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광화문 인사이드'는 청와대, 통일부, 외교부, 국방부, 총리실 등을 출입하는 정치부 기자들이 쓰는 '정보'가 있는 칼럼입니다. [편집자말]
 
 미국 개신교 비영리단체 메노파 중앙위원회(MCC)의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면제신청 서류 중 일부.
 미국 개신교 비영리단체 메노파 중앙위원회(MCC)의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면제신청 서류 중 일부.
ⓒ MCC

관련사진보기

국제적인 긴급구호활동으로 잘 알려진 미국 개신교 비영리단체 메노파 중앙위원회(MCC)는 아기 잠옷과 양말, 모자, 속옷, 담요 등으로 구성된 유아 위생꾸러미를 북한에 보내기 위해 UN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면제를 받았다. 꾸러미에 포함된 옷핀이 금수품목이기 때문이다.

비누와 샴푸, 칫솔, 반창고 등을 플라스틱 양동이에 담은 성인용 위생꾸러미도 쇠로 된 손톱깎이 때문에 면제조치가 필요했다. 깨끗한 식수 공급을 위해 지원할 정수기능 플라스틱 양동이는 정수필터가 금수품목이어서 대북제재위원회의 검토를 받았다. 지난 3월 MCC가 대북제재위원회로부터 제재면제를 받은 내용의 일부다.

북한 주민들을 돕기 위해 물품을 보내려면, UN 대북제재 금수품목이 포함돼 있지는 않은지부터 확인해야 한다. 금수품목이 있는 경우, 대북제재위원회의 제재면제를 받아야 물건을 보낼 수 있다. 하지만 옷핀과 손톱깎이처럼, 구호물자 속에 금수품목이 포함돼 있기가 일쑤다.

UN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는 지난 2018년 8월 이행지원정보 7호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전달에 있어 면제 취득을 위한 지침'을 채택했고, 올해 들어 면제 건수가 빠르게 늘고 있는 추세다. 하지만 대북제재위원회가 공개한 면제 내용을 보면 '이런 물품들까지 굳이 제재대상이 돼야 하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2006년 10월 UN 안보리 결의 1718호에 의해 대북제재위원회가 설치된 이래 북한에 대한 제재는 지속적으로 강화돼 온 한편, '본 결의로 인해 대북 인도적 지원이 영향을 받아선 안 된다'는 내용도 결의 때마다 강조됐다. 하지만 금수품목이 늘어날수록 인도적 지원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

그래서 채택된 게 이행지원정보 7호이고, 금수품목이 있을 경우 제재면제를 받는 절차가 마련됐지만 인도적 지원 물품이 전달되는 과정에 어려움은 여전하다. 제재 이행상황을 감시하고 있는 대북제재위 전문가패널도 지난 3월 낸 2018년도 보고서에서 제재로 인해 ▲ 제재면제 과정의 지연 ▲ 대북 금융 채널의 붕괴 ▲ 통관 절차의 지연 ▲ 해외 공급자의 의지 저하 ▲ 인도주의 지원 관련 품목과 활동 비용의 증가 ▲ 인도주의 활동을 위한 자금모집의 감소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패널이 첨부문서로 제시한 22건 중에는 북한의 영양실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한 영농지원 지연 사례도 있다. 한 단체가 지난 겨울 비닐하우스를 지어 올해 내로 채소를 수확한다는 계획으로 2018년 5월에 제재면제 신청을 했지만, 대북제재위가 면제여부를 결정하지 않아 파종시기를 놓치고 말았다는 것이다.  

결의 2397호부터 대폭 늘어난 금수품목
 
발언하는 김정은 위원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No Redistribution)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9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은 제재가 거듭 강화되면서 금수품목의 범위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 기인한다. 결의 1718호(2006년 10월)부터 2094호(2013년 3월)까지는 북한의 핵능력, 탄도미사일, 대량파괴무기(WMD) 개발과 관련된 품목의 북한 반입을 막는 데에 초점을 맞췄다. 하지만 2270호(2016년 3월)부터는 북한 정권의 '돈줄'을 막고 에너지 자원 숨통을 조이는 데에 주력했다.

[ UN 안보리 결의로 북한으로 이전이 금지된 품목 ]
○ 모든 재래식 무기
○ 핵·탄도미사일·WMD 기여 가능성 품목, 이와 관련된 장비 , 기술. 기술 용역
○ 북한의 작전능력에 직접 기여한다고 국가가 결정한 품목
○ 사치품 : 진주가 있는 보석제품, 보석, 보석용 원석 및 준보석용 원석(다이아몬드, 사파이어, 루비, 에메랄드 포함), 귀금속으로 된, 혹은 귀금속 도금 보석제품, 요트, 고급 자동차(대중교통이 아닌 자동차, 경주용 차), 고급 시계, 수상 레크레이션 장비, 스노모빌, 납 크리스탈 제품, 레크레이션 스포츠 장비, 양탄자 및 태피스트리(500달러 이상), 본차이나 등 자기 식기류(100달러 이상)
○ 대량 현금
○ 금
○ WMD 이중 용도 물자
○ 천연가스 액체, 콘덴세이트
○ 정유제품(연간 50만 배럴 상한)
○ 원유(연간 400만 배럴 상한)
○ 기계류(HS 84)
○ 전기기기(HS 85)
○ 마그네사이트 및 마그네시아 포함 토석류 (HS 25)
○ 목재류(HS 44)
○ 운송수단(HS 86~89 : 철도차량, 자동차, 항공기, 선박)
○ 철강 및 여타 금속류 (HS 72~83 : 철강, 철강제품, 동, 니켈, 알루미늄, 연, 아연, 주석, 기타 비금속, 비금속제의 공구, 비금속제의 각종 제품)


금수품목이 가장 폭넓게 설정된 것은 2397호(2017년 12월)다. 이 결의는 무역거래에서 거래 상품의 종류를 숫자로 분류한 HS코드를 사용해 구체적으로 금수품목을 지정했다. HS코드는 6자리로 표시하는데, 결의에서 'HS 11'을 금수품목으로 지정했다면 11로 시작하는 모든 하위품목들이 금수품목이 되는 것이다.

일단 금속으로 돼 있는 물건이라면 2397호가 금수품목으로 지정한 '철강 및 여타 금속류'일 가능성이 높다. HS830110번 자물쇠, 클립, 스테이플(호치키스 알), HS73940번 옷핀, HS731819번 금속나사도 금수품목이다. 이 결의는 '철강 및 여타 금속류'라고 뭉뚱그렸지만 HS코드가 72번부터 83번까지로 매우 광범위하다. 철강, 철강제품, 동, 니켈, 알루미늄, 연, 아연, 주석, 기타 비금속, 비금속제의 공구, 비금속제의 각종 제품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환자 몸무게를 재는 저울은 HS842382번 '기계류'이며, 휴대용 전기랜턴은 HS851310, 흔히 쓰는 AA배터리는 HS850680번으로 '전기기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금수품목이다. 환자와 장애인을 위한 휠체어는 HS871310번으로 금수품목인 '운송수단'에 해당한다. 마찬가지로 '운송수단'에 해당하는 자전거를 타고 북한에 들어가는 것도 결의 2397호 위반이다.

금수품목이 워낙 광범위하다보니 인도적지원만을 위한 물품 중에도 제재에 걸리는 품목이 허다해 웬만해선 제재면제를 받지 않고 지원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남북이 9.19 평양공동선언으로 약속했지만, 경제협력도 제재 하에선 쉽지 않다.

개성공단을 재개하는 문제도 간단치가 않다. 공장의 기계에 칠할 윤활유부터도 금수품목인 '정유제품'이고 생산설비나 공구류, 교통수단 등 무엇 하나 제재에 걸리지 않는 게 없다. 북측에 개성공단 노동자 임금을 지불하기 위해 남측 은행의 개성공단 지점을 다시 여는 것은 결의 2321호(2016년 11월)로 막혀 있다. 결의 2375호(2017년 9월)는 북한이 개성공단 생산품목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섬유(직물, 의류 완제품 및 반제품) 수출을 금지했고, 북한과의 합작사업도 막았다.

[북한은 수출금지, 북한으로부터 조달금지된 품목]
○ 모든 재래식 무기
○ 핵·탄도미사일·WMD 기여 가능성 품목, 장비 , 기술. 관련 기술 용역 등
○ 석탄(나진항 경유 석탄 제외) 철 철광석
○ 금, 티타늄광, 바나듐광, 희토류
○ 동 니켈, 은 아연,
○ 조형물
○ 해산물(조업권 포함)
○ 납, 납 광석
○ 섬유(직물, 의류 완제품 및 반제품)
○ 식료품 및 농산품


'제재 유지'와 '실질적 완화' 동시 충족 묘수 제시해야
 
 비정부기구 핸디캡 인터내셔널의 대북 인도적지원 제재면제 신청 서류 중 일부
 비정부기구 핸디캡 인터내셔널의 대북 인도적지원 제재면제 신청 서류 중 일부
ⓒ Handicap International

관련사진보기

이같은 강력한 제재는 북한으로 들어가는 것도 나오는 것도 없게 만든 셈인데, 미국 정부는 '최대 압박'(maximum pressure) 제재라고 부르고 있다. 북측은 2016년부터 2017년까지 채택된 결의 2397호, 2375호, 2371호, 2321호, 2270호 5가지 중 민수경제 관련 부분들을 먼저 해제해달라는 입장이다.

북한의 도발이 없는 한 제재가 강화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기자회견에서 "이미 제재는 강력한 상황이고 제재를 추가하는 일에 대해선 언급하고 싶지 않다. 많은 북한 사람들도 살아야 한다"고 말했고, 지난 3월 22일엔 트위터로 미국 독자제재를 추가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동시에 미국 정부 인사들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FFVD)를 이룰 때까지 제재를 유지할 것'이라 공언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에 임하는 문재인 대통령은 어떤 식으로든 북미 사이에 타협의 여지를 만들어내야 할 입장이다.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내적으로 'FFVD 비핵화 때까지 제재는 유지된다'는 입장을 유지할 수 있어야 한다. 동시에 북한이 '민수경제 관련 우선 해제'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타협안이라야 북미 양측의 비핵화 협상이 재개될 수 있다.  

촘촘한 제재 그물을 거둬들이지 않으면서도 그물코를 넓히는 묘안이 필요한 셈이다. 

댓글5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