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1일 개봉을 확정한 <파업전야> 포스터

5월 1일 개봉을 확정한 <파업전야> 포스터 ⓒ 명필름

 
1980년대 한국영화운동의 역량이 집약된 영화 <파업전야>가 만들어진지 30년 만에 극장에서 개봉한다. 불후의 명작으로 불리며 거리에서 상영으로 흥행했으나 극장에서 상영될 수 없었던 불운의 영화기도 했는데, 30년 만에 극장에서 공식 개봉한다는 점에서 주목되고 있다.
 
한국독립영화의 대표작인 <파업전야>는 1990년 16mm 필름으로 제작된 영화다. 공장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 속에서 노조를 결성하고 이후 탄압을 받는 내용을 담았다. 당시 일반적인 영화사가 아닌 영화운동단체였던 장산곶매가 집단창작으로 만들었다.
 
제작진에는 현재 한국영화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는 영화인들이 대거 참여했다. 장산곶매 대표였던 이용배 계원조형예술학교 교수와 현 명필름 이은 대표가 제작을 맡았고, <이웃집 남자> 의 장동홍 감독과 <접속> <가비> 의 장윤현 감독이 공동 연출로 참여했다. <알포인트>와 <GP506>을 연출한 공수창 감독이 시나리오에 참여했고, <이태원 살인사건> 오정옥 촬영감독이 촬영을 도왔다. 음악은 안치환 가수가 담당했다.
 
<파업전야>는 1990년 4월 6일 전국 상영이 시작되면서 공권력과 끊임없이 충돌했다. 극장에서 상영할 수 없었던 영화는 대학가와 소극장, 노동현장 등에서 상영됐다. 당시 노태우 정권은 노동자들의 현실을 담아낸 영화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영화법 4조 제작신고와 12조 심의를 위반했다며 경찰을 동원해 필름을 압수했고, 제작진에 긴급 검거령을 내리는 등 탄압을 가했다.
 
하지만 정부가 막는 영화를 보려고 했던 학생과 노동자들의 투쟁도 그만큼 격렬했다. 영화 상영이 이뤄지는 곳마다 사수대가 등장해 상영을 지키려 했다. 경찰은 헬기까지 동원해 하늘에서 최루탄을 쏘는 방식으로 강경진압을 해 일부 상영이 중단되기는 했으나 경찰이 물러나면 바로 상영을 재개하는 방식으로 끈질기게 영화를 상영했다.
 
영화의 진정성과 감동은 당시 대중들을 사로잡았다. 상업영화와 검열이 일반적일 때 표현의 자유를 위해 선봉에 섰던 영화는 관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으며 당대 최고의 독립영화로 전설처럼 회자되고 있다.
 
노동해방의 신새벽 밝히는 소품, 제 몫 다해
 
 1990년 상영 당시 관객들에게 판매했던 <파업전야> 자료집

1990년 상영 당시 관객들에게 판매했던 <파업전야> 자료집 ⓒ 성하훈

 
당시 영화를 본 관객만 수십만에 달할 정도인데, 대기업 공장들의 파업현장에서 상영될 때는 수천 명이 관람했고, 대학가 상영에도 관객들이 끊임없이 모여들어 시국집회장이 되기도 했다. 관객들에게 입장권 대용으로 판매했던 안내 자료집만 10만부가 넘게 팔렸다.
 
한국 민주화운동에서 영화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준 영화이기도 한데, 광주항쟁 영화 <오! 꿈의 나라>도 제작했던 '장산곶매'는이후 영화법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헌법재판소에 내 위헌 결정을 받아내면서 이후 영화법 개정에 큰 역할을 하기도 했다.
 
이번 극장 개봉은 4K 디지털리마스터링 작업이 완료되면서 가능해졌다. 기존에는 16mm 필름만 남아 있어 지난 2007년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개관 당시 상영됐고 2014년 인디포럼에서 특별 상영 형태로 16mm 영사기를 활용해 상영됐다. 2008년에는 DVD가 제작됐다. 이번 <파업전야>의 극장개봉에는 제작의 주역이었던 이은 공동대표의 명필름이 중심 역할을 한다.
 
장산곶매 대표로 경찰의 수배를 받아 고초를 겪었던 계원예대 이용배 교수는 1990년 <파업전야>를 내 놓을 당시 "많은 땀과 열정을 담아 이 영화를 만들었다. 그것만이 한없는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파업전야>를 세상에 선보일 수 있는 우리들의 유일한 이유임을 솔직히 고백한다"며 "아무쪼록 이 영화가 노동해방의 신새벽을 밝히는 자그마한 소품이라도 사용되어지길 간절히 원할 뿐이다"라고 심경을 밝혔다.
 
30년이 흘러 영화가 극장에서 개봉한다는 소식에 이 교수는 "돌아보면 <파업전야>가 제 몫을 넘치게 다했다고 말할 수 있다"며 "촬영을 도운 노동자들과 상영 투쟁에 동참해 표현의 자유를 지켜낸 관객들의 연대가 없었다면 이룰 수 없는 성취였다"고 회고했다. 이어 "30년 만에 파업전여를 정식으로 극장에서 볼 수 있다니 감회에 앞서 크게 변하지 않은 노동환경에 대한 반성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파업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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