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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김학의 법무차관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의혹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2013년 당시 박근혜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일어난 김학의 법무차관과 채동욱 검찰총장의 의혹에 대해 전혀 다른 태도를 보였다.
ⓒ 임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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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의와 채동욱. 두 고위공직자를 둘러싼 논란을 보면서 기자는 이해하기 어려운 지점이 있었습니다. 두 인물에 대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대응이 사뭇 달랐기 때문입니다.

2013년 3월 14일, TV조선이 <경찰 "사회지도층 인사 성접대 동영상 확인">이라는 기사를 내보내면서 건설업자 윤중천씨의 별장 성접대 의혹이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다가 3월 15일 김학의 법무부 차관이 취임합니다. 취임 6일 뒤였던 3월 21일 채널A는 "윤중천 전 회장에 대한 출국금지 요청서를 검찰에 보내면서 김학의 법무부 차관의 실명을 적시했다"라고 보도합니다. 그날 김학의 차관은 성접대 의혹을 부인하면서 사임했습니다.

당시 박근혜 청와대와 법무부는 별다른 대응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김학의 차관 사임 9일 뒤 인사 논란에 관한 짧은 사과를 낸 게 전부였습니다. 그때 박근혜 청와대가 내정한 장·차관 후보자가 낙마자 한데 묶어 사과했던 것이었습니다.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성접대 의혹이 일었던 인물을 법무부 차관에 임명하면서 그를 옹호하는 모양새를 취했습니다. 그랬던 박근혜 대통령은 유독 채동욱 검찰총장에게는 냉혹했습니다.

같은해 9월 <조선일보>의 채동욱 검찰총장 혼외자 의혹 보도가 나가자 채동욱 검찰총장은 유전자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습니다. 법무부는 다음날 바로 감찰 및 진상조사를 지시했고, 채 총장은 이 지시가 나온 즉시 사퇴했습니다.

김학의 전 차관 때와는 다른 모양새입니다. 박근혜 정부는 김학의 전 차관 건에 대해서는 침묵을, 채동욱 전 총장 건에 대해서는 '진실 규명과 공직기강'을 외치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댔습니다. 논란이 한창이던 2013년 9월 15일 이정현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이 "사표수리를 하지 않았다, 진실규명이 우선"이라며 "박근혜 대통령도 진실규명에 공감하지 않겠느냐"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동아일보> 보도에 따르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은 채 총장에게 '사퇴'를 설득했고, 대통령 민정수석비서관실도 "공직 기강 감찰을 받으라"고 권유했다고 합니다.

박근혜가 생각한 검찰총장 중엔 김학의가 있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의혹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을 15일 오후 공개 소환해 조사한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13년 실시된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한 정황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조사 중인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이 의혹 당사자인 김 전 차관을 15일 오후 공개 소환해 조사한다. 진상조사단은 지난해 4월 검찰과거사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2013년 실시된 이 사건과 관련된 경찰,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부실수사한 정황이 없었는지 등을 조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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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컷뉴스> <경향신문> 등 다수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2월 초 박근혜 당선인은 초대 검찰총장 후보 중 김학의 당시 대전고검 검사장이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검찰총장추천위원회는 채동욱 서울고검장, 김진태 대검찰청 차장, 최교일 서울중앙지검장 등 7명에 김학의 대전고검 검사장을 포함한 8명을 검찰총장 후보로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김학의 고검장은 최종 3인 명단에는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통령 당선인의 의중은 김학의씨에게 쏠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한겨레>는 2013년 2월 14일 복수의 법무부·검찰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법무부가 처음 제시한 3명은 박근혜 당선인 쪽과의 교감 하에 제시된 것으로 봐야 한다, 안창호 재판관과 김학의 고검장 쪽에 무게가 실려 있었던 것으로 보이는데 추천위에서 떨어뜨려 버렸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28일 <노컷뉴스>의 보도에 따르면 2013년 초부터 '소문'의 형태로 정가에 나돌았던 김학의 성접대 의혹을 알고 있는 추천위원들이 투표를 통해 김학의씨를 최종후보에서 제외했다고 합니다.

이 매체는 "박 전 대통령은 김 전 차관을 장관에 앉히려고 했지만, 이때도 문제의 동영상에 걸림돌이 돼 결국 차관으로 가게 됐다고 한다"라며 "총장이나 장관과 달리 차관은 국회 인사청문회가 필요없는 자리다"라고 짚었습니다.

조응천 "'김학의 의혹 동영상 첩보' 박근혜 청와대서 묵살"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2017년 10월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질의하는 조응천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은 2017년 10월 16일 오전 경기도 과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무부에 대한 국정감사에 참석해 박상기 법무부 장관에게 질의하고 있는 모습.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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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남양주시갑)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비서관을 지냈습니다. 조 의원은 지난 25일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시 김 전차관 동영상 관련 첩보를 듣고 검증 보고서를 올렸으나 청와대 본관 쪽에서 '본인이 아니라고 하는데, 왜 자꾸 무고하느냐'는 반응을 들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인사 검증을 해야 하는데, 위에서 그런 얘기를 했다는 소문이 들리니까 속으로 깜짝 놀랐었다"라며 "그렇게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임명권자인 박근혜 대통령밖에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정상적인 대통령이라면, 이런 첩보가 올라왔을 경우 사실 규명을 위해 철저한 수사나 내사를 지시했어야 합니다. 그런데도 무고를 운운하며 오히려 김학의 전 차관을 옹호했다는 사실은 국민의 눈높이에서는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박근혜는 왜 김학의를 차관에 앉혔을까

왜 박근혜 당시 대통령은 성접대 동영상 의혹이 제기됐던 김학의 고검장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했을까요? 2019년에서야 나온 박관천 전 청와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발언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습니다.

대검찰청 진상조사단은 2013년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인사검증을 담당했던 박관천 전 경정을 불러 조사를 합니다. 조사 과정에서 박관천 전 경정은 '당시 청와대가 김학의 법무차관 임명 전에 성접대 의혹과 동영상의 존재를 이미 파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박관천 전 경정은 성접대 의혹과 동영상을 알고도 박근혜 정부가 김학의 고검장의 법무부 차관 임명을 강행한 배후로 최순실씨를 언급했습니다. 박 전 경정은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부인과 최순실씨가 친분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최순실씨는 지난 8일 변호인에게 전달한 진술서에서 "김학의 전 차관의 성접대 의혹을 알고도 차관으로 추천했다고 하는데, 나는 김학의를 전혀 알지 못하고 그 부인과는 더더욱 일면식도 없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검하자"는 한국당, 이해 불가... 최후의 1인까지 찾아 처벌해야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본 적 있으며, 당시 국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를 언급하며 임명을 만류한 적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튿날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개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김학의 동영상" 알고 있었다고 지목된 황교안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자가 2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과거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시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폭력·성접대 의혹" 동영상을 본 적 있으며, 당시 국회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을 만나 이를 언급하며 임명을 만류한 적 있다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튿날인 28일 오전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한 황교안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의 공개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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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과거사위원회는 김학의 전 법무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을 재수사하라고 검찰에 권고했습니다. 지난 27일 국회 법사위에 출석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과 수사 주체에 대해 협의했다"라며 "특별수사단을 구성하는 방향으로 정했다"라고 밝혔습니다.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검찰 특별수사단의 수사가 아니라 특검을 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한국당이 왜 시간이 오래 걸리는 특검을 요구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은 도피와 증거 인멸의 위험 때문에 하루빨리 수사를 해야 하는 사안이기 때문입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성접대 의혹 사건의 본질은 어떻게 범죄를 저지르고도 멀쩡할 수 있느냐입니다. 누군가의 비호가 없었다면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범죄자를 옹호한 최후의 1인까지도 끝까지 찾아 처벌해야 이 사건은 마무리가 될 수 있습니다. 2013년처럼 또다시 흐지부지 된다면 이와 유사한 사건은 또다시 벌어질 수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독립미디어 ‘아이엠피터TV’(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태그:#김학의, #최순실, #박관천, #조응천, #자유한국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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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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