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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 갑질 논란을 빚은 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가 있는 서울 성북구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전경
 교수 갑질 논란을 빚은 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가 있는 서울 성북구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전경
ⓒ 김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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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교수 시중' 매뉴얼, 대리 채점 등으로 '조교 갑질' 의혹을 받고 있는 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옛 의류학과) A 교수가 지난해 대리 강의에 연루된 교수들을 징계하면서 시간강사 등 10여 명을 사전 통보도 없이 한꺼번에 교체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정작 대리 강의를 주도했던 교수들은 복직해, 결과적으로 시간강사들만 희생양이 됐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성신여대 의류산업학과에서 7~8년 강의하다 지난해 7월 계약 해지된 시간강사 3명은 최근 고용노동부에 해고예고수당을 신청했다. 당시 학과장이던 A 교수는 지난해 초 대리강의 문제로 의류산업학과 교수(전임교원) 4명이 징계를 받은 뒤, 이 사건에 연루됐다는 이유로 시간강사 8명과 겸임교수 4명 등 비전임교원 12명까지 교체했다.

A 교수는 학과장에게 주어진 시간강사 추천 권한을 이용해 이들에게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새로운 비전임교원 19명으로 교체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비전임교원 12명 가운데 시간강사 5명은 자신들은 대리 강의와 무관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중 매뉴얼 논란' 교수, 이번엔 시간강사들 '대량 해고'

A교수는 그동안 비전공 조교에게 전공과목 서술형 시험지 대리 채점을 시키고 이른바 '교수 시중 매뉴얼'에 따라 부당한 업무를 지시했다는 의혹으로 이달 초 언론에 보도됐던 인물이다. <오마이뉴스>에서 확보한 조교 매뉴얼은 A 교수 전임 조교가 후임자를 위해 작성한 9쪽짜리 인수인계 파일로, 교수가 즐겨 마시는 사과차 우려 놓는 방법부터 '사과 1/3쪽, 오렌지 1/2쪽', '저지방우유 사오기' 같은 교수 시중 사항이 세세하게 담겨 있다.

후임 조교는 A교수에게 이 매뉴얼을 직접 전달받았다고 했지만, A교수는 이를 부인하고, 대리 채점 역시 공동 채점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신여대는 현재 A교수에 대한 내부 감사를 진행 중이며 4월까지 교육부에 징계 여부를 보고할 예정이다.

조교들뿐 아니라 시간강사들도 "A교수의 갑질 희생양"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류학과에서 짧게는 수년, 길게는 10년 이상 강의해온 겸임교수와 시간강사 등 비전임교원 2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12명이 해촉된 건 지난해 7월. A교수가 학과장을 맡은 뒤 벌어진 일이다.

지난 26일 오전 서울 성북구 미아동 성신여대 운정그린캠퍼스 근처 카페에서 <오마이뉴스>와 만난 B씨는 이 학교 의류학과 출신으로, 8년 넘게 시간강사로 일해 왔다.

대리강의를 맡았다는 이유로 하루 아침에 일자리를 잃은 B씨는 "교수들의 요구로 강의를 대신 맡았을 뿐인데 이렇게 많은 겸임교수와 시간강사를 대량으로 해고하는 건 명백한 시간강사 탄압"이라면서 "겸임교원의 경우 1년 계약이 체결된 상태여서 계약기간이 6개월 남아 있었는데 어떤 계약 해지 통지서나 사전 고지 없이 강의에서 배제됐다"고 주장했다.

"해고된 시간강사들도 '대리강의' 피해자"

B씨에 따르면, 지난 2017년 1학기까지 의류학과에서 대리강의가 공공연하게 이뤄졌다고 한다. 당시 학교에서 강사법 개정을 앞두고 강사 시수를 한 학기 3시간으로 제한하고 5년 이상 일한 강사는 해촉하라는 지시가 내려오자, 의류학과 일부 교수(전임교원)들이 자신들 명의로 강의를 개설하고 강의는 비전임교원에 맡겼다. 시간강사들에게 강사료를 보전해 줄 목적이었지만 명백한 편법이었다. 결국 지난해 초 내부 고발로 관련 교수들은 징계를 받았다.

당시 A교수를 제외한 의류학과 교수 6명이 대리강의 사건에 연루됐고 이 가운데 4명이 학교에서 해임, 정직 등 중징계를 받았지만, 교육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징계가 과하다며 징계처분을 취소해 다시 복귀했다. 정작 교수들 지시를 받고 대리 강의했다는 이유로 일자리를 잃은 시간강사들과 겸임교수들은 구제를 받지 못했다.

더구나 시간강사들은 지난해 7월 2학기 수강신청을 앞두고 학교에 재임용신청서와 강의계획서까지 제출했지만, 7월 말쯤 학교 포털사이트에서 자신이 맡은 강의가 다른 강사에게 넘어간 걸 보고 나서야 '해촉' 사실을 알 수 있었다.

B씨가 당시 학과장이던 A교수에게 해고 사유를 묻자, A교수는 그제야 "학과회의와 학교본부 회의를 통해 대리강의에 연루되었던 강사들은 (추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는 "의류학과 한 교수는 다른 교수의 강압으로 대리 강의를 했다는 이유가 정상참작이 돼 징계를 받지 않았고, 징계 받은 교수들도 모두 교원소청심사위를 거쳐 징계가 취소됐다"면서 "정작 교수 지시를 받아 대리강의를 했을 뿐인 시간강사들에게 아무런 징계 절차도 거치지 않고 8년 넘게 몸담은 일자리를 빼앗는 건 지나치다"라고 주장했다.

대리강의 교수들은 '징계 취소'... 학교 쪽 "행정소송 중"
 
성신여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받은 전임교원에 대해 대리강의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만 징계양정 문제로 취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징계취소 처분에 맞서)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면서 "대리강의는 위법행위로 인정해 징계취소 처분에도 징계사유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받은 전임교원에 대해 대리강의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만 징계양정 문제로 취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징계취소 처분에 맞서)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면서 "대리강의는 위법행위로 인정해 징계취소 처분에도 징계사유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 pixabay
 
임순광 전 한국비정규교수노조 위원장도 "대리강의는 잘못된 관행이고 처벌받아 마땅하지만 대리 강의를 지시한 전임교원에게 더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서 "교수에게 지시나 압력을 받아 강의했을 뿐인 시간강사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건 형평성에도 어긋난다"라고 지적했다.

임 전 위원장은 "아직 개정 강사법 시행이 안 돼 시간강사는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 당해도 보호 장치가 없는 상태"라면서도 "다만 징계 사유나 절차가 적정했는지 다퉈 징계 양정이 과하거나 절차상 미비했다면 징계를 철회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성신여대는 지난달 29일 <오마이뉴스>에 "강의 과목의 개설, 시간강사의 위촉 등은 학과 운영의 자율권 부여를 위해 학과 교수의 의견을 수렴하여 학과장의 추천으로 이뤄지고 있다"면서 책임을 학과장인 A교수에게 넘겼다. 앞서 <오마이뉴스>는 지난 26일 A교수에게 전화와 문자 메시지로 시간강사 대량 해촉 건으로 취재를 요청했지만 아직까지 응답이 없는 상태다.

다만 A교수는 이날 성신여대 본부를 통해 "대리강의에 연루된 겸임교원 4명은 임기만료로 2019년 2월 말에 면직하고 재위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B씨는 "학교에서 겸임교수 4명에게 지난해 2학기 강의를 맡기지 않았기 때문에 (계약기간 6개월을 남기고) 사실상 해촉한 거나 마찬가지"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해촉된 12명 가운데 시간강사 5명은 대리강의에 연루되지 않았다는 B씨 주장에 대해 A교수 쪽은 "5명 모두 대리강의에 연루돼 학과에서 추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B씨는 "그 시간강사들은 대리강의를 맡지 않았는데도 징계 받은 의류학과 전 학과장 C교수의 제자들이어서 A교수가 (정리 대상에) 함께 포함시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양쪽 주장이 이처럼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학교 쪽은 30일 "5명 중 2명은 내부 감사 결과 대리강의에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고, 3명은 학과장인 A교수가 연루됐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대리강의 징계 교수 복직 문제와 관련해, 성신여대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징계 받은 전임교원에 대해 대리강의가 징계사유로 인정되지만 징계양정 문제로 취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징계취소 처분에 맞서) 현재 행정소송 진행 중"이라면서 "대리강의는 위법행위로 인정해 징계취소 처분에도 징계사유는 유효하다"고 밝혔다.

성신여대 '강사 고용 유지 선언', 의류학과 사태 소급 될까? 

성신여대는 지난해 5월 교수와 학생, 동문 등 학내외 구성원들이 참여한 첫 직선제로 양보경 총장을 선출했다. 오는 7월 개정 강사법 시행을 앞두고 주요 대학에서 시간강사 집단 해고 사태가 한창이던 올해 초 성신여대는 강사 고용을 계속 유지하겠다고 선언했다.

의류학과 시간강사 대량 해고 사태는 이같은 선언 이전에 벌어진 일이지만, 의류학과 교수들이 져야 할 책임을 가장 힘없는 시간강사들이 떠안게 됐다는 점에서 학교쪽 책임도 없지 않다.

B씨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교수 징계 취소 결정이 나왔다는 건 그만큼 무리한 징계였다는 의미"라면서 "교수들과 달리 해명할 기회나 구제받을 기회도 없는 힘없는 시간강사들만 엉뚱하게 피해를 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아울러 B씨는 "A 교수가 지난해 2학기를 앞두고 비전임교원 19명을 한꺼번에 새로 뽑으면서 강의 준비가 제대로 안 돼 해고된 강사가 제출한 강의계획서에서 이름만 바꾼 경우도 있었다"면서 "교수들 대량 징계로 강의 차질이 벌어졌는데 경험 있는 기존 강사들도 활용하지 못해 결국 학생들도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태그:#성신여대, #교수 갑질, #시간강사, #강사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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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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