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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방면에 걸친 잡다한 지식들을 많이 알고 있다. '잡학다식하다'의 사전적 풀이입니다. 몰라도 별일없는 지식들이지만, 알면 보이지 않던 1cm가 보이죠. 정치에 숨은 1cm를 보여드립니다. - 기자 말
 
무너진 국회 담장 3일 오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경내 진입을 시도하다 주 출입구 부근 담장이 무너졌다.
▲ 무너진 국회 담장 3일 오전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국회 앞에서 노동법 개악 저지 등을 촉구하며 경내 진입을 시도하다 주 출입구 부근 담장이 무너졌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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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여의도 국회의사당 경내, 형광색 복장을 한 경찰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국회 정문 쪽에서는 "해산하라"는 경찰 방송과 "투쟁"을 외치는 이들의 생목소리가 섞여 들려옵니다.

왜일까요. 민주노총의 '탄력적 근로시간제(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반대' 집회 때문입니다. 민주노총은 지난 1일부터 국회의사당 앞에서 출근 선전전, 결의대회 등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일엔 '노동개악분쇄! 노동기본권쟁취!'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국회의원회관 옥상에 펼쳐지기도 했고, 국회 본청 민원실에서 연좌농성이 진행되기도 했습니다.

3일엔 집회 수위가 더 높아졌습니다. 민주노총은 오전 출근시간대부터 국회 정문 주변에서 선전전을 펼쳤는데요. 오전 10시 25분께 민주노총 조합원 3명이 국회 담을 넘었고, 오전 10시 56분께는 국회 주변을 둘러싼 울타리가 넘어가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김명환 민주노초 위원장 등 19명이 현장에서 연행됐습니다.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 위원장이 집회현장에서 연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왜 민주노총은 국회 안으로 들어오려고 했던 걸까요?

'단위시간'을 둘러싼 각기 다른 입장 
 
 3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 위원장과 의원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3일 오전 열린 국회 환경노동위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임이자 위원장과 의원들이 근로기준법 개정안, 최저임금법 개정안 등 법안을 심의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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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 쟁점이 있겠지만, 핵심 쟁점은 바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입니다. 이 제도는 쉽게 말해 3개월 내 노동자의 평균 노동시간이 주 52시간에 맞으면 '일감이 많을 때는 노동자의 근로시간을 연장시키고, 아닐 때는 덜 일하게' 할 수 있는 겁니다. 일종의 예외 장치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기준이 되는 단위시간을 3개월로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단위기간 3개월을 두고 경영계는 '안 될 일'이라는 반응 일색이었습니다. 경영계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제조 현장 등의 인력운용을 보완하기 위한 방안으로 단위기간 확대를 요구했습니다. 특정 시기에 수요가 몰리는 업종이나 제품 출시를 앞두고 야근 등 초과근무의 불가피함을 강조한 것이죠.

그래서 결국 지난 2월 19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는 탄력근로제의 단위시간을 6개월로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 합의안을 냈습니다. 당시 경사노위에 참여하지 않은 민주노총은 "주도권을 사용자에 넘겨버린 명백한 개악"이라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결국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정의 공은 국회로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합의 과정은 순탄치 않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간 합의가 쉽지 않기 때문이죠.

논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위원장 김학용)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여야간 협상은 환노위 아래 고용노동소위원회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고용노동소위는 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회의를 소집했습니다.

합의는 요원해 보입니다. 민주당과 바른미래당은 경사노위의 안에 맞춰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확대하자는 입장인 반면, 한국당은 1년으로 늘리자는 입장입니다. 고용노동소위원장인 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경제 사정도 좋지 않은 시점에서 기업들이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하지 않냐는 의견과 노동자 건강권 및 임금 보장을 확보하자는 등 여러 의견이 나왔다"라고 전했습니다. 그는 "논의가 쉽게 끝나지 않는다"라면서 "반복된 이야기가 계속 오가고 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3일 민주노총은 이 고용노동소위를 참관해 자신들의 입장을 전하기 위해 국회에 들어오려고 했던 겁니다.

5일 본회의까지 남은 시간은 얼마 없고...  
 
 3일 국회의사당 정문(1, 2문) 앞.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국회 출입문 사이로 민주노총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
 3일 국회의사당 정문(1, 2문) 앞.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 반대" 집회를 열고 있는 모습. 국회 출입문 사이로 민주노총과 경찰이 대치 중이다.
ⓒ 김지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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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국회에 확보된 시간은 지극히 한정적입니다. 3월 임시국회 일정이 5일 본회의를 끝으로 마무리되기 때문입니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부탁하기 위해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1일과 3일 각각 국회를 찾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를 만난 것도 이 이유 때문입니다.

비록 원내 교섭단체들이 4월 임시국회를 소집하면 논의는 당연히 계속 되겠지만, 본회의 통과(법 개정)가 언제 이뤄질지는 불투명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임이자 한국당 의원이 3일 고용노동소위에 대해 "새벽이고, 밥이고, 마음 먹고 가면 갈 수 있지 않냐"라고 말한 것이겠죠. 일각에서는 '4월 5일에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근로기준법 위반 기업이 줄줄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습니다.

고용노동소위에서 여야간 합의가 나오느냐 안 나오느냐가 민주노총 저항의 가늠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고용노동소위에서 여야 합의안이 나오면, 환노위 전체회의를 거쳐 5일 국회 본회의로 직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사실상 고용노동소위의 합의안이 개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무척 큽니다.

[그나저나] 국회 담장을 허물자는 의원도 있었는데

덧글 하나. 2019년 4월 3일 현재 국회에 항의하는 민주노총의 모습은 꼭 1년 전에도 똑같았습니다. 2018년 5월 21일 오후 민주노총 조합원 20여 명은 환노위 고용노동소위에서 최저임금 산입범위 확정을 논의하려 하자 국회에 들어와 기습 시위를 벌였습니다.
 
 2017년 5월 이학재 당시 바른정당 의원은 '국회 담장 허물기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미지는 그 당시 JTBC와 인터뷰에 나선 모습.
 2017년 5월 이학재 당시 바른정당 의원은 "국회 담장 허물기 촉구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미지는 그 당시 JTBC와 인터뷰에 나선 모습.
ⓒ JTBC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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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둘. '아니, 어떻게 국회 벽이 무너질 수 있는 거냐!'라며 놀랄 분들이 있을 법도 한데요. 사실 국회의원이 국회 담장을 허물자고 제안한 적도 있었답니다. 이학재 한국당 의원이 바른정당 소속이던 시절(2017년 5월 23일), 동료의원 25인과 함께 '국회 담장 허물기 촉구 결의안'을 냈었더랬습니다.

그는 "국회 공간은 국회의원 300명의 전유물이 아니라 국민의 것"이라면서 "국회의 담장을 허물어 내고, 국회 공간을 국민의 품에 돌려줌으로써 국민주권 정신을 구현해야 한다"라고 주장했어요. 그러면서 "특권을 내려놓고 국회를 국민들이 편히 쉴 수 있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해 민주적 공간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더랬죠. 이 제안은 현재 계류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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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