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가 드디어 '21년 무관'의 한을 풀며 첫 번째 챔프전 우승을 달성했다.

안덕수 감독이 이끄는 KB스타즈는 25일 용인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2018-2019 여자프로농구 삼성생명 블루밍스와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73-64로 역전승하며 3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했다. KB는 2쿼터까지 삼성생명에게 32-37로 뒤졌지만 3, 4쿼터에서 41-27로 삼성생명을 압도하며 여유 있는 역전승을 거뒀다. 

KB는 카일라 쏜튼이 29득점 14리바운드 3스틸, 박지수가 26득점 13리바운드 2블록슛으로 골밑 대결에서 삼성생명에게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다. 정규리그 최연소 MVP수상자 박지수는 챔프전 MVP까지 휩쓸며 이번 시즌 MVP 2관왕의 주인공이 됐다. 반면에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은행 위비를 꺾고 챔프전에 진출한 삼성생명은 두 시즌 만에 올라온 챔프전에서 KB에게 또 다시 3연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농구대잔치 3회 우승의 KB, 프로 출범 후에는 '무관' 수모
 
 이번 챔프전에서 KB의 저 단순한 슬로건 속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이번 챔프전에서 KB의 저 단순한 슬로건 속에는 비장함마저 느껴졌다. ⓒ KB 스타즈

 
1963년에 창단한 KB는 농구대잔치 시절 3번이나 우승을 차지한 명문팀이다. 코오롱, 동방생명(현 삼성생명), 한국화장품, 태평양화학, SKC, 현대산업개발 등 실업팀들이 강세를 보이던 시절, KB는 금융팀 유일의 농구대잔치 우승팀으로 자존심을 지켰다. KB는 삼성생명의 성정아와 함께 '포스트 박찬숙' 자리를 두고 경쟁하던 조문주를 비롯해 신기화, 박현숙, 이강희, 한현희 등 많은 스타들을 배출했다.

KB는 1998년 여자프로농구 출범과 함께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지만 28번의 시즌을 보내는 동안 한 번도 챔프전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다. 심지어 2000년에 창단된 신생구단 금호생명 팰컨스(현 OK저축은행 읏샷)도 2004년 겨울리그에서 한 차례 우승을 차지한 경력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명문팀 중 하나로 군림하던 KB의 무관은 매우 의외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물론 KB에게 우승에 도전할 기회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다. KB는 2002년 겨울리그에서 김지윤과 셔튼 브라운의 활약에 힘입어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하지만 챔프전에서 정선민이 이끌던 신세계 쿨캣을 만나 2승3패로 패했다. KB는 2004년 WNBA를 경험한 정선민을 영입해 무관의 한을 풀어보려 했지만 2000년대 중반 WKBL은 타미카 캐칭, 로렌 잭슨 등 WNBA 올스타급 외국인 선수들이 득세하던 시절이었다.

정선민이 신한은행 에스버드로 이적한 후 다시 어려운 시절을 보내던 KB는 2008년 FA 변연하를 영입하고 신인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강아정을 지명하면서 '양궁부대'로 재탄생했다. KB는 2011-2012 시즌 변연하와 강아정, 그리고 5년 만에 KB로 복귀한 정선민을 앞세워 6시즌 만에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KB는 챔프전에서 강영숙, 김단비, 최윤아, 하은주가 건재하던 시절의 신한은행을 만나 '레알 신한' 통합 6연패의 제물이 되고 말았다. 

KB는 2014-2015 시즌에도 건재한 백전노장 변연하와 눈부시게 성장한 포인트가드 홍아란, 그리고 외국인 콤비 쉐키나 스트릭렌, 빅토리아 바흐를 앞세워 다시 챔프전에 진출했다. 하지만 이번엔 위성우 감독을 중심으로 새로운 왕조를 만들어가고 있던 우리은행을 만나 1승3패로 패했다. 그렇게 KB는 2015-2016 시즌까지 챔프전에서만 4번이나 무너지며 WKBL 유일한 무관의 팀으로 긴 역사를 이어갔다.

변연하의 은퇴 직후 입단한 박지수, 3시즌 만에 우승 견인
 
 KB는 지난 21년 무관의 한을 이번 시즌 통합 우승을 통해 날려 버렸다.

KB는 지난 21년 무관의 한을 이번 시즌 통합 우승을 통해 날려 버렸다. ⓒ 한국여자농구연맹

 
2015-2016 시즌이 끝나고 팀의 정신적 지주였던 변연하가 은퇴하면서 KB에는 다시 암흑기가 찾아오는 듯 했다. 하지만 '농구의 여신'은 우승에 목마른 KB에게 큰 선물을 안겨줬다. 2016-2017 시즌 신인 드래프트에서 WKBL 출범 이후 역대 최고의 거물 신인으로 불리던 박지수를 1순위로 지명한 것이다. 분당 경영고 시절부터 이미 성인 대표팀의 주전 센터로 활약하던 박지수는 KB의 운명을 바꿔 놓을 수 있는 대형 신인이었다.

실제로 KB는 박지수 입단 후 매 시즌 순위를 끌어 올리며 강한 전력을 만들어 갔다. 박지수가 신인왕을 차지했던 2016-2017 시즌 정규리그 3위에 머물렀던 KB는 박지수가 리그 최고의 센터로 거듭난 2017-2018 시즌 '절대강자' 우리은행을 위협하며 준우승을 차지했다. WKBL이 2017-2018 시즌이 끝난 후 각 구단별 외국인 선수 보유 한도를 한 명으로 줄인 것도 KB에게는 행운이었다.

박지수라는 리그 최고의 센터를 보유하고 있는 KB는 다른 구단이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빅맨 선발에 목을 메고 있을 때 득점력이 뛰어난 포워드 쏜튼을 지명했다. 쏜튼은 이번 시즌 득점 1위(20.69점)에 오르며 최우수 외국인 선수상을 수상했고 KB는 2006년 여름리그에 이어 13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우리은행의 정규리그 7연패를 저지했기에 더욱 의미 있는 정규리그 우승이었다.

챔프전에서도 KB의 위력은 대단했다. KB는 적지에서 열린 3차전에서 4쿼터 한 때 재역전을 당하며 고전했지만 경기 종료 5분을 남겨두고 쏜튼이 페인트존에서만 10득점을 올리며 순식간에 경기를 뒤집고 여유 있게 우승을 확정했다. 1, 2차전에서 20점 차 이상의 대승을 거둔 KB는 챔프전 3경기에서 평균 득실마진이 무려 +17.7점이었을 정도로 시리즈 내내 삼성생명을 압도했다. 

KB의 안덕수 감독은 챔프전 우승이 확정된 후 신한은행이나 우리은행처럼 장기집권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외국인 선수 변수가 있지만 아직 만20세도 되지 않은 팀의 기둥 박지수를 잘 지켜낸다면 KB가 오랜 기간 강호로 군림할 확률은 매우 높다. 프로 출범 후 21년의 세월을 견디고 첫 우승을 차지한 KB도 이제 다음 시즌부터 당당히 유니폼에 '별'을 새길 수 있게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여자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KB 스타즈 박지수 카일라 쏜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