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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길 아침, 9호선 '지옥철'을 타고 사람더미에서 질식할 듯한 위협을 느끼며 문득 그런 생각을 했다. '이렇게 아침에 힘겹게 겨우 눈을 뜨다, 문득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면 아침마다 힘들게 일어나 이렇게 지옥철에 반복해서 오르는 것으로 청춘을 다 보내 온 것을 후회하지 않을까?'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하고 싶은 것을 하기 위해서는 돈과 여유가 필요하고, 그 돈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는 만큼은 내 손에 쥐어지지 않으며 시간적 여유도 없다. 너무나도 아이러니하다. 기회비용의 측면에서 생각하면 상당히 비효율적인 게 분명하다. 그런데 왜 나는 이 자리에 머물러 그대로 현상유지를 하고 있는가.

성공한 많은 사람들은 '도전'에 대한 용기를 가지라는 조언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나도 잘 안다. 내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용기 있는 도전이 하나쯤 필요하다는 것을. 퇴사와 여행을 종용하는 서적들이 시중에 넘쳐나고, 월급쟁이였던 젊은 누군가가 과감한 도전을 통해 성공에 이르는 경험담이 인터넷에 무수히 범람하는 것을 보면, 용기 없는 자 자신이 초라해지기까지 한다.

그렇지만, 도전은 실패와 성공의 확률을 모두 수반하고 있기에 가진 것이 많지 않은 나와 같은 평범한 인간은 용기를 내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성공을 위해서는 수없이 도전하고, 수많은 실패를 경험해야 할 수도 있다. 그 실패까지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발자취쯤으로 여유로이 넘기려면 뒤를 탄탄하게 바치고 있어 줄 기댈 언덕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렇다.

어제는 인터넷에 한 드라마에 대해 검색하다가 우연히 누군가의 고민이 담긴 글을 보았다. 이십대 후반이라는 그 사람은 드라마 작가를 꿈꾸며 직장에 사직서를 내고 몇 년째 시나리오 공부를 하며 보조작가 일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100만 원 남짓의 돈을 겨우 얻으며 계속해서 꿈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 현실적으로 버겁다는 것이다. 그러니 자신과 같은 꿈을 꾼다면, 직장에 몸을 담은 채로 틈틈이 준비를 하는 것이 더 맞는 방향일 거 같다고.

몇 년 전엔가, 디저트 사업으로 큰 성공을 이룬 한 젊은 사람의 이야기를 본 기억이 떠올랐다. 그 사람은 틈틈이 모은 용돈과 국가 장학금, 주식 처분금으로 1억 가량의 자본을 초기 투자해 사업을 시작했다고(알고 보니 사업을 시작한 건물은 본인 부모님의 건물이기까지 했다). 초기엔 많은 실패를 하고 빚까지 얻어가며 직원들의 월급을 메워주어야 할 정도로 어려웠지만, 결국 꾸준히 노력해 '스스로' 성공을 거뒀다는 이야기.

실패를 해도 몇 번쯤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용기, 도전을 만들어내는 자양분인 그 '용기'의 수량을 개개인마다 다르게 지급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한다. 결국 '도전을 위한 용기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한다'는 것을.

이뿐만이 아니다. 사회가 개인의 용기를 작아지게 만드는 경우도 나는 무수히 목격했다. 우리 사회는 속도가 느린 개인, 개인의 실패에 대해 잘 용인하지 않는다는 현실을. '몇 살 이상은 신입사원으로 취업하는 것이 어렵다'는 암묵적인 제약, '몇 살 이상은 이제 결혼을 해야 하는 나이'라는 암묵적 제약 등 개인을 옥죄고 있는 수많은 암묵적 제약들은 거기에서 벗어나는 것을 쉽게 용인하지 않는다.

개인마다 자신이 나아가는 속도는 다를 수밖에 없다. 어떤 이는 사회가 규정한 일정한 나이에 맞게 모든 관문을 척척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그 속도가 버거울 수도 있다. 그런데 사회는, 사회가 정해놓은 관문을 제 때에 지나치지 못 하는 걸 너무도 쉽게 '실패'라 규정하여, 다른 관문을 향해 '도전'하는 것을 위축되도록 자꾸만 압박을 가한다.

도전을 결국 성공으로 이끈다면, 말은 달라지지만. 사회의 많은 굴곡과, 제약을 딛고 일어나 주체적으로 성공을 거둔 '훌륭한 사람'은 칭송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그 기회에도 빈부격차는 존재한다는 것. 그리하여, 다양한 조건을 가지고 살아가는 나와 같은 수많은 보통의 이들에게 '도전하라'는 말은 사치로 느껴지기까지 할지도 모른다.

태그:#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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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끝자락에서 매일 고군분투하고 있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