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 선수

김연경 선수 ⓒ 에자즈바쉬

 
환상적인 존재감이었다. 김연경이 왜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이고, 세계 최고 연봉을 받는지 또 다시 증명했다. 가는 곳마다 우승 팀으로 만드는 공식도 어김없이 이어졌다.

김연경과 소속팀 에자즈바쉬는 24일 밤 12시(아래 한국시간) 터키 이즈미르 아타튀르크 경기장에서 열린 '2018-2019 터키 컵' 대회 결승전에서 페네르바체를 세트 스코어 3-1(23-25 25-17 25-22 25-20)로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됐던 김연경을 투입한 것이 승리의 결정적인 요소였다. 그러면서 김연경(대한민국·192cm), 보스코비치(세르비아·193cm), 라슨(미국·188cm)으로 이어지는 세계 최강의 공격 삼각편대가 완벽하게 가동됐다. 경기를 끝내는 마지막 득점도 김연경의 몫이었다.

이로써 김연경은 역대 터키 컵에서 3번째 우승을 달성했다. 2014-2015시즌, 2016-2017시즌 터키 컵 결승전에서 모두 양 팀 통틀어 최다 득점을 올리며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2014-2015 터키 컵에서는 MVP를 수상했다. 에자즈바쉬 팀 입장에서는 2011-2012 터키 컵 우승 이후 7년 만에 우승이다.

이날 결승전은 만원 관중을 훨씬 초과한 7000명이 운집했다. 라이벌전답게 양 팀 팬들이 시종일관 뜨거운 응원과 신경전을 벌였다. 페네르바체는 김연경의 '친정 팀'이기도 하다.

'뜻밖의 교체' 전술 대성공... 김연경, '최전성기' 완벽 재현

이날 결승전은 팽팽하고 치열한 승부가 예상됐었다. 페네르바체의 최근 기세가 매우 강력했기 때문이다. 페네르바체는 2018-2019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플레이오프에서 이탈리아 리그의 강호 스칸디치에 2전 전승을 거두고 4강에 진출했다. 이번 터키 컵 준결승에서도 거함 바크프방크를 3-2로 격침시켰다.

더군다나 모타 감독은 결승전임에도 김연경을 선발 명단에서 제외시켰다. 터키 리그의 외국인 선수 출전 제한(코트에 3인) 규정 때문에 불가피한 측면도 있었다. 지난 1월 주전 센터이자 터키 출신인 베이자(24세·192cm)가 부상으로 이탈했고, 그 자리에 미국 대표팀 선수인 기브마이어(31세·187cm)가 들어가면서 터키 리그에서는 공격 삼각편대를 가동하기 어렵게 됐다. 결국 레프트 포지션인 김연경과 라슨 중 한 명을 빼는 패턴을 이어 왔다. 그러면서 공격력이 약화되고, 조직력도 떨어졌다.

1세트는 그런 흐름들이 반영됐다. 페네르바체가 바르가스(20세·191cm)와 브리시오(25세·188cm) 쌍포를 앞세워 1세트를 먼저 따냈다. 2세트 초반은 에자즈바쉬가 다소 앞서갔다. 그러나 언제 뒤집힐지 모르는 살얼음판이었다. 1세트에서도 에자즈바쉬가 페네르바체의 강서브에 고전하며 연속 득점을 내주고 역전을 당했다.

결국 모타 감독은 멜리하(26세·188cm)가 공수에서 부진하고 불안감이 엄습하자 2세트 11-8 상황에서 김연경을 투입했다. 그런데 교체 멤버가 뜻밖이었다. 김연경을 투입하면서 외국인 선수 중 라슨을 빼지 않고, 센터 기브마이어를 뺐다. 공격 삼각편대를 코트에 그대로 두고, 멜리하 대신 김연경, 기브마이어 대신 메르베를 두입했다. 메르베는 터키 출신의 장신 센터(191cm)로 나이가 2000년생에 불과하다. 팀 최연소 선수다.

이 같은 교체는 지난 1월 베이자 부상 이후 전혀 시도하지 않았던 전술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연경 투입으로 공격 삼각편대가 제대로 가동되면서 에자즈바쉬가 페네르바체를 압도하는 흐름으로 급격하게 바뀌었다. 그러면서 2~4세트를 모두 따내고 우승을 확정지었다.

특히 김연경의 활약은 엄청났다. 공격 파워와 타점이 최전성기 때와 똑같았다. 매 세트 중요한 시점과 어려운 상황에서 강력한 공격과 서브로 득점을 성공시키며 에자즈바쉬가 우세한 흐름을 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서브 리시브, 디그, 2단 연결 등 수비에서도 팀의 안정감을 크게 높였다.

이는 기록으로도 증명된다. 김연경은 2세트 중반부터 투입됐지만 16득점을 올렸다. 공격성공률도 무려 63%에 달했다. 1세트부터 풀로 뛴 주 공격수 보스코비치가 23득점(공격성공률 55%), 라슨이 16득점(공격성공률 46%)를 기록한 걸 감안하면, 김연경의 활약상이 대단했음을 알 수 있다.

공격 삼각편대 극대화... '최고 대안' 급부상
 
 2018~2019 터키 컵 대회 우승 시상식 (2019.3.24)

2018~2019 터키 컵 대회 우승 시상식 (2019.3.24) ⓒ 에자즈바쉬

 
터키 컵 우승은 에자즈바쉬가 어떤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를 입증했다는 점에서도 소득이 크다. 센터진의 약화를 막는 데 급급하기보다, 공격 삼각편대를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가는 게 현재로선 '최고 대안'이라는 걸 보여주었다(관련 기사: '다 이겨야 우승' 김연경, 또 라이벌전... 모타는 과연 바뀔까).

김연경과 보스코비치는 에자즈바쉬의 핵심 선수다. 김연경은 공격에서도 1~2 옵션 역할을 하지만, 수비에서도 절대적인 부분을 담당한다. 보스코비치는 어려운 볼 처리 능력이 탁월하고 높은 득점력을 발휘한다.

둘 중 한 명만 빠져도 팀 전력에 큰 타격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약팀을 상대할 때는 휴식을 줘도 별 문제가 없지만, 중요한 대회에서 강팀을 상대할 때는 두 선수가 반드시 코트에 함께 있어야 한다. 

또한 주전 세터로 감제를 고집할 게 아니라, 토스워크와 볼 배분 등 경기 운영 능력이 좋은 에즈기를 더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았다. 센터진도 베이자 부상 이후 메르베 등을 자주 기용해 활용폭을 넓혀야 한다는 충고도 잇달았다.

그러나 모타 감독은 주전 세터를 에즈기로 바꾼 것을 제외하고, 기존 패턴을 유지하면서 공격 삼각편대의 파괴력이 약화되고 조직력도 떨어지는 이중고를 겪었다.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실패, 터키 컵 준결승에서 갈라타사라이에 패배 위기까지 몰린 것도 그 때문이다. 모타 감독이 앞으로 선수 기용을 어떤 패턴으로 가져갈지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6년 무관' 에자즈바쉬, 벌써 2관왕... 김연경 영입 효과

지난해 '무관'이었던 에자즈바쉬가 올 시즌 2관왕을 달성하며,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 가능성을 높인 것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에자즈바쉬는 2011-2012시즌에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터키 컵,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를 모두 우승하고 3관왕을 달성했다. 그런데 거기가 끝이었다. 2012-2013시즌부터 지난 시즌까지 6년 동안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과 터키 컵에서 단 한 번도 우승을 한 적이 없다. 때문에 올 시즌 우승을 할 경우, 모두 7년 만의 우승이다.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도 올 시즌에 6년 만에 우승을 했다.

에자즈바쉬는 지난 시즌에도 라이트 보스코비치, 레프트 라슨, 멜리하, 한데, 센터 아담스, 베이자, 뷔쉬라, 세터 오그네노비치 등 초호화 군단이었다. 모두 세계 최정상급인 세르비아·미국·터키 대표팀의 주전 선수였다.

그러나 지난 시즌 '주요 5개 대회'에서 단 한 곳도 우승을 하지 못했다. 주팅(198cm·중국)이 주도하는 바크프방크가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터키 컵, 터키 챔피언스컵, 유럽 챔피언스리그, 클럽 세계수권까지 5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며 '싹쓸이 우승'을 했기 때문이다.

이렇듯 최근 몇 년 동안 유럽 여자배구 리그는 바크프방크의 독무대였다. 가히 '바크프방크 왕조'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에자즈바쉬가 김연경을 영입한 핵심 이유도 그 때문이다. 바크프방크의 독주를 막고, '무관의 한'을 풀어야 한다는 절박감이었다.

현재까지는 2관왕을 달성하며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에자즈바쉬는 지난해 11월 '터키 챔피언스컵' 대회에서 바크프방크를 꺾고, 올 시즌 첫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그러면서 바크프방크의 '연속 우승' 행진을 마감시켰다. 이번 터키 컵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고, 동시에 바크프방크의 '트레블'(3관왕) 달성까지 무산시켰다. 트레블은 터키 리그, 터키 컵, 유럽 챔피언스리그를 모두 제패한 경우를 말한다.

성공의 화룡점정... 포스트시즌 우승-바크프방크 왕조 마감

이제 남은 건,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다. 그래야 터키 리그의 진정한 우승 팀으로 인정받고, 완벽하게 최강자로 등극한다. 여기서 우승할 경우, 에자즈바쉬가 터키 리그의 3개 대회를 모두 제패하기 때문이다. 당연히 바크프방크 독주 시대도 종료된다.

김연경과 에자즈바쉬가 올 시즌을 성공적으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포스트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터키 리그 포스트시즌은 8강 PO(3전 2선승제), 4강 PO(3전 2선승제),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순으로 진행된다. 현재는 8강 PO가 진행 중이다.

에자즈바쉬의 8강 PO 상대는 베이리크뒤쥐다. 1차전은 28일 밤 12시, 2차전은 30일 오후 11시, 3차전은 4월 7일에 열린다. 이 경기들도 국내 스포츠 전문 채널인 SPOTV가 모두 생중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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