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카타르 월드컵을 향해 파울루 벤투 감독이 본격적인 출항을 시도했다. 그 첫번째 평가전이었던 볼리비아전은 많은 관심을 모았다. 2001년생 신예 이강인의 A매치 데뷔 여부, 손흥민 활용 방안 찾기, 아시안컵 이후 대표팀을 떠난 기성용과 구자철의 공백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 등 이번 볼리비아와 콜롬비아 평가전에 대한 관전 포인트도 많다.

첫 평가전이었던 볼리비아와의 경기는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지는 팀이었다. 하지만 대표팀에겐 쉽지 않은 경기였다.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좀처럼 골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후반 41분 터진 이청용의 결승골에 힘입어 1-0의 승리를 거뒀다.

볼리비아전은 그동안 플랜A를 추구했던 4-2-3-1 포메이션 대신 손흥민과 지동원을 투톱에 배치한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 포메이션을 선보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 대표팀은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 포메이션에만 한정되지 않고 플랫형 4-4-2 포메이션, 3백 포메이션을 구사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한 선수도 등장했다.

권창훈, 주세종, 이청용 존재감 과시하다

벤투호의 3월 엔트리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이강인, 백승호와 같은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활약하는 젊은 선수들이었다. 하지만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한 권창훈도 이에 못지않게 주목 받았다. 지난해 3월 북아일랜드-폴란드와 치른 대표팀의 유럽 원정 이후 그 해 5월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치명적인 부상을 입은 그는 2018 러시아월드컵,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2019 AFC 아시안컵 까지 모두 출전하지 못했다. 이후 지난해 연말 복귀해 몸 상태를 서서히 끌어올렸고 결국 1년 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이날 선발로 출전한 권창훈은 자신의 진가를 보여줬다. 다이아몬드 형태의 4-4-2 포메이션에서 오른쪽 미드필더로 출전한 권창훈은 측면에서 안으로 들어오는 움직임을 선보이면서 플레이 메이커 역할을 수행했다. 여기에 이전부터 선보인 왕성한 활동량으로 동료들에게 기회를 열어줬고 저돌적인 전진 능력을 바탕으로 한 드리블 돌파까지 선보이면서 대표팀 공격의 물꼬를 틀어줬다. 이러한 플레이가 나타나자 대표팀 2선에서의 움직임도 살아났다. 동시에 양쪽 풀백과의 연계플레이도 활발해지면서 이전보다 스피디한 공격 루트가 나올 수 있었다.

권창훈은 후반 초반 지동원의 패스를 받은 후 턴동작으로 수비를 제치고 왼발 슛을 시도했다. 하지만 아쉽게 골문으로 가지 않으면서 득점을 터뜨리지는 못했다. 그럼에도 가벼운 몸놀림을 비롯해 공격에서의 창의성, 활동량 부분에서 존재감을 보이면서 대표팀 공격진에 또 하나의 공격루트를 제공하기도 했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전한 주세종 역시 인상적이었다. 주세종이 출전한 자리는 과거 기성용이 활약했던 자리로서 이 자리에서 기성용의 공백을 얼마나 최소화 하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리고 주세종은 이 자리에 선발로 출전해 활약했다.

주세종은 풀타임 활약하면서 전반 10분 날카로운 프리킥으로 득점 기회를 만들어내고 동시에 위협적인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 팀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코너킥을 전담하기도 하는 등 자신의 장점인 킥 능력에서 보인 활약이 인상적이었다. 여기에 주세종은 후방에서 시작되는 대표팀의 빌드업에도 관여했다. 중장거리 패스를 통해 측면으로 벌려주는 플레이를 선보이면서 대표팀 공격 전개의 시발점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주세종은 2명의 센터백 사이로 내려와 빌드업 관여, 경기조율 능력을 펼쳐 대표팀의 다양한 포메이션 활용에 큰 힘이 되었다. 주세종의 볼리비아전 활약은 기성용의 은퇴로 자칫 공백이 생길 뻔한 중원에서 또 하나의 옵션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물론 벤투 감독의 플랜에선 정우영이 우선 순위로 꼽힐 수도 있다. 하지만 주세종은 볼리비아전 활약상으로 그 포지션 경쟁에 불을 지필 수 있게 됐다.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의 평가전. 이청용이 헤딩골을 넣고 있다. 2019.3.22

22일 오후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과 볼리비아의 평가전. 이청용이 헤딩골을 넣고 있다. 2019.3.22 ⓒ 연합뉴스

 
후반전에 교체 투입된 이청용도 조커로서 존재감을 과시했다. 벤투 감독 부임 후 이청용의 조커 역할로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그 대표적인 경기는 아시안컵 필리핀과의 조별리그 1차전이었는데 당시 답답한 경기를 펼치던 대표팀은 이청용이 교체 투입된 이후 공격의 활로가 열리기 시작했다. 이청용의 발끝에서 시작된 공격을 통해 황의조의 결승골이 나오면서 승리를 챙길 수 있었다.

그리고 볼리비아와의 평가전. 1년만에 복귀한 권창훈과 나상호가 선발 출전하면서 벤치에서 경기를 시작한 이청용은 0-0으로 맞서던 후반 24분 황인범을 대신해 교체투입되었다. 이청용의 역할은 조커로서 경기 흐름에 변화를 주는 것이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표팀은 주도권을 잡고 많은 득점 기회를 만들었지만 한 방을 터뜨리지는 못해 '0'의 균형이 계속 이어지던 상황이었다. 뭔가 흐름에 변화가 필요한 시점인 것은 분명했다.

후반 40분 드디어 변화가 찾아왔고 그 주인공은 이청용이었다. 왼쪽 측면에서 홍철이 길게 올려준 크로스를 이청용이 달려들며 높은 점프를 통해 헤딩슛을 시도했고 이 볼이 볼리비아의 골문을 가르면서 마침내 '0'의 균형이 깨졌다. 

지난 아시안 컵 필리핀전에 이어 조커 이청용의 존재가 다시 한 번 발휘된 것이었다. 사실 이청용은 아시안 컵 이후 기성용, 구자철이 대표팀을 은퇴로 인해 세대교체가 진행될 대표팀에서 정신적 지주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임무를 갖고 있었다. 어찌보면 이청용의 역할이 카타르 월드컵으로 가는 축구대표팀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이청용은 볼리비아전에서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팀을 구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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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대표팀 대한민국 권창훈 주세종 이청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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