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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성화고 현장 실습의 문제점과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 장면. 왼쪽 첫번째가 하인호 교사.
 특성화고 현장 실습의 문제점과 노동인권 교육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 장면. 왼쪽 첫번째가 하인호 교사.
ⓒ 교육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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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구의역 사망 사고(2016년, 19세 비정규직 노동자), 제주도 생수 공장 사망 사고(2017년, 18세 특성화고 학생), 태안 화력발전소 협력업체 사망 사고(2018, 24세 비정규직 노동자)와 같은 답답하고 슬픈 소식이 들려올 때면 생각나곤 하는 한 사람이 내겐 있다.
     
1954년생 특성화고 교사 하인호. 이유가 있다. 노동현장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고는 개선되지 않는 열악한 노동환경과 국가나 사회로부터 외면당해온 노동인권 문제와 관련되어 있는 것인데 교사 하인호야말로 '노동인권교육운동'의 대부이기 때문이다.

왜 대부인가. 그것은 1981년 사립인 경인여상(현 인천보건고)에서 상업 교사가 된 후로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일별해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전교조 참교육실천위원회 산하 실업교육분과장(1993), 전교조 실업교육위원회 초대 위원장(2002), 교육혁신위원회 직업교육전문위원회 전문위원(2004),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 공동 집필과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창립 참여(2005) 후 현재까지 활동, 직업교육진흥국민연대 사무국장(2007), 그리고 인천교육희망네트워크 공동대표(2017).

실업 교육, 직업 교육, 노동인권 교육

우리는 대개 '교육문제'하면 입시 무한 경쟁에 내몰리는 학생들부터 떠올리기 십상이다. 살인적인 장시간 공부 노동, 성적 비관 자살, 공고한 대학 서열, '학종'과 '수능' 사이의 딜레마 등등. 그러나 교사로서 하인호의 마음을 사로잡은 핵심 키워드는 처음부터 실업 교육, 직업 교육, 노동인권 교육이었다.

그래서 먼저 물었다. 실업계고 학생들의 학습권과 노동인권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된 결정적인 계기 같은 것이 있다면 그게 뭐였느냐고. 첫 학교인 경인여상 얘기부터 나올 줄 알았는데 그건 건너뛴 하인호는 복직(그는 1992년 해직교사원상회복추진위원회 인천 추진위원장으로서 해직을 당했었다)을 했던 학교 얘기를 하나 꺼냈다.

"1994년 여상으로 복직했는데 졸업생들이 은행에 취직하려면 '키 163m 이상, 몸무게 53kg'라는 조건을 통과해야 된다고 하더군요."

그로선 좌시해선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전교조는 아직 그런 문제를 제대로 대처할 수 있는 경험이나 체계를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그래서 그는 여성민우회를 찾아가 도움을 청하고서 함께 무려 43개의 기업을 남녀고용평등법 위반으로 고발한다.

"이 일을 계기로 조기 취업 형태로 운영되는 직업계고 현장실습이 가진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게 되었지요."

그로부터 8여년이 지난 후 마침내 전교조에도 실업위원회가 구성(2002)되고 그는 초대 위원장이 되는 것이지만 한시바삐 '실업계고 현장실습 문제'를 사회 문제화시키고 싶었던 그가 찾아간 곳은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위원회가 주최한 '청소년 노동의 실태와 문제'를 토론하는 자리였다.

토론자로 참석한 하인호는 "아르바이트 뿐 아니라 실업계고의 현장실습 또한 그 문제가 심각"함을 알렸고, 참여연대와 함께 현장실습 개선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다. 전교조는 여전히 실업계고 문제를 전교조의 주요 사업으로 가져올 만큼의 역량은 되지 않아 보였던 것이다.

"'교육' 아닌 열악한 노동 강요받는 특성화고 학생 현장실습은 폐지되어야 한다"
 
 2004년 출간된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 표지
 2004년 출간된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 표지
ⓒ 사람생각 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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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노동인권교육'의 전장(!)에서 백전노장이라고 할 하인호가 특별히 기억하고 싶은 해가 하나 있다. 2004년이다. <똑똑, 노동인권교육 하실래요?>라는 책이 출간된 해이자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가 창립된 해이기 때문이다. 인권운동사랑방이 제안한 책을 공동 완성 한 것은 하인호의 전교조실업교육위원회를 비롯, 불안정노동철페연대, 21세기청소년공동체 '희망', 민주노동당이었다.

"1년 6개월 책 작업을 하는 동안 특성화고(직업계고) 현장실습문제의 심각성을 재인식하고 그 정상화방안을 이끌어 내려고 분투했지요. 또한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는 노동인권교육워크숍, 청소년노동실태조사, 청소년노동인권교육 등, 짧은 시간 동안 기대 이상의 관심과 실천을 일구어 냈고요."

적지 않은 하인호'들'이 하고 싶은 말은 간명하다. 특성화고(직업계고)학생들의 현장실습은 '조기 취업'이 아니라 문자 그대로 '교육'이 되어야 한다는 것. 학생들의 숱한 죽음은 '교육' 과정에서가 아니라 '열악한 노동'을 강요받는 와중에서 왔다는 것이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한다면 '교육계의 오랜 적폐'인 현장실습은 하루빨리 '폐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너무도 당연해 보이는 하인호의 오랜 호소와 주장과 분투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는 퇴임 2년 째던 2017년 LG 유플러스와 제주도의 생수 공장에서 일어난 현장 실습생 사망이 일어난 당시를 떠올렸다. 그 대책위원회에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활동가 자격으로 참여했던 그였다.

"대책위원회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폐지'를 요구했는데 공고(직업계고)에서 연속 3학년 담임을 하고 있다는 한 전교조 조합원이 항의를 해 왔습니다."

그의 항변을 간단히 줄이면 이랬다. 올해 우리 반 학생들은 (현장실습 덕분에) 취업을 많이 할 수 있었다. 근무 여건이 열악하지만 그래도 지금껏 근무 잘 하고 있다. 현장실습 만족도도 높다. 제도를 보완 해야지 폐지를 하면 안 된다. 다시 말해 '기-승-전-취업'이었다. '폐지'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던 당시, 청와대 게시판에 올라 온 직업계고 학생들의 글은 또 어땠던가? '극소수의 의견만으로 현장실습을 폐지하다니요. 세월호 사고 났다고 수학여행 금지 시키더니, 현장실습하다가 죽었다고 실습 폐지라니요. 우리들 꿈을 짓밟지 마세요.'

"내가 지금 뭐하고 있는 것인가? 교사와 학생은 조기 취업만을 원하는데…"

이런 생각이 안 들 수가 없었다고 했다. "그때는 참 힘들었지요." 그러나 생각건대 잠시 그랬을 뿐이었을 것이다. 내 귀로는 그가 기회가 날 때마다 수백 수천 번도 더 했을 절규에 가까운 호소가 들리는 것만 같기 때문이다.

"현장실습제도는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제도이다. (…) 제대로 교육 기회를 제공하지 않고 실망스런 취업 경험이 될 뿐인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것은 사업장의 질서와 속도에 익숙해지는 것, 철드는 것, 세상살이가 만만치 않다는 것을 배우는 것이며 한마디로 '순응하는 근로자'가 되는 것이다." ('교육적 목적을 상실한 채 학생들을 사지로 내모는 산업체 파견 현장실습, 이제는 중단해야 한다'는 글에서)

싹도 트고 꽃도 핀 '노동인권교육', 아직 갈 길은 멀다  

하인호들의 오랜 분투에 결실이 없었던 건 물론 아니다. 노동조합, 노동자의 권리, 노동 인권, 아니 '노동'이라는 말 자체를 불온시 하고 금기시 해온 역대 권위주의 정치권력과 자본 권력의 검은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는 이 나라에서, 하인호의 말처럼 "이젠 '노동인권교육'이란 말이 자연스럽게 사용될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그는 "노동인권교육은 활짝 꽃을 피운 것처럼 보인다"고도 말했다.

실제로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상당수 시도 교육청은 학생 대상 노동인권교육과 함께 교사 대상 노동인권교육 직무연수를 개설했고 노동인권교육 조례를 제정하는가 하면, 관련 교과서와 교재도 만들었다. 그리고 지자체, 고용노동부, 국가인권위원회 같은 정부 기관에서도 관련 정책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전교조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를 묻자 그는 "노동인권교육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진 지금이야 말로 노동의 가치, 노동자의 권리, 노동의 연대를 포함하는 노동인권교육을 전교조의 조직적 실천으로, 조합원 개개인의 대중적 실천에 나서야 할 때" 임을 거듭 강조했다.

2016년 8월로 하인호는 36년 교직 인생을 마감했다. 그는 학교를 나가서도 달라질 건 없을 건데 따로 퇴임식을 가질 필요가 뭐 있느냐고 했지만 그의 수많은 동지들은 그럴 수가 없었다.

'노동자 하인호, 정년(精連, 정을 잇다)하다'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대부'라 불리는 교사 하인호
 청소년 노동인권교육의 "대부"라 불리는 교사 하인호
ⓒ 사진기자 최승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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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인천지부, 청소년노동인권네트워크, 인천평화복지연대, 지역아동센터 '늘푸른교실', 노동자교육기관 그리고 제자들이 3개월 여 걸쳐 준비한, '하인호와 함께 운동과 활동을 해온 사람들이 서로 만나는 자리'였던 퇴임행사의 제목이다.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그런 자리였다는 말이다. 노동인권의 갈 길은 아직 멀다는 뜻이기도 했을 것이다.

그런데, 전직 교사 아내의 지아비이자 둘 다 음악을 하는 아들과 딸의 소중한 아버지인 하인호, 그는 최근 병마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세상과 교육의 적폐를 청산하는데 헌신하다 '내 몸 안의 적폐'(하인호 선생 자신의 말)를 챙겨보지 못한 까닭이라 생각하니 내 가슴도 아려온다.

"깨치고 나아가 끝내 이기리라!"

그가 퇴임 행사를 회고하며 쓴 글의 마지막 말은 노래 <상록수>의 이 같은 한 구절이었다. 정녕 그러리라, 나는 소망하고 또 믿는다. 하인호 선생의 몸과 마음도. 그리하여 청소년 노동인권의 앞날도!

덧붙이는 글 | 이 기사의 앞부분 일부를 수정하여 전교조 신문인 <교육희망>에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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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했고 현직 교사이다. <교육공동체 벗>의 조합원으로서 격월간지 <오늘의 교육> 필진이기도 하다. <교사를 위한 변명-전교조 스무해의 비망록>, <윤지형의 교사탐구 시리즈>, <선생님과 함께 읽는 이상> 등 몇 권의 책을 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