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방과 노래 가사 받아쓰기. 뻔하디뻔한 이 포맷으로 토요일 저녁 황금 시간대를 사로잡은 프로그램이 있다. 2018년 4월 7일 첫 방송돼 1주년을 맞이한 tvN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이다. 

<놀라운 토요일>의 게임 룰은 이렇다. 노래를 듣고, 가사를 받아쓰기하고, 문제를 맞추면 보상으로 음식을 받는다. 기회는 단 세 번. 첫 시도에 성공하면 모두 1인분씩 음식을 먹을 수 있지만, 실패할 때마다 의해 음식의 양은 반씩 줄어든다. <해피투게더-쟁반노래방>이나 <신서유기>, 여러 맛집 소개 프로그램에서 접했던 색다를 것 없는 포맷. 방송 초반에는 프로그램 포맷 자체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내는 사람도 많았다. 신동엽, 박나래, 문세윤 등 날고 기는 예능인들을 모아두곤, 쪼르륵 앉혀 가사나 받아쓰게 하는 포맷이 밋밋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같은 우려 섞인 시선은 방송 몇 회 만에 사라졌다. 시청률은 3%대로 그리 높진 않지만 꾸준한 상승세고, 방송 시간마다 프로그램과 관련된 키워드가 실시간 검색어 순위를 점령한다. 문제로 출제된 노래들이 음원 차트에서 역주행하는 등, 프로그램의 화제성과 영향력은 'tvN 대표 예능', '토요일 대표 예능'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정답 지분율 두고 투닥대는 도레미들   
 
 tVN < 놀라운 토요일 >의 한 장면.  프로그램 내에서 `논리의 신`으로 불리우는 신동엽은 특유의 논리 정연한 화술로 출연진을 설득하며 문제를 풀어 오답도 정답처럼 보이게 하는 묘한 능력을 선사한다.

tVN < 놀라운 토요일 >의 한 장면. ⓒ CJ ENM


 
<놀라운 토요일>의 놀라운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신동엽부터 박나래, 문세윤, 혜리, 키, 한해, 김동현 등 각기 다른 개성의 고정 출연진(도레미)들이 만드는 합이다. '도레미마켓'은 간식 게임을 제외하곤 멤버들과 게스트가 힘을 합쳐 답을 찾는 구조다. 정답에 가장 근접한 멤버에게 주어지는 특권이라곤 '원샷 찬스'와 '생색' 정도. 하지만 멤버들은 자신들의 정답 지분율을 주장하며 아웅다웅한다. 비슷한 단어를 들은 이들과 연대하고, 자기주장을 내세우며 투닥거리는데,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각자의 개성과 멤버들 간의 관계성이 정립됐다. 

키와 한해의 '한기범(한해와 키의 본명 김기범을 합친 말)' 콤비나, 아이돌 노래 맞추기에 최적화된 혜리와 키의 '현실남매' 콤비, 1990년대 노래의 강자 박나래와 2000년대 노래의 강자 키인 '나래코키(박나래+키)', 간식 게임에서 유독 약세인 문세윤과 김동현의 '바보라인' 등 고작 1년 남짓 방송된 프로그램에서 만들어진 멤버간 조합이 이렇게 다양하다.

여기에 '생색왕', '주워먹기의 달인'이 된 신동엽, '음식연구소장' 박나래, '2인자' 혜리, '노래방 고인물' 문세윤, '허당' 한해, '에이스' 키, '매미아빠' 김동현 등 멤버 개개인의 캐릭터와 장점도 분명하다. 특유의 '깐족'과 넘치는 에너지로 도레미들의 매력을 끌어내는 MC 붐의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가사의 맥락을 찾아 정답을 유추하는 신동엽, 1990년대 노래가 나올 때마다 노래방 추억을 떠올리는 문세윤과 박나래 등 정답을 맞추는 방법도 제각각이다. '키어로(키+히어로)', '모키타(모를 땐 키를 따라가면 된다)', '받쓰(받아쓰기)가 안 되면 키원스쿨', '치트키' 등 놀라운 청력으로 도레미들을 정답으로 이끈 키의 활약도 대단했다.

오답을 정답으로 우기다 셀프 분장 벌칙을 당하던 한해, 가끔 모두가 듣지 못한 정답을 혼자 듣지만 무시당하기 일쑤인 김동현도 <놀라운 토요일>의 웃음 버튼이다. 입대로 하차한 키와 한해의 공백이 당분간은 느껴지겠지만, 이미 다른 출연자들의 캐릭터가 확고한 만큼, 새 멤버인 피오와 넉살의 캐릭터도 곧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 

BTS 'DNA'에 담긴 심오한 가사, 그 쏠쏠한 재미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 중인 신동엽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 중인 신동엽 ⓒ tvN


 
두 번째는 노랫말의 발견이다. 그동안 음악을 다룬 예능은 많았지만, 대부분 가수들의 폭발적인 가창력이나 멜로디에 집중한 포맷이 많았다. 하지만 <놀라운 토요일>에서는 가창력도, 멜로디도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오로지 가사.

가사에 집중해 노래를 듣다 보면 익숙한 노래의 새로운 매력에 빠지곤 한다. 방탄소년단의 'DNA'에 '수학의 공식, 종교의 율법, 우주의 섭리' 같은 가사가 등장할 줄이야. 시청자들은 아이돌 노랫말에 담긴 심오한 가사와, 이를 '수만의 공식, 천장에 육포, 우주의 썸띵'으로 받아쓰기한 도레미들의 황당한 오답에는 웃음을 터트릴 수밖에 없다.

노래를 맞추던 샤이니 키는 "왜 어른들이 우리 노래를 어렵다고 하는지 알 것 같다. 막상 가사를 적으려니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고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는데, 노랫말을 통해 요즘 10대들의 감성을 느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예전에 발표된 음악을 들으며, 당시의 정서와 추억을 떠올리기도 한다. 펌프 미션곡으로 인기를 끌었던 노바소닉의 '또 다른 진심'이나 '맘보걸'을 내세웠던 김부용의 '풍요 속 빈곤'과 같은 노래는 <놀라운 토요일>이 아니었다면 방송을 통해 다시 만나기 어려웠을 곡들.

"웃기지마라 끊기는 전화 없는 것이 / 정말로 너에게 난 너무 고마웠어"를 맞추며 발신번호가 표시되지 않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김조한의 '널 위해 준비된 사랑'을 들으며 아름다운 노랫말이 감탄하는 것, 1990년대 노래가 출제될 때마다 과거 노래방을 제집처럼 드나들던 문세윤의 추억 여행 역시 재미 요소다.

방송 1주년, 키·한해 빠졌지만...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이 프로에서 김동현은 매번 우스꽝스런 분장을 마다하지 않고 웃음을 선사한다.

tvN <놀라운 토요일>의 한 장면. ⓒ CJ ENM


<놀라운 토요일>에 출연하는 게스트는 두 부류로 나뉜다. 모든 방송을 챙겨보는 <놀토>의 열혈 팬이거나, 방송을 보지 못해 처음엔 우왕좌왕하다 금세 게임에 빠져 <놀토>의 팬이 되는 경우. 그만큼 프로그램 자체가 가지는 매력이 크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인기 요인을 이야기하면서 편성의 유리함을 빼놓기는 어렵다. <놀라운 토요일-도레미마켓>이 방송되는 시간은 오후 7시 35분부터 9시까지다. 이 시간은 대부분의 채널이 메인 뉴스를 방송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지상파나 뉴스를 내보내는 종편 채널은 다른 프로그램을 편성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7시에 뉴스를 내보내는 TV조선과 채널A가 <모란봉 클럽>, <관찰카메라>를 편성했지만 모두 재방송이다. 가족 단위 시청자가 많지만 뉴스와 재방송으로 채워져 있던 토요일 저녁 시간대는, 엔터테인먼트 채널 tvN에는 가장 유리한 시간대일 수밖에 없다. 

이 시간대에 자극적이지 않고 어렵지 않은, 가족 모두가 쉽게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편성한 전략은 분명 영리했다. 여기에 토요일 저녁의 절대 강자였던 MBC <무한도전>이 종영한 것 역시 <놀라운 토요일>에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마땅한 경쟁자가 없었다는 것만으로 <놀라운 토요일>의 인기를 모두 설명할 순 없다. 그저 시청자들이 새 오락 프로그램의 존재를 더 빨리, 더 반갑게 맞이할 수 있었던 부가 요인 정도로 설명될 수 있을 것이다. 채널을 돌린 시청자들을 붙잡은 것은, 시청자도 집에서 쉽게 함께할 수 있고 빠져들 수 있는 게임을 만든 제작진의 기획력과 이 간단한 게임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는 출연자들의 열정일 것이다. 

<놀라운 토요일>은 6일 방송으로 1주년을 맞았다. 지난 3월 30일 방송부터 참여하게 된 피오와 넉살의 본격적인 활약도 시작될 예정. 도레미들은 '키어로' 없이도 굶지 않고 일할 수 있을까? 새 멤버들과 기존 멤버들이 보여줄 새로운 케미는 또 어떤 것일까? 1년 만에 전환점을 맞이한 <놀라운 토요일>에 기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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