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소유와의 투쟁에 오랜 시간을 지나고 이제 오고 가는 것에 자유로워지고 싶다. 오직 '지금', '여기'에 충실한...
▲ 부고.  소유와의 투쟁에 오랜 시간을 지나고 이제 오고 가는 것에 자유로워지고 싶다. 오직 "지금", "여기"에 충실한...
ⓒ 이안수

관련사진보기

 
동창회로부터 몇십 년간 소식을 받다 보니 삶의 궤적이 보였습니다. 처음 몇 년간은 동기들의 고시 합격, 승진 등의 희소식이 대부분이었습니다.

다시 여러 해 동안은 등산이나 골프 모임, 단체여행, 체육회 행사 같은 동호 모임이나 동창회 전체의 유대를 위한 행사 소식이 주가 되었습니다.

다시 몇 년이 흘렀고, 가장 잦은 소식은 부친상이나 모친상 같은 부모의 부음으로 바뀌었습니다.

그와 더불어 장녀, 장남 결혼식 등 혼례 소식이었고 다시 얼마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차녀, 차남으로 바뀌었습니다.

정확히 알 수 없는 언제부터인가 그 내용이 다시 바뀌었습니다.

"*** 동기 본인상."

이 소식은 그 어느 소식보다도 자꾸 하늘을 올려다보게 했습니다. 아마 이 소식은 내가 이 소식의 당사자가 될 때까지 계속될 것입니다.

그제, 고향으로부터 부고가 전해졌습니다. 그 부고 속 당사자는 나의 유년기 친구였습니다. 나는 그 옛날 국민학교 4학년 때 고향을 떠났고 그는 국민학교를 졸업하고 고향을 떠났습니다.

그렇게 헤어지고 오십 수년이 흐르는 동안 그를 대면한 것은 고향에서 마주친 20년 전 쯤이었습니다. 지방의 어느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고 했습니다. 

간혹 내가 고향을 방문할 때마다 동네 한 바퀴를 돌지만 그가 자란 집은 그의 부모가 세상을 떠나고 텅 빈 상태였습니다.

그의 부고는 그에 관한 두 번째 소식입니다. 그와 마찬가지로 고향을 떠난 시간이 50년은 넘을 고향 후배로부터 메시지가 왔습니다. 그도 그 소식을 들은 모양입니다.

"형, 잘 지내시는지요? 어제 영직형이 세상을 떴다는 비보를 들었네요. 참 산다는 게 뭔지... 남은 우리들도 좀 더 건강하게 삽시다." 
"두루 여행을 다녔던 나도 가보지 못한 곳으로 먼저 떠났구나. 나의 일 중에서 오직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 그 일이구나. 생활 중에 깊이 사유해서 오고 가는 그 일에 미련 같은 걸림이 없었으면 좋겠구나."


나는 현상의 이면을 보기 위해 지난 시간 세상을 떠도는 여행을 했습니다. 내가 아직 가보지 못한 여행지가 사후 세계입니다. 친구는 내가 궁금해하는 그 여행지로 먼저 떠났습니다. 오늘이 그의 발인 날입니다.

"영직아! 너의 여정에 상심할 네 처와 아들의 슬픔을 어떻게 덜어 주어야 할지 알지 못하겠다만... 그곳에서 다시 만나자!"
 

덧붙이는 글 | 직접


태그:#부고, #고향, #친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삶의 다양한 풍경에 관심있는 여행자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