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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학력 책임교육의 본질이 무엇인가?
 
국회의원 전희경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의원 전희경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김무성, 정태옥, 정유섭, 김학용, 김승희, 박덕흠, 강석호, 민경욱, 김현아 의원이 참여했다.
▲ 국회의원 전희경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국회의원 전희경이 대표발의한 초중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으로 김무성, 정태옥, 정유섭, 김학용, 김승희, 박덕흠, 강석호, 민경욱, 김현아 의원이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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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열명이 지난 3월 29일 초‧중등교육법 제9조를 개정하자는 의견을 냈다. 초‧중등교육법 제9조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 평가 방식을 전수 조사로 하고 그 결과를 의무로 공개하도록 해서 평가 신뢰도를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뜻이라고 한다.

같은 날 교육부는 '기초학력 지원 내실화 방안'을 발표한다. 내년 3월부터 기초학력 미달 학생을 파악하는 진단평가를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1학년까지 의무로 하겠다고 한다. 모든 초1부터 고1 대상으로 학습 부진아를 변별하는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내용의 기초학력 보장법을 상반기에 제정하기로 했다. 해마다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늘어나면서, 표집 학교를 뺀 학교 학생들의 기초학력 진단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자 신문들은 기다렸다는 듯 자극스런 제목으로 이들을 편들었다. "중‧고생 10%가 '수포자'…기초학력 미달학생 늘고 있다, "분수도 몰라요"…수학 학력미달 고교생 5년새 2배로 늘어, 중고생 학력저하 쇼크…10% 이상이 수학 낙제, "지수‧로그 함수는 외계어" 고교생 10명 중 6명이 수포자……"

과연 무엇이 쇼크인가? 무엇이 본질인가? 아이 하나 하나를 학업성취도평가로써 선별하고 분리해서 잘하는 학교와 못하는 학교, 공부 잘하는 아이와 못하는 아이를 알려주는 게 본질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내 보기엔 현실을 몰라라 하고 허튼 대책을 떠벌리는 정치인과 교육부 대책이 더 쇼크다.

일제고사에서 우린 무엇을 얻었는가?

학업성취도평가는 학업 성취 수준을 살펴 교육과정을 개선하는 데 쓰겠다고 1986년부터 해왔다. 그뒤 김영삼 정부(1993~1997)에는 전수 평가, 김대중·노무현 정부(1998~2007)에는 표집 평가였다가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전수평가로 바꾼다. 천천히 배우는 학생(기초학력 미달학생)을 돕는 기초자료로 삼겠다는 뜻이었지만 학생들의 시험 부담을 늘리고 학교 서열화라는 부작용이 심했다.

2013년 박근혜 정부는 중3과 고2를 빼고 초등학교 6학년의 일제고사를 없앤다. 2017년에 이르러 교육부는 중3과 고2 학생 모두를 대상으로 한 학업성취도평가를 표집 방식으로 바꾼다. 이때 교육부는 "평가 결과 공개에 따른 시·도 및 학교 간 등수 경쟁, 시험에 대비한 교육과정 파행 운영 우려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뒤 무엇이 달라졌나.
 
 2018년 3월 28일 교육부 발표 자료
 2018년 3월 28일 교육부 발표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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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평가 결과만으로 아이들을 나무라고 교사를 비난한다. 아이들은 빈둥거리고 교사들은 노력하지 않았다고 한다. 백 걸음 양보해서 설령 그렇다 쳐도 여기엔 평가도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전제가 숨어있다. 가령, 2학년 아이한테 3학년 수준의 문제를 주었다면 어찌 되겠는가. 지난번보다 어려운 문제를 주고 제대로 풀지 못했으니 학력이 떨어졌다고 두말 않고 단정지어 말할 수 있을까.

해마다 수능이 끝나면 난이도 조절에 실패했다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올해도 불수능, 역대급 물수능, 킬러문제, '스피드 테스트'로 변질된 수능, 찍기보다 낮은 '정답률 18%'' 같은 떠도는 말들을 보라. 하물며 대학입학수학능력시험을 두고도 이렇게 말이 많은데, 학업성취도평가 문제를 두고는 누구도 말하지 않는다.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는 우수, 보통, 기초, 기초미달 네 가지로 구분한다. 기초미달은 기초적인 개념조차 알지 못하는 수준으로 본다. 지난 3월 28일 교육부는 2018년 평가 결과를 공개한다. 수학과에서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높게 나오자 언론은 중, 고등학교 학생 열에 하나는 수포자라고 호들갑을 떤다. 연도별 기초학력 미달 비율 추이를 살펴보자. 
 
 연도별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변화, 교육부 자료 참고
 연도별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 변화, 교육부 자료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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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걸음 물러나 고작 2년 간 표집 평가 결과로 기초학력 미달학생이 크게 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2008년, 2009년에 10퍼센트가 넘던 중3 기초학력 미달학생 비율이 2010년에 뚝 떨어진 까닭은 무엇일까. 일제고사가 교육현장을 왜곡했기 때문이다. 학교별 성취수준 비율만 공시사항이고 학교나 지역별 세부 통계는 비공개였지만 일부 공개한 수치로 학교를 줄 세우고 학업성취도 점수를 끌어올리려고 초등학교에서 밤 9시까지 야간 자율학습을 시키는 일까지 벌어졌음을 벌써 잊었는가. 
 
강제로 '야자' 문제풀이 올인 '빗나간 성취' <경향신문> 2010년 12월 1일 1면
▲ 강제로 "야자" 문제풀이 올인 "빗나간 성취" <경향신문> 2010년 12월 1일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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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3월 언론은 충북 옥천군과 강원 양구군을 공교육의 기적으로 추켜세운다. 하지만 그 뒤에는 부진아라는 이유로 밤 열 시까지 초등학생을 붙잡아놓고 문제풀이를 시키는 일이 벌어졌음을 우리는 모르지 않는다. 6학년 교실에서는 교육과정과는 다르게 일찌감치 진도를 빼고 문제풀이 수업이 공공연하게 이뤄졌다. 심지어 6학년 가서 볼 일제고사를 대비해서 5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시·도교육청 차원에서 일제고사를 치르는 곳도 있었다.

이게 과연 믿을 만한 평가 결과인가.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얻었는가. 온 나라 학교를 성적으로 한 줄로 세워 경쟁을 불러일으키고 교육과정을 파행으로 운영하도록 하지 않았는가. 아이들에게 부정 행위를 부추기고 성적을 조작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러니 평가의 신뢰도와 국민의 알 권리를 앞세운 전수 평가는 결국 시계를 거꾸로 돌려 반교육의 역사로 되돌아가자는 소리다.

물론 공교육에서 기초학력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찾아내 책임지고 가르쳐야할 의무를 몰라라 하자는 소리는 아니니 오해 없길 바란다. 하지만 기초학력 미달학생을 찾을 요량으로 한날한시에 같은 시험지로 온 나라 아이들이 시험 봐야 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기초학력 책임교육을 제대로 하자면

기초학력 미달학생, 바꿔 말해서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진정으로 도와주려는, 좋은 뜻이라면 담임교사가 아이 하나 하나를 살펴 이야기 나누고 찬찬히 가르칠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아이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이 누구이겠는가. 담임교사다. 담임교사를 믿고 지도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지원해야 한다. 그러자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낮은 학년 학급당 학생 수를 줄여야 한다. 교육통계 수치로만 보면 해마다 인구가 줄고 거기에 비례해 학생 수도 줄어드니까 교사 1인당 학생 수나 학급당 학생 수도 줄어든 게 사실이다. 교사 1인당 학생수만 보면 2005년 25.1명에서 2017년 14.5명으로 10.6명이나 줄었다.

하지만 이때 교원 수에는 실제로 수업하지 않거나 한 주에 한 시간도 하지 않는 교원까지 죄다 든, 거짓 수치다. 재적 학생 수를 전체 교원 수로 나눈 평균 값인 까닭에 교장, 교감뿐만 아니라 비교과교사(영양, 보건, 전문상담, 사서)까지 교원 수로 잡힌다는 허점이 있다. 이들은 수업을 하지 않거나 없는 교원들이다.

가령, 학생 수 977명, 학급 수 36학급, 교원 수 54명인 학교로 가정해 보면, 교사 1인당 학생 수는 18.9명(977명÷54명)이지만, 실제 학급당 학생 수는 27.14명(977명÷36학급)으로 큰 차이를 보인다. 대안으로 학생 간 학력 차이가 크게 나는 수학이나 국어과 수업에 교사 둘이 공동으로 하는, 협력교사를 두는 방법도 있지만 현장교사의 반응은 생각보다 싸늘하다.

현실적으로 한 교실에서 교사 둘이 협력교수를 하자면 그만큼 손발이 맞아야 한다. 수업에 앞서 충분한 시간을 두고 담임교사와 협력교사가 수업 계획을 만들어야 한다. 아무래도 담임교사가 책임을 한층 무겁게 져야 하는 구조일 수밖에 없다. 또, 지난 2010년 학습보조인턴교사제를 시행한 일이 있는데 그 사업이 왜 실패했는가를 톺아보아야 하겠다.  

무엇보다 한글, 기초수학 같은 모든 공부의 밑바탕을 다지는 시기인 1, 2학년 교실의 학생 수를 줄이려는 노력만이 가장 확실한 대안이다. 교사의 품과 정성이 매우 많이 드는 일이다.

실제로 신도시 개발이나 지역 내 인구 이동으로 25명이 넘는 과밀학급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교실에서 교사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꼼꼼히 진단하고 기록하고 지원하라고 하는 건 무리다.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기 어렵다면 1, 2학년 교실 학생 수를 줄이는 방법도 고려해볼 만하다. 낮은 학년에서 기초학력을 제대로 잡아준다면 학년이 높아졌을 때는 그만큼 교사의 손길이 줄어들 수 있다.
 
초, 중, 고등학교 학급당 교원 수 교육통계 서비스 2018년 자료로 초, 중, 고등학교 학교별 교원 수를 학교급별 학급 수로 나눈 수치임
▲ 초, 중, 고등학교 학급당 교원 수 교육통계 서비스 2018년 자료로 초, 중, 고등학교 학교별 교원 수를 학교급별 학급 수로 나눈 수치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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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이 조금 다른 말이지만, 초등학교 교사를 중, 고등학교 교사 수준으로 늘려야 한다. 상식의 잣대로 볼 때 초, 중, 고 학생 가운데 교사의 손이 세심하게 더 가고 눈길이 더 많이 닿아야할 아이들이 누구인가. 초등학생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초등학교보다 중학교, 중학교보다 고등학교의 학급당 교원 수가 더 많다.

2018년 교육통계치로 셈해 보면, 초등학교 학급당 교사 수는 1.5명인 반면 중, 고등학교는 각각 2.1명, 2.3명이다. 초등학교는 수업을 하지 않는 교원을 빼고 나면 거의 모두 담임교사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교과별 수업이 이루어지는 중, 고등학교와 다르게 초등 교사는 수업뿐만 아니라 담임한 교실 아이들 일상 하나 하나를 온전히 혼자서 감당해야 한다.

교사는 '학생을 교육한다'는 법령부터 지켜라

담임교사가 교실 수업과 학생 상담, 기초학력 책임교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령, 강원도교육청에서 추진하는 학교업무정상화방안을 꼽을 수 있겠다. '정상'은 '제대로 된 상태'를 말한다. 학교는 우리 사회에서 학생 교육을 맡은 곳이고, 교사는 학생 교육을 맡은 사람이다.

초·중등교육법 제20조 제③항에서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한다"고 했다. 나머지 사람들은 교사가 학생 교육을 제대로 하도록 지원하는 일을 할 때 학교가 정상이다. 교사가 행정 업무를 할 수도 있지만 그게 교사 본연의 일이 아니다.

같은 조 제⑤항에서 "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고 분명히 말한다. 하지만, 법만 그렇다. 교실을 들여다보면 교사가 자신이 맡은 수업이나 학생 상담, 기초학력 책임교육에 온전히 정성과 노력을 기울일 수 없다. 관행에 따른 업무 중심으로 움직이는 학교 문화나 교사 고유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업무 분장으로, 교사는 '교육부→시·도교육청→교육지원청→교장→교감→부장교사→업무담당자'라는 관료 체제에서 말단으로 기능할 때가 더 많다.

이 땅에서 교사를 보는 눈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아무런 대가 없이 희생을 요구할 때는 성직자라고 꼬드기고, 게으르고 무능한 집단으로 싸잡아 비난할 때는 전문직으로 추켜세우고, 업무를 말할 때는 성실과 복종의 의무로 관료제의 말단임음 강조한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교사에게 준 일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아야 한다.

교사는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학생을 교육'하는 일을 맡은 사람이다. 그 일을 제대로 하게 해주어야 한다. 교실이 교육의 중심이 되도록 해야 한다. 교실 밖의 사람들, 이를테면 장관, 교육감, 교육장은 말할 것도 없고 교장이고 행정직원이고 교육공무직은 교사가 학생 교육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일을 해야 한다. 
 
 교육통계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재적 학생 수/교원수"로 계산함.
 교육통계서비스에서 제공하는 자료를 바탕으로, "재적 학생 수/교원수"로 계산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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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져야

교사가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교육자로서 판단에 따라 지도할 수 있게 해주어야 한다. 요즘 기초학력 미달이 어쩌니 하고 지껄이는 말을 보면 교사가 아이를 가르칠 수 없게 해놓고 나무라는 격이다. 현실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우리 교실에 한글을 깨우치지 못한 아이가 있다고 치자. 담임교사가 가르치고 싶어도 수업 시간 말고는 가르칠 시간이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시간을 내어 한두 시간이라도 교실에 남겨 가르칠라치면 학부모 항의가 빗발친다. 왜 우리 아이를 남겨서 자존감을 떨어뜨리느냐, 누구 동의를 받고 하느냐, 우리 아이는 한글 몰라도 되는데 왜 학업 스트레스 받게 하냐, 방과후수업이나 학원 수강을 받지 못하면 책임질 거냐고 한다.

부모 처지에서 자녀가 공부 못하는 아이, 나머지 공부하는 아이라고 낙인 효과를 걱정하는 건 충분히 공감한다. 결국 학교에서는 학부모 동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학부모가 동의하지 않은 아이들은 수업 시간 말고는 손을 놓을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을 몰라라 하고 학교를 나무라선 안된다.

우리 헌법에 '모든 국민은 그 보호하는 자녀에게 적어도 초등교육과 법률이 정하는 교육을 받게 할 의무를 진다'고 했다. 그 헌법 조항이 단순히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천으로 이어지자면, 그 의무를 저버린 학부모에게 '기초학력 책임교육'만큼은 강제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기초학력 부진은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난다

기초학력 부진은 다양한 요인으로 일어난다는 점을 인정하고 진단 이후 아이들 학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전문적 프로그램이나 인력을 지원해야 한다. 이를테면, 해마다 다문화가정 학생 비율이 꾸준히 늘고 있다. 2018년 통계치를 보면, 12만 2천명이 넘는다.

이런저런 다문화교육 프로그램이 있지만 이 아이들에게 '읽기와 쓰기'와 관련한 어떤 프로그램이 지원되는가. 또, 학교에 소변 난독증을 보이는 학생도 많다. 학습장애는 일반적으로 읽기·쓰기·수학 장애로 나뉘는데, 그중 읽기장애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게 난독증이다. 일반적으로 난독증의 80%는 유전이며, 나머지는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한다. 이런 아이들은 지능지수나 다른 능력은 정상이기 때문에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공부하기 싫어서 꾀를 피우는 것으로 보여 발견하기도 어렵다.

2015년 교육부가 전국 154개교를 표집으로 한 '난독증 현황 파악 연구'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 8575명 가운데 4.6퍼센트가 난독증이거나 난독증 위험군으로 나타났다. 이어 2017년 교육부가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 낸 '난독증 선별 검사 결과 자료'를 보면, 초등학생 2만 3491명이 난독증으로 의심·추정된다고 했다.

난독증으로 보이는 학생은 8710명(0.33%), 난독증으로 의심되는 학생은 9608명(0.36%), 추정되는 학생은 5173명(0.19%)이었다. 초등학생 가운데 적게는 0.33퍼센트, 많게는 0.88퍼센트가 난독증인 셈이다. 이런 아이는 담임교사의 노력만으로는 어렵다. 전문가나 전문기관의 지원이 절실하다.

지금 여기가 맨 앞이라는 생각으로

길게 말했지만 지금 교육부가 할 일은 기초학력 진단평가를 의무로 해서 일제고사를 부활하는 일이 아니다. 말은 '한 아이도 놓치지 않고 기초학력 책임진다'고 하면서 오히려 초등학교 낮은 학년까지 시험을 확대해서 입학 전 선행학습과 사교육을 부추기는 꼴이다. 교육부에서 기초학력 안전망 내실화 방안으로 낸 것을 보면 '학교 안 학생 맞춤형 지도, 기초학력 보장 선도·시범학교 운영, 학교 다중 지원팀 구성 운영, 보조인력 배치,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 같은 것들이다.

이제까지 해온 일이고 너나없이 아는, 지극히 상식스런 대책이다. 하지만 학교 안 학생 맞춤 지도와 다중지원팀 운영, 초등 저학년 집중 지원이 제대로 작동해왔는가부터 살펴야할 것이다. 흔히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지도하는 일을 두고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고 하는 현장의 하소연에 귀 기울여야 한다.

학습 부진은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라 오랜 시간에 걸쳐 굳어져 온 학습 습관뿐만 아니라 아이마다 다른 개인적 환경적 요인이 복잡하게 얽혀 일어난다. 단순히 부진 상태를 벗어나는 것으로만 볼 때 일제고사로 잴 수 있고 눈으로 볼 수 있는 수치로만 생각하기 쉽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담임교사가 교실에서 아이 하나 하나에 집중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지지하는 일부터 챙겨야 한다. 높은학년이 어렵다면 낮은 학년부터 학급당 학생 수를 줄이는 방법을 마련해서 낮은 학년에서 한글 해득뿐만 아니라 기초 셈하기, 읽기, 쓰기 능력을 다잡아주어야 한다. 천천히 배우는 학생, 특별한 교육적 요구가 있는 학생에게 사회, 정서적 지원을 집중할 수 있게 행정 업무를 과감히 줄이거나 없애야 한다. 

동시에 이들 아이들을 지도할 수 있게 학부모 동의를 이끌어내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진단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진단 이후를 더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담임교사가 진단활동으로 천천히 배우는 학생을 발견하고 지도할 수 있도록 하고, 난독증, 난산증이 있는 학생을 지원해야 한다.

이문재 시인의 시 일부분을 옮겨적고 마무리하겠다. "지금 여기가 맨 끝이다 /나무 땅 물 바람 햇빛도/ 저마다 모두 맨 끝이어서 맨 앞이다/ 기억 그리움 고독 절망 눈물 분노도/ 꿈 희망 공감 연민 연대도 사랑도/ 역사 시대 문명 진화 지구 우주도/ 지금 여기가 맨 앞이다." 기초학력 책임교육도 지금 여기가 맨 끝이면서 맨 앞이어야 한다. 시간으로나 실천으로나 지금 여기에서 구체 진단과 비판, 반성과 다짐이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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