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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대한항공 조양호 "경영권 박탈" 발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장인 우기홍 대표이사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박탈을 알리며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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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보강: 27일 오전 11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여 년 만에 대한항공 경영에서 물러난다. 조양호 회장이 대한항공 경영에서 물러나게 된 것은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이 힘을 모은 결과이기도 하다 . 

27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빌딩 5층 강당에서 열린 대한항공 제57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건이 부결됐다. 주총 의장을 맡은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는 "조양호 이사의 사내이사 연임 건은 정관상 의결정족수인 3분의 2 동의를 충족 못했기 때문에 부결한다"고 선언했다.

조 회장 연임안은 찬성 64.1%, 반대 35.9%로 부결됐다. 대한항공 지분은 조양호 회장 등 한진 오너 일가 지분이 33.35%. 국민연금이 11.56%, 외국인 주주 20.50%, 기타 소액 주주 55.09% 등으로 구성돼 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이날 주총에 앞서 조 회장의 연임에 반대 의견을 확정했다. 조 회장 연임에 반대하는 시민단체 관계자 15명도 소액주주 140명 분(51만 5907주, 전체 지분의 0.54%)의 위임을 받아, 이날 주총에 참석했다.

[시작부터 시끄러웠던 주총] 채이배 "조 회장 일가 황제경영으로 회사 추락"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 대한항공 주총 개최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가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 참석해 연단으로 이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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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주총에 출석한 주주(위임장 포함)들은 5789명, 의결권 있는 주식 수의 73.84%가 참석했다. 조 이사 연임 건은 주총 현장에서 별도 표결을 거치지 않고 부결됐다. 우 의장은 "사전 위임장과 대주주 주식 등의 의견을 파악했고, 결과에 크게 변동이 없기 때문에 선언한 것"이라고 설명헀다.

대한항공 주주총회는 1호 의안이 상정될 때부터 시끄러웠다. 우 의장이 1호 안건인 재무제표 승인 건을 상정하자, 주주 위임을 받은 채이배 바른미래당 의원이 손을 들었다.

채 의원은 "대한항공직원연대, 민변 등과 함께 대한항공 정상화를 바라는 주주들과 뜻을 함께 하기 위해 왔다"며 "땅콩 회항부터 지금까지 조 회장 일가의 전횡적 황제 경영으로 한진과 대한항공은 회사 평판이 추락하고, 경영실적이 곤두박질 치고 있다"고 말했다.

채 의원이 총수 일가의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 총수일사 사익 편취 행위 등을 언급하자 우 의장은 "주주님, 재무제표와 상관없는 발언은 삼가달라"고 제지했다. 채 의원은 "상관 있는 것이니까 말씀을 계속 드리겠다"고 조 회장의 전횡을 거듭 비판했다.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발언에 주주들이 항의하고 있다.
▲ 대한항공 주총 개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 대리인 바른미래당 채이배 의원 발언에 주주들이 항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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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의원이 발언을 이어가자 주총 여기저기서 고성과 삿대질이 오갔다. 채 의원을 향해 "국회에서 말해"라고 소리를 치는 주주도 있었다.

채 의원에 이어 김남근 변호사도 조양호 회장 일가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김 변호사는 총수 일가가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로부터 196억 원의 통행료를 챙긴 혐의 등을 꼬집었다.

우 의장이 "의안과 상관 없는 내용"이라며 발언을 제지하려하자 김 변호사는 "조현아 전 이사를 비롯해 조양호 일가들이 회사 조직 이용해 밀수하고, 회사가 그 관세를 납부하게 해서 회사에 손해를 입힌 부분에 대해 이사회가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이사회 책임이 있다 생각하고 답변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주변에선 "국회로 가라고, 국회로" 등의 고성이 나왔다. 우 의장이 재무제표 승인 건을 별도의 표결을 거치지 않고 승인하려 하자, 김 변호사 등은 "답변을 해달라, 표결을 거치지 않았다"며 항의했다.

우 의장은 "사전 위임장을 확보한 결과, 수 만주 주식으로는 찬반 통과에 영향이 없는 걸로 판단, 1호 의안은 통과한 것으로 한다"고 설명했다.

우 의장이 주총 2호 의안인 정관 변경의 건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하고 의안을 상정할 때 시민단체 쪽에서 발언권을 요구했다. 하지만 우 의장은 "다른 주주분께 (기회를) 드리겠다"고 했다.

그럼에도 비판을 피해가지 못했다. 자신을 '관악산 산신령'이라고 소개한 한 주주는 "정관 변경을 무슨 이유로 주주에게 어떤 이익이 있는지 정확히 제안하고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날치기식 1990년대 건설사 주총처럼 하지 마라, 제안을 충분히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우 의장은 "사전 배포해드린 것을 봐서 아시겠지만 정관 변경은 누구 이익이고 누구 손해가 없다"며  "경영층이나 지배주주의 영향이 있다는 것은 전혀 아님을 밝힌다"고 설명했다. 2호 안건을 승인하고 3호 안건을 넘어가는 와중에도 주총장 내에서는 주주들간 고성이 오갔다.

조 회장 안건, 표결 거치지 않고 부결

세 번째 안건인 조양호 사내이사 재선임 건에 대해 우 의장은 별도 표결을 거치지 않고 '부결'을 선언했다. 그는 "(오늘 주주총회는) 총 의결 총수의 73.8% 참석했고, 그중 찬성 64.1%, 반대 35.9%로 반대했다"며 "이로써 정관상 의결 정족수인 3분의 2 찬성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에 부결한다"고 선언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지난 1999년 대한항공 대표이사로 취임한 지 20년 만에 경영권을 잃게 되는 순간이었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반대표를 던진 것을 비롯해, 소액 주주들이 조 회장 연임에 뜻을 모았던 것이 결실을 이루는 순간이기도 했다.

조 회장 일가는 이번 주총을 앞두고, 회사 안팎에서 의결권을 모으는 등 경영권을 지키려 힘썼으나, 그 노력은 물거품이 됐다.

김남근 변호사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우리나라 재벌 총수가 기업에 막대한 손실을 입히고 책임 안지는 관행이 있었다"며  "막대한 손해 책임지지 않는 총수에 대해 주주 심판을 받을 수 있다는 좋은 선례를 남긴 것"이라고 평가했다.
          
대한항공 정기주주 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대한항공 정기주주 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이 주변의 응원을 받으며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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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정기주주 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을 비롯한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주주들의 위임을 받은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대한항공 정기주주 총회에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이 부결된 27일 오전 서울 강서구 대한항공 본사에서 박창진 대한항공직원연대 지부장을 비롯한 조양호 회장의 퇴진을 촉구하며 주주들의 위임을 받은시민단체 회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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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한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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