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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하고 있다.
▲ 호치민 묘소의 김정은 위원장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일 베트남 하노이 호찌민묘를 참배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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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측이 22일 오전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통일부는 이날 북측이 남북 연락대표 간 접촉을 통해 '북측 연락사무소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철수한다'는 입장을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후 북측에서 상주하던 15~20여 명은 몇몇 서류만 챙긴 채 연락사무소에서 철수했다.

남북이 상시로 소통할 수 있는 창구인 남북공동연락사무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 명시된 항목이다. 이후 연락사무소는 2018년 9월 14일, 개성에 문을 열었다. 북측의 철수는 연락사무소를 개소한 지 6개월여만의 일이다.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소장이기도 한 천해성 통일부 차관은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긴급 브리핑을 열고 "북측이 오전 9시 15분경 '남측 사무소의 잔류는 상관하지 않겠다'라며 '실무적인 문제는 차후에 통지하겠다'라고 했다고 말하며 철수했다"라고 밝혔다. 북측은 '상부지시'라는 말 외에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천 차관은 "평상시와 다름없이 오전 8시 30분에 군사분계선(MDL)을 넘었고, 남북출입사무소(CIQ)에도 북측 인원이 영접을 나와 있었다. 그 사이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라며 "오늘뿐만 아니라 이번 주 근무하는 중에도 (북의 연락사무소 철수) 징후를 느낄만한 특이한 동향은 없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북측의 철수 결정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남측의 연락사무소 상주 인원을 그대로 두고 운영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천 차관은 "북의 통보 이후 주말에 연락사무소에서 일하는 인원을 평소 9명에서 16명으로 늘렸다. 월요일에도 연락사무소 업무를 이어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정부는 연락사무소가 조속히 정상운영되기를 바란다. 북의 철수는 유감스럽지만, (북이) 조속히 복귀해서 (연락사무소가) 재개될 수 있기를 바란다"라고 덧붙였다.

북이 연락사무소 인원을 철수한 이후 남북 간 협력 사업은 차질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우선 11년 만에 추진되고 있던 남북 이산가족화상상봉을 진행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천 차관은 "이산가족의 화상 상봉 등 (북과) 구체적인 협의 하기 어려워진 게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청와대도 이날 오후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회의를 열어 북의 연락사무소 인원 철수에 관해 후속 대응을 논의했다. 다만,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통일부 차관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 입장 충분히 나갔기 때문에 청와대 별도 입장은 없다"라고 밝혔다.

북, 비핵화 협상 중단하나?
 
지난해 10월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주변 모습.
 지난해 10월 22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 주변 모습.
ⓒ 사진공동취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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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의 일방적인 연락사무소 인원 철수는 하노이 회담 이후 북이 남측을 향해 보인 첫 번째 행동이다. 최용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안보전략실장은 "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문재인 정부를 가리켜 중재자가 아닌 플레이어라고 한 게 하노이 회담 이후 남측을 향한 말이었다면, 이번에는 행동을 보여줬다"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우리 정부가 남북의 문제를 주도적으로 풀지 못하는 것에 불만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라면서도 "우리를 향한 북의 불만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 실장은 북이 남측의 인원에게 철수를 요구하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봤다. 그는 "북이 불만을 세게 드러내려면, 우리에게 짐을 싸서 나가라고 요구했을 것이다. 자기 땅(북)에서 짐을 싸고 돌아갔다는 건, 예전에 북이 불만을 드러냈던 방식보다는 약한 수위"라고 부연했다.

조성렬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역시 북의 행동에 남측을 향한 불만이 담겨있다고 분석했다. 조 전 연구위원은
"하노이 회담 결과 등을 두고 북이 한국에 직접적으로 책임을 물은 적은 없다. 다만 비핵화 협상이 중단된 상황에서 남북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 일단 빠지겠다고 행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북이 '북미 비핵화 협상 중단'을 선언하며 다음 행동을 이어갈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 회담에서 '노딜'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에 북도 '초강수' 대응을 한다는 것.

조 연구위원은 "지금은 미국이 하노이 회담 노딜, 비핵화 협상의 책임을 북에 물으며, 공을 넘긴 상황이다. 김정은 위원장은 다시 이 공을 미국에 넘길 필요가 있다.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려면 미국이 움직이라는 의미로 협상 중단을 발표할 가능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북이 병진노선으로 돌아가지는 않겠지만, 비핵화를 향한 전향적인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다. 결국 6.12 북미 정상회담 합의를 깨지 않는 수준에서 플루토늄, 우라늄 생산을 계속할 수 있다. 이건 (미국에) 안 한다고 약속한 적이 없다"라며 "북이 핵무력을 증강하면 시간은 미국편이 아니라 북의 편"이라고 강조했다.
 

태그:#남북 연락사무소, #천해성,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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