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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노동·법률 전문가들이 한결같이 대우조선해양을 현대중공업에 파는 게 '나쁜 매각'이라고 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재벌특혜이고 조선산업 발전에도 역행하며 조선기자재 업체뿐만 아니라 고용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지역경제살리기 경남대책위'(상임대표 하원오)가 3월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연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진단 토론회"에서 발제·토론자들은 '매각 잘못'이라고 했다.

송덕용 "본계약을 했지만 끝난 게 아니라 시작"
  
송덕용 회계사.
 송덕용 회계사.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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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덕용 회계사는 발제를 통해 "본계약을 했지만 끝난 게 아니라 시작이다"고 했다. 대주주인 산업은행은 지난 8일 현대중공업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앞으로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실사와 국내외 독과점 심사 등의 과정을 남겨두고 있다.

산업은행과 현대중공업은 계약 체결하면서 '대우조선의 자율경영체제 유지', '고용안정', '협력·부품업체 기존 거래선 유지', '공동협의체 구성', '한국조선산업 발전협의체 구성'을 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해, 송 회계사는 "모든 항목에 '단서'가 달려있다. 단서가 중요하다. 단서를 단 이유가 있을 것이다. 단서를 달지 않으면 나중에 약속을 뒤엎게 되었을 때 약속 위반에 걸리게 되고, 여러 문제 발생한다"며 "그래서 공지·공시할 때 단서를 붙인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그는 "자율경영체제 유지라고 하지만 그것과 관련해 '시너지 효과를 최대한 하기 위해서'라는 단서가 달려 있다"며 "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 결정을 누가 하느냐는 것이다. 기업은 자원배분의 효율성이 중요하다. 돈을 누구한테 어디에 얼마를 투입할 것인지를 기업이 결정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실질적인 자율경영'이 아니다. 독립적 자율경영이라는 항목에 의문이 생긴다"고 했다.

'고용안정'에 대해서는 '생산성 유지'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송 회계사는 "그 항목에 '다만'이라고 해서 단서가 붙어 있다"며 "생산성 결정은 회사가 하게 된다. 회사는 현대중공업이다. 생산성의 기준을 노조가 판단하지 않는다. 생산성이 유지되는 한 고용유지 한다는 것인데, 그 말은 현대중공업이 판단할 때 생산성이 나오지 않으면 고용유지를 못한다는 말이 된다"고 설명했다.

'협력·부품업체의 거래선 유지'와 관련해 '대외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라는 단서가 붙어 있다. 송 회계사는 "대외경쟁력이 있는 협력업체의 기준을 누가 결정하느냐. 그것은 현대중공업이 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이 평가해서 대외경쟁력이 있으면 거래를 계속 유지한다는 것이다"고 했다.

'공동협의체'나 '발전협의체' 구성에 대해, 송 회계사는 "이는 매각과 무관하게 만들 필요가 있다. 조선산업이 우리 경제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고,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것에 대비하기 위해, 이해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협의체 구성을 하는 것은 당연한 내용이다. 매각을 하고 안 하고 문제가 아니다"고 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회사 설립과 관련해, 송 회계사는 "현대중공업의 지주회사는 정몽준 회장이 최대주주인 회사를 말한다. 정몽준 회장은 현대중공업을 직접 지배하는데 대우조선을 인수하면 간접 지배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대우조선 인수 후 현대중공업그룹의 지배구조 변화의 핵심은 현재의 현대중공업을 다시 분할하여 현대중고업 중간지주회사를 만들고, 현대중공업 중간지주회사에 산업은행이 대우조선 주식을 현물 출자하여 주요주주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는 현재 현대중공업 지주회사가 현대중공업 등 조선 관련 자회사도 직접 지배했지만, 대우조선을 인수한 후에는 조선 관련 자회사들을 현대중공업 중간지주회사를 통해 지배하고, 현대오일뱅크 등은 직접 지배하는 방식"이라며 "따라서 수익성 있는 종속회사들을 현대중공업지주 직접 자회사로 재구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대우조선해양의 매각가격은 2조1000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해 송 회계사는 "그 근거는 1월말 매각 발표 시점에 산업은행이 보유하고 있는 대우조선해양의 주식 총액 기준으로 나온 금액"이라며 "매각에는 현금이 아니라 주식을 주는 것이다. 현금은 안전 자산이고 주식은 위험 자산인데, 위험 자산에는 플러스 알파라는 게 있어야 하나 이번 계약에는 그것이 없다"고 했다.

그는 "실제로 2조1000억이면 싸게 매각하는 것이다. 그런데 본계약 이후 비싸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런 뉴스가 나오고 있다. 사는 입장에서 싸게 구입하려는 의도로 그런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띄우는 것으로 보인다. 현대중공업은 상당히 싸게 매입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독과점도 우려된다는 것. 송 회계사는 " 최근 3년 동안 수주량, 혹은 수주잔량 기준 국내업체 수주 기준 시장 점유율을 보면, 3년 평균 현대중공업그룹은 약 57%, 대우조선해양은 약 23%로 합계 80%이고, 세계 시장 점유율 역시 21%에 달한다"며 "이렇게 되면 내부 기자재업체와 거래할 때는 완전한 협상력을 가지는 것이고, 현대중공업 입장에서는 수익을 높이기에 좋은 것"이라고 했다.

송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면 산업은행의 리스크는 유지되나 현대중공업지주의 리스크는 축소되고, 인수 완료 후에는 구조조정이 쉬운 기업 구조가 된다"고 했다.

송덕용 회계사는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지 않고 현재의 지배구조를 유지하는 게 바람직하고, 매각하더라도 동종업체가 아닌 제3자에게 하는 게 맞다"고 했다.
  
"매각하면 전체 한국 조선산업의 역량 악화"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경남대책위' 대표가 3월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경남대책위" 대표가 3월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진단 토론회"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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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석 전국금속노동조합 노동연구원 비상임연구원은 "조선산업 동향 검토"를 통해 "대형-중형-기자재업체 병행 발전전략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빅3(대우조선,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의 설비와 인력 축소 방식의 조선산업 재편은 한국 스스로 시장을 축소시켜 선박 종류의 다양성과 숙련인력 일자리가 부족하게 되어 바람직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오히려 지금은 한국 조선산업의 강점을 바탕으로 각자 영업활동을 통해서 시장 점유율을 높일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국 조선산업의 체질을 강화하고 대형-중형 조선업체들 간의 상생을 통한 새로운 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했다.

박 연구원은 "현대중공업에서 대우조선해양을 인구하더라도 합병의 시너지 효과는 거의 없고, 오히려 전체 한국 조선산업의 역량이 악화될 것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했다.

또 그는 "현대중공업에 대우조선 인수를 제안한 산업은행은 여전히 2015년 맥킨지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의 관점과 견해에서 못 벗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성대 민주노총 경남본부 정책기획국장은 대우조선해양의 매각으로 고용 문제를 분석했다. 김 국장은 "대우조선해양 협력업체와 부품업체의 생태계 유지는 고용문제와 직결되어 있다"며 "과연 현대중공업의 기존 거래선 유지라는 말장난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했다.

그는 "조선산업의 독점체제 강화는 원하청 업체에 바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단가 인하 압력 등이 이루어지면 하청업체는 수익성이 악화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 기업의 부실이 초래되고 이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김성대 국장은 "현대중공업이 대우조선을 인수할 경우 조선산업의 독점체제가 강화되고, 대우조선이 민간기업으로 지배구조가 변화되면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동종업계로 매각되는 것이기에 인수합병 이후 중복된 사업 영역에 대한 조정은 이루어질 수 밖에 없다"고 했다.

"하더라도 동종사에 매각은 안된다"
하원오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경남대책위' 대표가 3월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진단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하원오 "대우조선해양 매각반대, 지역경제 살리기 경남대책위" 대표가 3월 22일 오후 경남도의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대우조선해양 매각 문제 진단 토론회"에 앞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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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희 민주노총 경남본부 사무처장이 진행한 토론에서 이장규 노동당 경남도당 정책국장은 "고용문제만이 아니라 경제정책 측면에서도 대우조선해양 매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한 기업이 높은 점유율을 갖는 것은 산업 측면에서도 옳지 않고,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경쟁력이 비슷한 서너 개 업체가 경쟁하는 게 더 좋다"고 했다.

그는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회도 지적했던데, 현대중공업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를 도와주는 것"이라며 "대우조선해양을 매각하지 않으면 대안이 없다고 하는데, 매각하더라도 동종사인 현대중공업은 안 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나아가 대우조선해양의 중소기자재 업체와 노동자 등이 참여하는 공기업 형태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정섭 민중당 경남도당 정책국장은 "현대중공업의 대우조선해양 인수합병으로 생긴 독과점은 '강력한 담합'에 해당한다"며 "WTO에 제소되고 유럽반독점조사위원회도 규제에 나서는 국제분쟁이 우려된다"고 했다.

또 그는 "대우조선해양과 기자재 업체, 노동자들은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며 "경남도는 대우조선의 민영화에 대응해 범도민대책위를 구성하고 '경남공공조선' 등 대책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신태호 금속노조 대우조선지회 수석부지회장과 유병목 금속노조 STX엔진지회 수석부지회장, 김용운 거제시의원(정의당), 김태형 변호사 등이 토론했다.

하원오 상임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에 직을 걸겠다고 했다. 월급쟁이가 직을 걸겠다고 하면 말이 안된다. 대우조선해양이 산업은행 것도 아니고 이 회장 개인 것도 아니며 국민의 것"이라며 "운영 방식을 바꾸려면 진짜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해야 한다. 국민과 노동자, 기자재업체의 이야기도 들어야 한다"고 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한 조합원이 '동종사 매각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몸벽보를 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대우조선지회 한 조합원이 "동종사 매각 반대" 등의 문구가 적힌 몸벽보를 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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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대우조선해양, #산업은행, #현대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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