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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립미술관에서는 오는 5월 19일까지 3층 소전시실에서 기증작품전 "신옥진 콜렉션"을 전시하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이 개관을 준비하던 1997년부터 지난 2018년까지 13회에 걸쳐 총 461점을 기증해 부산의 미술 애호가들에게 좋은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되었다.
  
부산시립미술관 3층 소전시실에서 기증작품전 『신옥진 컬렉션』이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우> 기증자 신옥진 선생과 이진철 학예연구관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부산시립미술관 3층 소전시실에서 기증작품전 『신옥진 컬렉션』이 오는 5월 19일까지 열린다. <우> 기증자 신옥진 선생과 이진철 학예연구관이 전시장을 둘러보고 있다.
ⓒ 김미진, 김원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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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5년부터 부산공간화랑 대표로 활동해온 그는 한국화랑협회 감정위원장, 부산화랑협회장 등 활동을 하면서 그가 개인적으로 수집한 작품들을 부산시립미술관 뿐 아니라 경남도립미술관, 박수근 미술관, 전혁림 미술관, 진도의 손재형 서예관 등 각각의 미술관에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작품들을 꾸준히 기증해 왔다.

이 날 인터뷰는 기증자인 신옥진 대표와 함께 부산에서 활동하는 김원백 작가와 부산시립미술관의 학예연구관인 이진철씨와 함께 하게 되어 다채로운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의미가 큰 자리가 되었다.
  
오륙도 전경.  변관식.  종이에 먹.  채색.  1948.
 오륙도 전경. 변관식. 종이에 먹. 채색. 1948.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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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옥진 공간화랑 대표(아래 신대표): "기자님, 기증에 대한 이야기 말고요. 좀 다른 이야기를 써주셨으면 해요. "왜 기증하셨어요?", "기증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 해 주세요." 뭐 그런 질문들을 많이 하는데 그거는 기사로 굳이 안 써도 사람들이 다 짐작해서 알아요. 오늘 또 작품 한다고 잘 나오지도 않는 김원백 작가랑 부산시립미술관의 이진철 학예연구관님도 계시니 뭐 다양하게 이야기를 나누어보면 좋겠네요."
 

기자 : "예, 선생님. 제가 지난번에 전시장을 둘러보고 오늘 또 둘러보았는데 좋은 작품도 많았지만 제 눈에는 액자가 눈에 띄었어요. 작품과 어울리게 마무리 된 액자들을 보면서 물론 전부는 아니겠지만, 아마도 선생님 손길을 거쳐 제 옷을 입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구요. 그래서 선생님께서 정말 작품 한 점 한 점에 마음을 많이 쏟으셨구나 하고 짐작을 해보았죠."

신 대표 : "기자님이 참 재미있는 부분을 보셨네. 대가들은 당연히 작품도 좋지만 액자와 사인이 달라요. 그림마다에 어울리는 액자가 따로 있어요. 그것이 별 것 아닌 것 같아보여도 액자와 사인이 미적으로 완성시키지요. 제가 작품들 5분의 1정도 액자를 새로 했어요. 낡아서 새로 하기도 했고, 작가들은 대부분이 가난하니까 그 때는 좋은 액자를 할 수가 없었던 사연도 있고, 또 액자를 잘 만드시는 기술자분들은 가난한 작가들 이야기를 잘 들어주지도 않았고, 그래서 제가 손을 좀 본 것들이 있죠."

김원백 작가(아래 김 작가) : "신옥진 선생님은 아름다움에 대한 감각을 천부적으로 타고난듯해요. 액자 뿐 아니라 전시회 팸플릿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시기도 하셨죠. 팸플릿이나 포스터 같은 종류는 우리 실생활에서 자주 만나는 부분이라 일상을 예술로 끌어올리는 부분이기도 하죠."

이진철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아래 이 학예관) : "변관식 작가의 오륙도는 미사용지(작품 완성 후 배접 전) 상태로 구입하신터라 액자까지, 말 그대로 딱 자신의 옷을 입도록 만들어 주셨어요. 여러 소장가의 손을 거친다든지, 전문가가 제대로 하지 못해서 배접을 다시 한다든지 하면 아무래도 작품에 손상이 오거든요."
  
<좌> 통도사 풍경.  김영교.  캔버스에 유채.  <우> 영도다리.  이의주.  캔버스에 유채.  1992.
 <좌> 통도사 풍경. 김영교. 캔버스에 유채. <우> 영도다리. 이의주. 캔버스에 유채. 1992.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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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자갈치 앞바다.  원석연.  종이에 연필.  1962.  <우>부산항.  송혜수.  캔버스에 유채.  1977.
 <좌>자갈치 앞바다. 원석연. 종이에 연필. 1962. <우>부산항. 송혜수. 캔버스에 유채. 1977.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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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에서는 그런 과정을 장황이라고 한다. '장황'은 "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畫帖), 족자 따위를 꾸미어 만듦. 또는 그런 것."일 뿐이지만 장황 기술자는 그 과정에서 서화가 가장 돋보일 수 있도록 탁지와 비단의 선택, 축까지의 비율, 축의 재료 등을 고민해서 선택을 한다. 그림이 가장 돋보이도록 하는 마무리가 장황이다. 무엇이든 마음이 들어 애를 쓰지 않으면 아름다움은 없는 듯하다.

기자 : "부산시립미술관이 요즘 재미있는 전시를 많이 계획하시는 듯해요. 한동안 제 개인적으로는 조금 아쉬운 적도 있었는데 올해는 많이 달라진듯해요. 그동안 전시회 취재를 다니면서 전북도립미술관이나 광주시립미술관이 지방에 있는 미술관임에도 불구하고 국제적인 교류를 통해 세계적인 감각을 갖추고 앞서나가려는 노력이 인상 깊었는데 부산시립미술관은 어떤가요?"
  
<좌>망원경.  송커시.  캔버스에 유채.  2008.  <우> Chinese Dream N0.4.  마한.  화이버글라스.  2006
 <좌>망원경. 송커시. 캔버스에 유채. 2008. <우> Chinese Dream N0.4. 마한. 화이버글라스. 2006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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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대표 : "부산시립미술관 역시 시각이 넓어져야 해요. 전 세계가 손바닥 안의 폰 하나로 연결이 되어 실시간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를 알 수 있는데 부산 바닥만 보면 안돼요. 대구미술관만 하더라도 이번에 알렉스 카츠 전시회를 하고 있는데 아마도 동양 최대 규모의 전시인듯해요. 동시대 세계 미술을 호흡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아! 그런데 그럴려면 돈이 많이 들어요. 지금 부산시립미술관의 예산을 인구 대비해서 보면 너무 약해요. 전시 예산이 지금보다 몇 배는 늘어야 하죠. 기본적으로 부산시에서 예산을 증액해주고, 또 외부로부터 후원금을 받을 수 있는 활동도 필요하구요."

기자 : "대구랑 단순 비교를 하면 예산이 어느 정도인가요?"

이 학예관 : "전시 예산만 보면 대구가 부산보다 50%는 많죠. 좋은 작품을 발굴하려면 열심히 다녀야 하는데 그에 드는 비용도 아주아주 아껴 써야 할 실정입니다. 그렇기에 더욱 신옥진 선생님은 부산시립미술관 측에서는 너무 고마우신 분이죠. 예산 증액도 실질적으로 필요하고 또 미술관은 기증자와 함께 성장해요. 특히 지역 미술관은 수증의 경험을 통해 미술관의 소장 작품들이 풍성해지기도 하구요. 어째든 미술관의 내적 성장과 외적 성장이 같이 이루어져야 시민이 주인이 되는 미술관이 될 수 있겠죠. 사실 세금으로 미술관 운영이 이루어지는 특별한 시스템을 가진 나라는 몇 되지 않아요. 그래서 한 편으로는 고맙기도 하고, 좀 많이 아쉽기도 하고 그래요."

기자 : "제가 전시장을 다녀 보면 부산시립미술관은 접근성 측면에서 아주 뛰어난 듯해요. 도심에 있고, 해운대가 가깝고, 영화, 쇼핑 등을 동시에 누릴 수 있고, 지하철이 있고."
 

신 대표 : "맞아요. 기자님 말대로 접근성이 너무너무 좋아요. 국내 관광객 뿐 아니라 외국인 관광객도 유치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경관과 예술, 쇼핑 등이 동시에 이루어 질 수 있어 생각의 전환을 하면 동아시아 문화의 중심지로 성장할 수도 있을 텐데 안타깝죠, 심지어는 얼마전에는 부산시립미술관을 외곽으로 옮기고 벡스코 전시장으로 만들려고 했죠."
  
<좌>여인상.  이케다 마스오.  캔버스에 유채.  <중> 야수이 소타로.  캔버스에 유채.  1913.  <우>두 적수.  폴 자쿨레.  종이에 다색 목판화.  1950
 <좌>여인상. 이케다 마스오. 캔버스에 유채. <중> 야수이 소타로. 캔버스에 유채. 1913. <우>두 적수. 폴 자쿨레. 종이에 다색 목판화. 1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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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작가 : "문화를 인스턴트식품처럼 대해서는 안 됩니다. 벌써 20년이 넘어서고 있는데 여기에서의 문화적 축적이 있고, 또 고급문화를 수용하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부산은 산, 호수, 강, 바다를 골고루 갖춘 아름다운 도시예요. 건물 하나를 세우더라도 스카이라인을 해치지 않고, 산이나 바다를 가리지 않도록 배려하는 도시건축과 낡은 공공 미술에 대해 재고도 좀 해봤으면 좋겠어요."

기자 : "그럼 어떻게 하면 세금의 지원을 받는 부산시립미술관을 통해 시민들이 풍요롭게 문화를 누릴 수 있을까요?"
 

신 대표 : "우선 일에 대한 평가를 실적 위주로 하지 말았으면 해요. 실적 위주로 평가하게 되면 일의 퀄리티가 떨어져요. 시민들이 문화를 향유하고, 문화수준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지만 진짜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결정권자들의 발상의 전환이 좀 필요해요."
 

이 학예관 : "이전 세대들은 자신의 취향을 가질 수 있는 기회가 적었다고 볼 수 있죠. 우선 먹고 사는 게 더 중요한 세대였으니까요. 하지만 30대 이후는 자기 취향을 누리는 삶을 굉장히 중요시 여기는 세대예요. 그들이 경제의 중심축이 되면 문화가 다양한 측면에서 변화되리라 기대해요."

김 작가 : "작품 하나가 팔릴려면 정말 여러 번의 전시를 통해서 이루어져요. 작품 한 점을 팔기는 어렵지만 또 다른 측면이 있어요.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 있고, 그것의 액자제작, 운반, 사고파는 화상, 평론가, 출판사, 전시관, 전시관에 있는 카페나 기념품점 등 참 많은 것들이 같이 발전을 해요. 그게 문화예요. 정책입안자들이 좀 더 이런 점에 관심을 가지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면 좋겠어요."
  
<좌>로부터  차례대로 송도.  이석우 / 제목없음. 이태호 / 제목없음.  현재호 / 채집된 기억.  김원백.
 <좌>로부터 차례대로 송도. 이석우 / 제목없음. 이태호 / 제목없음. 현재호 / 채집된 기억. 김원백.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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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를 누린다는 것과 문화를 소유한다는 것은 다르다. 더군다나 새로운 재테크 방식으로 예술품을 소장한다든지 심지어는 탈세의 방법으로도 사용하는 오늘날 자신의 몸의 일부이듯 쓸고 닦던 소장품을 내어놓기는 쉽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신옥진 대표도 본인의 입으로 "내어 놓기는 매번 참 어렵다"고 이야기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덧붙이는 말이 있다. "예술을 알면 인생이 풍요로워져요."
  
<좌> 좌로부터 김원백 작가.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  이진철 학예연구관.  <우> 전시장.  인터뷰 영상자료
 <좌> 좌로부터 김원백 작가.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 이진철 학예연구관. <우> 전시장. 인터뷰 영상자료
ⓒ 김미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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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를 끝내고 남아 있던 커피 마지막 한 모금을 마시며 일어섰다. 우리 시대가 노인은 많고 어른이 없는 시대로 들어선다고 하지만 꼭 그렇지도 않은 듯하다.

신옥진. 그가 눈길을 주고, 마음을 주고, 쓰다듬던 그의 소장품들을 그의 수장고에서 꺼내어 우리들의 삶에 내어주었다. 사는 거 별거 아니라지만 사는 동안 풍요롭게 살라고 어깨를 두드린다. 동화 플랜더스의 개 마지막 장면, 가난한 네로가 누군가의 도움으로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루벤스의 그림을 볼 수 있어 행복해졌듯, 나는 오늘 네로가 되어 행복하게 그림 몇 점을 마음에 품었다.

태그:#신옥진, #부산시립미술관, #예술을알면, #인생이, #풍요로워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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