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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형 전 대법관
 김지형 전 대법관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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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비정규직 노동자 고 김용균씨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아래 진상규명위)'가 지난 3일 오후 1시부터 사고 현장인 태안화력에서 첫 회의를 갖고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위원장으로는 국내 손꼽히는 노동법 전문가이자 그동안 노동 현안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한 사회적 합의 기구를 이끌어 온 김지형 전 대법관이 맡았다. 직을 맡은 후 처음으로 소감을 밝힌 김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진상규명위가 추구해야 할 방향과 목표를 제시했다. 
 
 고 김용균진상규명위가 지난 3일 공식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고 김용균진상규명위가 지난 3일 공식 출범하고 첫 회의를 가졌다.
ⓒ 신문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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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위원장의 수락 인사 전문.
 
'고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위원회 공식 명칭입니다.

모두 서른 여덟 글자입니다.

다소 길지만 위원회의 모든 것을 압축적으로 담고 있는, 아주 좋은 작명이라고 생각합니다.

위원회는 오늘 첫 본회의를 시작으로 앞으로 4개월간 본연의 임무에 매진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엄중한 소명감 하나로 개인사를 밀쳐두고 위원회에 기꺼이 참여해 주신 위원님들께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두려움이 앞섭니다. 주어진 과제가 너무도 무거워서 제 자신 그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하는 중압감이 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혼자가 아닙니다. 제 곁에는 여러 위원님들, 자문위원분들이 든든하게 계십니다. 그것 하나로 제 두려움을 떨치겠습니다. 새삼스럽겠지만, 위원회 출범에 즈음하여 그 취지를 다시금 반추하는 의미에서 회의 시작에 앞서 제가 준비해 온 인사말씀을 먼저 드리고, 이어서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지난 해 12월 11일, 이곳 발전소에서 불행한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꽃다운 나이의 청년노동자 김용균이 속절없이 죽음을 맞았습니다. 이 자리에는 그 청년아들을 가슴으로 묻은 부모님이 계십니다. 그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은 어떤 말로도 덜어드릴 수는 없겠지만, 다시 한 번 깊은 애도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김용균의 죽음 이전에도 산업현장에는 무수한 죽음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김용균의 죽음은 그런 여러 사건 중의 '하나'가 아니라 '하나 이상'의 사건이 되었습니다.

왜 그럴까요?

이 질문에 답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와 위원회가 풀어야 할 큰 숙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문제를 옳게 제기하면 이미 반 이상은 해결된 것'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위원회 시작에 앞서 저는 몇 가지 질문을 던지고 싶습니다.

첫 번째 질문은, 김용균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있었던 수많은 죽음의 원인을 과연 오로지 사업주에게만 돌릴 수 있는가 하는 점입니다. 노동안전 문제는 더 이상 사업주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 공동체가 공유할 문제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근본적으로 이러한 점을 핵심사항으로 짚어보아야 합니다.

노동안전의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노동안전은 인간 존중의 관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노동안전으로 인한 이익이 결코 노동하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노동안전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에게 돌아가야 할 공동선(共同善)이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질문은, 노동안전 문제의 본질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노동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재해를 예방하는 것이 최선임은 기초상식입니다.

문제는 '어떻게' 예방할 것인가 입니다. 이와 관련하여 '재해가 단순히 사업장 안의 안전불감증이 빚어낸 결과일 뿐이라고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사업장 안의 안전불감증을 문제의 본질로 보는 것은 '사람의 실수로 재해가 발생한다'는 진단에 머물게 합니다. 이러한 생각은 '사람의 실수를 막기만 하면 재해 발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처방을 내놓게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진단과 처방은 대증적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는 존재라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합니다. 사람이 실수하는 존재인 것을 전제로 하여, 실수가 있더라도 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이중삼중 여러 겹의 안전시스템을 최대한 구축하도록 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법·제도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비용의 문제로 이어집니다. 어느 전문가가 말합니다. '어느 사회의 소득이 오르면 재해율은 내려가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소득은 올랐으나 재해율은 내려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우리 사회는 그 동안 안전을 위해 지불해야 할 비용을 소득의 증가분에 비례한 만큼도 쓰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본질적인 것은 '이러한 안전비용을 누가 어떠한 방식으로 지불할 것인가'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안전기술적인 문제뿐만이 아니라, 안전비용지불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는 제안에 대해 우리 사회가 충분히 경청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해결의 방향을 어디서 어떻게 찾아야 할까 하는 고민도 여기에 기초해야 한다고 봅니다.

세 번째 질문은, 노동안전 문제의 시급성이 어느 정도일까 하는 점입니다. 우리의 산업현장에서 벌이지고 있는 사고와 질병이 어느 정도의 수준인지는 이미 널리 알려진 바와 같습니다. 산재발생이 아주 오랜 기간 동안 OECD 1위입니다. 국가적으로 참기 힘든 치욕이고 엄청난 불명예입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미루고 방치해서는 안 된다는 데 이견은 없을 것입니다. 어떻게든 시급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문제해결을 위한 강력하고 결집된 사회적 의지가 필요합니다.

이제 이 문제를 국가·사회적 의제로 삼아 심층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마련되었습니다. 위원회는 그러한 의미에서 사회적 논의기구의 성격을 가집니다.

우리 사회의 시민대표와 전문가그룹이 광범위하게 참여하여 논의의 품격을 높여 줄 것입니다. 사회적 논의란 어느 하나의 주장을 일방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서로 다른 여러 주장이 용광로처럼 녹아 합리적인 방안을 선택해 내기 위한 절차입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은 일입니다. 의지와 함께 용기가 필요한 일일 듯합니다. 

"용기 있는 사람은 두려움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 두려움을 뛰어 넘는 사람이다"라는 넬슨 만델라의 말을 거듭 되새겨 보겠습니다. 우리 사회의 공동선은 무엇보다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수호하는 것입니다. 한 쪽의 희생에 눈 감고 모른 채 하는 것은 공동선에 어긋납니다. 서로 보듬어주고 함께 상생하는 길이 공동선에 부합합니다. 

이제 우리 사회 모두가 그 길을 찾아나서야 합니다. 우리 사회의 진심어린 관심과 격려, 응원과 도움이 필요합니다. 위원회가 외로움을 느끼지 않도록 해 주신다면, 그 이상의 바람은 없을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이 번 일을 저의 마지막 소임이라 생각하고, 여러 위원님들 그리고 자문위원님들과 함께, 있는 힘을 다해 보겠습니다. 김용균의 죽음이 헛되지 않은 것임을 증명해 보겠습니다. 

이것으로 부족한 제 인사말씀에 갈음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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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자치시대를 선도하는 태안신문 편집국장을 맡고 있으며 모두가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