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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열린 '한일관계 : 새로운 100년을 모색한다' 대화모임. 왼쪽부터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와다 하루키 도교대 명예교수, 이부영 전 국회의장.
 29일 열린 "한일관계 : 새로운 100년을 모색한다" 대화모임. 왼쪽부터 이홍구 전 국무총리,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 와다 하루키 도교대 명예교수, 이부영 전 국회의장.
ⓒ 안홍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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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는 평화의 길을 가기 시작했으므로 일본은 평화 프로세스에 적극 협력해 '동아시아 공동체' 기반 조성에 나서야 한다고 전직 일본 총리가 주장했다. 이를 위해서는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강제징용 배상문제 등에 일본이 '무한책임'의 자세로 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같은 구상을 밝힌 이는 하토야마 유키오 전 일본 총리다. 2009년 9월부터 2010년 6월까지 총리로 재임한 그는 민주당 소속으로 지난 2015년 서대문형무소를 찾아 무릎을 꿇고 사죄하기도 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29일 서울 평창동 대화의 집에서 대화문화아카데미(이사장 이삼열)와 동아시아평화회의(운영위원장 이부영) 공동주최로 열린 '한일관계 : 새로운 백년을 모색한다'에서 발제를 맡아 일본 정부의 대(對) 한국 기조가 완전히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한반도는 평화를 향해 크게 움직이기 시작했다"라고 평가했다. 그는 결렬된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회담이 실패했다는 식의 부정적 논조가 눈에 띄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그는 "(북미)양자가 어떻게 타협점을 찾아갈지 그 윤곽이 어렴풋이나마 드러난 만큼, 좋았던 게 아닌가 한다"라면서 "중요한 것은 정상회담을 앞으로도 이어감으로써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고 미국도 북한을 군사적으로 공격하지 않을 것이란 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북미관계가 질적으로 개선돼 한반도는 위기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일본과 중국이 한반도의 평화 움직임을 지원하는 자세를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일본은 한반도의 남북분단에 큰 책임이 있는 나라다, 그저 트럼프 대통령을 전면 지지한다는 데에 그칠 것이 아니라 한국에 적극 협력하는 자세를 보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년 후를 바라본다면 한반도는 어떤 형태로는 하나의 국가가 돼 있을 테니"라고 덧붙였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지금이 자신이 총리 시절 추진한 적 있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추진할 적기라고 봤다. 남북관계의 급진전으로 한·중·일 공동체에 북한을 포함해 구상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결코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모든 분쟁은 절저히 대화로 해결하는 '부전(不戰) 공동체' 구상을 설명한 그는 "일본이야 말로 선두에 서서 깃발을 흔드는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통석의 염'은 명확한 사죄 표현, 일본 정부와 국민이 따라야"

우애와 지역주의에 기반한 동아시아 공동체를 창설하기 위해 "일본이 역사를 응시하고 침략과 식민지 지배로 인해 고통받은 사람들과 국가들에 대해 분명히 사죄와 보상을 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게 하토야마 전 총리의 생각이다. 그는 철학자 우치다 다쓰루의 말을 인용했다.

"전쟁 피해에 대해서 패전국이 짊어지는 것은 사실상 '무한책임'이다. 정해진 배상을 했으니 책임은 이제 다 했다는 말을 패전국 측에서 할 수는 없다. 전승국이든 구 식민국이든 그쪽에서 먼저 '이제 더 이상 책임추궁은 안 하겠다'는 말이 나올 때까지 책임은 계속 짊어져야 한다."

"나는 이 생각이 옳다고 생각한다"라고 한 하토야마 전 총리는 "이런 마음을 일본 위정자가 가질 수 있을 때에 위안부 문제는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강제징용 배상 문제에 대해서는 "일한 청구권 협정으로 완전하고도 최종적으로 해결된 문제가 아니다, 일한 양국 정부가 징용공 피해자 분들의 존엄과 명예를 회복시키기 위해 냉철하게 대화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일본 기업에 강제징용 배상 책임을 인정한 한국 법원의 판결을 맹비난하고, 2015년 한일위안부합의를 근거로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불가역적으로 해결됐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토야마 전 총리는 1990년 아키히토 일왕의 "통석의 염을 금할 수 없다"라는 표현을 "천황폐하가 가장 일찍, 가장 진지하게, 가장 명확하게, 한국 여러분께 사죄의 마음을 표명한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당시 한국에서는 사전에도 나오지 않는 신조어인 '통석의 염'에 과연 사죄의 의미가 있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기도 했지만 하토야마 전 총리는 '명확한 사죄'라고 평가한 것이다.

이어 그는 "천황폐하의 한국민에 대한 마음을 일본 정부 그리고 일본국민이 공유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일왕이 이미 사죄의 뜻을 밝혔으니 일본 정부와 국민 또한 그런 자세로 과거사 문제에 임해야 한다는 주장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다.

문희상 국회의장의 최근 '일왕 사죄 필요' 발언에 대해서도 하토야마 전 총리는 "(식민주의의 바탕인) 대일본주의를 수행한 것은 정부였지만, 당시의 최고책임자는 천황폐하였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문희상 국회의장의 말은 최고책임자가 사죄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것으로, 한국 측에서는 당연히 이해할 수 있는 발언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북한 연구의 세계적 권위자인 와다 하루키 도쿄대 명예교수도 발제를 맡았다. 와다 교수는 한반도를 넘어 동북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서는 한일관계의 발전을 통해 북일관계를 진전시키는 일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했다.

와다 교수는 "한국의 문재인 대통령이 필사적인 노력을 기울여 북-미 전쟁의 위기를 피하고 북미 정상회담 개최를 성공시킨 위대한 달성을 더욱 연장시키고 동북아 평화프로세스를 추진하기 위해선 일본이 지금까지의 대화거부, 제재와 위협의 길에서 벗어나 북일 국교정상화로 확실하게 나아가는 것이 요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주일본대사를 지냈던 최상용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는 토론을 통해 하토야마 전 총리의 '우애에 기반한 동아시아 공동체' 구상에 대해 "우선 한일 양국 정상 간의 신뢰가 전혀 없고, 신뢰가 부족하다는 점을 인정하지도 않고 부족분을 메우려고도 하지 않는다"라고 지적하면서 "나는 대단히 비관적"이라고 평가했다.

최 교수는 "가능한 일을 먼저 해야 한다"라면서 서울-베이징-도쿄를 연결하는 상설 오케스트라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마침 이 모임에 참석한 박원순 서울시장은 "적극 지지한다, 그 일이 가능하도록 북경시장과 동경도지사에게 제안하겠다"라고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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