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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과 빈곤을 없애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실험되고 있는 '기본소득'이 주목할 만합니다. 한편에서 기후변화는 인류의 운명을 가를 절체절명의 문제입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기후행동'이 필요합니다.

기본소득을 지급하면서 동시에 기후행동을 촉진하기 위한 방안으로 '녹색참여소득'을 제안합니다. 생태적 이동, 에너지 절약, 친환경 제품 사용 등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하자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녹색참여소득의 개념, 기본소득과의 차이, 기대효과 등에 대해 연재합니다.

여쭤봅니다. 자동차 대신 걷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을 조건으로 한 달에 수십 만 원의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독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만약 전기, 가스, 수도의 절약을 조건으로 한다면요? - 기자 말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4.3 창원성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자유한국당 강기윤 후보와 정의당 여영국 후보의 펼침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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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경상남도 창원에서는 보궐 선거운동이 한창입니다. 4월 3일 선거 결과에 따라 국회가 크게 요동칠 것이라고 보는 견해들이 많습니다.

지난 25일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의 후보 단일화가 발표되면서 보궐선거 판세는 양강구도로 굳어지는 모양새입니다. 자유한국당은 통영‧고성과 창원 성산에서 치러지는 선거를 모두 이겨 향후 정국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심산입니다. 반면 창원에서 정의당 여영국 후보가 당선한다면, 진보개혁 세력의 교섭단체가 다시 복구되고, 교착 상태에 있는 개혁 입법 작업도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집니다.

5.18 망언, 채용비리 의혹, 김학의 특수강간 의혹에 대한 조직적 은폐 정황까지 한국당 및 황교안 대표와 관련됐거나 된 것으로 보이는 여러 일들도 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그 향방이 좌우될 것입니다. 창원 보궐 선거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공공자전거'의 원조
 
 과속방지 알람 시스템이 장착된 경남 창원시의 신형 '누비자' 자전거.
 과속방지 알람 시스템이 장착된 경남 창원시의 신형 "누비자" 자전거.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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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창원은 이번 보궐선거가 아니더라도 주목받을 이유가 여러 가지 있습니다. 그 가운데 하나가 '공공자전거'입니다. 서울에는 '따릉이'라는 이름의 공공자전거가 있습니다. 고양, 대전에도 공공자전거가 있는데요. 원조는 창원입니다.

'누비자'라는 명칭의 창원시 공공자전거 시스템과 관련해 제가 인상 깊었던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누비자는 주말보다 평일 이용률이 높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창원은 자전거 도로가 매우 잘 갖춰져 있습니다.

주말보다 평일 이용률이 높다는 것은 공공자전거가 주말에 놀러갈 때 그러니까 가끔 시간 내서 큰 맘 먹고 타는 용도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할 때 주로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녹색참여소득에 대해 고민하면서 바랐던 자전거 이용의 양상도 이런 것이었습니다. 자가용 이용을 대체하는 근거리 교통수단으로서의 자전거 타기가 중요합니다.

자전거 도로, 인상적

창원의 자전거 도로는 매우 인상적입니다. 저는 최근에 약 열흘 간 창원에 머무르며 매일 자전거를 이용했습니다. 창원은 계획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자동차가 이용하는 도로 옆에 별도의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는 곳이 많고, 그 사이에는 수목으로 된 차도와 자전거 도로의 분리대가 설치된 곳이 또 많습니다. 주요 교차로에는 사람이 건너는 횡단보도는 없더라도 자전거 전용 횡단보도가 곳곳에 설치돼 있습니다.

다른 도시들에도 자전거 도로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대부분 도시의 자전거 도로는 자전거 도로라고 부르기엔 충분하지 않습니다. 차가 다니는 도로에 '자전거 우선도로'라고 표시만 해놓은 곳, 보행자와 자전거가 같이 다니도록 겸용으로 해놓은 곳, 분리를 하긴 했는데 인도와 자전거도로가 바닥 색깔만 다른 채 붙어 있는 곳 등 여러 사례가 있죠.

'자전거전용차로'라는 이름으로 인도가 아니라 차도 옆에 설치돼 있는 도로도 있긴 하고, 아예 그 사이에 펜스 형태의 분리대를 설치해 안전성을 더 강화한 자전거전용도로도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마저도 자전거 이용자들은 매연을 마시면서 달려야 하는 실정입니다.

창원처럼 자전거 도로가 인도와도 차도와도 별도로 분리돼 있고, 차도와의 사이에 나무가 심어진 번듯한 분리대가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그뿐인가요. 대부분의 도시에서 자전거 도로를 달리다 보면, 곳곳에 자동차가 세워져 있거나 짐이 쌓인 곳도 많이 있고, 사람이 걷고 있는 곳도 있죠. 도시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게 그렇게 수월한 일만은 아닙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창원의 장점은 더욱 두드러집니다. 도로뿐만 아니라 인도도 널찍하고, 인도 양쪽에 완충녹지가 마치 숲길처럼 조성돼 있는 곳들도 많습니다.

한국의 주요 도시들을 자전거 도시로 만들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앞선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는데, 그 상상력의 일단은 이미 창원에서 실현되고 있습니다.
 
자동차를 '대체'할 수 있어야


다만 창원의 경우에도 전국 최고 수준의 공공자전거 시스템과 보행로에도 불구하고,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보다는 자동차 이용자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선거운동 유세를 하는 사람들이 도시의 주요 유세 지점에서조차 보행자를 만나기는 쉽지 않고, 주로 빠른 속도로 달리는 자동차를 상대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러므로, 잘 갖춰진 인프라를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녹색참여소득 같은 정책이 필요합니다. 자전거 타기와 같은 생태적 이동을 조건으로 기본소득이 지급된다면, 자동차보다는 자전거와 걷기를 이용하는 시민들이 대폭 늘어날 것입니다. 그럴 때만이 창원시와 같은 공공자전거가 명실상부하게 자동차 이용을 '대체'하는 교통시스템이 될 수 있습니다.

한 발 더 나아가 녹색참여소득이 바꿀 도시의 모습을 조금 더 상상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자동차는 간선도로가 있습니다. 서울의 경우엔 강변북로, 올림픽대로, 부산의 동서고속화도록, 외곽순환고속도로, 광주 순환도로 같은 것들이 간선도로입니다. 도시와 도시를 연결하거나 도시의 주요 지점들을 연결하는 간선도로는 사실 자전거에게도 매우 필요합니다. 자전거 간선도로는 주로 하천을 따라서 이어집니다. 서울의 경우엔 한강이나 한강 지천의 자전거 도로 이용자들이 꽤 많습니다. 날씨 좋은 휴일엔 너도나도 자전거를 끌고 나옵니다.

문제는 하천이 아닌 도시 속의 자전거 간선도로는 거의 없다는 겁니다. 자전거를 단순히 레저용이 아니라 생활 속에서 출퇴근 및 기타 용도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도시 곳곳도 자전거 간선도로가 있어야 합니다.

'자전거 고속도로'는 어떨까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전거고속도로(cycle highway).
 덴마크 코펜하겐에 있는 자전거고속도로(cycle highway).
ⓒ topo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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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 속에 '자전거 고속도로'란 이름의 간선도로를 만드는 건 어떨까요. 도심을 지나는 주요 도로 중 일부는 아예 자전거 전용 도로로 만드는 것입니다. 자동차 도로 한 귀퉁이에 자전거 도로를 생색내듯이 설치해 놓은 것 말고, 아예 지점과 지점을 잇는 제1도로는 자동차 도로로 하되, 제2도로는 자전거 도로로 하자는 것입니다.

비슷한 상상력을 현실로 구현한 사례들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에 '샤먼'(廈門)이라는 도시가 있습니다. 한 TV 예능 프로그램의 배경으로도 나온 적이 있는 곳입니다. 이곳엔 자전거 간선도로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그야말로 자전거만을 위한 고속도로입니다.

자전거 도시로 진짜 유명한 곳은 덴마크의 코펜하겐입니다. 이곳에도 자전거 전용고속도로가 있습니다.

자전거 전용고속도로와 같은 발상은 애시당초 도시계획을 생태지향적 교통계획과 연계하여 수립해야 가능합니다. '자동차'가 아니라 보행과 자전거를 기준으로 도시를 설계해야 합니다.

관점을 바꾸면 도시가 달리 보입니다. 자전거를 중심에 놓고 도시를 재설계하면, 도시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모습이 될 것입니다.

녹색참여소득과 자전거 이용

현재 우리나라 국민들이 이동할 때 자전거를 이용하는 비율은 2015년에 전국 평균 1.43%였습니다. 그러니까 100명 중 2명도 자전거를 이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서울과 대구, 인천은 통학할 때 2명 정도가 이용하고, 울산은 회사에 출근할 때 100명 중 3명 가까이가 자전거를 이용하는 게 그나마 높은 수치입니다. 가장 사정이 안 좋은 곳은 부산입니다. 0.6명이 이용하는데, 100명 중 한 명 정도가 이용했다 안 했다를 반복하는 정도의 상황이라고 추정해 볼 수 있습니다.

원래 정부는 2011년에 교통수단 중 자전거가 분담하는 비율을 획기적으로 높이자면서 계획을 세웠었습니다. 2016년에는 4% 가까이로 올리고, 2020년에는 5%에 달하도록 하겠다는 것이었는데요. 여전히 자전거 이용 비율은 2% 정도밖에 안 되는 수준입니다. 4대강 물길 따라 자전거길을 1000km넘게 조성하고, 자전거 거점도시를 선정해서 도시당 100억 원씩 지원하는 등 여러 사업을 펼쳤는데도 말이죠.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매우 큽니다. 2015년 기준으로 자전거 이용률은 독일과 중국이 12%, 일본 17%, 덴마크 23%, 네덜란드는 36%에 달합니다. 너무 큰 차이가 납니다. 우리로서는 그저 부러운 일이지만, 녹색참여소득을 시행할 수만 있다면 상황은 짧은 시간에 달라질 수 있을 것입니다.
 
 덴마크의 자전거 타는 풍경
 덴마크의 자전거 타는 풍경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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