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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이품송(2014년 촬영)
 정이품송(2014년 촬영)
ⓒ 보은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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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무 베는 보은군'이라는 오명을 받고 있는 충북 보은군이 이번에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정이품송(103호)의 후계목(자목)을 판매하려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보은군(군수 정상혁)은 지난 1일 보도자료를 통해 천연기념물 정이품송(103호) 후계목을 공공기관은 물론 일반인들에게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키운 10년생 자목 266그루를 그루당 100만원씩 기관·기업·개인 등에 판매하겠다는 게 골자다.

자목은 2010년 정이품송 씨앗을 받아 양묘장에서 10년 동안 키운 것(높이 3∼4m)으로, 판매 대상은 이중 유전자가 정이품송과 일치하는 나무다. 이품송에는 조선 세조가 '정이품'이라는 벼슬을 내렸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판매하면 '법 위반'인데... 이미 지난해 21그루 판매
 
보은 정이품송 양묘장
 보은 정이품송 양묘장
ⓒ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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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 정이품송 양묘장
 보은 정이품송 양묘장
ⓒ 독자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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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은군은 2010년 문화재청으로부터 유전자 보존을 위해 정이품송의 씨앗을 받아 증식, 활용하겠다는 현상변경 허가를 받았다. 하지만 허가 당시 '판매' 조건은 없었다.

관련 보도가 나가자 문화재청은 보은군에 연락해 "유전자 보존을 위한 증식 목적의 허가를 한 것으로, 판매를 한다면 법 위반이 될 수 있다"며 "법령 검토가 끝날 때까지 판매를 보류해 달라"고 요청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현상 변경 후 이를 판매하는 사례가 보은군이 처음"이라며 "법률 검토와 내부 검토까지 마치려면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보은군은 이미 지난해 21그루를 공공기관 등에 100만 원을 받고 후계목을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은군은 이전에는 공공기관 등에 기념 식수용으로 무상보급해 오다 청탁금지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어 지난해에는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충북 청주시는 미원면에 미동산수목원에 정이품송 후계목 거리를 조성, 탐방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를 놓고 보은 주민들의 시선은 따갑다. 보은군이 할 일을 청주시가 하고 있는데다 '나무만 보면 베는 보은군'이 천연기념물 보존을 구실로 돈벌이를 하려 했다는 지적이다.

멀쩡한 나무 베고 단풍나무 심더니... '나무 장사' 비판도

실제 보은군은 주민들의 반대 서명에도 최근 '삼년산성으로 가는 길'에 있는 20년여 년 생 느티나무 가로수 100여 그루(약 600m.보은 정보고∼기상관측소∼삼년산성 구간)를 최근 1800만 원에 매각했다. 가로수 아래 논밭에 그늘이 져 일조량 부족으로 농작물 생육에 지장을 준다는 게 이유다.

보은군은 애초 느티나무를 다 베어내기로 했다가 보존하라는 여론이 커지자 다른 곳으로 이식을 조건으로 판매했다. 때문에 보존해야 할 군민의 소중한 자산을 일부 농가의 민원 해소를 이유로 헐값에 팔아 넘겼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보은군 지난 2008년에는 탄부면 상장~임한리 간 삼가천 쪽 아름드리 은행나무 123그루를 베어냈고, 지난 2013년에는 탄부면 상장~임한리간 은행나무 가로수(32그루)를 싹둑 잘랐다.

특히 지난 2015년에는 2025년까지 10년 계획으로 군내 국도, 지방도, 군도와 마을진입로, 공원 등에 단풍나무 1만그루를 심어 단풍명소를 만들겠다며 수십 년 된 전나무, 벚나무 나무를 베고 단풍나무를 심고 있다.

보은읍에 사는 한 주민은 "'나무 베는 보은군'이 유전자 보존(증식)을 위해 정이품송 후계목을 판매하려 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천연기념물 보존을 구실로 돈벌이를 위한 나무 장사를 하려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보은군 산림녹지과 관계자는 "양묘장 조성과 관리에 많은 돈이 들어 자목 판매 비용을 양묘장 운영에 재활용하려 했다"며 "하지만 문화재청의 문제제기로 최종 법률 검토가 끝날 때까지 판매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태그:#보은군, #정이품송, #자목 판매, #문화재청, #정상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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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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