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7일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셧아웃 승을 거두고 기뻐하는 한국전력 선수단

지난 2월 7일 5라운드 현대캐피탈과의 경기에서 시즌 첫 셧아웃 승을 거두고 기뻐하는 한국전력 선수단 ⓒ 한국배구연맹


2018-19 도드람 V-리그는 한국전력에게 뼈아픈 시즌이었다. 36번의 경기 중 승리한 경기는 단 4경기, 승점은 단 19점으로, 1위 대한항공의 75점과 비교하면 초라한 기록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결과의 가장 큰 원인으로 '외국인 선수의 부재'를 꼽는다. 한국전력은 사이먼을 보내고 대체 외국인 선수로 아텀을 데리고 왔지만 아텀 마저 복부 부상으로 시즌 아웃 되었다.

그러나, 외국인 선수 교체 규정으로 인해 더이상의 교체는 불가능했다. 결국 한국전력은 외국인 선수 없이 한 시즌을 치르게 됐다. 외국인 선수의 부재에서 오는 부담은 고스란히 국내 선수들에게 향했고, 특히 명실상부 '에이스'인 서재덕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어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전광인의 공백도 크게 작용했다. 서재덕은 "전광인이 꿈에 나와 '형 같이 뛰어요'라고 했다"고 밝히며, 코트 위의 밝은 미소 뒤에 숨겨져 있는 부담감을 간접적으로나마 전하기도 했다.
 
 2018-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득점 순위

2018-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득점 순위 ⓒ 청춘스포츠

 
한국전력 빅스톰이 최하위를 기록했음에도 '소년 가장' 서재덕은 굳건했다. 남자부 득점 기록을 살펴보면 서재덕은 637득점으로, 6명의 외국인 선수에 이어 7위에 올라있다. 이는 국내 선수 중 최다 득점인 동시에, 선수 개인 최다 기록이기도 하다. 이와 같은 기록 갱신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포짓 스파이커(라이트)로 포지션을 옮겼기 때문이다.

서재덕은 성균관대학교 시절부터 라이트로 활약을 했었고, 발리볼네이션스리그 대표팀에서도 왼손잡이 라이트로서 주 공격수의 몫을 해왔다. 하지만 V-리그에서는 소속팀의 사정상, '수비형 레프트'로서, 공격 본능을 잠시 재워 두고 수비적인 부분에 조금 더 치중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번 시즌 프로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공격을 한 서재덕은 한국전력의 '외국인 선수'가 되었다.   
 
 2018-19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에서 '보헤미안랩소디'를 패러디한 서재덕

2018-19 도드람 V-리그 올스타전에서 '보헤미안랩소디'를 패러디한 서재덕 ⓒ 한국배구연맹

 
지난 1월 20일 대전 충무체육관에는 프레디 '덕큐리'가 등장했다. 도드람 2018-19시즌 V-리그 올스타전에서 서재덕은 올해 최고의 흥행작 중 하나인 '보헤미안 랩소디'의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로 변신해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남자부 최다 득표에 이어서 세리머니 상과 최우수상(MVP)까지 거머쥐며 주인공으로 거듭났다. 팬들에게 '덕큐리', '소년가장'이라는 별명까지 붙으며, 팀 성적은 최하위이지만 팬들의 가장 뜨거운 지지를 받은 한 해였다. 

한국전력의 이번 시즌은 배구계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한전의 최하위 성적에는 한 시즌에 단 한 번만 교체가 가능한 외국인 선수 규정이 큰 영향을 미쳤다. 이에 KOVO(한국배구연맹) 실무위원회는 '제2의 한전 사례'가 나오지 않도록, 외국인 선수 교체 횟수를 1회에서 2회로 증가하기로 결정했다. 각 구단은 외국인 선수의 이탈로 인한 변수에 대비할 수 있게 되었다. '한전룰'까지 탄생시킨 한국전력의 올 시즌이다.  

서재덕은 올해 사회복무요원으로 군 복무를 대체할 예정이다. 서재덕은 팀 내에서 안정적인 리시브와 날카로운 서브는 물론 코트 안팎에서의 리더 역할을 도맡아왔다. 따라서 그의 큰 공백은 여러 선수들이 서로 도와가며 메꿔나가야 할 것이다. 때문에 이번 시즌 새로 합류한 최홍석과 왼쪽 날개 공재학의 비중이 높아질 전망이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는 중에도 배구경기 감각을 유지하게끔 주말 훈련에는 꾸준히 참여시킨다는 것이 김철수 감독의 계획이다. 한 편 오는 4월 수원시와 협약이 끝나는 한국전력은 광주광역시 연고지 이전과 수원시 잔류를 두고 고민 중에 있다. 한국전력에게 유난히 차가운 '겨울'이었던 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시즌, 다음 시즌에는 팬들에게 따뜻한 '봄'을 선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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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청춘스포츠 9기 안혜린
배구 V리그 한국전력 빅스톰 서재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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