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예린의 두번째 미니 앨범 < Our Love Is Great > 커버 이미지

백예린의 두번째 미니 앨범 < Our Love Is Great > 커버 이미지 ⓒ JYP 엔터테인먼트


시장을 움직이는 것은 열정적인 마니아들이다. 최근 미국의 젊은 싱어송라이터 빌리 아일리쉬(Billie Eilish)의 'Bury A Friend'가 빌보드 싱글 차트 14위까지 올랐다. 사실 그녀의 음악은 대중성과는 거리가 먼 편이다. 그런데도 이러한 성적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아티스트의 색채, 그리고 '마니아'라는 키워드로 설명할 수 있다.
 
요즘 우리나라에도 많은 마니아를 몰고 다니는 뮤지션이 있다.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진 여성 뮤지션 백예린이다. 백예린은 JYP의 알앤비 듀오 '15&'로 데뷔했다. 데뷔 초부터 탁월한 가창력을 가진 것은 분명하지만 '백예린'이라는 이름을 음악팬들에게 아로새긴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우주를 건너', 'Bye Bye My Blue', '그의 바다' 등 차분하고 재지한 감성을 내세운 솔로곡들이 많은 마니아층을 만들어낸 것이다.
 
백예린은 많은 뮤직 페스티벌과 작은 무대를 돌아다니며 활발한 활동을 했다. 오아시스의 'Champange Supernova', 세인트 빈센트(St.Vincent)의 'Happy Birthday, Johnny' 등 다양한 장르의 음악들을 커버하는 모습을 보여 주었다. 특히 시티팝 풍으로 재탄생시킨 'La La La Love Song'(쿠보타 토시노부 원곡)은 그녀에게 도회적인 이미지를 부여한 공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지난 3월 18일, 백예린의 두번째 EP < Our Love Is Great >가 발매되었다. 오랫동안 솔로 앨범이 나오지 않았던 탓에, 팬들은 백예린이 'JYP 보석함' 속에 들어가 있는 것 아니냐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2016년 < Love you on Christmas > 이후 약 2년 반 만의 신보다.

유튜브로 공개되었을 때 1000만건의 조회 수를 올린 '내가 날 모르는 것처럼(Feat. 카더가든)'이 실렸다. 한편 이번 앨범에는 팬들이 사랑하는 미공개곡 'Square'는 실리지 않았다. 자신이 만족할 수 있을 때 곡을 음원에 싣고 싶다는 그녀의 완벽주의 때문이었다.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이 아닐거야'는 공개와 동시에 주요 음원 차트의 1위를 독차지했다. 장범준, 태연, 볼빨간 사춘기, 블랙핑크 등 음원 강자들이 연이어 신보를 발표한 4월 5일 현재에도, 여전히 차트 상위권에 올라 있다.

기다린 보람이 있었다
 
백예린은 이번 앨범에서 전곡에 작사, 작곡자로 참여했다. 물론 유능한 조력자는 이번에도 있었다. '우주를 건너'부터 음악적 동반자가 된 뮤지션 구름은 어김없이 대부분의 곡에 참여했다.  윤석철이 참여한 'Dear My Blue'를 제외하고, 모든 곡에 작곡,편곡자로서 이름을 올렸다. 바이바이배드맨의 키보디스트인만큼 구름은 건반 종류의 악기에 능하다. 그의 색깔은 이번 작품에도 잘 녹아 있다. 멜로트론이 따뜻한 질감을 뽐내는 '야간 비행'이 대표적인 예다. 한편 리얼 밴드 사운드가 빛나는 블루스 송 'Our Love Is Great' 역시 매력적이다.
 
'지켜줄게'는 이번 앨범에서 가장 눈여겨 볼만한 트랙이다. 시티팝의 정서를 잘 살리고 있는 편곡과 백예린의 가사가 잘 어우러진다. 그녀는 이 노래에서 자신에게 있어 소중한 것, 지키고 싶은 것을 노래한다. 도로에 삐져나와 있는 '초록잎', 길거리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고양이가 모두 시어로 변한다. 무심코 넘겨 버리기 쉬운 일상적인 소재에서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솜씨가 빛났다.
 
백예린의 음악은 우리 가요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신파라든가, 뚜렷한 기승전결과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가요보다는 인디 음악에서 찾아볼 수 있던 성향이다. 그러나 이제는 이런 음악이 강력한 대중적 지지를 받게 되었다. 로파이(Lo-Fi)나 시티팝을 추구하면서 이렇게 대중적인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몇이나 될까. 이 앨범에는 팬들이 백예린에게 기대하는 미덕들이 잘 담겨 있다. 풍경을 그리는 듯한 가사, 그리고 공간감으로 가득 찬 목소리, 섬세한 편곡이 귀를 풍부하게 한다.
 
튈 것이라곤 없는 보통 사람들의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좋은 소리다. 백예린은 좋은 소리를 위해 고심하는 뮤지션이다. 프로듀서 구름은 이번 앨범의 작업을 '가성비 떨어지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더 나은 소리를 위해 백예린이 바친 노력을 생각하면, 이 앨범이 나오기까지의 긴 공백도 이해된다. 그 결과 < Our Love Is Great >는 따스한 봄 노래 모음집이기도, 동시에 시원한 여름 노래로서 완성되었다. 앞으로도 '노래하는 백예린'을 기대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지금같은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꺼내 들을 앨범이 생겼다.
백예린 OUR LOVE IS GREAT 그건 아마 우리의 잘못은 아닐거야 지켜줄게 백예린 미니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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