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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옥 수선기'라는 이름으로 <오마이뉴스>에 첫 글을 올린 게 2018년 3월 말이었다. 어느새 1년여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이 집과 나에게는 어떤 일이 일어난 걸까.

연재를 시작할 때만 해도 나의 일 년 후를 전혀 예측하지 못했다. 결정된 것이라고는 작고 오래된 한옥 한 채가 내 것이 되었다는 사실 하나였다. 이곳이 어떻게 변할지, 나는 또 어떤 미래에 당도할지 그저 온통 미지의 세계일 뿐이었다.

시간은 흘렀다. 그 사이 집을 둘러싸고 많은 일이 일어났다. 기쁨과 당혹, 좌절과 설렘이 교차했다. 어떤 집을 지을까 하는 궁리와 더불어 이 집에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갈까 하는 고민으로 가득한 하루하루가 이어졌다.

이 집을 만나고, 마치 예정이라도 되어 있었다는 듯 회사를 그만뒀다. 회사를 그만두면 책방을 하겠다는 꿈을 오래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집은 책방을 하기에는 적당하지 않았다. 다시 출판사에 들어가 일을 해야 할까, 프리랜서 편집자로 일을 해야 할까, 생각은 여러 갈래로 뻗어나갔다. 그러다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 직접 출판사를 차려보자는 것이었다.
 
 2018년 3월. 연재를 시작할 당시의 집 모습이다. 이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셈이다.
 2018년 3월. 연재를 시작할 당시의 집 모습이다. 이 장면으로부터 이야기가 시작된 셈이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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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9년 3월 30일. 같은 집 다른 모습이다. 이 사진 두 장 사이에 흐르는 많은 이야기가 연재글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고, 한 권의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2019년 3월 30일. 같은 집 다른 모습이다. 이 사진 두 장 사이에 흐르는 많은 이야기가 연재글을 통해 독자들을 만났고, 한 권의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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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6년에 지어진 작은 한옥은 철거를 했고, 솜씨 좋은 분들에 의해 다시 지어졌다. 해체와 조합, 새로운 공간의 탄생이 때로는 빠르게 때로는 느리게 일 년 반 동안 이어졌다. 오래된 기둥과 주추는 오래전 그 모습 그대로지만 많은 부분이 새로운 것으로 채워졌다. 집 한 채를 짓는 일이 이렇게 고단하고 힘든 일인 줄 알았다면 나는 과연 시작을 했을까, 싶다.

이에 발 맞춰 나의 일상도 해체와 조합의 과정을 거치고 있었다. 20여 년 동안 책을 만들어온 나의 경력은 1인 출판사의 시작이라는 상황 앞에서 전면적으로 해체되었다. 나의 경력은 책을 만드는 일에만 집중되어 있었다. 회사를 시작하면서 해야 하는 수많은 일은 나로서는 난생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이 일들 앞에서 나는 쩔쩔매며 하루하루를 넘겨야 했다. 매우 익숙한 일과 미숙한 일들의 불균형 속에서 나는 새로운 나로 새롭게 거듭나고 있었다.

처음 집을 짓는 이야기를 연재해 보겠다고 생각한 건 그저 손가락 사이로 흘려보내는 모래처럼 이 과정의 기억을 잊고 싶지 않아서였다. 여기에 더해 마침 내게는 믿는 구석이 있었다.

오래전 편집자와 저자로 만난 사진작가에게 작은 한옥의 수선 과정을 철거 전부터 기록을 해 보면 어떻겠느냐고 제안을 했고, 그 덕분에 매우 의미 있는 작품 사진을 매 순간 남길 수 있었다. 그 사진을 더 많은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마음 역시 연재를 시작한 계기였다.

출발은 개인 블로그였다. 아무도 모르는 블로그에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비록 작은 집 한 채를 고치는 과정이지만 누구나 살고 있는 집이 있으니, 그런 집이라는 공간이 개인의 삶과 어떤 관계를 맺어나가는가에 대해 미지의 독자들과 교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생겼다.

일반인들이 기사를 쓸 수 있는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하겠다 마음 먹고 첫 글이 올라온 게 3월 말. 그러니까 지금으로부터 꼭 일 년 전이다.

사진과 글을 올리면서도 나는 이 연재에 관심을 보이는 독자가 몇 분이나 될까, 반신반의했다. 연재글을 올린 뒤의 반응은 예상과 달랐다. 많은 독자들이 이 글에 관심을 보여주기 시작했고, 포털에 송출된 기사 밑에 달린 댓글들은 때로 격렬했다.

그 '격렬한 댓글에 행여나 상처 받지 마시라며 잘 보고 있다'는 댓글이 다락방 같은 후미진 내 블로그 글 밑에 달리기 시작했다. 다큐멘터리를 찍자는 제안도 받았고, 한 번 만나고 싶다는 분들도 계셨다. 일부러 공사 현장을 둘러보고 가시는 분들도 있었고 포털에서는 연관 검색어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라디오 출연을 위해 방송국에 가던 날은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인가 싶어 얼떨떨한 마음으로 여의도공원을 한바퀴 돌아보기도 했다.

매번 글이 올라갈 때마다 가파르게 올라가는 조회수를 보는 느낌은 남달랐다. 편집자는 저자와 독자를 연결하는 사람이다. 나는 평생 그 일만 해왔다. 하지만 내가 직접 독자와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셈이니 남다르지 않을 수 없었다.

집이 지어지면서 나의 일상도 발을 맞춰 달라졌다. 출판사를 시작하겠다고 결정을 했고, 신도시 아파트에서 나와 서울로 이사를 나왔다. 집 주소를 따와 이름을 정한 출판사에서 책이 나오기 시작했고, 집은 더 집다워져 갔다.

집과 나와 일이 한덩어리로 변화의 긴 터널을 헤쳐나온 셈이다. 그 과정을 연재하며 나는 '현재의 나'를 돌아볼 수 있었고, 행여나 길을 모를 때면 지나온 길을 다시 되짚으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기록의 힘, 기록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깊이 배웠다.

그렇게 시간은 흘렀다. 애초에 집 짓는 이야기를 책으로 내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다만 이 집의 철거 전부터 다큐멘터리처럼 기록하는 사진작가의 작품을 모아 이 집의 완공 즈음에 가까운 이들과 기념삼아 비매품의 작은 이미지북을 만들어볼 요량을 가졌을 뿐이다.

연재글을 타고 블로그를 찾아오시는 분들 중 몇몇 분이 이 연재의 단행본 출간을 기정사실화하듯 말씀하시기 시작했고, 어떤 분들은 책으로 꼭 보고 싶다는 바람을 피력하곤 하셨다. 그때부터였다. 이 이야기를 책으로 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은.

하지만 연재를 통해 이미 공개된 글을 그대로 모아 책을 내고 싶지는 않았다. 그 내용을 바탕으로 하기는 하되 단행본을 위해 전면적으로 다시 구성하고 새로운 글을 써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한 권의 책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를 세상에 내놓았다.
 
 수 차례의 개고와 교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이제 독자들을 향해 떠났다.
 수 차례의 개고와 교정의 과정을 거쳐야 한 권의 책으로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책이 이제 독자들을 향해 떠났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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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심는다는 건  수많은 인연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지금의 마음은 설렘과 염려의 교차다.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심는다는 건 수많은 인연의 씨앗을 뿌리는 것과 같은 의미라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세상에 내놓은 지금의 마음은 설렘과 염려의 교차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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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만 해도 전혀 예상하지 못한 미래를 나는 오늘 살고 있다. '작은 한옥 수선기'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이 집이 어떻게 지어질지, 집을 짓는 동안 어떤 일을 겪게 될지 가늠할 수 없었다.

집이 지어지는 동안 나의 삶이 어디에서 어디로 흘러갈지, 이 집에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알 수 없었다. 그 과정을 기록한 글을 어떤 분이 읽을지, 어떤 인연을 만들어낼지 또한 알고 시작한 일이 아니었다.

봄의 초입에서 수선화와 패랭이 씨앗을 집에 들였다. 한 달여가 지났고 그 사이 많이 자랐다. 수선화는 꽃을 피우고 지기를 거듭했고, 한 번의 분갈이를 거쳐 이제 마당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패랭이는 씨앗에서 순을 틔워 흙에서 한동안 뿌리를 내린 뒤 역시 마당 한켠에 자리를 잡았다. 새순을 갓 틔우기 시작한 꽃나무에는 그 사이 잎들이 무성하게 크고 있다.
    
 수선화는 마당에서 자리를 잘 잡을까? 패랭이는 다시 한 번 흙을 이겨내고 하늘을 향해 얼굴을 잘 내밀까? 좋은 흙, 양지 바른 땅에 잘 옮겨두었으니 다음의 일은 이들의 몫이다. 나는 그저 응원할 뿐
 수선화는 마당에서 자리를 잘 잡을까? 패랭이는 다시 한 번 흙을 이겨내고 하늘을 향해 얼굴을 잘 내밀까? 좋은 흙, 양지 바른 땅에 잘 옮겨두었으니 다음의 일은 이들의 몫이다. 나는 그저 응원할 뿐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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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말. 쑥쑥 자란다는 말의 의미를 내 집 마당에서 배우고 있다.
 3월 말. 쑥쑥 자란다는 말의 의미를 내 집 마당에서 배우고 있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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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당에 심은 이 나무의 변화로 봄을 느낀다. 나무도 자라고 내 마음도 자란다.
 마당에 심은 이 나무의 변화로 봄을 느낀다. 나무도 자라고 내 마음도 자란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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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한옥 수선기'로 인터넷에 뿌린 작은 씨앗이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라는 한 권의 책이 되었다. 작은 씨앗에서 비롯한 한 권의 책을 세상에 심은 셈이다. 책이 나온 뒤 일간지에 실린 이 책의 이야기는 다시 또 나를 설레게 한다. 이 기사들이 이 책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유익한 다리가 되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들을 통해 한 권의 책이 어떤 독자들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만남이 반갑고 유익하기를 기대한다.
 이 기사들을 통해 한 권의 책이 어떤 독자들과 만나게 될지 알 수 없다. 그러나 그 만남이 반갑고 유익하기를 기대한다.
ⓒ 이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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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 전, 지금의 오늘을 상상하지 못했던 것처럼 이 한 권의 책이 어디로 어떻게 흘러가 어떤 만남을 갖게 될지 지금의 나로서는 알 수 없다. 다만 지난 일 년여의 시간 동안 미지의 독자들이 이 연재를 향해 보내준 따뜻한 관심과 성원 덕분에 오늘의 나는 행복하고 감사하다. 앞으로의 날들도 그럴 것이라고 그저 믿을 뿐이다. 그동안 작은 한옥 한 채가 지어지는 과정을 지켜봐주신 많은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 드린다.

'작은 한옥 수선기'는 수선이 끝났으니, 연재를 마친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다. 이 집을 지으며, 어떻게 지을까 만큼이나 앞으로 이곳에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했다.

한옥에서 살아가는 동안 어떤 일이 일어날지 여전히 알지 못한다. 아마 지금은 모르는 많은 일이 일어날 것이다. 머지 않아 독자 여러분과 나눌 이야기가 쌓이면 그때 다시 여러분과의 만남을 청하련다.

#작은한옥수선기 #나의집이되어가는중입니다 #혜화1117 #그동안감사했습니다 #책한권의시작은모두여러분덕분입니다

덧붙이는 글 | 사진을 찍은 황우섭은 주로 인물과 건축물을 찍는다. 사람도 건물도 기교와 치장 대신 있는 그대로의 표정을 카메라에 담는 걸 좋아한다. 오래된 것에 집착하고, 동적인 것보다 정적인 것에 주로 관심을 갖는다. 산티아고 순례와 나오시마 여행의 기록을 사진으로 남긴 단행본이 국내에 출간됐고, '조병수 건축사무소' 전속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찍은 사진이 영국 'Thames&Hudson'에서 펴낸 조병수 건축가의 작품집 의 표지 및 본문에 실렸다.

이 글은 개인 블로그(https://blog.naver.com/hyehwa11-17)에도 게재됐다.


나의 집이 되어가는 중입니다 - 1936년에 지어진, 작은 한옥 수선기

이현화 지음, 황우섭 사진, 혜화1117(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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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만드는 일을 오래 했다. 지금은 혜화동 인근 낡고 오래된 한옥을 새로운 공간으로 만들어 그곳에서 책을 만들며 살고 있다.

오마이뉴스 에디터.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은경의 그림책 편지',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를 연재합니다. 2017년 그림책에세이 '하루 11분 그림책 짬짬이 육아'를 출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