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말 1사 1루에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홈런을 날리고 박건우와 기뻐하고 있다. 2019.4.4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5회말 1사 1루에서 두산 페르난데스가 홈런을 날리고 박건우와 기뻐하고 있다. 2019.4.4 ⓒ 연합뉴스


 
두산이 kt를 상대로 스윕에 성공하며 파죽의 6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4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2방을 포함해 장단 8안타를 터트리며 5-4로 승리했다. 지난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3연전에 이어 kt와의 홈 3연전에서도 스윕을 달성한 두산은 2위 SK 와이번스에 2경기 차이로 앞선 단독 선두를 질주했다(9승 2패).

두산은 선발 조쉬 린드블럼이 7이닝 2피안타 1사사구 7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첫 승을 따냈고 9회에 등판해 1실점을 기록한 함덕주는 4번째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은 9회 불펜진의 난조와 유격수 류지혁의 실책으로 3점을 내줬지만 1점의 리드를 지키며 6연승을 완성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5회 1사 1루에서 터진 '타점 머신'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투런 홈런은 두산의 승리를 가져온 결정적인 한 방이 됐다.

4년 동안 거쳐간 5명의 외국인 타자, 에반스 제외하곤 전부 '꽝'

'두목곰' 김동주의 은퇴 후 붙박이 3루수 요원이 없었던 두산은 2015년 외국인 선수를 통해 3루 자리를 메우려 했다. 하지만 2015년 두산의 외국인 야수였던 잭 루츠와 데이빈슨 로메로는 두산 구단과 팬들의 기대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물론 외국인 선수가 부진한 사이 허경민이라는 확실한 주전 3루수를 발굴하며 14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한 것은 두산에겐 전화위복이었다).

허경민의 등장으로 3루 포지션에 목을 멜 필요가 없어진 두산은 2016년 일본 프로야구 라쿠텐 골든이글스에서 활약했던 닉 에반스를 영입했다. 에반스는 시즌 개막 후 18경기에서 타율 .164 1홈런 5타점으로 부진하며 '잭 루츠 시즌2'를 찍는 듯 했지만 열흘 동안 2군을 다녀온 후 전혀 다른 타자로 환골탈태했다. 5월부터 맹타를 휘두르기 시작한 에반스는 2016년 타율 .308 24홈런 81타점으로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역할을 했다. 

2017년 두산과 재계약한 에반스는 138경기에서 타율 .296 27홈런 90타점으로 두산의 3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에 크게 기여했다. 잠실구장을 홈으로 사용하는 것을 고려하면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는 성적이었다. 하지만 에반스는 시즌 중반부터 팔꿈치 통증에 시달렸고 결국 두산은 수술이 필요한 에반스와의 결별을 결정했다. 민병헌(롯데 자이언츠)의 이적으로 외야 보강이 필요했던 것도 에반스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중 하나였다.

두산은 작년 시즌 에반스 영입 전부터 눈 여겨 보고 있었던 스위치 히터 지미 파레디스와 계약했다. 하지만 파레디스는 유격수와 포수를 제외한 전 포지션 소화가 가능하다는 명성과 달리 타율 .138 1홈런 4타점의 성적을 남기고 21경기 만에 퇴출됐다. 두산에는 지명타자에 최주환, 외야에 정진호, 조수행(상무), 김인태처럼 기회를 기다리는 선수들이 즐비했기 때문에 부진한 외국인 선수를 기다려 줄 이유는 없었다.

가을야구에서 외국인 선수의 한 방이 필요하다고 느낀 두산은 작년 6월 우타거포 스캇 반 슬라이크를 영입했다.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LA다저스)의 옛 동료로 국내 야구 팬들에게도 매우 익숙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반 슬라이크 역시 12경기에서 타율 .128 1홈런 4타점의 초라한 성적을 기록하고 짐을 쌌다. 결국 두산은 외국인 타자 없이 한국시리즈를 치렀고 SK 와이번스에게 2승 4패로 패하며 2년 연속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득점권 타율 .600에 빛나는 타점 머신, 시즌 마수걸이 홈런 폭발

에반스 앞뒤로 활약했던 4명의 외국인 타자들이 부진하는 사이 두산은 3루수 허경민, 지명타자 최주환이라는 뛰어난 주전 선수를 발굴했다. '잠실 아이돌' 정수빈도 군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했다. 이제 두산은 포지션에 구애 받지 않고 오직 '타격'만 보고 외국인 선수를 고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고 두산이 고심 끝에 선택한 선수는 바로 쿠바 출신의 페르난데스였다.

쿠바 국가대표로 2013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에 참가했던 페르난데스는 지난 2년 동안 트리플A 무대에서 2년 연속 3할 이상의 고타율을 기록했다. 3~40개의 홈런을 기대할 수 있는 거포 유형은 아니지만 정확한 타격 만큼은 마이너리그의 가장 높은 레벨에서도 충분히 검증된 타자였다. 두산에서도 페르난데스가 NC 다이노스로 떠난 양의지의 타격 공백을 메워주길 기대했다.

하지만 페르난데스는 기대와 달리 시범경기에서 홈런과 타점 없이 18타수 3안타(타율 .167)로 부진했다. 일부 두산팬들은 '작년의 파레디스를 보는 듯 하다'며 페르난데스의 기량에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시즌 개막 후 11경기를 치른 현재 페르난데스를 의심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페르난데스는 4일까지 타율 .425 1홈런 12타점 17안타 9득점으로 팀 내 타율, 안타, 득점 1위, 타점 2위를 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주자가 없을 때는 타율 .316에 불과(?)한 페르난데스는 주자가 루상에 나가면 전혀 다른 타자로 변모한다. 페르난데스는 주자가 있을 때 타율이 5할(18타수 9안타)로 올라가고 득점권에서는 10타수 6안타(.600)를 기록했다. 페르난데스는 4일 kt전에서도 정수빈이 1루에 있을 때 KBO리그 첫 홈런을 터트렸다. 페르난데스의 홈런으로 스코어를 3-0으로 벌린 두산은 박건우의 백투백 홈런이 이어지며 9회 위기를 맞기 전까지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다.

페르난데스는 시즌 초반 많은 타점을 만들어 내면서도 외국인 선수로는 장타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이날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국내에서 가장 넓은 잠실 야구장에서 터트리면서 장타력에 대한 의구심도 날려 버렸다. 이제 김태형 감독은 5일부터 퓨처스 경기에 출전하며 복귀시기를 저울질할 최주환이 돌아오면 포지션과 타순 정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지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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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 쿠바 타점 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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