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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성범죄 의사', 1년 넘게 공공의료원에 재직>에서 이어집니다.

'성범죄 의사의 의료행위'를 둘러싼 비판은 이전부터 꾸준히 제기돼왔다. 유죄 확정 판결 후에도 순천의료원에서 계속 근무해온 이번 사례처럼, 현행법은 의사면허 취소나 취업제한에 관대한 편이다.
  
 2011년 발생한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성균관대 의대에 진학해 2019년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앞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2011년 발생한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성균관대 의대에 진학해 2019년 의사국가고시 응시를 앞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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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는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의사국가고시를 앞두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졌다. 그는 2011년 4월 고려대 의대 재학 중 술 취한 동기 여학생을 다른 남학생 2명과 성추행·불법 촬영한 혐의로 2012년 6월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됐다. 당시 출교됐던 이 가해자는 복역 후 2014년도 수학능력시험을 치러 성균관대 의대에 입학했다. 큰 이변이 없다면 그는 2020년 의사면허를 취득할 수 있다.

2007년 경남 통영 의사의 환자 성폭행 사건 때도 비슷한 논란이 일었다. 수면내시경 치료를 받으러 온 여성 환자들을 성폭행한 그는 징역 7년을 선고받았다. 이때 경남도의사회는 해당 의사를 제명했으나, 그의 의사면허는 이와 무관하게 유지됐다. 지난해 2월 <경향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 의사는 경남 다른 지역에서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문제의 '의료법 8조'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아도 의사면허는 그대로 유지된다. 성범죄뿐만 아니라 웬만한 범죄를 저질러도 똑같다. 의사가 살인, 업무상 과실치사, 사체 유기 등으로 처벌을 받아도 의사면허를 취소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의사국시 합격률은 지난 5년 평균 약 94%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고려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내년에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에 따르면 의사국시 합격률은 지난 5년 평균 약 94%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고려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가 내년에 의사 면허를 취득하게 될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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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법 8조는 특정 범죄를 저질러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였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는 면허를 취소한다. 그 대상은 다음과 같다.

▲ 의료법 ▲ 형법 233조(허위진단서 등의 작성), 234조(위조사문서 등의 행사), 269조(낙태), 270조(의사 등의 낙태, 부동의 낙태), 317조(업무상 비밀 누설) 1항 및 347조(사기, 허위로 진료비를 청구하는 경우만 해당) ▲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 ▲ 지역보건법 ▲ 후천성면역결핍증 예방법 ▲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 농어촌 등 보건의료를 위한 특별 조치법 ▲ 시체해부 및 보존에 관한 법률▲ 혈액관리법 ▲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 약사법 ▲ 모자보건법 ▲ 그 밖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의료 관련 법령

그런데 어떠한 성범죄도 여기에 들어가 있지 않다. <오마이뉴스>가 취재한 '불법 동영상 유포' 순천의료원 의사나 고려대 의대 성추행 가해자, 통영 성폭행 의사 등이 금고 이상 형 확정에도 여전히 의사인 이유다.

이 조항은 2000년 7월 전까지만 해도 지금과 달랐다. 이전까지는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의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의 의사면허를 취소하도록 돼 있었다. 범죄의 종류는 따지지 않았다. 그런데 2000년 7월, 이 조항은 '의료 규제를 폐지하거나 합리적으로 개선, 국민의 의료 이용 편의와 의료 서비스의 효율화를 도모'한다는 이유로 현재처럼 면허취소 대상범죄를 특정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면허 취소? 재교부 승인률 97.5%

다른 전문직과 비교해도 현행 의료법의 의사의 면허취소 사유는 매우 관대한 편이다. 변호사, 법무사, 공인회계사, 대학교수, 공무원, 세무사, 변리사 등의 경우 범죄의 종류와 상관없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을 경우 3~5년 자격을 잃게 된다. 2000년 7월 이전 의료법이 이와 비슷한 셈이다. 일본의 의사법은 "벌금 이상의 형에 처해진 사람"에게 면허취소 혹은 3년 이내의 의료업 정치 처분을 내리도록 돼 있다.

행여 면허가 취소되는 범죄를 저질러도, 면허를 재교부 받는 것 또한 그리 어렵지 않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2015년~2018년 9월 의사면허 재교부 신청 및 결과' 자료에 따르면 재교부 신청한 41건 중 40건이 승인돼 97.5%의 승인률을 기록했다. 면허 취소 때부터 재교부까지 걸린 시간도 길어야 5년, 짧으면 2년 정도였다.

당시 남 의원은 "의료계를 비롯한 국민 모두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의료인 면허 규제와 징계정보 공개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할 때"라고 제안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러한 지적들이 있어 (보건복지부 자체적으로 의사면허 재교부를 판단하는 것이 아닌) 위원회 구성, 의료인 협회의 자문 등의 제도적 고민은 하고 있다"라면서도 "현행 의료법에 구체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현재 방식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사 출신의 박호균 변호사는 "의사가 형사처벌을 받더라도 면허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인식과 함께 생명경시, 금전만능주의가 맞물려 윤리 불감증으로 이어지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라며 "이는 특정 의료인에 대한 불신을 넘어 의사 집단 전체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같은 법적 공백 상태에 계속 눈을 감는 것은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며 "윤리적이지 못한 의료인에게 생명과 건강이라는 최우선의 가치를 맡길 수 없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의료법 개정을 통한 면허 규제는 의료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올바른 의료제도를 보유할 수 있는가'의 문제"라며 "우리 사회의 대표적 전문직인 의료인의 직업윤리가 바로 설 수 있도록 법과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믿을 건 취업제한뿐인데...

그나마 성범죄 의사의 경우 취업을 제한할 수 있는 법이 만들어졌지만, 이마저도 규제가 느슨해지는 추세다. 2012년 2월 개정돼 같은 해 8월부터 시행된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에는 성범죄 의사의 취업제한과 관련된 내용이 처음 들어갔다. 당시 조항에 따르면, 의료인이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뿐만 아니라 성인 대상 성범죄를 저질러 형 또는 치료감호를 선고받을 경우 10년 동안 의료기관에서 일할 수 없었다.

2016년 7월 헌법재판소는 이 조항을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범죄 행위나 재범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해선 안 된다는 취지였다. 이에 따라 당시 여성가족부는 '최대 30년 법안'(▲ 성범죄로 3년을 초과하는 징역 또는 금고형을 선고받으면 취업제한 30년 ▲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금고형이나 치료감호를 선고받으면 15년 ▲ 벌금형을 선고받으면 6년)을 제시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의 강한 반발에 부딪혔다.

결국 국회는 취업제한 기간을 최대 10년으로 하는 안을 통과시켰다. 판사가 형을 선고할 때 취업제한 기간도 함께 판단하도록 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재범의 위험성이 현저히 낮은 경우, 그 밖에 취업을 제한해서는 아니되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 취업제한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단서 조항까지 들어갔다. 지난해 7월 17일부터 시행돼 현재까지 유지되고 있는 이 개정안에 대해 당시 대한의사협회는 환영의 입장을 표명한 바 있다.

여러 성범죄 사건을 다룬 한 변호사는 "(범죄의 성격과 상관없이) 무조건 10년 동안 취업을 제한하는 것과 관련해 헌법재판소가 위헌 결정을 내린 것은 적절한 판단이었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단서 조항까지 추가된 상황에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 없이 취업제한 판단을 완전히 판사에게 맡기도록 한 개정안은 고민해볼 지점이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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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법조팀. 선악의 저편을 바라봅니다. extremes88@oh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