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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꽃 풀과 나무뿐 아니라 모든 생명에게 기운을 선사하는 계절이다. 봄을 오감으로 느끼게 하는 4월,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이달은 유독 봄을 눈으로 보고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길에는 매화와 벚꽃이, 산에는 각종 야생화가 그 자태를 뽐내니 말이다.

따뜻한 봄기운에 풀과 나무가 무거운 무채색을 벗고 채도 높은 색으로 탈바꿈하는 이 계절에 삐딱선 타는 이도 마음이 고와질 것이다. 회색 도시인들아, 그 독소를 디톡스 하고자 전국의 진달래 핀 꽃산으로 떠나자.
 
[대금산] 꿈의 바닷길을 따라 진달래와 함께 걷다
 
거제 대금산 진달래 터널 파란 하늘과 어우러진 분홍빛 터널(2019.04.02. 촬영) ⓒ 최정선
 
대금산(大金山·438m) 진달래를 엿보기 위해 '꿈의 바닷길'로 불리는 거제시 장목에 있는 거가대로로 달렸다. 매년 봄마다 온 산을 분홍빛으로 물들이는 진달래 군락지로 유명한 곳이 대금산이다.

진달래는 4월, 철쭉은 5월 무렵 산에 붉은빛 잔치를 펼친다. 지난봄, 황매산의 철쭉을 보러 갔지만 이상 기온으로 꽃이 빨리 펴 보지 못했다. 그때 어찌나 아쉬운지 남편에게 아무것도 아닌 일로 꼬투리 잡곤 했던 기억이 스물 올라왔다.
 
초행인 대금산의 진달래도 화려함을 잃은 몸체만 보게 될까 나름 노심초사하면서 갔다. 그런 우려와 달리, 진달래로 산이 불붙은 듯했고 여기저기서 사람들의 탄성 소리가 메아리쳤다. 특히 한 사람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아슬아슬한 꼬부랑 경사길이 멋졌다.
 
거제시 장목면과 연초면 경계 지점에 위치한 대금산은 신라 때 쇠를 생산했던 곳이라 해 '대금산(大金山)'이라 불린다. 유달리 산세가 순하고 풀이 온 산을 뒤덮고 있는 모습이 비단을 두른 듯해 '대금산(大錦山)'으로도 불렸다.

거제의 대금산은 그리 높지 않은 산으로 봄이면 진달래가 아름다운 산이다. 대금산의 중봉을 가리켜 중금산이라 하며, 조선 말기에 축성한 성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 자취를 찾기 어렵다. 이 성은 대금, 시방, 율천 등 3개 마을 주민들이 성을 쌓고 군량을 저장하여 남해안의 각 진에 군량을 공급한 산성이다.
    
거제 대금산 정상에 바라본 풍경 붉은 진달래와 시원한 거제 앞바다(2019.04.02. 촬영) ⓒ 최정선
     
대금산 정상에서 서면, 거가대교 좌측으론 창원시 진해와 우측으로 부산광역시 강서구가 바다 뒤로 병풍처럼 펼쳐져 눈에 아롱거린다. 화창한 날씨엔 동남쪽 일본 대마도까지 보인다. 서쪽으로는 연초 댐 뒤로 옥녀봉, 국사봉, 계룡산, 북병산 등 거제 지맥이 어깨를 엮듯 서 있다. 대금산 품속에서 잠시 속세의 시름을 털어버리고 거가대교 풍광과 함께 진달래에 안기는 것도 힐링이다.
 
* 대금산 진달래축제 2019.04.06(토)
 
[천주산] 아기 진달래 꽃대궐 
 
창원 천주산의 진달래 꽃대궐 울긋불긋 꽃 대궐이 펼쳐져 장관이다. ⓒ 최정선
 
소박해 보이는 창원 천주산(天柱山·640m)에 울긋불긋 꽃 대궐이 꾸려졌다. 눈부신 천주산의 봄은 아기 진달래의 붉은 빛에서 시작한다. '고향의 봄' 이원수 선생의 꽃 피는 산골 고향이 바로 천주산이다. 천주산은 '하늘을 받치는 기둥(天柱)'이란 뜻으로 창원시와 함안군에 걸쳐 있는 산이다. 무엇보다 진달래 군락지로 손꼽히는 명산이다.
 
산의 봄은 길섶에 붙은 자그마한 야생화에서 시작해 봄 산의 주인공 진달래의 붉은 빛이 불타며 절정에 이른다. 지루하고 혹독한 겨울을 벗어나 붉은 태양과 경주하는 진달래꽃이 피는 계절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천주산의 용지봉(龍池峰)이다. 열흘 붉은 꽃이 없듯이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처럼 세상에 영원한 건 없다.

천주산의 붉은 기운도 열흘 남짓 치달았다 사라질 것이다. 붉게 물들이는 진달래가 웃기 시작하면 비로소 봄을 소스라치게 느끼지만, 곧 사라지는 산꽃들. 우리나라의 진달래로 유명한 산이 꽤 많은 것 같다. 천주산을 비롯해 창원 무학산, 거제 대금산, 대구 비슬산, 여수 영취산, 창녕 화엄산, 인천 무학산 등이 줄줄이 엮여 이어진다.
 
천주산의 불타는 진달래를 마주하고자 달천계곡 주차장에 하차해 우측으로 난 임도로 방향을 잡는다. 달천계곡은 조선 숙종 때 미수 허목(許穆)이 계곡 암반에 '달천동(達川洞)'을 각인한 이후 불린 지명이다. 천주산은 그리 높지도 낮지도 않아 한나절 산행하기 딱 좋은 산이다.

무엇보다 봄 산의 꽃구경을 한다면 천주산의 핫한 봉우리 용지봉을 추천한다. 용지봉의 전망 데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진달래 군락은 전국의 산객을 불러 모을 뿐 아니라 산을 모르는 상춘객들까지 합류하게 한다.
 
천주산으로 오르는 대표적인 길은 창원 의창구 북면 달천계곡과 천주암 입구 두 곳이다. 산객들은 보통 창원시 북면 고암마을에서 구룡산을 지나 용지봉을 찍고 달천계곡으로 내려오는 횡단형 코스를 선택한다. 하지만 봄꽃 구경이 목적이라면 달천계곡의 주차장에 주차한 후 용지봉까지 오른 뒤 다시 회귀 하산하는 코스가 제격이다. 천주암에서 출발하는 것이 달천계곡 쪽보다 1㎞ 정도 가깝다고 한다.
  
창원 천주산의 핫한 용지봉 용지봉의 전망 데크를 중심으로 펼쳐진 진달래 군락은 전국의 산객을 불러 모을 뿐 아니라 산을 모르는 상춘객들까지 합류하게 한다. ⓒ 최정선
 
우리는 달천계곡 주차장에서 쉬엄쉬엄 걸어 용지봉까지 올랐다. 새벽빛을 받아 반짝이는 진달래를 찍으려 새벽 5시에 출발했지만, 목적한 바는 물 건너 가버렸다. 오는 길 내내 커다랗고 붉은 원형의 태양 모양새가 탐이 났다. 조금만 일찍 나왔으면 저 신비한 빛깔을 가질 수 있을 텐데... 아쉽다.
 
*천주산 진달래축제 2019.04.06(토)~2019.04.07(일)
 
[영취산] 강렬한 분홍빛 진달래

영취산(靈鷲山·510m) 시루봉의 진달래가 그야말로 장관이다. 우리나라 3대 진달래 군락지 중의 하나인 영취산은 매년 4월 초 진달래 축제를 열어 그 붉은 카펫을 펼친다. 두견새가 목 놓아 울다가 피를 토했다는 두견화, 진달래. 님 보낸 후 꽃단장한 그녀를 보고자 영취산으로 간다.
 
동백꽃을 시작으로 매화, 산수유는 내년을 기약하고 목련과 벚꽃도 봄비에 님과 함께 길을 떠난 완연한 봄. 그 자리를 강렬한 분홍빛 진달래가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뒤이어 땅을 노란빛 물들일 유채가 화려한 데뷔를 기다리고 있다. 꽃들의 전쟁 속 숱한 경쟁자들에게 평편한 땅을 건네준 진달래는 척박한 산에 둥지를 틀었다.
 
상암초등학교에 새벽에 도착했다. 뒤편 등산로로 올라가는 길이 단 코스이자 어렵지 않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이곳 초등학교에서 30분가량 뒤로 돌아 왼쪽으로 서서히 오르면 된다. 오르다 보면 담장에 걸린 하얀 동백과 벚꽃들이 웃고 있다. 펜션에서 갈림길이 나오는데 당황하지 말고 왼쪽으로 쭉 올라가면 된다. 옆으로 아슬아슬한 돌담길에 작은 개울이 나온다. 그 길을 따라 그냥 뚜벅뚜벅 걸으면 된다.
  
여수 영취산의 루비빛 진달래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진달래가 루비처럼 반짝인다. ⓒ 최정선
 
숨 가쁘고 흠뻑 젖은 땀도 영취산 자락을 물들인 분홍색 물감에 젖는다. 진달래가 떠오르는 햇살을 받아 반짝였다. 루비를 박아놓은 듯 바위 사이로 반짝반짝. 푸른 바다 앞에서 반짝였다. 만개한 진달래꽃은 보는 사람의 탄성을 자아낼 충분한 매력이 있다.

영취산 곳곳에는 수십 년생 진달래 나무가 넓게 퍼져 있다. 그중에서도 봉우재 남면의 진달래 군락지가 가장 화려하다. 봉우재, 여기서 남쪽으로 405m 평바위까지 진달래가 급격히 불타다 다시 아래로 진분홍색 은하수를 뿌려놓은 곳이다. 평바위에서 본 진달래꽃은 남해의 푸른 바다와 대비를 이루며 넘실댄다.
 
 *영취산 진달래축제 2019.03.29(금)~2019.03.31(일)

덧붙이는 글 | 글쓴이는 <생각없이 경주> 저자입니다. 블로그 '3초일상의 나찾기'( https://blog.naver.com/bangel94 )에서도 보실 수 있습니다.

태그:#진달래, #진달래축제, #대금산, #천주산, #영취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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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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