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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을 다룬 책, <비만코드>는 책의 절반을 비만에 관한 각종 실험에 대한 메타연구로 채웠다. 가급적 장기적 추세 연구를 많이 포함했다. 파이프에 녹이 스는 현상을 연구한다고 해보자. 48시간 동안 파이프에 물을 흘려보았지만 녹이 슬지 않았으므로 물은 녹의 원인이 아니라고 결론내릴 수 있을까? 비만은 수십 년에 걸쳐 발생한다. 겨우 2-3주 동안 실시한 식이 요법 실험 결과를 일반화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비만코드> 표지
 <비만코드> 표지
ⓒ 시그마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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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비만의 원인은 뭘까? 불행인지 다행인지, 비만의 제1 원인은 유전자다. 체중은 무려 78%가 유전적 소인에 의해 결정된다. 저자 제이슨 펑의 말을 빌리자면, 사람마다 체중의 기본 설정값이 정해져 있다. 그래서 어떤 다이어트를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원상복귀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다면 모든 게 운명이니 받아들여야 하나? 아니다.

잠깐 생각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가 과연 최근 백 년 동안 많이 바뀌었을까? 그럴 리가 없다. 그런데 백 년 전과 비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비만율은 어떨까? 아주 많이 바뀌었다. 비만 문제의 핵심은 바로 여기에 있다. 유전적으로 통통할 이유가 없는 사람들도 비만을 향해 달려간다. 그것이 현대인의 비극이다.

인슐린 저항성의 마법

천재가 노력하는 자를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현대인들은 비만이라는 재능 없이 태어나도, 꾸준한 노력을 통해 비만이 된다. 아침부터 설탕이 잔뜩 들어간 건강 주스를 마시고, 고기를 먹더라도 꼭 끝에는 탄수화물로 마무리를 한다. 배 터지게 식사를 하고도 디저트 배가 따로 있다면서 단 것을 또 먹는다. 얼마나 노력이 가상한가? 그러니 유전적으로 살찌기 어려운 사람들까지 비만이라는 위업을 달성한다.

체중의 기본 설정값은 대개 유전적 소인에 의해 결정된다고 말했다. 그런데 설정값이 변하기도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상에 이렇게 많은 비만이 존재할 리 없다. 체중의 기본 설정값을 바꾸는 직접적 요인은 무엇인지, 제이슨 펑은 수많은 연구논문을 뒤져 보았다. 딱 두 개의 호르몬이 체중 설정값을 바꾼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바로 인슐린과 코르티솔이다.

코르티솔은 스트레스 호르몬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듣는 바로 그 충고, 즉 스트레스받지 말라는 충고가 여기에서도 유효하다. 스트레스를 줄이고 잠을 잘 자자. 코르티솔이 분비되면 체중 설정값을 증가시킨다.

인슐린은 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혈액 내 과잉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변환해 체내에 저장하도록 명령한다. 제1형 당뇨병은 선천적으로 인슐린 합성에 장애가 있는 병이다.

제2형 당뇨병은? 수년, 수십 년 동안 열심히 노력해봤지만, 혈액 내에 넘치는 포도당을 처리하지 못한 결과, 췌장이 자포자기해버린 경우다. 혈액 내에 왜 포도당이 넘칠까? 폭식을 향한 현대인들의 꾸준한 열망 덕분이다.

혈당은 높아도 문제, 낮아도 문제다. 그런데 인류가 진화해오는 오랜 시간 동안, 혈당이 높아서 문제 되는 일은 별로 없었다. 먹을 것이 넘치는 세상은 인류 역사의 마지막 백 년에야 나타난 아주 새로운 현상이다. 그러나 배가 고파 혈당이 떨어지는 일은 비일비재했다. 그래서 우리 몸에는 혈당을 높이는 호르몬은 여러 개가 존재하지만,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은 인슐린 딱 하나뿐이다.

자, 내 눈앞에 탐스러운 도넛이 산처럼 쌓여있다. 나는 도넛을 매우 좋아하므로, 양심도 없이 마구 먹는다. 밀가루도 대사가 빠른데, 도넛을 살포시 감싸는 설탕은 대사 속도가 전광석화다. 설탕은 포도당 하나와 과당 하나가 결합한 이당류다. 대사가 빠를 수밖에 없다. 포도당은 내 몸을 돌아다닌다. 어디를 통해서? 당연히 피를 통해서다.

혈당이 너무 높다고 판단한 내 몸은 인슐린을 부른다. 인슐린이 분비된다. 여분의 포도당은 글리코겐으로 바뀐다. 나중에 한 두어 달 정도 무인도에 갇혀 굶더라도 살아남도록, 글리코겐은 몸 구석구석에 고이 저장된다.

그런데 그럴 리가 없지 않은가! 무인도에 갇히기는커녕 나는 내일도 아마 도넛을 산처럼 쌓아놓고 줄곧 먹어댈 것이다. 췌장은 인슐린을 아무리 분비해도 효과가 없자 의욕상실 모드로 돌입한다. 인슐린이 잘 나와도 포도당이 넘치게 쌓이는 마당에, 췌장이 파업을 하면 사태가 걷잡을 수가 없게 되어버린다. 제2형 당뇨병이다.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그렇게 열심히 바꾸는데도, 포도당이 어딘가에서 쏟아져 들어온다. 인슐린이 아무리 분비되어도, 혈당은 낮아지지 않는다. 인슐린 저항성에 지쳐버린 몸은 이제 아예 인슐린 분비를 포기한다. 인슐린 저항성은 유전적으로 날씬해야 하는 사람조차 비만 체중으로 바꿔버린다.

단식을, 운동을 해야 하는 이유

날씬해지는 방법은 간단하다. 덜 먹으면 된다. 그게 안 되니까 각종 식이요법이 난무하는 것이다. 그래서 단식을 하라고? 단식이 끝나고 나서 밀려오는 식욕은 어쩔 건가? <비만코드>가 말하는 단식은 적게 먹기 위한 단식이 아니다. 그게 효과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안다.

물론, 단식을 끝내고 폭식을 하는 것은 현명한 처사가 아니다. 하지만 단식 이후에 좀 많이 먹는다고 하더라도, 단식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 단식은 인슐린 저항성을 극복하도록 도와준다.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려면 두 가지가 필요하다. 많이 먹는 것과 꾸준히 먹는 것이다. 혈당이 글리코겐으로 변환되는 속도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음식이 분해되어 포도당이 생기므로 인슐린이 항복하는 것이다.

그래서 많이 먹는 것은 인슐린 저항성의 제1 요건이다. 그러나 이렇게 힘겨운 싸움을 가끔만 해도 된다면, 쉬면서 기운을 차린 췌장은 인슐린을 다시 분비할 것이다. 췌장이 쉬지 못하고 지는 싸움만 계속하다가 백기 투항을 하려면, 꾸준한 과식이라는 두 번째 조건이 필요하다.

단식의 목적은 우리 몸을 쉬게 하는 것이다. 쉬면서 체력을 회복한 몸은 다시금 혈당과의 힘겨운 싸움에 나설 수 있다. 그렇게 몸을 쉬게 해주는 것이 간헐적 단식이 핵심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매일 16시간 정도씩 음식물 섭취를 제한하는 것이 가장 쉽다. 저녁 먹는 것을 8시 전에 끝낸다면, 다음날 정오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몸에 변화가 나타나려면 24시간 정도는 단식을 해주는 것이 좋다. 따라서 일주일에 세 번 정도 24시간 단식을 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오늘 8시에 저녁 식사를 끝냈다면, 내일 8시 이후에 저녁 식사를 하는 것이다.

더 뿌듯한 도전에 나서고 싶다면 36시간 단식에 도전하라. 오늘 저녁 식사를 하고, 내일은 하루 종일 금식, 그리고 그 다음날 아침을 먹는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인내심의 소유자가 체중 문제를 겪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 무리하다가 포기하느니, 그냥 16시간 내지 24시간 단식으로 만족하자.

운동도 하자. 서두에서 말했듯이, 체중은 유전적 소인에 따라 설정값이 정해져 있다. 운동으로 일시적 체중 감량은 가능하지만, 결국 체중은 설정값으로 되돌아간다. 그럼 운동은 왜 하냐고? 스트레스 감소, 뇌 활력, 면역 기능 개선... 존 레이티의 <운동화 신은 뇌>를 읽어보라. 운동은 좋은 점이 너무 많아서 해야 하는 것이다.

비만코드 - 체중은 인슐린이 결정한다

제이슨 펑 지음, 제효영 옮김, 시그마북스(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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