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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 4당 원내대표가 선거 제도 개혁안에 합의했다. 의석수는 300석을 유지하되 지역구 225석과 비례대표를 75석으로 정해, 정당 득표율 50%로 부분 연동하는 비례대표제다. 기존 야 3당은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요구했지만 한발 뒤로 물러났다.

현재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이 합의안을 패스트 트랙에 태워 신속안건으로 지정해야 한다. 하지만 이 부분이 녹록지 않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해 좀 더 자세한 설명을 듣기 위해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는 하승수 변호사를 지난 21일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만났다. 다음은 하 변호사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하승수 변호사
 하승수 변호사
ⓒ 이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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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제도 개혁안 초안이 공개되었어요. 변호사님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시잖아요. 선거제도 개혁안 어떻게 평가하세요?
"원래 시민사회단체나 학계에서 요구하던 것은 정당 지지율대로 국회의석을 100% 배분하는 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이번에 민주당과 야 3당이 합의한 내용의 경우, 계산식은 복잡하지만 결국 핵심은 정당 지지율의 50%를 우선 보장해주고 거기에 조금 더 보장해준다는 겁니다. 시민사회단체나 학계에서 요구하던 것에 못 미치죠. 하지만 이거라도 안되면 2020년 국회의원 선거는 지금 제도로 치르게 됩니다. 그러면 또 언제 선거제도를 바꿀 기회가 올지 알 수 없습니다. 이번엔 이 정도라도 패스트 트랙에 올려서 국회 본회의 표결까지 가봐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 국회의원 증원을 안 하려고 하다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게 아닌가 해요.
"국회의원 숫자도 연관 돼 있지만, 그것 때문만은 아니에요. 300명으로도 정당 지지율대로 나눠 줄 수 있죠. 그런데 그렇게 하면 민주당의 경우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되면 비례대표로 한 석도 못 얻을 수 있습니다. 저는 이게 온전한 100% 연동형을 안 받은 이유라고 봅니다."

- 100% 연동형을 하려면 비례대표와 지역구를 1:1로 해야 하지 않나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지금 나온 안으로 100% 완벽히 맞출 순 없지만 최대한 가깝도록 맞출 수 있거든요. 지역구와 비례가 1:1이 돼도 안 맞을 수는 있어요. 독일이나 뉴질랜드 그리고 우리가 도입하려고 하는 이 방식은 지역구 투표도 하고 비례대표 투표도 하는 건데요. 어떤 정당이 정당 지지율에 비해 지역구에서 너무 많이 (당선)될 경우에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을 완전히 맞추기 어려울 수 있어요."

- 선거제도 개혁안에 대한 간략한 설명 부탁드려요.
"개념이 복잡하지는 않아요. 원래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건 300석을 정당 지지율대로 나눠주는 겁니다. 가령 300석의 10%면 30석을 주는 거죠. 30석을 받고 지역구 당선자를 계산해서 가령 10% 받은 정당이 지역구에서 10명 당선됐다면 나머지 20명을 다 채워주는 게 우리가 말하는 온전한 연동형이죠. 그런데 이번에 나온 안은 지역구에서 10명 됐다면 20명을 추가하는 게 아니라 50%라서 10명이 추가되는 거죠. 그럼 그 정당이 가져가는 의석은 지역구 당선자 10명 비례대표 10명을 얻어 20명을 가져가는 거죠."

- 그럼 예를 들어 A당은 지지율 30% 받았어요. 그럼 90석 가져가야죠. 그러나 지역구에서 100명이 당선될 경우 어떻게 하죠?
"그런 경우 (비례대표) 50% 보장할 때 그 정당은 못 받는 거죠. 왜냐면 정당 지지율대로 할 때 300명의 30%면 90석인데 지역구에서 100명이면 이미 초과했기 때문에 그 정당은 비례대표 배분을 못 받는 거예요. 그러나 50% 배분한 후 남는 비례대표 의석이 있다면 그 정당은 몇 석 더 배분받죠."

- 지지율이 넘는 의석인데 남는다고 추가 배정받으면 민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는 거 아닌가요?
"제가 설명 드린대로 하면 지금 우리나라는 정당 지지율과 의석이 일치하지 않고 불비례성이 심한 편으로 나옵니다. 그래도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시행하면) 어쨌든 지금보다는 획기적으로 개선되는 겁니다. 시뮬레이션한 걸 보면 지금보다 개선되고 정당 지지율과 의석이 지금보다는 일치하게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비례성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옵니다."

"극우 정당 국회 진출? 우려할 필요 없다, 더 신중히 투표할 것"

- 지금 비례대표제는 어떻게 운용되는 건가요?
"우리나라에 비례대표란 말은 있지만, 비례대표제라는 선거 제도를 택하고 있는 건 아니에요. 왜냐하면 비례대표제라는 건 전체 국회의원 숫자를 정당 지지율대로 나누는 것인데, 현재 우리나라는 300명 중 47명만 비례대표라고 해서 정당 지지율로 배분합니다. 비례대표란 말은 쓰고 있지만, 비례대표제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박정희·전두환 정권 시절엔 지역구 선거를 거치지 않고 자기들이 국회의원 시켜주고 싶은 사람들을 뽑아주는 용도로 '전국구'라는 개념이 있었어요. 하지만 민주화가 되면서 전국구가 '비례대표'라는 명칭으로 바뀌었어요. 원래 비례대표 취지대로 만들어진 게 아닌 거지요. 그래서 비례대표는 여전히 장식품처럼 여겨지고, 정당 지도부는 선거할 때마다 밀실 공천을 하는 등의 문제가 생겼던 거죠. 그러나 정당 지지율대로 의석을 나누면 공천 문제는 줄어들 겁니다. 정당들이 지지율을 올리려면 훨씬 더 개혁적으로 공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 이번 합의안의 경우, 최소 정당 득표율이 3% 이하면 의석을 못 받는 걸로 알고 있어요. 그러나 우리나라 인구의 2%라고 하면 백만 명이에요. 백만 명이 적은 수는 아닌데 그들의 목소리가 의회에 반영 안 된다는 건 문제 아닌가요?
"맞아요. 문제이긴 한데, 그걸 더 낮출지는 논의해야겠죠. 개인적으로는 2%로 낮춰도 된다고 생각해요. 덴마크 같은 나라는 2%거든요. 또 네덜란드는 0.67%예요. 저도 덴마크나 네덜란드처럼 가는 건 앞으로 논의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에서 급하게 개선해야 할 다른 제도도 있습니다.

가령 독일 같은 나라는 최소 득표율이 5%로 돼 있어요. 우리보다 높아요. 하지만 우리와 다른 게 있습니다. 독일은 5%를 넘어야 국회의원을 배정해주지만, 0.5%만 넘어도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줍니다. 그 정당의 지지율이 지금은 0.5%밖에 안 되더라도 앞으로 5%를 넘어 국회의원을 배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국민들의 세금으로 국고보조금을 지원해 주는 겁니다.

실제 독일에서 새로운 정당이 생기면 먼저 국고보조금을 받고, 더 잘해서 그 다음 국회로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를 못 넘으면 사실상 국고보조금을 못 받게 되어 있어요. 2%는 적은 수가 아니니 설사 국회의원 수를 배정해주지 않더라도 국고보조금은 지급해서 열심히 정책도 만들고 사람을 키워내서 다음엔 (국회에) 들어가도록 해줘야죠."

- 일각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할 경우, 대한애국당 같은 극우 정당도 국회 들어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데.
"오히려 저는 이렇게 생각해요. 대부분의 유권자가 지역구 투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정당 지지는 곁다리처럼 생각해요. 그래서 지난 총선에서 보수 기독교 쪽에서 만든 정당에 (투표를) 꽤 많이 해줬어요. 그러나 연동형 비례 대표제가 도입되고, 정당 투표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되면 유권자들도 지역구 투표만큼 어떤 당에 투표할지 신중하게 판단할 수 있습니다.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정당은 이 제도가 도입되면 걸러질 거라서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 변호사님은 "정당 득표율대로 의석을 배분해야만 정당이 책임지는 정치를 만들 수 있고, 유권자들이 무능하고 무책임한 정당에 책임을 묻기 쉬워진다"라고 말하신 바 있습니다. 이 부분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세요.
"국민들은 국회의원들이 일 안 하고 특권 누리는 것에 대해 분노합니다. 문제는, 지금 구조 안에선 그런 사람이 당선되기 좋다는 겁니다. 그리고 반대로 정책을 열심히 연구하는 정치인이나 정당은 다음 선거에서 손해 보기 쉽습니다. 왜냐하면 국회에서 의정활동 안 하고 열심히 지역구 다니면서 경조사 찾아다니고, 지역구 행사 찾아다니는 사람이 다음에 당선되기 더 쉬운 선거제도니까요.

그러나 연동형 비례 대표제가 되면 특권 의식에 빠져 지역구만 돌아다니는 국회의원은 자연스럽게 그 정당에서 공천을 받지 못할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핵심은 정당 득표이기 때문에, 정당 지도부 입장에서 그런 의원을 방치할 수 없는 거죠. 지금 제도는 지역구 관리를 열심히 하면 다음 선거에서도 많이 선출되는 구조라, (지도부가 그런 행태를) 알아도 놔둘 수밖에 없어요."

- 지역구에서 지지율이 월등히 높으면 공천할 수밖에 없지 않나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면) 지금까지와 다르게 정당 지지율에 따라 의석이 1차적으로 배분되기 때문에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50% 보장이라는 한계가 있습니다만, 지금까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정당이 이겼지만 이젠 정당 지지를 많이 받아야 선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정당 입장에선 무능하고 부패하거나 특권의식만 있는 사람은 공천하기 어려워요. 그럼 정당 지지율 떨어지잖아요. 선거 때마다 공천 문제가 불거지는데,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공천을 개혁적으로 할 거예요. 그리고 정책 개발 안 하는 정당은 정당 지지로 심판할 수 있기 때문에 정책으로 경쟁할 수밖에 없어요. 그건 비례대표제를 도입한 나라들이 경험한 효과입니다."

"대통령제에 안 맞는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

-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반대하는 자유한국당에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대통령제와 안 맞으니 권력구조를 내각제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가짜뉴스 중에서도 널리 퍼진 가짜뉴스입니다. 근거가 없어요. 대통령제를 택하는 곳 중 민주주의가 아예 작동하지 않는 나라를 빼고,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작동하는 나라들이 어떤 선거 제도를 택하고 있는지 프리덤하우스가 조사했는데요.

민주주의가 어느 정도 작동하는 20개의 대통령제 국가 중 11개의 나라가 비례대표제를 택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OECD 국가 중에서 대통령제를 택한 나라는 4개국이에요. 그 4개국 중에 미국만 지역구에서 1등을 해야 하는 소선거구제로 뽑고, 한국과 멕시코는 지역구 선거에 약간의 비례대표가 있는 방식입니다. 칠레는 대통령제지만 비례대표제이고요.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를 결합시켜 잘하는 나라도 있고 미국처럼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를 결합한 나라도 있지만, 대통령제는 무조건 소선거구제와 맞고 비례대표제와 안 맞다는 건 경험적으로도 근거가 없습니다. 또 최근에 정치학자들이 연구해 보니 대통령제와 비례대표제가 잘 맞는 부분도 있다고 합니다. 대통령제는 대통령이 독주할 경우가 문제되는 건데요. 비례대표제로 선거하면 국회 구성이 다양해져서 특정 정당의 독주를 막는 효과도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예결위회의장 긴급의총을 열고 패스트트랙 강행 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다.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와 의원들이 20일 오전 국회에서 예결위회의장 긴급의총을 열고 패스트트랙 강행 반대 피케팅을 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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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좌파 장기 독재 플랜'이라고 주장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실 이 선거제도를 적용했을 때 2016년 총선 결과로 시뮬레이션해 보면 민주당이 제일 손해를 많이 보는 것으로 나오거든요. 왜냐하면 당시 선거에서 민주당이 정당 지지보다 지역구에서 많이 당선돼서, 의석을 많이 가져갔어요. 2016년엔 그랬지만 2020년은 반대일 수 있고, 선거 제도라는 것 자체가 어느 당에 유리한 게 아닙니다. 정당 지지대로 가져가는 제도라서 정당 지지가 많이 나오는 당이 유리한 거죠. 나 원내대표가 걱정할 게 없습니다. 본인들이 잘해서 정당 지지율이 높게 나오면 자유한국당이 이기는 거고 못하면 지는 거라 공정한 거죠."

- 또 '정의당 교섭단체 만들어주려는 거 아니냐'고도 해요.
"정의당이 정당 지지를 그만큼 받는다면, 그 결과로 원내 교섭단체가 되는 건 당연한 거죠. 정의당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당도 마찬가지죠. 이건 특혜가 아니라 정당 지지대로 나눠줘서 공정하게 하자는 겁니다. 만약 나 원내대표가 '좌파 독재'를 저지하고 싶으면 자기들이 실력을 키우고 국민에게 지지를 받아서 지지율을 올리면 되는 겁니다. 

그리고 나 원내대표도 지난 2018년 12월 연동형 비례대표 도입하는 걸 구체적으로 검토해서 1월 말까지 합의안을 내겠다고 서명했어요. 그때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대해 모르진 않았을 텐데 그땐 서명하고 이제 와서 '좌파 독재 수단'이라고 하면 서명한 자기부터 잘못한 거죠."

(이에 대해 나 원대대표는 지난 2018년 12월 17일 "한국당은 어떤 선거구제에 대해서도 동의해준 적이 없다"며 "선거구제 관련 합의문을 보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등 여러 가지 선거구제에 열린 자세로 검토하겠다고 쓰여 있다, 검토에 대한 합의에 불과하다"고 반박한 바 있다. - 편집자주)

- 선거제도 개혁안 통과 가능성은 어떻게 전망하세요?
"늦어도 다음 주까지는 패스스트랙에 태워야 합니다. 만약 패스트트랙에 태우면, 통과 가능성은 50% 이상이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올 12월 말 정도 본회의 표결할 텐데, 총선 앞두고 정당이나 국회의원이 함부로 부결시키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리고 그때까지 추가 협상도 할 수 있어서 이달 안에 패스트트랙으로 가면 통과 가능성은 50% 정도 된다고 봅니다."

- 패스트트랙에 갈 수 있을까요? 바른미래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도 있잖아요.
"바른미래당에서 반대하는 의원들도 크게 두 부류가 있습니다. 한 부류는 선거제도든 패스트트랙이든 다 반대하는 새누리당 출신 의원들인데요. 이건 어쩔 수 없는 거 같고요. 또 한 부류는 '선거제도 개혁은 패스트 트랙으로 갈 수 있는데 공수처법 등과 관련해서 이견이 있다'는 겁니다. 이분들 의견을 어떻게 반영해서 빨리 합의하는지가 관건일 거 같고요.

패스트트랙은 개별 의원이 서명하는 겁니다. 그건 의원들에게 맡겨야 하고 정당이 할 수 없어요. 바른미래당에서 아예 반대하는 사람 어쩔 수 없고, 나머지 사람만이라도 합의할 수 있는 안이 나와서 바른미래당 소속 정개특위와 사개특위 의원들이 사인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게 관건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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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궁금증을 속시원하게 풀어주는 '이영광의 거침없이 묻는 인너뷰'를 연재히고 있는 이영광 시민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