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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 프롤로그
      
스페인 여행을 떠난다. 보름 동안의 일정, 정확하게 말하면 15박 17일 일정이다. 항공편은 벌써 3개월도 훨씬 전에 사 두었다. 출발 열흘을 남겨두고 이제서야 여행 준비를 한다며 도서관에 가서 책을 빌려오고, 기차표와 호텔 등을 예약한다며 부산을 떤다. 
  
  스페인여행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 스페인여행준비  스페인여행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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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도서관에서 스페인 여행 관련 서적 2권을 빌려와서 한 권은 반 정도 읽고, 나머지 한 권은 제목과 목차만 보았다. 호텔 예약은 도착하는 날 포함 마드리드에서의 2박을 예약해 놓았다.

'이렇게 여유를 부려도 되는 건가?'
'뭐 특별히 준비할 것이 없잖아.' 
'그래도 마드리드-리스본 기차표와 공항픽업 서비스 정도는 예약해야 하지 않을까.' 

'호텔과 호스텔은 넘쳐날 테고, 유럽의 교통망은 유레일이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되어 있고, 야간고속버스까지 안 다니는 곳이 없을텐데 가서 표 사지 뭐...' 

마음 속의 두 목소리가 이러쿵저러쿵 한다. 

너무도 강렬했던 알함브라궁의 유혹 
  
   스페인여행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 스페인 여행준비  스페인여행에 사전 예약은 필수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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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은 온라인 항공권구매 사이트인 '스카이스캐너'에서 2019년 항공권 예약이 가장 많이 된 여행지라고 한다. 

스페인이 이렇게 핫한 여행지가 된 데는 산티아고 순례길, 윤식당, 꽃보다할배 등의 TV연애 프로그램과 홈쇼핑의 여행 상품들이 한몫 했을 것이다. 최근에 종영된 현빈 주연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은 '그라나다와 알함브라궁전'에 대한 신드롬을 불러일으켰음이 분명하다. 드라마는 안타깝게 용두사미로 끝났지만 말이다. 

차승원, 유해진이 출연하는 새 예능프로그램 '스페인 하숙집'은 첫 회부터 7.6%라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면서 스페인 열풍에 부채질을 하고 있다. 여행지로서 스페인은 당분간 '왕좌'를 내주지 않을 것 같다.  

이제 웬만한 사람들도 마드리드와 바르셀로나와 가우디는 물론이고 스페인의 작은 중세도시 세고비아, 톨레도, 론다, 그라나다, 말라가 정도는 술술 읊어대는 정도니 말이다.  
  
   이 드라마는 그라나다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 현빈 주연의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  이 드라마는 그라나다 열풍을 불러일으키는 데 한몫했다.
ⓒ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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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컨대 나도 드라마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을 보다가 갑자기 스페인 항공권을 덜컥 사버렸다. 스페인 안달루시아 지방의 중세도시 그라나다에 울려퍼지는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의 애잔한 기타 선율과 평화로운 들판, 현실증강 게임 속 마지막 이슬람왕조 나스르 왕조의 전설들…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여행 감수성을 한껏 자극한 것이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그라나다의 알함브라 궁전. 1492년 스페인 최후의 이슬람왕조 나스르 왕조의 마지막 왕 보압딜은 '알함브라 궁전이 파괴되는 것을 보느니 차라리 왕국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며 순순히 이사벨 여왕에게 왕궁을 내주고 눈 덮인 시에라네바다산맥을 넘어 모로코로 피난길에 오른다.

그라나다를 여행하던 작곡가 타레가는 알함브라 궁전에서 영감을 받아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이라는 명작을 남긴다. 트레몰로 주법의 애잔하면서도 신비스러운 기타 선율이 묘하게 그라나다로 끌어당기는 것이다. 

나에게 이 정도면 여행 동기로 충분하다. 

스페인 국영철도'렌페(Lenfe)', 알함브라 궁 예약하기 

이제 현실로 돌아와보자. 아무래도 안되겠어서 최소한 마드리드-리스본까지의 기차표와 알함브라궁전, 공항 픽업 서비스는 미리 예약하기로 했다. 

마드리드-리스본행 야간열차표를 예약하기 위해 스페인 국영철도(Lenfe) 예약 사이트에 접속했다. 결론은 스페인의 '렌페'에 완패를 당했다. 시스템이 느린 것은 둘째치고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자꾸 에러가 발생한다. 

다른 사람들이 블로그에 올린 경험담을 읽고, 예약하는 방법을 순서대로 친절하게 올린 사진까지 보면서 따라하는데도 계속 에러다. 될 때까지 해보자는 오기가 발동해서 하루종일 '렌페'와 씨름을 했다. 

겨우 회원등록이 되어서 로그인을 하려니, 이번에는 패스워드가 잘못 되었단다. 뭬야? 일 분 전에 만든 계정인데, 비번이 틀렸다고? 나 1분 사이에 비번을 잊어버린 거야? 완전 바보가 된 느낌이다. 분명 내가 설정한 비번이 맞는데 틀리다니 정말 미치고 펄쩍 뛸 노릇이다. 한 시간 이상 씨름을 했지만 결국 로그인 하는데 성공하지 못했다. 결국 내가 나가 떨어졌다. KO 패다. 
    
   알함브라궁전과 주요관광지 입장권은 2-3개월 전에 오픈되는데 오픈되자마자 매진된다.
▲ 5월까지 매진된 알함브라궁전 입장권   알함브라궁전과 주요관광지 입장권은 2-3개월 전에 오픈되는데 오픈되자마자 매진된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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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여러 블로그에 떠돌고 있는 '렌페의 악명'에 대한 경험담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데 나는 오늘 마치 '렌페의 악령'을 본 것만 같았다. 어떤 사람들은 한 번에 '골'을 집어 넣는데 난 슛 할 기회조차도, 아니 운동장에 입장도 못한 꼴이다.

결국 나는 국내 렌페 예약대행업체 사이트에서 발권수수료 1만1000원을 주고 리스본행 기차표를 예약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좌석표가 이상하다. 분명 침대칸 2인실(Double Sleeper Flex)을 예약했는데 좌석 번호가 뚝 떨어져 있다. Plaza No.가 하나는 031이고, 또 하나는 035이다. 붙은 자리인지 떨어진 자리인지 혹은 아예 객실칸(Coche)이 다른 것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다. 대행사에서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발권을 해야하나 한동안 망설이다 다른 대안이 없어 '설마 동시에 예약한 자리가 뚝 떨어져 있진 않겠지' 하고 결재를 해버렸다. 이제 실물 기차표만 받아서 챙기면 되는데, 여차하면 동생과 뚝 떨어져서 10시간을 가게 생겼다. 

다음은 '알함브라 궁전' 입장표 예매. 표 구하기가 어려우니 미리미리 인터넷 예약을 해두어야 한다고 해서 예약사이트에 접속하였다. 5월달까지 매진, 아뿔사! 예매불가를 알리는 새빨간 캘린더를 보니 하늘이 노랗다. 표 예매하기가 어렵다더니 설마 이 정도일 줄이야.!

'아, 그럼 나 알함브라 궁전 못보는 거야? 그것 때문에 가는 건데.' 

현장에서도 살 수가 있다고 하니 거기에 희망을 걸어야 하나. 그래도 이렇게 허무하게 포기할 수는 없다. 

그라나다카드 예매 성공, 심봤다!  
     
   그라나다 카드는 그라나다 자유이용권으로 3일권, 5일권이 있다. 알함브라궁전을 포함해 다른 박물관들 입장과 9회 로컬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40유로.
▲ 그라나다카드  그라나다 카드는 그라나다 자유이용권으로 3일권, 5일권이 있다. 알함브라궁전을 포함해 다른 박물관들 입장과 9회 로컬버스 이용이 가능하다. 가격은 40유로.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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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검색을 더 해보니 '그라나다 카드'라는 것이 있단다. <그라나다 카드>는 알함브라궁전 외에 그라나다 대성당, 왕실예배당. 제로니모 수도원, 사크로몬테 등 입장할 수 있고, 로컬버스도 탑승할 수 있는 자유여행권으로 3일권, 5일권이 있다. 가격은 5일권이 40유로(취소수수료 2.5 유로).  

그런데 그라나다 카드도 5월까지 매진이다. 그럼 그렇지 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이 날짜 저 날짜를 클릭했더니 4월 1-4일 사이에 5일권이 몇 장 남아 있다. 취소표가 나온 것 같다. 그런데 그 날짜는 계획상 '세비아' 일정이다. 부랴부랴 함께 가기로 한 동생에게 전화를 해서 상황 설명을 했다. 

"우리 스페인 알함브라 궁전 보러 가는 거 맞지?"
"그렇지."
"우리 일정을 바꿀까?"
"당근이지!"


바로 예매시작. 조바심을 내며 예매하고 결재까지 마쳤다. 메일로 티켓까지 받고나서야 마음이 놓인다. '아, 이게 뭔 난리냐.' 표 하나 사는데 이렇게 마음을 졸이다니. 

하나 더, 
마드리드 숙소는 APT형 숙소를 예약했는데, 심야 시간이나 공휴일에 도착하는 손님은 숙소와 좀 떨어진 곳에서 아파트 열쇠를 수령해야 한단다. 아파트에서 바로 열쇠를 받으려면 30유로를 추가로 내란다.

'뭐 이런 황당한 경우가 다 있나.' 우리 비행기는 밤 11시 50분에 도착인데. 어쩔 수 없이 공항 픽업 서비스를 요청하였더니 픽업 전문 운송 회사를 연결시켜 준다. 그런데 요금이?! 공항에서 마드리드 중심가 숙소까지 1-3인, 트렁크 각 1개 기준 43유로란다. 사람 수와 짐 가방 수에 가격이 다르단다. 

그동안 너무 여유를 부린 탓도 있지만, 와, 스페인 여행, 정말 복잡하고 피곤하다. 아직 세비아 대성당과 사그리다 성당 등 입장권 예매할 것이 수두룩하게 남았는데 스페인 가기도 전에 기진맥진이다.  
 
    스페인의 대부분의 유명관광지 입장권은 사전예매가 필수다. 줄서는 데 시간을 다 버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사그라다 성당 입장권   스페인의 대부분의 유명관광지 입장권은 사전예매가 필수다. 줄서는 데 시간을 다 버리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 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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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여행 준비는 다른 나라 여행 때와 다른 것이 많다. 무엇보다 유명관광지는 사전 예약은 필수고, 예약하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그래! 스페인은 2019년 최고의 여행지니까. 

<소소한 스페인 여행팁!> 

1.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아침마다 2시간짜리 무료 워킹투어를 진행한다. 가이드에게 5유로 정도의 수고비만 지불하면 된다고. 
2.  마드리드의 프라드미술관은 월요일을 제외한 화~일요일까지 저녁 6-8시 사이 무료관람이란다.  

*렌페 예약사이트 http://www.renfe.com
*알함브라 궁전입장권 구매사이트 https://tickets.alhambra-patronato.es 
*그라나다카드 구매사이트 https://granadatur.clorian.com/en/

태그:#스페인여행, #스페인여행준비, #스페인렌페예약, #그라나다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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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박사, 한국여행작가협회정회원, NGPA회원 저서: 조지아 인문여행서 <소울풀조지아>, 포토 에세이 <사할린의 한인들>, 번역서<후디니솔루션>, <마이크로메세징> - 맥그로힐,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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