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3년 연속 우승을 노리는 전북 현대 모터스는 3라운드에서 강원FC에 0-1로 덜미를 잡혔지만 4경기에서 7골을 폭발하는 화력을 선보이며 점점 강호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다. 비록 '수비의 핵' 김민재(베이징 궈안)가 팀을 떠났지만 로페즈, 아드리아노, 김신욱, 이동국, 한교원, 문선민 등으로 이어지는 공격라인은 단연 K리그 최강이다. 게다가 선수층이 워낙 두꺼워 시즌을 거듭할수록 위력을 발휘할 확률이 높다.

군인팀의 특성상 선수 유입에 따라 전력이 크게 달라지는 상주 상무의 선전도 대단히 놀랍다. 상주는 올 시즌 김민우, 윤빛가람 등 국가대표 출신 선수들과 23세 이하 대표팀 출신의 박용지, 인천 유나이티드의 특급조커였던 송시우, '군대헤아' 윤보상 골키퍼 등을 앞세워 개막 후 3연승을 내달렸다. 참고로 1983년 프로축구 출범 이후 개막 3연승을 기록한 팀이 최하위로 떨어진 적은 한 번도 없었다.
 
 2019년 3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 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상주 상무의 송시우(왼쪽)가 FC 서울의 고요한(오른쪽)과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2019년 3월 30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 서울과 상주 상무의 경기. 상주 상무의 송시우(왼쪽)가 FC 서울의 고요한(오른쪽)과 공을 두고 경합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올 시즌 초반 K리그1에서 가장 먼저 승점 10점 고지를 밟은 팀은 '디펜딩 챔피언' 전북도, 돌풍의 상주도 아니다. 작년 시즌 12개 구단 중 11위로 간신히 잔류에 성공한 FC 서울이 4경기에서 3승1무를 기록하며 승점 10점으로 깜짝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리고 현역 국가대표 선수가 1명도 없는 FC 서울을 선두로 이끌고 있는 일등공신은 역시 친정으로 돌아와 팀의 체질을 바꾼 최용수 감독이다.
 
 최용수 감독은 작년 FC서울을 강등 위기에서 탈출시킨 후 올 시즌 초반 무실점 1위를 이끌고 있다.

최용수 감독은 작년 FC서울을 강등 위기에서 탈출시킨 후 올 시즌 초반 무실점 1위를 이끌고 있다. ⓒ FC서울 홈페이지 화면 캡처

 
한국 축구를 대표하던 스트라이커, 지도자로도 성공시대

지난 1994년 LG 치타스(현 FC서울)에 입단한 최용수 감독은 아나톨리 비쇼베츠 감독이 이끌던 올림픽 대표팀에서 미드필더 윤정환과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많은 골을 만들어냈다. 최용수 감독의 탁월한 골감각은 A대표팀에서도 계속 이어졌는데 특히 1997년 월드컵 예선에서는 7골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부동의 스트라이커 황선홍을 위협하기도 했다. 그 유명한 '광고판 추락사건'도 1997년 월드컵 최종예선 카자흐스탄전에서 나왔다. 

최용수 감독은 K리그에서 득점왕(1999년)과 MVP(2000년)를 차지한 후 J리그로 진출해 2001년 제프 유나이티드 소속으로 득점 2위에 오르며 맹활약했다. 하지만 2002 한·일 월드컵 조별리그 미국전에서 교체 출전한 최용수 감독은 결정적인 역전 기회에서 공을 하늘로 날려 버리는 큰 실수를 저지르며 축구팬들의 공분(?)을 샀다. 결국 최용수 감독은 2003년 동아시아컵을 마지막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했다.

2007년 현역 생활을 마감한 최용수 감독은 친정팀 FC서울에서 코치를 역임하며 이장수,세놀 귀네슈(터키 대표팀 감독), 넬루 빙가다(케랄라 블래스터즈 감독), 황보관 등 많은 감독들을 보좌했다. 그러던 2011년, 황보관 감독의 자진사임으로 공석이 된 FC서울의 감독대행 자리에 오른 최용수 감독은 5경기에서 4승1무를 기록하며 정식 감독에 취임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2년 무려 72개의 공격포인트를 합작한 데얀(현 수원 삼성 블루윙즈)과 몰리나로 구성된 일명 '데몰리션' 콤비의 대활약에 힘입어 2위 전북과 승점 17점 차이로 정식 감독 부임 첫 해 K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3년에도 초반 부진을 씻고 리그 4위와 아시아 챔프언스리그 준우승의 좋은 성적을 올리며 AFC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했다.

최용수 감독은 2014년 리그 3위와 2015년 FA컵 우승으로 FC서울의 자존심을 지켰다. 40대 초·중반의 많지 않은 나이에 감독으로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최용수 감독은 한국 축구에도 매우 소중한 자산이었다. 실제로 최용수 감독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이후 홍명보 감독의 후임으로 하마평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울리 슈틸리케 감독(톈진 터다 감독)이 선임되며 대표팀 감독설은 흐지부지됐고 최용수 감독은 2016년 중국 무대에 도전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이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중국에서의 아픔 이겨내고 FC서울 부활 이끈 '독수리'

이미 수 년 전부터 중국 슈퍼리그의 많은 러브콜을 받았던 최용수 감독은 2016년 6월 장수 쑤닝과 계약하며 지도자가 된 후로는 처음으로 해외리그에 도전했다. 최용수 감독은 시즌 중반부터 팀을 이끌었음에도 2016년 장수 쑤닝을 리그와 FA컵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장수는 2017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올렸고 최용수 감독은 그 해 6월 챔피언스리그 16강 탈락에 책임을 지고 사임하며 10개월의 짧은 중국생활을 마쳤다.

한국으로 돌아온 최용수 감독은 작년 아시아 각국의 많은 제의를 고사하고 해설위원 등으로 활동하며 안식년(?)을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이 떠난 FC서울은 작년 시즌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하며 강등 위기에 놓였고 결국 최용수 감독은 작년 10월 서울을 구할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최용수 감독이 복귀한 FC서울은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가는 위기를 겪었지만 부산 아이파크를 통합 스코어 4-2로 꺾고 간신히 잔류에 성공했다.

최용수 감독은 "FC서울 같은 빅마켓 구단은 리그를 주도해야 한다"며 구단에 대대적인 전력 보강을 요구했다. 하지만 투자가 인색해진 FC서울은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하며 이적시장에서 큰 보강을 하지 않았고 최용수 감독은 미디어 데이에서 이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하지만 감독은 주어진 상황에서 최대한 성적을 내야 하는 자리이고 최용수 감독은 시즌 초반 FC서울을 환골탈태시키는 데 성공했다.

FC서울은 시즌 개막 후 4경기에서 3승1무로 가장 먼저 승점 10점 고지를 밟았다. 사실 FC서울의 득점은 4경기에서 5점으로 12개 구단 중 공동 4위에 머물러 있고 투톱 박주영과 페시치는 아직 리그 마수걸이 골을 신고하지 못했다. 하지만 FC서울은 리그에서 유일하게 무실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최전방 스트라이커 출신이지만 수비를 더 중시하는 최용수 감독의 스타일을 선수들이 그라운드에서 잘 구현해 내고 있는 셈이다.
 
 2019년 3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FC 서울 황현수 득점 후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2019년 3월 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1 FC 서울과 포항 스틸러스의 경기. FC 서울 황현수 득점 후 선수들이 자축하고 있다. ⓒ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FC서울의 단독선두 등극은 마지막 리그 우승을 차지했던 2016년 11월 6일 이후 무려 874일 만이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올해 우리는 우승을 노릴 수 있는 전력이 아니"라며 매 경기 상대를 따라 간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선다고 신중함을 잃지 않았다. 하지만 작년 승강 플레이오프까지 치른 FC 서울이 올해는 리그에서 가장 먼저 승점 10점 고지에 오르며 K리그 모든 구단들의 경계 대상으로 떠오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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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 FC서울 최용수 감독 독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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