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북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중인 영화 로그북

▲ 로그북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중인 영화 로그북 ⓒ 인디다큐페스티발

 
광화문에 설치되었던 세월호 천막이 지난 18일 철거되었다. 1700일 만이다. 그 동안 광장에서는 많은 이들의 함성과 눈물이 있었다. 그러나 차차 기억은 빛이 바래고, 광장 한가운데 자리를 지킨 세월호 천막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뭔가 부담스러운 존재가 되고 말았다. 이제 세월호를 여전히 마음 한 켠에 두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거리에서 흔히 보이던 노란 리본도 점차 드물어졌다.
 
2014년 4월 16일 이후, 많은 이들의 노력과 무엇보다 유가족들의 눈물겨운 노력과 호소로 이제 사회적참사특조위(가습기살균제사건과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도 만들어졌다. 그만하면 완벽하진 않지만, 세월호를 위해 뭔가 된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할지 모르겠다.
 
로그북, 세월호 잠수사들 이야기
 
 영화 <로그북> 스틸 컷

영화 <로그북> 스틸 컷 ⓒ 복진오

 
복진오 다큐멘터리 감독이 연락을 해왔다. 그의 영화 <로그북>이 인디다큐페스티발 2019에서 상영된다는 소식을 전해왔다. 소식을 듣고 새삼 놀랐다. 아니, 세월호 관련 뭔 영화를 만든다고 했던 게 언제인데. 그는 2014년 세월호 이후 지금까지 이제껏 포기하지 않고 이 영화를 만들어온 것이었다. (정말 포기한 줄 알았다.) 영화를 보고 GV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했다. 복진오 감독은 이야기를 하며 울컥하는지 자꾸 목소리가 젖고 말이 끊겼다.
 
다큐 <로그북>은 세월호 잠수사들 이야기다. 춥고 어둡고 조류가 높았던 세월호의 진도 앞바다. 잠수사들은 사고 소식을 듣고 무조건 달려갔고, 잘 먹지도, 자지도, 쉬지도 못하면서 세월호에 잠수해 들어갔다. 단 한 명이라도, 학생들을 얼른 꺼내어 애타게 기다리는 엄마 품으로 데려다 주기 위해.
 
시신을 수습할 때 잠수사들은 손과 발, 온몸이 굳은 아이에게 이런저런 말을 걸었다고 한다. 이제 가자, 나와줘서 고맙다. 엄마에게 가자. 시신을 수습하며, 잠수사들은 차가운 물 속에서 엉엉 통곡을 하기도 했다. 죽음을 앞둔 아이들의 공포와 서로 손을 잡았던 마음이 느껴져 울음을 참을 수 없었다고 한다.
 
복진오 감독은 그저 조용히 잠수사들 옆에 머물렀다. 여건이 될 때까지 가만히 기다렸다. 그들의 이야기를 기록해야 한다고 믿었고, 그것이 이 세월호 시대를 살아가는 독립다큐감독의 의무라고 생각했다. 그가 촬영을 하지 않고 그저 함께 머물자, 나중에 잠수사들이 먼저 말을 건넸다고 한다. 당신은 왜 안 찍어?
 
살기 위하여 만든 영화
 
 영화 <로그북> 스틸 컷

영화 <로그북> 스틸 컷 ⓒ 복진오

 
돈도 없고, 상황도 여의칠 않았다. 몇 번 그만두어야 하는 위기도 왔다. 그래도 긴 시간이 걸려 끝내 영화를 만들었다. 관객이 물었다. 힘들었을 텐데 어떻게 영화를 완성했나요? 복진오 감독은 대답했다.

"제가 살기 위해서 만들었습니다."
 
관객들은 어리둥절했다. 그는 말을 이었다.

"세월호 현장에 오래 있다 보니 극심한 우울에 시달렸습니다. 죽고 싶었습니다. 이 영화를 완성하지 않으면 저는 도저히 살아나기 힘들 것 같았습니다. 지금 오신 여러분은 오늘 저를 치유하여 주신 겁니다."
 
무수한 죽음을 본 잠수사들은 마음을 앓았다. 삶과 죽음이 아무것도 아니라는 허무한 생각이 들었다. 악몽을 꾸고 수면제가 없으면 잠을 잘 수 없었다. 자살 충동을 느끼기도 했다. 죽음은 조금만 손을 내밀면 가 닿을 수 있는 곳처럼 보였다. 살아 있는 아이가 아닌 딱딱한 시신을 부모에게 돌려주며, 잠수사들은 미안해하고 눈물지었다.
 
영화 <로그북>은 감독 복진오 만이 아니라, 세월호 잠수사들을 살리는 영화다.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 그들에게도 치유의 과정이었던 것이다. 영화 속에서 잠수사들의 거친 숨소리가 유독 두드러지게 귓가를 때린다. 아이들을 찾으려는 잠수사들의 살아 있는 숨소리, 그것은 죽음의 한가운데 있으면서도 반어적으로 생이 얼마나 더 절실한 것인지 느끼게 하는 소리였다.
 
세월호 바다에서 시신을 끌어오렸던 잠수사들. 그들도 그저 누군가의 아빠이고 남편이었다. 수색이 진척이 없고 몇 명이 남지 않은 상황에서, 한 잠수사는 그만둘까 했다. 그러나 그의 딸이 물었다.

"아빠, 만약 제가 그곳에 있어도 아빠는 포기하시겠어요?"
 
아내와 마트에서 장을 봐서 밥을 지어 먹고, 어린 딸과 옥상 텃밭을 가꾸는 남자들. 그들은 왜 죽음을 무릅쓰고 찬 바다로 뛰어들었는가? 그들은 왜 유가족들에게 미안해하는가.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 일지

복진오 감독의 <로그북> 일지 ⓒ 복진오

 
어느 잠수사는 말했다. 나중에 내가 일하다가 힘든 순간이 오면, 내가 건져 올린 아이가 도와주지 않을까. 그런 상상도 해본다고. 그들은 이 생에서 슬픈 인연으로 그렇게 가 닿았다. 슬픔의 바다로 뛰어들 수 밖에 없는 이 사람들의 이야기. 그것이 <로그북>이다.
 
복진오 감독은 "광장에 나왔던 사람들, 팽목항에 한 번이라도 가봤던 사람들에게는 이 영화가 치유가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 이 영화는 치유를 위한 영화다. 복진오와 잠수사들이 치유받고, 광장에 갔던 사람들이 치유받고 세월호를 떠올리며 한 번이라도 눈물을 흘렸던 사람들이 치유받는 영화다. 영화는 인디다큐페스티벌에서 현재 상영 중이다.
로그북 복진오 세월호 잠수사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읽고 쓰고, 산책하는 삶을 삽니다. 2011년부터 북클럽 문학의 숲을 운영하고 있으며, 강과 사람, 자연과 문화를 연결하는 사회적협동조합 한강의 공동대표이자 이사장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강'에서 환대의 공동체를 만들어나가고 싶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