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캐피탈이 적지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대한항공에게 극적인 역전승을 거뒀다.

최태웅 감독이 이끄는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는 2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 점보스와의 챔피언 결정 1차전에서 세트스코어 3-2(30-32, 25-18, 23-25, 25-22, 15-10)로 승리했다. 역대 14번의 챔피언 결정전에서 1차전 승리팀이 우승을 차지한 경우는 총 10번(71.4%)이었다. 양 팀의 2차전은 오는 24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릴 예정이다.

현대캐피탈은 외국인 선수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허리 부상 속에서도 20득점으로 분전했고 전광인이 블로킹 4개를 포함해 22득점, 문성민이 서브득점 3개를 포함해 21득점을 올렸다. 대한항공은 미차 가스파리니가 25득점, 정지석이 20득점을 올렸지만 1984년생의 노장 가스파리니가 4세트부터 급격한 체력저하를 드러냈다. 가스파리니의 체력은 이번 시리즈 내내 박기원 감독의 최대 고민거리가 될 전망이다.

챔프전 다운 명승부 펼치며 한 세트씩 주고 받은 양 팀
 
 194cm에 불과(?)한 전광인은 1차전에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4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194cm에 불과(?)한 전광인은 1차전에서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4개의 블로킹을 기록했다. ⓒ 한국배구연맹

 
V리그 남자부에서 마지막 통합 우승팀은 2013-2014 시즌의 삼성화재 블루팡스였다. 신치용 현 상임고문이 감독으로 팀을 이끌고 괴물 외국인 선수로 불리던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가 공격을 이끌던 시절이다. 지난 2017년 정규리그에서 우승하고도 챔프전에서 현대캐피탈에게 패해 통합우승이 좌절됐던 대한항공은 2017년에 이어 2년 만에, 리그 전체로 보면 5년 만에 통합우승에 도전할 기회를 다시 얻었다.

현대캐피탈은 플레이오프에서 우리카드 위비에게 2연승을 거두며 챔프전을 위한 준비를 마쳤다. 주포 파다르의 몸 상태가 완전치 않은 것이 마음에 걸리지만 신영석과 최민호로 이어지는 막강한 센터진은 대한항공의 중앙을 긴장시키기 충분하다. 현대캐피탈은 또 한 번 대한항공을 상대로 정규리그 2위로 챔프전에 올랐다가 우승까지 차지했던 2년 전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기세다.

대한항공은 1세트 초반부터 정지석의 강서브와 가스파리니의 블로킹 등을 묶어 5-0으로 앞서며 기선을 제압했다. 현대캐피탈 역시 전광인의 블로킹과 김규민의 범실, 파다르의 서브득점으로 역전에 성공했지만 대한항공은 김규민과 한선수의 블로킹으로 다시 스코어를 뒤집었다. 대한항공은 세트 후반 3점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듀스까지 갔지만 7번의 듀스를 주고 받는 대접전 끝에 32-30으로 1세트를 잡았다.

대한항공은 2세트에서도 한선수 세터의 안정된 토스를 바탕으로 초반 리드를 잡았지만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블로킹과 서브득점, 파다르의 공격을 묶어 역전에 성공했다. 세트 중반 이후 흐름을 탄 현대캐피탈은 전광인,파다르,문성민의 삼각편대가 폭발하며 크게 앞서갔고 자신감이 떨어진 대한항공의 플레이는 점점 위축됐다. 현대캐피탈은 세트 후반 벤치 멤버를 투입하는 여유까지 부리며 7점 차이로 여유 있게 2세트를 따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현대캐피탈에게 찾아온 5세트의 기적
 
 베테랑 문성민은 5세트 역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6연속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범실없이 구사했다.

베테랑 문성민은 5세트 역전 상황에서 침착하게 6연속 강한 스파이크 서브를 범실없이 구사했다. ⓒ 한국배구연맹

 
대한항공은 3세트에서 베스트 멤버를 다시 투입했고 양 팀은 곽승석과 최민호의 활약을 앞세워 대등한 승부를 이어갔다. 대한항공은 세트 중반 가스파리니의 강서브가 터지며 흐름을 잡았고 곽승석의 부상 교체 후에도 집중력을 발휘하며 근소한 리드를 지켰다. 대한항공은 세트 후반 한 차례 역전을 당했지만 진상헌의 속공과 가스파리니의 서브득점으로 다시 리드를 가져왔고 정지석의 중앙 후위공격으로 3세트를 2점 차로 승리했다.

마지막 세트에 몰린 현대캐피탈은 파다르의 연속 블로킹과 문성민의 서브득점으로 4세트를 기분 좋게 출발했다. 대한항공도 곽승석의 공격과 진상헌의 블로킹으로 추격에 성공했지만 현대캐피탈은 문성민의 연속 득점이 터지며 다시 점수차를 벌렸다. 대한항공은 정지석, 가스파리니 등 서브가 좋은 공격수들이 잇따라 서브 범실을 저지르며 추격 기회를 스스로 날렸고 현대캐피탈은 문성민과 전광인의 공격으로 1차전을 마지막 세트로 끌고 갔다.

5세트 역시 양 팀의 흐름이 여러 차례 바뀌는 명승부로 이어졌다. 대한항공은 코트 체인지 후 김규민의 블로킹으로 3점 차로 도망갔지만 현대캐피탈도 문성민의 서브에서 전광인의 다이렉트 공격과 허수봉, 신영석의 블로킹으로 역전에 성공했다. 역전 허용 후 기세가 꺾인 대한항공은 곽승석의 공격범실이 이어지며 승기를 내줬고 현대캐피탈은 세트 후반 전광인의 연속 공격과 신영석의 서브득점으로 극적인 역전 드라마를 승리로 장식했다.

현대캐피탈의 최태웅 감독은 6-9로 뒤진 상황에서 두 번째 작전 타임을 부른 후 "기적은 일어난다"는 말로 선수들을 격려했다. 물론 그 때는 그저 패색이 짙어 자포자기한 감독의 큰 의미 없는 구호처럼 들렸다. 하지만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최태웅 감독의 격려 후 거짓말처럼 연속 6득점을 올리며 정말로 '기적'같은 역전승을 만들어냈다. 역시 스포츠에서 기적은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 선수들에게 찾아오는 필연적인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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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배구 도드람 2018-2019 V리그 남자부 챔피언 결정전 현대캐피탈 스카이워커스 전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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