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1회초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2019.4.2

2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kt wiz의 경기. 1회초 두산 선발 투수 유희관이 역투하고 있다. 2019.4.2 ⓒ 연합뉴스

 
선두 두산이 최하위 kt를 무너트리며 파죽의 4연승을 내달렸다.

김태형 감독이 이끄는 두산 베어스는 2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 위즈와의 홈경기에서 홈런1개를 포함해 장단 10안타를 터트리며 9-0으로 완승을 거뒀다. 삼성 라이온즈와의 대구 원정에서 3연승을 거두고 안방으로 돌아온 두산은 이날 롯데 자이언츠에게 0-5로 덜미를 잡힌 SK 와이번스를 제치고 시즌 개막 후 처음으로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7승2패).

두산의 복덩이 외국인 선수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는 시즌 4번째 결승타를 포함해 2안타 3타점 1득점으로 맹활약했고 톱타자 정수빈도 3안타 1볼넷으로 100% 출루에 성공했다. 마운드에서는 현역 최다승(137승) 투수 배영수가 시즌 처음으로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1이닝 무실점) 작년 시즌 부진으로 자존심을 구겼던 두산의 간판 투수가 시즌 첫 승을 올렸다. 2경기에서 13이닝 동안 단 2점 만을 내주고 있는 '느림의 미학' 유희관이 그 주인공이다.

작년 시즌 크게 흔들렸던 두산 역대 최고의 좌완 투수

유희관은 모두가 강속구 투수를 찾아 헤매던 시기에 등장해 '느린 공의 매력'을 야구 팬들에게 알린 투수다. 유희관은 상무 전역 첫 시즌이었던 2013년 풀타임 1군 첫 해 10승을 따내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이끌었다. 두산의 왼손 투수가 두 자리 승수를 따낸 것은 2004년의 게리 레스(17승) 이후 9년, 국내 투수로 한정하면 1988년의 윤석환(13승) 이후 무려 25년 만이었다.

유희관은 '2013년의 활약은 우연이었다'는 편견을 극복하고 2014년에도 12승을 올리며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 선발로 자리 잡았다. 2015 시즌에는 에릭 해커와 시즌 막판까지 다승왕 경쟁을 벌이며 18승을 올렸고 그 해 삼성과의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는 6이닝 2실점으로 두산의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경기 승리 투수가 됐다. 야구팬들 사이에서 다소 논란이 있긴 했지만 시즌이 끝난 후에는 2015년 최동원상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유희관은 2016 시즌에도 더스틴 니퍼트, 장원준, 마이클 보우덴과 함께 두산이 자랑하는 '판타스틱4'의 일원으로 활약하며 15승을 따냈다. 특히 팀 내에서 가장 많은 185.2이닝을 책임지며 두산의 한국시리즈 2연패에 큰 공헌을 했다. 원년의 박철순부터 장호연, 최일언(LG 트윈스 투수코치), 김상진, 박명환, 김선우(MBC 스포츠 플러스 해설위원) 등 좋은 투수들이 많이 거쳐 간 베어스의 역사에서 2년 연속 15승을 따낸 투수는 유희관이 최초였다.

유희관은 2017년에도 11승 6패 평균자책점 4.53을 기록하며 두산의 선발진을 든든하게 지켰다. 비록 평균자책점은 풀타임 선발 투수가 된 이후 가장 높았지만 그 누구도 한 시즌에 188.2이닝을 책임지는 유희관을 비난하지 않았다. 특히 그 해 4월14일 NC 다이노스전에서는 통산 56승째를 따내며 이혜천이 가지고 있던 두산 프랜차이즈 좌완 최다승 기록을 갈아 치웠다. 그렇게 유희관은 베어스 역사상 최고의 좌완투수에 등극했다.

작년 시즌 5억 원의 연봉을 받은 유희관은 변함 없이 두산의 풀타임 선발 투수로 활약하며 6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달성했다. 하지만 유희관의 2018년이 성공적이었다고 평가하는 야구팬은 거의 없다. KBO리그가 144경기 체제가 된 2015년부터 3년 연속 180이닝 이상을 소화했던 유희관은 작년 시즌 6년 만에 규정이닝 돌파에 실패했다. 물론 투구내용은 더욱 심각했다.

8kg 감량 후 2경기 연속 퀄리티 스타트, 시작이 좋은 유희왕

사실 유희관은 2년 연속 15승을 거두던 전성기 시절에도 구위로 타자를 압도하는 스타일과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탈삼진이 다소 적은 대신 날카로운 제구력과 영리한 수 싸움, 그리고 강인한 체력을 앞세워 매 경기 6이닝 이상을 책임지는 믿음직한 선발 투수였다. 하지만 작년 시즌엔 피안타율 .332 득점권 피안타율 .371로 난타를 당했던지라 유희관은 자신의 장점을 뽐낼 상황조차 만들어지지 않았다. 

작년 시즌 10승10패 ERA 6.70으로 부진하면서 유희관에 대한 야구팬들의 평가도 크게 달라졌다. 실제 올 시즌 연봉도 5억 원에서 3억5000만 원으로 크게 삭감됐고 김태형 감독도 스프링캠프에서 유희관을 풀타임 선발이 아닌 5선발 후보 중 한 명으로 분류했다. 자칫 자존심이 상할 법도 했지만 유희관은 겨우내 8kg을 감량하며 묵묵히 2019 시즌 재도약을 위한 준비를 했다. 그리고 유희관은 시범 경기에서 9이닝 1실점으로 호투하며 선발 자리를 사수했다.

아직 시즌 초반이라 유희관의 부활 여부를 단언하긴 조금 이르지만 일단 초반 흐름은 매우 순조롭다. 유희관은 시즌 개막 후 2경기에 선발 등판해 13이닝 동안 단 2점 만을 내주는 호투로 1승 ERA 1.38의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39개의 아웃카운트를 잡는 동안 단 8개의 안타를 맞아 피안타율은 .174에 불과하다. 유일한 실점은 3월27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이지영에게 맞은 투런 홈런이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사실은 유희관 특유의 로케이션과 느린 공으로도 타자를 잡아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살아났다는 점이다. 부진했던 작년 시즌엔 루상에 주자가 나가면 마운드에서 표정이 바뀌면서 급격히 흔들렸지만 올 시즌엔 주자가 나가더라도 표정 변화 없이 다양한 변화구를 통해 후속타자에게 범타를 유도한다. 실제로 유희관은 2일 kt 전에서도 6이닝 동안 병살타 하나를 포함해 7개의 땅볼을 유도해냈다.

두산은 시즌 초반부터 선두권으로 치고 나갔음에도 개막 7경기 동안 선발승이 나오지 않아 김태형 감독을 고민스럽게 했다. 하지만 3월31일 삼성 라이온즈전의 세스 후랭코프에 이어 유희관까지 선발승을 챙기면서 선발과 불펜의 균형이 점점 맞아가고 있다. 그리고 유희관이 올 시즌 2013~2017년 수준의 구위와 성적을 되찾는다면 두산 선발진은 또 한 번의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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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두산 베어스 유희관 느림의 미학 유희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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