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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이유 없는 차별행위다"

지난 1월 7일, 국가인권위원회(아래 인권위)는 숭실대학교와 한동대학교에 '인권침해' 결정을 내렸다. 두 학교가 건학 이념을 이유로 대학 내 성소수자 관련 강연회 및 대관을 불허한 것이 집회 자유와 평등권을 침해했다는 이유다. 하지만 현재까지도 두 대학은 인권위의 시정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국가인권위 시정 권고에도 꿈쩍 않는 학교들

2015년, 숭실대 학내 성소수자모임 이방인은 성소수자의 결혼식 과정을 담은 다큐 영화를 상영하려다 학교 측에 의해 제지당했다. 상영 전날 학교 측이 '기독교 정신에 부합하지 않는 행사는 앞으로도 일체 허용할 수 없다'는 공문을 내며 일방적으로 대관을 취소한 것. 학생들은 학교 본관 앞에서 야외 영화제를 치른 후, '성적 지향을 이유로 학교가 부당하게 차별했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한동대에서는 2017년 2월 교내에서 성소수자 강연을 주최했던 성소수자 학생 석OO씨(27) 등이 학교 측으로부터 무기정학, 특별지도 처분을 받았다. 학생들은 학교 측 대처에 반발해 인권위에 진정을 냈다. 이어, 석씨는 "해당 교수들이 학교 게시판과 수백여 명이 모인 강의에서 지속적으로 명예를 훼손했다"며 한동대 이사장과 교수 3명을 상대로 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인권위는 '해당 문제에 대해 종교의 자유와 대학의 자율성이 있지만, 학내 구성원의 기본권 제한에는 한계가 있다'며 '이를 이유로 성소수자를 포함해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는 행위는 허용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올해 1월 7일, 인권위는 공식적으로 숭실대 총장에게 앞으로 대관시설을 허용할 것을 권고했고, 한동대 측에는 학생들을 징계한 것을 취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숭실대는 인권위의 권고가 내려진 지 2개월도 안 된 지난달 28일, '숭실에 오신 비/성소수자 모두를 환영합니다'라는 내용의 '이방인' 홍보 현수막 설치를 불허했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대학 설립 이념에 어긋난다'는 게 이유였다.
 
 3월 6일 진행된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의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
 3월 6일 진행된 숭실대 성소수자 모임 "이방인"의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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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은 학교 측의 불허에 반발해 3월 5일과 6일 직접 현수막을 들고 서서 '인간 현수막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김유정 이방인 대표는 "교리라는 이유 하나로 학생들의 기본적인 자치 활동까지 제한하는 것은 잘못됐다"며 "강압적인 처사"라고 비판했다. 숭실대 졸업생 김OO씨(27)도 "성 소수자든 아니든, 학생들의 기본적 권리인 현수막을 학교가 강압적으로 못 걸게 하는 건 부당한 일"이라며 "현수막이 정말 사회적 정서에 어긋나거나 학업 분위기를 훼손하는 것도 아닌데, 이해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학교 측은 7일 입장문을 통해 "동성애 관련 이슈들을 옹호하거나 홍보하는 장으로 학교를 활용하는 것은 건학이념에 기초해 불허한다는 입장에 변함이 없다"며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이어 "현행 헌법상 동성결혼을 불허하고 있고 군에서도 동성애는 처벌 대상임을 고려할 때 인권위 권고사항은 헌법을 넘어서는 것"이라며 인권위를 비판했다.

한동대 측도 인권위의 권고에 반발했다. 지난 1월 22일, 한동대 임시 총학생회 '누림'은 교내 공지 게시판에 '국가인권위원회 결정에 대한 총학생회의 입장'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려 인권위에 권고안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인권위 결정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는 교육의 자유, 종교의 자유를 침해했다. 인권위는 한동 공동체와 국민들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 지역 교회들도 2월 17일에 일제히 '한동대학교 동성애 사건 관련 인권위 결정 반대' 서명운동을 벌였다. 현재까지도 한동대는 인권위의 권고에 반대하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이에 대해 남경혜 국가인권위원회 홍보협력과 사무관은 "인권위의 권고가 들어오면 95% 이상의 수용률을 보인다. 권고를 아예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는 흔치 않다"며 "하지만 사실상 권고에만 그치기 때문에 제재에도 한계가 있다"고 답했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QUV)의 박기진 의장도 "이런 문제가 발생해도 국가 차원에서의 제재가 없다. 고등교육기관은 교육부의 관리를 받는 데도 이런 부분은 방치돼 있다"며 "인권위조차 강제력이 없어 차별에 대한 대안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에는 대학에서 성소수자 학생들을 원천적으로 배제한 사건도 발생했다. 호남신학대학원과 장로회신학대학교다.
 
 2019학년도 호남신학대학원 신입생 입학 모집 요강
 2019학년도 호남신학대학원 신입생 입학 모집 요강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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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성애자 입학 금지' 천명한 신학대학들

호남신학대학교가 지난해 7월 20일 대학평의원회를 열어 19년도 신입생 모집 요강을 수정해 논란이 됐다. 신학대학원 입학 자격에 '성경에 위배되는 동성애자가 아닌 자여야 한다'는 자격요건을 명기한 것이다. 학부도 지원 자격에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동성애자인 경우 입학을 취소할 수 있다'는 단서조항을 넣어 사실상 입학을 제한했다. 당시 몇몇 언론에서 이 논란을 다뤘지만 모집 요강은 수정되지 않았다.

호신대 행정처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이에 대해 "최근 들어 동성애와 인권이 맞물려 이슈화 되고 있다. 본인이 동성애자임을 드러내기도 한다"며 "이런 사회적 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총회의 결정에 따른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위 조항이 수정될 가능성이 있냐는 물음에 그는 "학칙은 총회의 결정에 따를 뿐이다. 아직 수정에 대한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장로회신학대학교 신입생 대상 반동성애 서약서. 대학생성소수자모임 큐브 제공.
 장로회신학대학교 신입생 대상 반동성애 서약서. 대학생성소수자모임 큐브 제공.
ⓒ 강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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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동성애 입학 서약'을 받는 대학도 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아래 장신대)는 2018년부터 신입생들에게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행위를 할 경우 징계나 정학 처분을 하겠다'는 서약을 받기 시작했다. 그해 6월에는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에 무지개 색 옷을 맞춰 입고 채플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최고 6개월 정학, 근신, 사회봉사 등의 징계 처분을 내렸다. 학교 측은 "이런 일을 행한 학생들에 대하여 안타까운 유감을 표한다. 교계에 염려를 끼쳐드려 깊이 사과드린다"는 입장문과 함께 해당 학생들의 징계 절차를 밟았다. 이어 7월 5일에는 동성애자와 동성애 지지자를 교원이나 일반직원으로 임용하지 못하도록 정관 시행세칙도 개정했다.

징계를 받은 학생들은 "무지개색 옷을 입고 예배를 드린 것은 양심에 따른 개인의 자발적 참여에 의한 행동"이라고 주장하며 학교 측에 재심을 청구했다. 장신대 동문들도 징계 철회를 촉구하는 온라인 연서명 운동을 벌였다.

하지만 장신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10월에 열린 제103회 교단 총회 신학교육부에 학생 징계 조치를 보고하면서 "장신공동체(총장, 교수, 학생)는 동성애를 옹호하거나 지지하지 않고 반대함을 다시 한 번 천명한다"고 밝혔다.

종교와 대학의 성소수자 배제, 해법은?

일각에서는 성소수자의 권리에 앞서, 신학대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동대 총학생회가 인권위 결정 규탄 입장문을 내고 "한동대학교는 기독교 정신에 입각해 기독교 지도자를 양성하려는 이념으로 설립됐다"며 "학생들은 입학 지원 단계에서 건학이념에 동의한다는 서약서를 제출한다"고 주장한 게 대표적이다.

그러나 "성경이 쓰인 당시 시대적 상황과 지금은 모든 것이 다르다. 이런 사회적 맥락을 고려하지 않은 채 성경의 문자 그대로를 따르는 건 말이 안 된다. 문자대로라면 신학대는 성경에 쓰인 '평등'에 대해서도 그대로 실천해야 할 것(김지학)"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사회적 소수자와 약자들의 권리를 위해 활동하는 인권단체인 한국다양성연구소의 김지학 소장은 "장신대의 반동성애 입학서약은 성소수자를 차단하는 것을 넘어, 학생들의 성적 결정권마저 침해하는 일"이라고 비판한다. "대학은 교육을 위한 곳이다. 교육보다 종교, 성별, 인종 등이 앞설 수는 없다"는 것이다.

대학성소수자모임연대 박기진 의장도 "모든 사립대는 국가에서 인가를 받을 때 '차별 없이 공공교육을 수행하겠다'는 공적 목적을 담보로 한다"며 "다양성을 배제한 채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입학 배제, 부당 징계를 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말한다.

한편, 남경혜 인권위 홍보협력과 사무관은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혐오차별대응 특별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다"며 "위원회는 교계, 학계, 시민단체를 포함한 총 25명이 한 팀으로 이뤄진다. 이곳에서 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대안을 함께 구체적으로 구상해나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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