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보강 : 31일 낮 12시 25분]

31일 오전 최정호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가 자진사퇴를 발표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장관 후보자 지명철회는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이후 처음이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해외출장과 장남의 유학비 지원 의혹 등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2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허위 해외출장과 장남의 유학비 지원 의혹 등 의원들의 지적이 이어지자 난감한 표정을 짓고 있다.
ⓒ 유성호

관련사진보기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31일 오전 11시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오늘 조동호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라고 발표했다.

윤 수석은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후보자의 자격이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논의 끝에 후보 지명을 철회하기로 했다"라고 지명 철회 이유를 설명했다.

이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끝났지만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자진사퇴-부적격' 공세가 계속되고 있는 데다 약 26억 원 상가건물 매입 논란으로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까지 지난 29일 전격 사퇴하면서 여론이 크게 악화된 현실을 헤아린 조치다.

윤 수석은 "조동호 후보자에게 자진사퇴해 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라며 "(청와대 내부) 논의 끝에 이런 결정이 나왔고, 당과의 협의도 있었다"라고 전했다.

여당 안에서도 최정호.조동호 후보자 자진사퇴 요구 기류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청문회 나온 최정호 후보자 최정호 국토교통부장관 후보자가 25일 국회 국토위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인사청문회가 끝난 이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안에서는 최정호.조동호 후보자가 자진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하는 기류가 점점 강해졌고, 이러한 기류가 청와대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정호 후보자는 서울 강남과 경기도 성남 분당, 세종시 등 부동산 핵심 요지에 세 채의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어 부동산정책을 총괄해야 하는 부처 장관으로서는 부적격이라는 여론이 높았다. 여기에다 후보자로 지명되기 직전 경기도 성남 분당의 아파트를 딸에 증여해 '꼼수 증여' 논란까지 일었다.

조동호 후보자는 아들 호화 유학과 불법 증여, 국가연구비 부당집행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유학 중인 아들이 3400cc 포르셰를 타고, 월세 240만 원짜리 집에 사는 등 '호화 유학' 논란에 휩싸였다.

특히 전세금을 올려 아들의 유학자금을 대고, 아들이 유학하는 도시로 해외출장을 다닌 사실이 드러나 여야로부터 모두 질타를 받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가짜 학술단체'로 지정한 해외학회에 참석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애초 청와대는 7개 부처 장관 후보자가 7대 인사검증 기준에 크게 어긋나지 않아 국회의 협조를 얻어서 후보자 전원을 임명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결국 조동호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하면서 이러한 전략에서 '일보 후퇴'한 셈이 됐다. 청와대의 '7대 인사검증 기준'은 병역기피, 세금탈루, 불법 재산증식, 위장전입, 표절 등 연구부정행위, 성범죄, 음주운전이다.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윤도한 국민소통수석이 31일 오전 청와대에서 인사청문회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윤 수석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동호 과학기술 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고 밝혔다.
ⓒ 연합뉴스

관련사진보기

 
윤도한 수석은 "조동호 후보자는 해외 부실 학회에 참석한 사실을 본인이 밝히지 않았고, 교육부와 관련기관의 조사에서도 드러나지 않았기에 검증에서 걸러낼 수 없었다"라고 해명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 인사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을 중심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라며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로 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윤 수석은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다"라며 "조 후보자의 다른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후보 지명을 철회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해외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을 제외하고는 청문회 과정에서 지적된 흠결은 인사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라며 "그럼에도 조 후보자는 5G 전문가로서의 능력을, 최 후보자는 해당 분야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 장관으로 기용하려 했다"라고 전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이번 장관 후보자 인선에도 7대 배제 기준을 적용하고 준수했지만, 국민의 눈높이를 맞추는 데 미흡했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라며 "청와대는 한층 높아진 국민의 기준과 기대에 부합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라고 결국 고개를 숙였다.

이에 앞서 최정호 후보자는 자진사퇴를 발표했다. 윤 수석은 "청와대는 최 후보자의 입장과 청문회에서 제기된 부동산 관련 문제 등을 무겁게 받아들이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면피성-방어성 해명 "7대 검증 기준에서는 걸리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조동호 후보자의 지명이 철회되고, 최정호 후보자가 자진사퇴함에 따라 청와대 인사검증 문제가 거세게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청와대 인사검증의 핵심라인인 조국 민정수석-조현옥 인사수석의 책임론이 다시 불거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수석은 '방어성'이나 '면피성'으로 보이는 해명만 내놓았다.

윤 수석은 "7대 원천 배제 기준에서는 걸리지 않았으니 검증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었다"라며 "다만 국민정서나 눈높이에 맞지 않은 상황이 나타냈다"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예전에도 그랬지만 어떤 분야에서 능력있는 전문가를 모시려고 할 때 꼭 등장하는 흠결 부분이 있다"라며 "그것 때문에 7대 배제 기준이 있지만 그 기준을 통과하더라도 국민정서에 안 맞는 부분이 있다, 그것까지 다 배제하면 능력있는 분을 제대로 모실 수 없겠다는 판단이 있었다"라고 해명했다.

자진사퇴한 최정호 후보자와 관련, 윤 수석은 "최 후보자는 국토교통부의 현안 중 하나인 교통문제 전문가여서 특별히 모시려고 했다"라며 "집에 세 채가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나름대로 소명했다"라고 설명했다.

윤 수석은 "(최 후보자는) 법적인 기준이나 7대 기준에 어긋나지 않았다"라며 "집이 여러 채라서 장관할 수 없다는 원칙은 없다"라고 강조했다.

"7대 인사검증 기준을 재검토할 시점이 왔다"

다만 윤 수석은 개인 의견임을 전제로 '7대 인사검증 기준의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국민정서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새로운 인사검증 기준을 마련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윤 수석은 "(일부에서 7대 인사검증 기준이 유명무실하다는 비판이 있는데) 논의해볼 시점이 온 것 같다"라며 "7대 기준도 처음부터 생긴 게 아니라 5대 기준에서 7대 기준으로 넘어왔는데 이런 부분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면 재검토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라고 말했다.

윤 수석은 "부동산 투기 논란이 7대 검증 기준에는 포함돼 있지 않는데 과연 이것을 포함시킬지 여부는 검토해봐야 할 것 같다"라며 "이것은 개인적인 생각이고 따로 논의한 적은 없다"라고 전했다.

김연철.박영선 후보자 등은 임명 강행할 듯

한편 자유한국당은 김연철 통일부 장관 후보자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사퇴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두 후보자는 '3.8개각'의 핵심 인사들이어서 청와대 등 여권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윤 수석도 "(조동호 장관 후보자 이외에 추가로 조치할 후보자는) 현재로서는 없다고 본다"라고 말해 두 후보자를 비롯한 나머지 5명 후보자의 임명 강행 가능성을 내비쳤다.

태그:#조동호, #지명철회, #최동호, #문재인, #윤도한
댓글8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