는 시민의 증가는 마을을, 도시를, 나라를, 세계를 바꿀 수 있다.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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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전기차가 늘더라도 전기차를 움직이는 전기를 석탄화력발전소에서 생산하는 한 온실가스는 매우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자동차의 숫자 자체를 줄이는 게 훨씬 좋은 일입니다.

자동차 수가 줄어들면 도로를 덜 놓아도 되므로 그 과정에서도 온실가스가 감축됩니다. 도로를 놓는 과정, 도로를 놓기 위해 재료를 생산하는 공정 등 곳곳에서 온실가스 감축효과가 발생합니다.

자동차를 줄인다는 것은 온실가스를 다방면에서 감축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자동차와 석유의 세기였던 20세기는 온실가스를 대규모로 방출했습니다. 온실가스를 감축하기 위한 핵심이 자동차를 줄이고, 더불어 석유 사용을 감소시키는 것이라는 점은 그래서 너무 당연한 귀결입니다.

"오늘 강상구님은 30분 걷기를 통해 온실가스를 OOOg 감축하셨습니다."

녹색참여소득시민들은 앱을 통해 매일 이런 문구를 확인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에 능동적으로 참여하는 세계 시민의 역할을 다할 수 있습니다. 사회는 매우 크게 바뀔 것입니다.

어느 때보다 에너지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것입니다. 다른 분야에서의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도 펼쳐지게 될 것입니다. 실내 냉난방 온도를 너무 높거나 낮지 않게 적정온도로 유지하기 위해 애쓸 것이고, 에너지 효율이 높은 가전제품 이용도 늘어날 것입니다. 이를 닦고 세수할 때 물을 그냥 흘려보내지 않고 받아쓰는 사람들도 많아질 것입니다. 쓰레기는 최대한 줄이고, 플라스틱이나 비닐봉지 사용도 자제할 것입니다.

'선진국'이라면 녹색참여소득을

무엇보다도 녹색참여소득은 한국을 포함해 그동안 기후변화를 야기했던 선진국들에서 적극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기후변화의 원인은 '선진국'이 제공했는데, 피해는 가난한 나라들이 보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한국·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와, 유럽·미국 등은 이를 고려해 책임있게 행동하는 게 맞습니다. 

그동안 기본소득을 실시했거나 실험했던 나라들은 대부분 유럽이나 미국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런 나라들이야 말로, 기후변화에 대한 자신들의 책임을 감안해 녹색참여소득의 도입 혹은 실험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것입니다.

유럽에는 덴마크, 네덜란드처럼 자전거 교통이 발달한 곳들이 많습니다. 걷기 좋은 도시 실험, 자동차 없는 도시 실험 역시 유럽 곳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미국에서도 유사한 실험이 활발합니다.

한편으로 핀란드, 스위스를 비롯해 여러 나라에서 기본소득에 대한 실험이 진행되었거나 논의됐습니다. 안정적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되는 알래스카는 미국에 속한 곳입니다.

그러니, 이러한 각종 시도들이 녹색참여소득과 결합하면 온실가스 배출량 감축과 기본소득 논의는 서로 긍정적 영향을 주며 훨씬 탄력을 받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지구온난화 문제가 최초로 논의되었던 건 1972년이었습니다. 그 이후로 이제 50년 가까이가 지났습니다. 그 사이에도 지구 기온은 계속해서 오르고 있습니다. 이제는 인류가 보다 더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할 때입니다.

태그:#산불, #나경원, #기본소득, #기후변화,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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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 전 대변인, 팟캐스트 노유진의 정치까페2 진행자 정의당 교육연수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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