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8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콜롬비아의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은 경기 내용 이상으로 MBC 중계진이 큰 화제를 모았다. 정확히 말하면 해설자 1명이 인터넷 상에서 뜨거운 논란을 야기했다. 

그 주인공은 인기 축구 전문 BJ 감스트(본명 김인직)다. 감스트는 콜롬비아전에서 인터넷 크리에이터로는 사상 처음으로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A매치)의 TV 지상파 중계 해설을 맡았다. 그의 A매치 중계 데뷔전은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인터넷 방송으로 인기 얻은 감스트
 
 최근 감스트는 MBC를 중심으로 TV 예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난해 연예대상에선 신인상도 수상한 바 있다. (방송화면 캡쳐)

최근 감스트는 MBC를 중심으로 TV 예능에서도 활발한 활동을 펼쳐 지난해 연예대상에선 신인상도 수상한 바 있다. (방송화면 캡쳐) ⓒ MBC

 
한동안 MBC 축구 중계에서는 김성주 캐스터, 안정환 해설위원 체제가 큰 인기를 얻은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월드컵을 기점으로 김정근 아나운서, 안정환-서형욱 해설위원의 구성으로 변화를 도모했다. 

이 과정에서 MBC는 아프리카TV 방송을 통해 젊은 층의 인기를 얻은 프로축구 K리그 홍보대사 감스트를 인터넷 전문 해설가로 영입, 색다른 시도를 단행했다. 이후 감스트는 <진짜 사나이 300>, 올해 < 호구의연애> 등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얼굴을 내밀었고 MBC 연예대상 신인상도 수상하는 등 예능계 새 얼굴로도 관심을 모았다.

그런데 안정환 위원이 현재 출연 중인 MBC <궁민남편> 베트남 촬영을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그 공백을 감스트가 메우게 되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더군다나 축구대표팀 A매치 해설 투입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자리에 그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축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주요 인터넷 포털 실시간 검색어 순위에선 감스트의 이름이 1~2위에 오를 만큼 큰 화제를 일으켰다.

일단 감스트의 지상파 생중계 해설에 대해선 시청자들 사이에서 극명한 온도차가 드러났다. 그간 TV방송에서 접하기 힘든 신선한 시도라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내린 팬들도 있었지만 감스트의 방송에 익숙치 않은 일반 시청자들 사이에선 불만의 목소리도 크게 나왔다.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 상에선 그의 해설을 놓고 축구 경기 이상의 뜨거운 설전이 이어질 정도였다. 정확히는 MBC 시청자 게시판을 중심으로 해설자 기용에 항의하는 글이 상당수 올라올 만큼 감스트 투입은 그다지 성공적인 '득점'으로는 연결되지 못하는 분위기다.

시청자간 호불호 극명히 갈린 부분, '해설'
 
 인터넷 BJ로는 사상 처음 축구대표팀 A매치 지상파 중계 해설자로 투입된 감스트.

인터넷 BJ로는 사상 처음 축구대표팀 A매치 지상파 중계 해설자로 투입된 감스트. ⓒ 오마이뉴스

 
감스트 해설에 대한 가장 큰 불만 중 하나는 '목소리'였다. 기존 안정환은 물론 이날 공동 해설에 나선 서형욱이 비교적 무난한 억양과 음색으로 방송을 이끌어갔다. 이와 다르게 성대결절을 겪은 감스트는 마치 쇠 긁는 듯한 거친 톤과 부정확한 발음을 드러냈고, 이에 관한 시청자의 지적이 이어졌다. 목소리 톤과 발음 탓에 TV를 지켜보는 축구팬들의 귀엔 부담스럽게 들릴 수 있었다. 

또한 구장 내 분위기에 도취해 흥분된 어조로 일관하다 보니 경기 관전의 집중력을 떨어뜨렸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경우에 따라선 해설자가 아닌, 캐스터 이상으로 엄청난 분량의 말을 쏟아내다 보니 주객이 전도된 듯한 상황도 연출했다. 이 과정에서 다소 적절치 않은 단어 사용으로 인한 콜롬비아 중계진 및 특정 한국 선수 비하 논란도 야기되었다. 

감스트의 아프리카TV 생방송을 한번도 접해보지 못한 다수의 시청자들로선 당연히 이질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가정 혹은 식당에서 중계를 지켜보다가 "지금 해설자 누구?"라며 불만을 토로한 부모님 세대도 있을 정도로 특히 연배가 높은 시청자들에겐 감스트의 해설은 부정적으로 작용했다. 전반전 방송에 대한 좋지 않은 견해가 쏟아진 걸 제작진 측에서도 눈치챘는지 이후 후반전 중계에선 그나마 감스트의 목소리 톤이 다소 낮아졌고 '끼어들기급' 불필요한 등장도 비교적 줄어들었다. 

이날 감스트는 경기 종료 후 진행된 개인 인터넷 방송을 통해 중계 과정에서 빚어진 잘못과 본인의 부족함에 대해 사과를 하기도 했다. 그는 방송 후 본인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오늘 잘 못했기 때문에 인정한다. 부족하다는 걸 많이 느꼈다. 시청자 분들이 안 좋게 보시는 건 당연한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는 '죄송합니다'라는 제목의 동영상에서 "앞으로 해설은 인터넷 방송에서만 하겠다"라고 밝혔다.

감스트는 유튜브 영상에서 "말실수도 있었다. 경기장에 갔을 때 긴장이 많이 됐다. '감스트스럽게' 하면 좋겠다고 하셨다"라면서 "사실 지상파에서 해보는 게 꿈이었기 때문에 전반전에 열심히 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전반전이 끝나고 각종 사이트에 들어가봤는데 욕이 많더라"라며 "국장님도 오셔서 악플이 상당히 많다고 하시니까 위축이 많이 되더라"라고 말한 뒤 사과의 뜻을 전했다.

화제몰이에 치우친 중계? 긍정적인 부분도 있었지만...

물론 긍정적인 부분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일부 스타플레이어 출신 해설자 중 제대로 된 사전 준비 없이 방송에 임했다가 각종 정보 전달 등에 미흡함을 드러낸 이들이 적지 않았음을 감안하면 감스트는 풍부한 축구 상식을 기반에 둔 해설로 일부 시청자들로부터 칭찬을 듣기도 했다. 이와 함께 기존 해설자들의 틀에 박힌 중계와는 차별되는 감스트만의 유머 섞인 해설이 좋았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감스트의 등장은 안정환 공백에 따른 임시 방편+방송사 측의 화제몰이를 꾀했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지만 우려되는 부분은 분명히 있었다. "A매치는 실험하는 무대가 아닌, 반드시 결과를 만들어야 하는 자리다"라는 어느 축구인의 어록은 이날 MBC 축구 중계에도 적용되는 내용이었다. 아무리 오랜 기간 인터넷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이더라도 지상파TV 생중계는 전혀 다른 무대라는 점에서 이날 중계는 MBC의 '무모한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오늘 평가전이 월드컵 한국전처럼 3사 동시 생방송이었다면 다른 방송국으로 채널 돌렸을 것이다"라는 내용의 시청자들의 질타도 각종 커뮤니티 및 SNS를 중심으로 쏟아졌다. 이번 MBC의 한국-콜롬비아 평가전 중계는 분명 화제몰이에 성공했지만, '성공적인 중계'로는 보기 어려웠다. 지상파 A매치 생방송 투입에 앞서 MBC 계열 스포츠 채널 중계 등을 자주 경험한다거나 전문 아나운서들처럼 스피칭 교육을 받는 식으로 TV 중계에 대한 적응기를 거쳤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남는다.
축구중계 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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