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10년 만의 챔프전 우승까지 1승만을 남겨두게 됐다.

박미희 감독이 이끄는 흥국생명 핑크스파이더스는 25일 김천 실내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여자부 한국도로공사 하이패스와의 챔피언 결정 3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25-23, 21-25, 17-25, 25-19, 15-12)로 승리했다. 5전3선승제로 치러진 역대 12번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3차전까지 2승을 먼저 따낸 팀이 4, 5차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우승을 내준 경우는 두 번(16.7%) 밖에 없었다. 흥국생명이 무려 83.3%의 확률을 선점한 셈이다.

흥국생명은 '핑크 폭격기' 이재영이 34득점으로 공격을 주도했고 베레니카 톰시아가 19득점, 김미연이 10득점으로 뒤를 이었다. 이주아 대신 중앙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김나희도 8득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으로 '베테랑의 품격'을 뽐냈다. 반면에 도로공사는 파토우 듀크(동록명 파튜)와 박정아로 이어지는 쌍포가 59득점을 합작했지만 공격이 지나치게 쌍포에 집중되면서 안방에서 아쉽게 3차전을 내주고 말았다.

시리즈의 향방을 결정지을 3차전, 한 세트씩 '장군멍군'
 
 김나희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선수다.

김나희는 흥국생명 유니폼을 입고 챔프전에서 우승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선수다. ⓒ 한국배구연맹

 
플레이오프에서 GS칼텍스 KIXX와 15세트 혈전을 치른 도로공사는 인천 원정에서 1승1패를 목표로 했다. 1차전에서 한 세트를 따내며 챔프전의 기운을 느낀 도로공사는 2차전에서 3-0으로 승리하며 흐름을 반전시킨 후 김천으로 돌아왔다. 도로공사는 플레이오프 2경기를 포함해 이번 시즌 홈코트에서 13승 4패(승률 .765)로 매우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김종민 감독이 4차전에서 시리즈를 끝내고 2연속 우승을 확정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것도 당연했다.

반면에 내심 안방에서 2연승을 노렸던 흥국생명은 2차전에서 0-3으로 완패를 당하면서 조금은 처진 분위기로 원정 2연전을 치르게 됐다. 에이스 이재영은 챔프전 2경기에서 44득점을 올리며 분전하고 있지만 김미연의 낮은 리시브 성공률(9.38%)과 2경기에서 4개의 블로킹을 합작하는데 그친 센터진의 부진이 고민이다. 흥국생명으로서는 시리즈의 흐름을 되찾아오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3차전을 따내야 한다.

루키 이주아 대신 베테랑 김나희가 선발 출전한 흥국생명은 1세트 초반 뛰어난 수비 집중력을 선보이며 도로공사와 대등한 경기를 펼쳤다. 물론 파튜의 결정력을 앞세운 도로공사도 쉽게 흐름을 내주지 않았다. 도로공사는 세트 중반 정대영의 속공과 블로킹으로 리드를 잡았지만 흥국생명도 김미연과 톰시아의 연속득점으로 추격했다. 흥국생명은 세트 후반 이재영의 연속득점에 힘입어 1세트를 25-23으로 승리했다.

1세트를 힘들게 따낸 흥국생명은 2세트에서도 이재영의 공격과 조송화의 블로킹을 묶어 초반 리드를 잡았다. 도로공사는 문정원의 연속 서브득점과 배유나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흥국생명도 김다솔 세터 투입 후 조직력이 살아나며 경기를 접전으로 만들었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전새얀의 효과적인 서브와 박정아의 공격으로 점수차를 다시 벌렸고 세트 후반 박정아의 디그가 득점으로 연결되는 행운까지 겹치며 4점 차로 2세트를 가져왔다.

김미연의 '흥'이 살아나면서 흥국생명도 함께 살아났다
 
 김미연은 2차전 부진을 날려 버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3차전 승리의 숨은 MVP로 활약했다.

김미연은 2차전 부진을 날려 버리는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3차전 승리의 숨은 MVP로 활약했다. ⓒ 한국배구연맹

 
2세트까지 한 세트씩 나눠 가진 양 팀은 3세트에서 점수를 주고 받으며 치열한 접전을 이어갔다. 하지만 도로공사는 세트 중반 박정아의 블로킹과 연속 공격, 문정원의 서브득점으로 점수 차이를 벌리며 승기을 잡았다. 반면에 흥국생명은 조송화의 서브범실과 톰시아의 공격 범실로 추격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이 흔들리는 틈을 놓치지 않고 점수차를 점점 벌리며 3세트를 8점 차이로 여유 있게 따냈다.

마지막 세트에 몰린 흥국생명은 4세트 초반 이재영의 활약에 힘입어 초반 흐름을 잡았다. 흥국생명은 2차전에서 부진했던 김미연의 불로킹과 서브득점으로 '흥'이 살아나면서 경기를 유리하게 끌고 갔고 도로공사는 노련한 팀 답지 않게 범실이 쏟아졌다. 흥국생명은 신연경, 이주아 등 벤치 멤버들을 적절히 활용하며 차곡차곡 득점을 적립했고 5세트를 위해 주전들을 대거 교체해 준 도로공사를 25-19로 꺾고 경기를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흥국생명은 5세트에서도 이재영의 3연속 득점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고 도로공사는 파튜의 공격이 번번이 흥국생명 수비에 걸리면서 좀처럼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했다. 도로공사는 박정아의 공격과 배유나의 블로킹으로 추격에 성공했지만 톰사아와 이재영의 공격이 살아난 흥국생명도 끝내 역전을 허락하지 않았다. 흥국생명은 세트 후반 이재영의 연속공격과 파튜의 범실로 승기를 잡았고 김미연의 마지막 득점으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흥국생명으로 이적한 김미연은 정규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도 지난 챔피언 결정 2차전에서 단 1득점에 그치며 0-3 패배의 원흉이 되고 말았다. 하지만 김미연은 3차전에서 서브득점 하나와 블로킹 하나를 포함해 10득점을 올리며 흥국생명 승리의 숨은 영웅이 됐다. 톰시아의 공격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이번 챔프전에서 김미연의 활약은 흥국생명에게 큰 힘이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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